성연은 대충 얼버무리려는 태도를 한눈에 알아챘다.눈을 가늘게 뜬 성연의 눈빛이 날카로웠다.“너희 집에서는 이렇게 사과하라고 가르치니?”성연의 명성을 줄곧 들어왔던 여시화는 성연을 한 번 만나고 싶었다.자신의 눈에는 시골뜨기에 불과할 뿐이다.성연을 당해내지 못하는 저들이 바로 바보 멍충이인 것이다.당연하다는 듯한 여시화의 태도는 자못 도도했다.“나는 늘 이렇게 사과해 왔어요.”성연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여시화의 눈이 의기양양해하는 빛으로 반짝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시골뜨기에 불과하니까 이렇게 빨리 수긍하는 거겠지.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성연이 손에 들고 있던 배구공을 바로 여시화의 얼굴 쪽으로 던졌다.동공이 수축되고 온몸이 굳은 여시화는 멍하니 제 자리에 선 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배구망만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성연은 아주 적절하게 힘 조절을 했다. 배구공은 여시화의 얼굴 옆을 스쳐 갔다. 다른 쪽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이 동작은 여고생 하나 겁주기에 충분했다.놀란 여시화는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다.그런 여시화의 모습에 자신의 경고가 먹힌 것을 보며 성연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미안해요, 나도 고의가 아니었어요.”말을 마친 성연이 공을 주워 몸을 돌려서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려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여시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거기 서.”이런 촌뜨기에게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창피해.’그러나 그 순간, 만약 성연이 진짜로 때렸다면 자신의 얼굴은 아마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성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그러나 아무 말없이 눈썹만 치켜세웠다.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또 용건이 남았니?’성연은 여시화의 목적이 무척 뚜렸하다고 생각했다.공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바로 자신을 향해 그대로 날아왔다.분명히 고의로 자신을 괴롭힌 게 분명했다.여시화가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성연 또한 예상했다.그
주위의 학우들이 입방아를 찧어대며 성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듣고 있던 성연은 그저 냉소만 나왔다.여시화는 연기도 훌륭했다. 머리도 좀 있는 편인지 여론을 이용해 일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줄 알았다.성연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여시화의 공연을 지켜보았다.진우진도 소리를 듣고 왔다. 상황을 보던 그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진우진을 본 여시화가 더욱 서럽게 울었다. 돈 들일 필요도 없겠다 눈물을 마구 흘렸다.눈시울이 붉어져 무척이나 가련해 보이는 모습으로 여시화가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저기서 배구를 하고 있었는데, 공이 날아갔어. 송성연 학우를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사과했어. 그런데 사과를 받아 주기는커녕 일부러 배구공으로 날 쳤어. 난 그저 실수였는데, 이러는 건 너무 지나치잖아.”여시화는 고의로 주객을 전도시켰다. 분명히 그녀의 태도가 잘못되어서 한 마디 한 건데, 지금 마치 성연이 지나치게 행동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입을 꽉 다물고 눈썹을 치켜세운 성연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여시화가 또 어떻게 나오는지 볼 생각이었다.여시화를 보고 있다가 성연이 보이자 진우진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결국 진우진은 성연을 위한 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송성연 학우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 무슨 오해가 있는 게 아냐?”성연과 함께 보낸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는 성연이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여시화는 설마 진우진이 송성연을 편들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말도 못하고 주먹만 꽉 쥔 채 그 자리에 서 있던 여시화가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으로 진우진을 바라보았다.이때 여시화의 곁에 선 다른 아이들이 서로 나서서 말했다.“진우진, 너 송성연에게 속지 마라. 우리 모두 여기서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 시화가 말한 대로 송성연 일부러 그런 거야.”“그래, 모두 옆에서 봤어. 송성연의 행동을 모두 다 눈으로 봤단 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말을 한 후, 성연은 바로 배구공으로 여시화의 배를 때렸다.공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곧장 여시화의 복부에 꽂혔다.성연은 손목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공을 내려치긴 했지만 사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무겁지 않았다.이렇게 한 까닭은 겁을 먹은 여시화가 좀 수그러들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자신도 당할 수만은 없었으니까.손바닥의 먼지를 턴 성연이 말했다.“봤지? 이게 고의야.”여시화 얼굴은 경악 그 자체였다.모두가 자신을 두둔하는 상황에서 송성연은 어떻게 감히 저럴 수 있지?여시화는 배에 약간의 진동만 느꼈을 뿐 별로 아프지 않았다.하지만 송성연이 이렇게 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이 얼마나 못된 행동을 했는지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송성연의 이런 행실을 본 후에도 진우진이 그녀를 편들 수 있을까?여시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몸이 더 빨리 반응했다. 바로 허리를 구부리며 배를 가린 채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아, 아파, 배가 아파.”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 하나가 즉시 앞으로 나서며 성연을 비난했다.