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1352 챕터

제1181화 꼭 나를 보러 와요

금세 성연이 유럽의 학교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성연을 위해 직접 전세기를 띄운 무진은 성연을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비행기 안에는 조종사와 승무원을 제외하고 성연 혼자뿐이라 무척 조용했다.과자가 가득 담긴 커다란 봉지를 든 주연정이 성연을 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성연아, 성연아.”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던 성연은 얼른 주연정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받으러 갔다. 이 봉지의 무게는 아마 주연정의 절반은 될 터였. ‘도대체 뭘 그렇게나 많이 샀는지.’ 성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연정아, 너 뭘 이렇게 많이 샀니?”무진이 먼저 앞으로 다가가 과자가 담긴 봉투를 받아서는 한쪽에 선 채 두 사람에게 먼저 시간을 양보했다.어느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주연정이 성연의 어깨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흑흑흑, 성연아, 이번에 가면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어깨의 촉촉함을 느낀 성연의 마음이 모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주연정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성연이 말했다.“별거 아니야, 방학하면 돌아올 거야. 만약 내 생각 나면 네가 유럽으로 나를 찾아와도 되고.”주연정도 그러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해외로 나가기에는 좀 어려운 형편.주연정이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듯 말했다.“내가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아서 꼭 너를 찾아갈 게.”성연은 연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만 할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연정의 우정은 순수하고 담백했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그대로.북성남고에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 성연 또한 주연정 같은 친구만 사귀고 싶었다.대답을 듣지 못하고 고개를 둔 주연정이 눈시울이 붉었다. 눈에는 짙은 아쉬움을 한가득 띈 채.“너 꼭 돌아와서 날 만나야 해. 기억해. 나는 네가 너무 그리울 거야.”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쉰 뒤에 손을 뻗어 주연정을 안았다.“걱정 마, 꼭 그럴게.”주연정은 성연의 손을 잡아당겼다. 무진이 한 옆에 선 무진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사실 성연에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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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내가 어떻게 너를 속일 수 있겠니

몇 시간 후, 성연은 순조롭게 파리에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 성연은 무진에게 연락했다.호텔의 푹신한 침대에 누워 턱을 괸 채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곧이어 휴대폰 화면에 무진의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이 엠파이어 하우스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서류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은 화면을 사이에 둔 채 마주보았다. 가까운 듯 또 아주 먼 듯했다.어느 순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 채 아무 말도 없었다.성연을 바라볼 때면 늘 냉기를 머금은 듯한 무진 눈동자가 순식간에 따뜻함을 머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마저 부드러워지는 듯했다.“네가 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 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아직 새털 같은 시간들이 남았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성연은 모처럼 무진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도, 무진 씨가 보고 싶어요.”말하는 성연의 얼굴에 옅은 분홍 빛이 피어났다. 모처럼 보이는 부끄러운 기색.이런 모습은 어쩌면 무진 앞에서만 드러낼 터.무진의 마음은 이미 보들보들해졌다.‘아, 송성연, 왜 이리 사랑스러운 거니? 당장 네 곁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게 한이다.’‘하지만, 아직은 안 돼. 미스터 제이슨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는.’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무진이 스크린을 사이에 둔 채 성연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시간이 나는 대로 너를 만나러 갈게.”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씨 집안의 상황으로 봐서 일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자신 도한 무진의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어쨌든 이런 시기에 무진이 손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언제요?”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침대 시트 위를 반복해서 문지르며 무진을 바라보는 성연의 얼굴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금방, 약속할 게.” 먼 유럽에 있는 성연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무진은 모든 사람들의 일을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어 처리할 생각이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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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심재환

푹 휴식을 취한 후, 그 다음날 성연은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다.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성연이 약속 장소로 향했다.창가에는 용모가 준수한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캐주얼한 차림의 남자는 위로 쭉 뻗은 장신이었고 아주 고고한 분위기를 지녔다.레스토랑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뛰어난 이목구비에 수시로 돌아보았다.입꼬리를 당겨 올린 성연이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툭 쳤다.“오랜만에 봤는데 당신 매력은 여전하네.”성연을 돌아본 남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밝아지며 눈에 기쁜 마음이 오롯이 드러났다.“너 드디어 왔네. 나는 네가 나한테 장난 친 줄 알았어.”성연이 의자를 당겨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이렇게 큰 일을 어떻게 속이겠어?”“왔으니 됐어. 너무 오래 너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보고 싶어 병이 다 났다고.” 남자의 갸름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눈에 웃음이 가득 담기자 저도 모르게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었다.워낙 많이 본 터라 면역력이 생긴 성연은 여심을 자극하는 듯한 남자의 눈을 못 본 체하며 말했다.“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되지.”“얼른, 주문해. 배고파. 너무 기뻐서 완전히 속을 비운 채 너를 만나러 왔어.” 남자는 성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성연도 사양하지 않고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주문했다.성연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심재환.예전에 스승님께 구조되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그곳에서 한동안 같이 생활한 적이 있었다.현재 심재환은 유럽에서 그 이름을 아주아주 날리고 있다. 자신의 명의로 된 회사 브랜드와 제품들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 마디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심재환도 메뉴를 골랐다. 메뉴를 고르는 내내 성연과 대화를 나누면서.“고 사부님은 요즘 좀 어떠셔?” 심재환은 늘 마음에 담고 있다. 만약 성연의 스승 고학중이 아니었다면 오늘 자신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매년 그의 회사에서 의료 사업에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것 역시 고학중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나도 스승님을 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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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뜻밖의 만남

