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성연은 학교로 갔다. 막 교실에 도착했을 때, 진우진이 찾아와서는 성연의 자리 옆에 꼿꼿하게 버티고 섰다.교실 안 모든 학우들의 시선이 진우진과 성연을 향하며, 눈에는 호기심의 빛이 반짝였다.그렇지 않아도 성연은 줄곤 학교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이제 또 불어오는 바람에 풀이 흔들리듯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또 진우진은 북성남고 킹카라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서면 더욱 볼 만할 것이다.반 아이들의 시선을 느낀 성연은 돌연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그 보다 의아함이 더 컸다. 진우진은 왜 여기에 와서 서있을까 하는.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사실 이것도 진우진과는 상관없었다. 그래서 성연은 더욱 평온한 태도를 유지한 채 먼저 물었다.“왜 그러는데?”성연이 확실하게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며 기분이 좀 안 좋아졌다.입술을 오므리고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너랑 얘기하고 싶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너를 화나게 한 거야?”이전에는 자신을 대하는 성연의 태도가 다정함까지는 아니라 해도 꽤 괜찮다고 느꼈다.그런데 바로 어제 저녁부터 성연은 자신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이런 인식은 우진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다는 것이다.어떤 이유에서인지 성연은 일반 친구처럼도 대하지 않았다.만약 진짜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반드시 고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성연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어째서 또 이 문제를 꺼내는 거야?’성연은 좀 무력감을 느끼며 대답했다.“아니야.”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녀가 밝힐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진우진은 아직도 모른단 말야?그러나 성연의 말을 들었음에도 우진은 믿지 않았다.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내보였다.“대본을 수정하라는 게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서라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진우진은 이유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기세였다.
점심 시간에 옷을 갈아입은 성연은 연씨 저택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빌라 단지 입구에 기대어 서있던 서한기가 물었다.“보스, 진우진은 어떻게 된 겁니까?”학교의 소문은 서한기도 조금 들었다.매번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은 많든 적든 한 두어 마디 말을 섞기 마련이다.그래서 매일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들에 대해 서한기는 거의 다 알고 있었다.성연은 진우진과 여시화에 대한 일을 간단히 설명해 준 후, 진우진이 자신을 찾아온 일도 함께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한기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그 녀석이 우리 보스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서한기가 바로 곧 말했다.“보스, 내가 가서 혼내 줄까?”성연이 그를 흘겨보았다.“무척 한가한가 보네? 할 일도 없이.”성연의 뜻을 알아차린 서한기는 더 이상 이 일을 꺼내지 않았다.말을 마친 성연이 연씨 저택으로 향했다.연씨 저택에 도착하자 집사가 나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거실로 걸어가자 연경훈도 함께 있었다.연경훈을 본 성연은 그날 밤의 일이 떠올라 무척이나 난감했다.성연이 나타난 것을 본 경훈의 눈이 확 뜨였다.“고 선생님.”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경훈에게 인사를 건넸다.연경훈과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으나 드러낼 수도 없었다.그저 차분히 어르신에게 주사를 놓을 수밖에.다행히도 치료 후반부에 이르러서인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경훈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을 터. 성연은 자신이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 줄 몰랐다.치료를 마친 성연이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하지연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총총히 떠나려 던 때.눈치를 보던 연경훈이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고 선생님, 내가 데려다 줄게요.”성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바쁜 일도 많으실 텐데, 볼일 보세요.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또 폐 끼치지 않도록 기사도 데리고 왔어요.”경훈은 성연에게 절대 폐 끼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성연은 경훈의 대답을 기다리지
줄곧 크게 마음 쓰는 것 없이 살았던 연경훈을 귀찮게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지금 그는 패배한 수탉과 같았다.두 사람의 관계가 꽤 괜찮다 보니 무진이 친절하게 물었다.“왜 그래?”무진이 자신을 신경 써 주자 경훈이 답답한 마음에 성연과의 일을 말했다.“아니 거절할 거면 거절하라고 했는데. 지금 마치 사나운 맹수를 만난 듯 도망가요. 커플이 될 수 없어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요? 내가 그렇게 싫은가?” 경훈은 내심 신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나름 자신의 조건이 꽤 괜찮다고 자부했다.그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가면 적어도 고 선생도 약간의 감정이 생길 줄 알았다.그런데 자신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자신을 피하고 있을 줄이야.이때까지 자라면서 순풍에 돛 단 듯이 어려움 없이 살았건만 난생 처음으로 이런 어려움에 봉착했다. 마음이 무지 힘들었다. 동시에 자괴감에도 빠졌다.‘내가 정말 그렇게 부족한가?’무진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여자가 있어. 또 다른 여자를 만나면 돼.”순간 경훈은 울고 싶었다. 풀이 죽었다. 자기 곁에는 어떻게 하나같이 다들 이런 사람들뿐인 지.자신이 실연당했는데 다들 대수롭지 않은 듯 대했다.위로의 말도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그게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성연이 학교로 돌아오자 소문은 이미 미친 듯이 퍼져 있었다.학교 게시판에서는 아예 건물까지 지어 놓고 그 위에 성연과 진우진이 몰래 만나고 있는 사진이 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대세를 쫓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와, 너희들은 봤어? 진우진 송성연, 정말 잘 어울리더라. 두 사람 외모가 받쳐주니 말이다.][똑같은 사람인데, 우리 엄마는 나를 만들다 잠드셨나 봐. 어쩜 이렇게 귀신같이 낳아 주셨는지 말이야?][너희들, 송성연의 인성과 품성 모두 좋지 않다는 것을 잊었어? 예전에 보건 선생과 스캔들이 있었잖아? 그렇게 빨리 찢어지고는 다시 킹카를 꼬드겨 적극 대시하게 만들다니 수단이 정말 좋은가봐.]이런 괴상한 글을