“송성연, 어쨌든 모두 한 곳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인데 어쩜 이럴 수 있니?” “학우를 괴롭히기나 하고, 네 눈에는 도대체 학칙이 들어오기나 하니? 시화의 공은 너를 전혀 건드리지도 않았고, 또 너에게 사과까지 했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태도니?” “맞아, 너 너무하다. 어떻게 사람을 때리니? 만약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모든 아이들이 분노의 눈길로 성연을 보고 있었다. 이전에 성연의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믿지 않았는데, 오늘 직접 보니 성연이 소문보다 더 제멋대로 굴며 날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 돈 있고 배경 있어도 저러면 안되지.] [교양이 전혀 없어. 정말 역겹다.]저들의 눈빛과 하는 말을 성연은 청구서 받듯이 그대로 다 받았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꼿꼿이 서서 아이들의 말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이때 아이들 속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서한기가 담담하게 말하고는 여시화의 몸을 꼼꼼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검사가 끝난 후 서한기가 말했다.“별일 없는 것 같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이 상처 다 나아 있었을 텐데 말이야.”조금 전 쫓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본 서한기는 자기 보스가 문제를 일으킨 줄 알았다.하지만 보스는 항상 본분을 지킬 줄 알았다. 그러니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검사를 하면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정말 속셈도 많아.’순간 깜짝 놀란 여시화가 서한기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여시화는 서한기가 이처럼 빨리 알아차리지는 못할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서한기는 여시화가 여전히 연기하는 걸 지켜보았다.서한기가 코웃음 치며 자못 꽤나 딱딱하게 말했다.“방금 내가 눌렀던 부위 몇 군데가 공에 맞았던 데 맞아? 분명히 아니잖아? 공의 작용점은 이 범위 내야. 또 네 배는 벌겋게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아파?”자신의 연기가 들통나자 여시화가 얼굴을 붉혔다.서한기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이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여시화에게 향했다.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여시화는 얼굴이 더 화끈거리는 듯했다.평생토록 이렇게 창피한 적은 없었다. ‘모두 송성연 때문에 망했어. 모두 쟤 때문이야!’아까 여시화를 거들어 주던 아이가 그녀의 표정을 본 뒤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시화의 뒤에서 따지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진짜 시화가 일부러 그런 척한 거야? 아니, 왜 그런 건데? 설마?] [맞아, 아무 이유도 없이 시화는 송성연을 왜 모함한 거야? 둘 사이에 무슨 원한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평소에 그렇게 착해 보이던 시화가 이런 애라고? 송성연 뒤에 대단한 후원자가 있다더라. 교장도 그녀에게 관여하지 않는데 보건교사 한 명 매수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뭐.] [하긴, 전에 보건교사와 송성연이 연애한다는 소문도 있었잖아? 이런 상황에
여시화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새파랗게 질렸다. 서한기가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그럼 뻔한 거 아냐? 여시화가 거짓말하고 있다잖아?] [자기 직업으로 농담을 할 사람은 없을 거야.]서한기가 다시 물었다.“너, 나와 같이 병원에 가서 검사 받을 용기는 있기나 하니?”여시화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정말 간다면, 그녀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겠는가?그녀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만약 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정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다.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을 뿐인데, 사태가 이 지경까지 발전하게 될 줄이야. 여시화는 일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결국 일개 여고생에 불과한 여시화는 그리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두말 세말 하더니 곧 본 모습을 드러냈다.모두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여시화의 이런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제 발 저린 모습이 아니가. 설마 진짜 송성연을 모함한 거란 말인가?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여시화를 바라보며 그녀의 해명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이때 한 여자아이가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아이는 평소 겁이 많고 말을 좀 더듬었다.그래서 학교에서 자주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드물게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온 여학생이 성연을 위해 증언했다.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으니 긴장하고 불편한 마음에 말을 더듬으면서도 또박또박 증언했다.“방금, 여시화가 못되게 굴었어. 먼저, 먼저 송성연을 공으로 쳤어. 그리고…… 사과하는 태도 때문……. 성연이가 그래서 여시화에게 그런 거야.”갑자기 밝혀진 진실에 여시화는 한 대 호되게 얻어맞은 듯했다.이제 와 다시 여시화를 보니 한 떨기 수련화를 연출한 것에 불과했는데, 그동안 모두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군중 속에서 여시화에 대한 비난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평소 내가 보기에 여시화 괜찮은 아이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조금