성연이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무진의 생활도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지금 강씨 집안의 상황으로서는 무진이 멈출 수가 없었다.이를 악물고 WS그룹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계속해서 쓸어내야 했다.호텔 안, 무진이 앉아 있는 자리 옆으로 그룹의 주요 파트너들이 함께 했다.테이블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했고, 사람들 앞에 가득 찬 술잔이 놓여 있었다. 짙은 향을 풍기는 술은 한눈에 봐도 최상품이다.그 중의 한 중년 남성이 일어났다.“강 대표, 내가 한 잔 올리지요. 강 대표 정말 선견지명이 있습니다.”무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러분들 정말 저를 난처하게 하시는 군요. 여러분들이 뒤에서 저를 지지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WS그룹을 굳게 믿고 선택하신 만큼 절대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무진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몇 사람 역시 연이어 일어섰다.“그건 당연히 강 대표의 능력이지요. 우리 모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강 대표를 선택한 우리의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네, 맞습니다. 강 대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우리 이 늙은이들은 그저 강 대표만 믿고 돈을 벌게 됐습니다.”“걱정 마십시오. 여러분께서 성심성의껏 협력하시는 만큼 저는 절대 어느 누구도 푸대접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무진이 잔을 들고 사람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잔 속의 술을 한 번에 마셨다.“그렇지, 역시 강 대표는 시원시원해.” 누군가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동시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술잔을 비워 자신들의 마음을 내보였다.술잔을 흔들며 저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 무진의 입꼬리도 따라서 살짝 올라갔다.이 파트너들은 모두 호탕한 성격에 야심도 있었다. 또 모두 착실한 사람들이라 무진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이들과 교제했다.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소지연은 무진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미리 조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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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제발 입 좀 다물어

술이 세 순배쯤 돌자 동업자들이 속속 자리를 떠났다.룸이 텅 빌 때까지 기다렸던 무진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마를 짚고 있는 무진도 이미 몹시 취한 상태.무진 옆으로 다가간 손건호가 무진을 부축해서 일으키려 했다.“보스, 돌아가시죠.”바로 이때 소지연이 다른 룸에서 걸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무진 오빠, 취했군요.”소지연은 옆방에 있는 내내 무진이 있는 이쪽의 동정을 살폈다.그녀가 오늘 이곳에 식사를 하러 온 것도 무진이 올 것을 알았기 때문.소지연은 바로 걸어 들어가 무진의 다른 한쪽 팔을 잡았다.“손 비서, 내가 무진 오빠를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무진 오빠가 이렇게 취할 정도면 손 비서도 힘들 거 아네요?”손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힘껏 무진을 일으켜 세웠다. 소지연은 자신의 말을 거절하는 손건호를 보며 핸드백을 단단히 맨 채 엉덩이를 흔들며 그 뒤를 따라갔다.주차장에 도착한 손건호는 무진을 뒷좌석에 앉힌 후에 자신은 앞의 운전석에 앉았다.소지연도 따라서 차에 올라탔다. 핸드백을 왼손에 꼈다. 이렇게 해야 무진과 좀 더 가까이 앉을 수 있으니까.뒷자리에 앉은 무진은 이미 거의 옆으로 쓰러질 듯 누운 상태로 연신 몸이 흔들거렸다.무진과 가까이 다가가 앉았던 소지연은 일부러 더 옆으로 옮겨 앉으며 무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대게 했다.무진의 청량한 기운이 소지연의 코를 가득 채웠다.그녀의 가슴에 만족감으로 가득 찼다.강무진은 자신의 것일 수밖에 없었다.‘계속 이러고 있는다면 좋겠다.’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송성연이 끼여 있었다.성연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명실상부하게 무진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시간을 들여 증명할 것이다. 자신이야 말로 강무진에게 가장 적합한 여자임을.차창을 통해 서로 바싹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바로 자신과 강무진의 모습이.소지연의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핸드백에서 휴대폰을 살짝 꺼낸 소지연은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매 장마다 무진이 화면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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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지만 소지연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극히 조심하면서 엠파이어 하우스까지 무진을 바래다주었다.거실에 도착한 소지연이 무진에게 바짝 다가 앉으려 했다.하지만 비록 취했지만 의식은 여전히 명료했던 무진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몸을 힘겹게 세워 일어났다. 그러자 소지연도 얼른 따라 일어났다.“무진 오빠, 어디 가요?”무진이 앞으로 계속 걸어가며 귀찮다는 듯 한 마디로 대답했다. “침실.”소지연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무진의 앞을 가로막고 선 채 나긋이 말했다.“무진 오빠, 물 좀 마시고 정신을 차려 봐요. 안 그럼 내일 일어날 때 힘들어요.”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무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그러나 무진이 은연 중에 느끼기에 지금 소지연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게 이상했다.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됐어.”무진이 이런 상태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그러니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 지 모른다.꿍꿍이가 담긴 눈을 한 채 소지연의 입가에 간드러지는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무진의 거절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다.무진을 부축해서 소파에 앉히고는 주방에 가서 물잔에 물을 따랐다.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핸드백에서 하얀 가루가 든 투명 봉지를 하나 꺼내더니 물잔에 털어 넣었다.물잔에 들어간 하얀 가루는 곧바로 물에 녹아 들었다.잔을 살살 흔들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지연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다시 거실로 나온 소지연이 물잔을 무진에게 건넸다.“무진 오빠, 물을 좀 마셔요. 깰 때 힘들지 않게요.”정말 마시고 싶지 않았던 무진은 눈을 감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평소 차가운 기운을 내뿜던 눈동자가 어딘가 약간 몽롱해 보였다.“안 마셔.”무진이 다시 소지연의 권유를 거부했다. 소지연은 물잔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을 주었든지 손끝이 하얗게 될 정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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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진짜 취했어