여시화는 며칠 전 성연을 모함하다 아이들에게 들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지나다닐 때마다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가족들은 정신과 의사를 불러 그녀와 대화하게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해 주었다.집에서 며칠 동안 마음을 다잡은 다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그런데 학교에 왔는데도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 두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오히려 진우진과 송성연의 소문만 자자해서 여시화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이때 여시화 옆에 늘 따라다니는 추종자가 붙어있었다. 여시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걸 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화야, 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줄 사람을 찾아볼까? 송성연, 진짜 여우야. 킹카 진우진까지 반했대.”“닥쳐!” 마음이 초조해진 여시화가 작은 소리로 한 마디 했다.전부터 온갖 방법을 찾아가며 진우진의 뒤를 쫓아다녔건만 정작 자신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송성연과는 알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서로 딱 붙어 있는 모양이 마치 자기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여시화는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지체없이 밴드부를 찾아와서 진우진을 찾을 생각이었다.그리고 진우진에게 그날 일을 해명하려고 했었다. 진우진에게 나쁜 이미지로 남을까 걱정이었다.그런데 저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진우진이 성연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는 걸 알았다.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옆에서 여시화의 표정을 보던 추종자는 목이 움츠러들며 입도 뻥긋할 수 없었했다.그녀의 음울한 시선이 성연의 몸 위에 똑바로 떨어졌다.성연은 대본을 맡은 친구와 수정된 대본을 논의하고 있었다.감각이 예민한 성연은 고개를 숙이는 순간 원망으로 표독해진 시선을 느꼈다.고개를 돌리니 미처 스커트 자락만 살짝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녀와 극본에 대해 논의하던 학우가 성연의 동작을 보더니 호기심에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텅 빈 복도만 보일뿐.“송성연, 뭘 보고 있어?” 학생이 물었
성연의 말을 들은 진미선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송종철 역시 좀 멋쩍은 표정이다.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원수 진 사람들인 줄 알만큼 전혀 부모, 자식 같지 않았다.이게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장면이라니, 성연은 그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두 사람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 끌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런데 왜 왔어요? 저는 두 분과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별일 없으면 찾아오지 마세요.”진미선과 송종철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던 성연의 시선이 진미선을 똑바로 향하며 말했다.“지난번에 이미 도와 드리며 말했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요.”이 일에 있어서 성연은 아주 원칙적이었다. 한번만 도와준다고 했으니 한번으로 끝이었다.만약 엄마 진미선이 이걸 빌미로 다시 매달린다고 해도, 두 번 다시 그럴 일은 없을 터였다.짜증스러워하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진미선이 얼른 입을 열었다.“그건 오해야. 오늘은 그냥 너를 보러 온 거야. 며칠 전에 쇼핑하면서 옷을 몇 벌 봤는데,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 주려고 일부러 왔어. 네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 안에 구두와 가방도 같이 들어있어.”마지 못해서이긴 하지만 진미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반드시 성연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걸.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찌 되었든 성연은 자신의 딸이었다.자신은 성연이의 엄마였고, 또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성연은 자신에게 그리 모질게 대하지 못할 터였다.자신이 성연을 잘 구슬리며 예전에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다시 채워 주기만 한다면, 성연이 가진 것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성연은 고개를 숙여 쇼핑백 속의 물건들을 들여다보았다.유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옷들은 모두 자기 연령대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다.진미선이 꽤나 신경을 써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다.왕씨 집안에서 대우가 좀