성연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좀 늦은 시간에 동아리 방에 가서 연습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진우진과 거리를 두었다.진우진은 몇 번이나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성연의 태도에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성연은 대본을 들고 동아리 회장을 찾았다.“회장, 이 대본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성연이 부르자, 회장이 엉덩이를 실룩이며 걸어왔다.“왜요? 대본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성연이 바로 말했다.“필요 없는 애매한 부분은 삭제해도 되잖아요? 손만 잡는 걸로 해요. 다른 스킨십은 안 할 거니까.”무진의 어두운 표정을 떠올린 성연은 모모 씨가 잔뜩 흐린 얼굴로 다가와서 자신을 붙잡지 않도록 규칙을 좀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원래 제기하려고 했던 의견이긴 했으나 여시화의 일이 추진 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여시화는 진우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진우진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경고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욕심 부리다 밑천도 못 건지고 도리어 자신이 손해를 본 셈이니.비록 성연이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진우진과 너무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엔 아무것도 없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연의 말을 들은 회장이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것들을 삭제하면 볼 만한 게 뭐 있다고?”요즘 고등학생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먹이며 회장이 끝까지 설득하려 했다.요즘 애들은 이런 몽롱하고 애매한 느낌을 좋아한다.자신의 사심이기도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포텐 지점이었다.그녀는 이미 수없이 상상했었다. 진우진과 송성연을 대상으로 해서. 얼마나 아름다운 화면인가.성연이 없애라고 해서 없애면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게 된다.극 전체가 별로야. 전부 이 장면에 기대고 있는데 말이지.성연은 회장이 이 극본을 위해 많은 힘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준비를 하고 왔다.회장에게 말했다.“극본이 완성되면 관중들의 감정을 더 끌어올릴 수 있어. 봐, 여기를 좀 더 늘리면
성연은 그렇게 말을 한 후에도 심리적 부담감은 전혀 가지지 않았다.진우진 스스로 고민하라지. 자신이 그를 대신해서 의혹을 풀어줄 책임은 없으니까.모처럼 시간이 나자 성연은 자연스럽게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했다.책상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게임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한쪽에서 성연이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던 무진은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진이 웃음기를 머금은 채 물었다.“대본은 안 외워도 돼?”성연은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정신을 분산시키며 대답했다.“안 외워도 돼요. 어차피 대본 수정하고 있으니까요.”“왜?” 무진이 되물었다.성연은 연극 동아리의 극 줄거리 문제를 간단하게 말해 주었다.무진은 물어본 후에야 성연이 극본을 쓴 학우에게 극본 수정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무진의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가 작은 호선을 그렸다.일부러 성연에게 물었다.“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했는데?”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하나 튀어나오며 왠지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홱, 하고 고개를 돌린 성연이 다소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당연히 귀찮아서죠. 누가 또 화 낼까 봐요.”이 밴댕이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성연은 극 줄거리를 수정하는 방법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왜 그런지는 자신도 모르겠다. 무진의 기분이 저조하면 왠지 자신의 마음도 덩달아 가라앉는다.‘이해할 수 없는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돼.’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운 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대범하게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고 자신의 불쾌함을 부결하지 않았는데, 그는 확실히 불쾌했다!성연이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그가 어떻게 두 눈 빤히 뜨고 볼 수 있겠는가?성연은 나이가 어리고 놀고 싶은 마음도 강할 것이다. 아직 어리니까, 항상 자극적인 일을 찾아 헤맬 것이다.함께 지내는 동안 ‘소년소녀가 남몰래 정이 들다’, 이 말이 그냥 듣기에는 참 아름답게 들린다.하지만 무진은 이런 일이 발생하기
다음 날, 성연은 학교로 갔다. 막 교실에 도착했을 때, 진우진이 찾아와서는 성연의 자리 옆에 꼿꼿하게 버티고 섰다.교실 안 모든 학우들의 시선이 진우진과 성연을 향하며, 눈에는 호기심의 빛이 반짝였다.그렇지 않아도 성연은 줄곤 학교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이제 또 불어오는 바람에 풀이 흔들리듯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또 진우진은 북성남고 킹카라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서면 더욱 볼 만할 것이다.반 아이들의 시선을 느낀 성연은 돌연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그 보다 의아함이 더 컸다. 진우진은 왜 여기에 와서 서있을까 하는.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사실 이것도 진우진과는 상관없었다. 그래서 성연은 더욱 평온한 태도를 유지한 채 먼저 물었다.“왜 그러는데?”성연이 확실하게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며 기분이 좀 안 좋아졌다.입술을 오므리고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너랑 얘기하고 싶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너를 화나게 한 거야?”이전에는 자신을 대하는 성연의 태도가 다정함까지는 아니라 해도 꽤 괜찮다고 느꼈다.