무진은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성연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정신이 혼미하고 눈이 감기려 하는 와중에도 무진은 베갯머리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성연에게 영상전화를 걸었다.샤워를 하고 나오던 성연은 휴대폰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이 시간이라면 아마도 무진이 자신에게 전화한 것일 터.‘오늘 저녁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성연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띤 채 침대의 대시보드에 기대어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영상에 비친 무진의 얼굴이 술에 취해 발그스레했다.차가운 느낌의 흰 피부인 무진의 볼이 지금 유난히 빨갛게 달아오른 듯이 보였다.그 모습이 평상시의 차갑고 딱딱한 강무진에게 인간미를 더했다.성연이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술 마셨어요?”술을 마신 강무진은 평소와 딴판이었다.본래의 모습과 다른 반전미가 있었다.무진이 성연의 물음에 고분고분 대답했다.“응, 회사의 중요한 파트너와 함께 마셨어. 기분이 좋아서 좀 많이 마셨어.”사실 무진은 회식 자리에 참석하기 전에 성연에게 먼저 일정표를 보냈던 것.그러나 평소 술을 절제하는 편이었던 무진이 이렇게 취할 때가 있다니 다소 의외로 여겨지는 성연이다.성연은 볼수록 무진의 이런 모습이 진짜 마음에 들었다.성연의 심미적 관점에서야 무진이 어떤 모습을 하든 다 마음에 들겠지만 말이다.성연은 괜히 무진에게 타박을 주었다.“술 마시고 취했으면 그냥 자지, 나한테 전화는 왜 했어요?”“보고 싶어서.” 반사적으로 무진의 입에서 아무 거칠 것 없는 대답이 나왔다.그저 무진과 장난을 치고 싶었던 성연은 그의 솔직한 고백에 얼굴이 달아올랐다.성연의 볼에도 엷은 핑크빛이 떠올랐다.“무진 씨, 당신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강무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방금 한 말만 들었다면 닳고 닳은 연애고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혹시 남자들은 이런 쪽으로는 모두 알아서 깨우치기라도 하는 거야?’성연의 물음은 무진을 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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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빈틈을 타고 들어오다