할 말을 끝낸 성연이 가려고 할 때, 보고 있던 진미선이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성연을 붙잡았다.“성연아, 엄마가 오늘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 네가 엄마를 한 번 더 도와주는 게 어떻겠니?”지난번에 제왕그룹과의 협력 후, 꽤나 재미를 본 왕대관은 수중에 방치된 프로젝트 몇 개를 제왕그룹 쪽에서 받아 주기를 바랬다. 그렇게만 되면 제왕그룹과 확실하게 연결될 텐데.그리고 자신에 대한 시어머니의 태도 또한 이전과 달라졌다. 하늘과 땅 차이로.요즘은 시어머니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가끔 보양식까지 사다가 건강을 챙겨 주기도 했다.시어머니의 냉대에 익숙한 진미선에게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지 아마 그녀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니 앞으로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올 수밖에.물론 자신의 이런 모습이 매우 뻔뻔스럽다는 건 잘 알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했다.진미선이 생각할 때, 제왕그룹과의 협력은 오직 성연이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니까.성연이 동의만 한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을 터.진미선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 옷과 구두 따위를 선물한 건 모두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성연이 애초부터 파악하고 있던 사실이었다.기회를 틈타 자신에게 부탁하려던 게 진미선의 진짜 목적.성연의 눈빛이 한순간에 서늘해지며 비웃었다.“당신 모성애는 참 저렴하네요. 어째 10분도 채 못 가는지.”이렇게 눈앞에 나타나서 자신을 흔들지만 않는다면, 자신 또한 보고도 못 본 체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미선은 자신을 이용도구로만 여겼을 뿐.성연은 마음이 좀 서글퍼질려고 했다.진미선은 자신을 낳긴 했으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때로 차라리 자신을 낳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이런 부모를 가진 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고통이었다.그러나 다행히 성연의 내면은 강인했다. 한걸음한걸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기댈 필요가 없었다.성연의 냉한
속으로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런 기회를 당연히 놓칠 수는 없었다.자신도 제왕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송씨 회사 상황이 호전되어 기사회생 할 수 있을 것이다.기왕 온 이상 이번 기회를 반드시 꼭 잡아야 했다.송종철이 곧장 진미선을 향해 큰 소리로 비난했다.“진미선, 당신 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냐? 그렇게 급히 시집갈 때는 언제고, 지금 감히 성연을 찾아와?”두 사람은 조금 전 가까스로 참았던 감정이 다시 솟구쳤다.다른 사람들은 다 진미선을 비난할 수 있어도 절대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 이가 바로 송종철이었다.송종촐의 비난에 진미선은 금세 화가 나 반박했다.“당신은 뭐 얼마나 잘했다고 그래? 성연이 태어났을 때, 한 번 안아본 적이나 있어?”“그래? 성연이 열 나는데 당신 어머니 다리가 불편해서 못 움직일 때, 누가 한밤중에 성량을 병원까지 데려갔어? 의사가 한 발만 더 늦었어도 목숨을 못 구했을 거라고 말할 때, 그때 엄마라는 너는 어디에 있었어?”사실 그 당시 상황은 송종철이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당시 그는 막 임수정과 재혼해서 함께 따끈따끈하던 신혼이었다.또 임수정이 성연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그가 어떻게 먼저 나서서 성연을 병원에 데려다 주었겠는가?성연의 외할머니는 성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나 송종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에 시끄러워 잠도 잘 수 없었던 송종철이 마지못해 성연을 데리고 병원에 간 것이다.병원에 데려가 의사에게 보인 후 그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듯 잠잘 곳을 찾아 가버렸다. 성연이 살든 죽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마치 성연에게 엄청나게 잘한 것처럼 들렸다.이런 말을 하면서도 송종철은 조금도 부끄러움이란 걸 몰랐다.진미선도 이에 질 세라 송종철의 밑바닥을 들추기 시작했다.“나는 정기적으로 성연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었어. 당신은 성연이에게 한 푼이라도 준 적이 있어? 시골에서 먹고 입고한 것들 모두 내가 준
송종철이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다.성연을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그 돈이 너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성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딸을 팔았어요. 팔린 당사자인 내가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단 말이에요? 게다가, ‘정자’를 제공한 것 외에 나를 키우기라도 한 적 있어요? 나를 키운 사람은 외할머니였지 당신이 아니잖아요.”이어 성연이 몸을 돌려 진미선을 향해 말했다.“제왕그룹을 소개해 주며 한 번의 인정을 베푼 것으로 계산이 끝났어요. 다음은 없어요! 돌아가서 남편에게 전하세요. 이 합작을 잘 끌고가고 싶으면 남의 힘으로 이득 볼 생각 말고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내놓으라고요. 그럼 제왕그룹도 한번쯤은 고려해 보겠죠.”애초 진미선을 도울 때, 이득을 본 진미선이 한 번으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진미선에게 무른 태도를 보이지 않으리라 성연도 마음을 정한 터였다.인정 부채도 부채였다. 자신은 진미선에게 부채가 있었지만, 이번 합작이 소개해주며 소멸된 셈이다.물론 자신도 장사꾼이다. 만약 진미선의 남편이 정말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합작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진미선이야 물론 좀 얄미웠지만, 돈과 못 지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성연아, 제왕그룹이 북성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너도 알잖니? 잘한다 해도 네가 한 마디 안 해주면 제왕그룹이 받아주겠니? 성연아, 그러지 말고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한 번 더 도와줘.” 진미선은 다시는 그런 냉대를 받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시어머니가 이제 간신히 자신에 대한 태도를 좀 누그러트렸는데, 만약 그녀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그전보다 더욱 심해질 게 뻔했다.진미선은 정말 겁이 났다.“진 여사님, 제왕그룹이 어떻게 당신을 돕게 됐는지는 그쪽 사람들이 이미 이유를 말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단지 인정상의 부채를 갚았을 뿐이에요. 제왕그룹 같은 그런 큰 그룹이 내가 하라 한다고 할 거라 생각하세요?” 성연이 냉소를 띈 채 진미선을 바라보았다.지금까지도 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