그런데 바로 어제 저녁부터 성연은 자신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이런 인식은 우진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다는 것이다.어떤 이유에서인지 성연은 일반 친구처럼도 대하지 않았다.만약 진짜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반드시 고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성연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어째서 또 이 문제를 꺼내는 거야?’성연은 좀 무력감을 느끼며 대답했다.“아니야.”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녀가 밝힐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진우진은 아직도 모른단 말야?그러나 성연의 말을 들었음에도 우진은 믿지 않았다.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내보였다.“대본을 수정하라는 게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서라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진우진은 이유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기세였다.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
도착한 목현수는 성연과 무진에 정이 두터운 모습이었다.“너희들 괜찮아? 그 실혼전의 캐서린은 정말 미친 X이야!”무진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실혼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성연도 목현수를 보면서 캐서린이 스승과의 관계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연이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말한 적이 없었기에.무진에게도 그렇게 오랫동안 숨겼다가, 결혼 후에 마음이 안정된 뒤에야 비로소 털어놓았다.‘캐서린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을 알게 된 걸까?’“실혼전은 유럽에서 강력한 비밀 조직으로, 조직의 인원은 적지만 각자의 실력은 아주 강해요.”“유럽에서는 여러 해 동안 많은 암살 사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실혼전에서 한 거예요. 그들은 심지어 일부 국가의 수사기관에서 추격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체포되지 않았어요.”목현수의 표정은 점점 가라앉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연이는 내가 너하고 유럽에서 만났을 때를 기억할 거야. 사실 그때는 내가 바로 실혼전의 단서를 쫓고 있었을 때야.”“너한테 찾아온 그 여자는 MS 가문에 속할 뿐만 아니라 실혼전의 사람이기도 해. 그 여자는 야누스 같은 여자야. 수시로 정보를 팔아 큰 이윤을 얻으면서 가끔 손을 쓰기도 해.”목현수의 이 말을 듣자, 성연은 그때 자신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닫게 되었다.무진은 또다시 놀랐다.“성연아, 언제 있었던 일이야?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성연이 멋쩍은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처음 유럽에 도착했을 때였어요. 그때 나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 무진 씨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무진씨가 걱정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에요!”“그렇지만 절대 다음에는 그러면 안 돼!” 무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게 강력한 적이 성연이를 바로 찾지 못해서 다행이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을 거야.’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목현수에게 계속 말하라고 했다. ‘캐서린이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 정말 궁
예중천, 그 이름은 정말 무진을 놀라게 했다.북쪽 연경시의 최강 가문인 예씨 가문의 천재, 예중천. 어렸을 때부터 전설적인 인물로 6살 때부터 이미 시를 지었고, 13살 때는 전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진학했다. 나중에는 유학을 하기 위해서 출국했다.귀국한 뒤에는 한손으로 강력한 기업을 세워서 예씨 가문이 정상에 오르도록 이끌었다. 그 시기에 강씨 가문은 중간 규모의 가문일 뿐이었고, 무진도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다.무진은 예중천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자신이 아직 소년일 때, 아버지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항상 ‘예중천이 살아 있다’는 말로 무진을 평가했다. 그때 무진은 전혀 모르면서도 다른 사람의 대타처럼 말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승복하지 않았다.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 뜻밖에도 ‘신의’고학중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예전에 예씨 가문의 몰락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 같았어.’‘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랐어. 다만 거대했던 가문이 빠르게 추락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지.’‘예씨 가문의 후손들은 모두 마치 인간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어.’‘이런 사람이 내 아내와 관계를 맺었다니.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성연아, 빨리 말해줘. 애초에 어떻게 예중천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 거야? 그가 아직 살아 있다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야!”무진은 마음속으로 몹시 흥분했다.성연은 추억에 잠겨 있어서 남편이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저는 여덟 살 되던 해에 스승님을 만났어요. 그때 날은 어두컴컴하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언덕 위에서 피와 진흙 범벅이 된 스승님을 발견했어요. 저는 정말 무서웠지만 스승님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그래서 마을 사람을 찾아서 스승님을 집안으로 옮기도록 도왔지요. 후에 스승님은 우리 집에 머무르면서 의술로 자신의 병을 치료하셨고, 제게도 의술을 가르쳐 주셨어요. 또 제게 여러 고전 명작들을 읽게 하셨고 정식으로 저를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