성연이 혀를 차며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무진에게 말했다.“제대로 쉬어야죠.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다고요.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죠, 우리 사랑하는 강 대표님. 설마 내일 출근도 잊은 건 아니겠죠?”성연의 말에 무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거만한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대표야. 출근하고 싶을 때 하면 돼. 나한텐 네가 제일 중요해.”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한결같이 성연을 얘기했다. 그 말들에 성연의 가슴이 두근두근 마구 뛰었다.‘역시 무진 씨는 진지할 때가 좋아.’‘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굴면 도저히 감당이 안돼.’무진은 계속 주의를 당부하며 잔소리했다.“밖에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네가 알아서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해.”자신이 성연의 곁에 있을 수 없다 보니, 안전에 대한 주의가 무진의 입에서 줄어들지가 않았다.오늘 밤 무진이 표현하는 모든 행동거지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성연은 속으로 무척 기분이 좋았다.강무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이 모습들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기에.성연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요. 무진 씨도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얼른 가서 쉬어요.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내가 마음이 아프잖아요. 옳지, 착하지?”“그래, 나 이제 자러 갈게, 굿 나잇.” 무진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살짝 쓸었다.마치 이렇게 하면 성연을 만질 수 있기라도 한 듯이.그 모습에 성연의 마음이 녹아들 것 같았다. “안녕, 좋은 꿈 꿔요.” 성연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였다.휴대폰을 내려놓은 무진은 바로 베개 위에 머리를 뉘었다.오늘 저녁 내내 지친 데다가 알코올의 영향 때문인지 무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무진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며 성연은 자신의 심장을 쓸었다.“쿵, 쿵, 쿵” 세차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가 팔에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전달되었다.자신의 심장이 오로지 강무진 한 사람으로 인해 뛰고 있었다.이런 형언하기 힘든 묘한 느낌이 성연은 달가웠다.성연은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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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잠이 들었던 무진은 잠결에 온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그리고 몸의 열기를 식히려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자 결국 더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을 뜬 무진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잠옷 상의는 단추 두세 개가 풀린 채 훤히 열려 있었다.아직 술이 깨지 않았던 무진은 무의식 중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차가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다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그때까지 소지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진의 침실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따금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차에 침실 안에서 무진이 비틀거리며 나왔다.휴대폰을 내린 소지연이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확실한 타이밍이 되었다 싶자 소지연은 허리를 흔들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무진 오빠.” 소지연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이 끈적거렸다. 무진을 향한 시선도 요염해졌다.얼굴에는 무진을 향한 유혹의 표정이 짙게 드러났다.무진의 귀에 웬 여자의 음성이 들렸지만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소지연은 이미 돌아갔다고 생각한 무진.그래서 앞에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무진이 대답하지 않아도 소지연은 개의치 않고 무진에게 다가갔다.“무진 오빠, 오빠가 냉수로 샤워할 수 있게 도와 줄게요. 많이 힘들 게 틀림없어, 그렇죠?”소지연이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습한 열기가 끊임없이 무진의 귀 속으로 파고들었다. 소지연은 무진을 자극해서 이성을 잃게 만들 생각이었다.무진은 눈 앞에서 들리는 음성이 낯익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가슴에 담고 있던 이름이 입밖으로 나왔다.“송성연? 성연아.”소지연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정말이지 송성연에 대한 무진의 감정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서도 무진은 성연의 이름을 불렀다.자신은 어쩌면 평생 이런 애정을 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뭐 어때?’감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강무진을 손에 넣지 못할 것이다.무진과 소씨 집안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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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소지연의 계획이 성공하기 직전, 무진의 입술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순간 손건호가 거실에 나타났다.미간을 찌푸린 손건호가 소지연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소지연 씨, 뭐하는 겁니까?”남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거실에 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소지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연이 떠났을 리는 없으니 분명히 문제가 생긴 것.사고가 생겼음을 깨달은 순간 손건호는 집안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다.그러다 이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승리를 바로 눈앞에 두고 놓친 소지연이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감정이 가득 실렸다.“손 비서가 뭘 어쩔 건데요?”소지연의 분노를 무시한 손건호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으로 말했다.“소지연 씨, 돌아가세요!”화가 난 소지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는 거예요?”‘한낱 비서 주제에 내 머리 위에 오르려고 하다니. 도대체 자신의 위치는 생각지도 않는단 말이야?’설사 손건호가 무진의 심복이라 하더라도 대놓고 자신을 도발할 수는 없는 법.손건호는 소지연을 전혀 겁내지 않고 냉담하게 소리쳤다.“저는 미래의 작은 사모님 지시를 따라 보스를 잘 돌봐 드려야 합니다. 돌아가시죠. 그러지 않으면 무례함을 불사할 겁니다!”소지연 같이 낯짝이 두꺼운 사람을 대할 때는 조금의 연민이나 배려도 필요 없었다.소지연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손 비서, 자신의 신분을 잊지 말기를 바래요. 상관해서는 안될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소지연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버젓이 손건호와 시선을 마주쳤다.무표정한 얼굴로 소지연을 쳐다보는 손건호의 눈에 냉기가 서렸다.“나는 소지연 씨가 말한 상관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나는 지시를 따를 줄 밖에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명문가 규수인 소지연 씨가 제 보스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소문이라도 난다면 소씨 집안의 체면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군요.”“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 소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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