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혀를 차며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무진에게 말했다.“제대로 쉬어야죠.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다고요.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죠, 우리 사랑하는 강 대표님. 설마 내일 출근도 잊은 건 아니겠죠?”성연의 말에 무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거만한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대표야. 출근하고 싶을 때 하면 돼. 나한텐 네가 제일 중요해.”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한결같이 성연을 얘기했다. 그 말들에 성연의 가슴이 두근두근 마구 뛰었다.‘역시 무진 씨는 진지할 때가 좋아.’‘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굴면 도저히 감당이 안돼.’무진은 계속 주의를 당부하며 잔소리했다.“밖에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네가 알아서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해.”자신이 성연의 곁에 있을 수 없다 보니, 안전에 대한 주의가 무진의 입에서 줄어들지가 않았다.오늘 밤 무진이 표현하는 모든 행동거지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성연은 속으로 무척 기분이 좋았다.강무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이 모습들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기에.성연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요. 무진 씨도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얼른 가서 쉬어요.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내가 마음이 아프잖아요. 옳지, 착하지?”“그래, 나 이제 자러 갈게, 굿 나잇.” 무진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살짝 쓸었다.마치 이렇게 하면 성연을 만질 수 있기라도 한 듯이.그 모습에 성연의 마음이 녹아들 것 같았다. “안녕, 좋은 꿈 꿔요.” 성연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였다.휴대폰을 내려놓은 무진은 바로 베개 위에 머리를 뉘었다.오늘 저녁 내내 지친 데다가 알코올의 영향 때문인지 무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무진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며 성연은 자신의 심장을 쓸었다.“쿵, 쿵, 쿵” 세차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가 팔에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전달되었다.자신의 심장이 오로지 강무진 한 사람으로 인해 뛰고 있었다.이런 형언하기 힘든 묘한 느낌이 성연은 달가웠다.성연은 옆으로
잠이 들었던 무진은 잠결에 온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그리고 몸의 열기를 식히려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자 결국 더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을 뜬 무진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잠옷 상의는 단추 두세 개가 풀린 채 훤히 열려 있었다.아직 술이 깨지 않았던 무진은 무의식 중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차가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다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그때까지 소지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진의 침실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따금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차에 침실 안에서 무진이 비틀거리며 나왔다.휴대폰을 내린 소지연이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확실한 타이밍이 되었다 싶자 소지연은 허리를 흔들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무진 오빠.” 소지연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이 끈적거렸다. 무진을 향한 시선도 요염해졌다.얼굴에는 무진을 향한 유혹의 표정이 짙게 드러났다.무진의 귀에 웬 여자의 음성이 들렸지만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소지연은 이미 돌아갔다고 생각한 무진.그래서 앞에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무진이 대답하지 않아도 소지연은 개의치 않고 무진에게 다가갔다.“무진 오빠, 오빠가 냉수로 샤워할 수 있게 도와 줄게요. 많이 힘들 게 틀림없어, 그렇죠?”소지연이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습한 열기가 끊임없이 무진의 귀 속으로 파고들었다. 소지연은 무진을 자극해서 이성을 잃게 만들 생각이었다.무진은 눈 앞에서 들리는 음성이 낯익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가슴에 담고 있던 이름이 입밖으로 나왔다.“송성연? 성연아.”소지연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정말이지 송성연에 대한 무진의 감정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서도 무진은 성연의 이름을 불렀다.자신은 어쩌면 평생 이런 애정을 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뭐 어때?’감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강무진을 손에 넣지 못할 것이다.무진과 소씨 집안과의
소지연의 계획이 성공하기 직전, 무진의 입술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순간 손건호가 거실에 나타났다.미간을 찌푸린 손건호가 소지연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소지연 씨, 뭐하는 겁니까?”남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거실에 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소지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연이 떠났을 리는 없으니 분명히 문제가 생긴 것.사고가 생겼음을 깨달은 순간 손건호는 집안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다.그러다 이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승리를 바로 눈앞에 두고 놓친 소지연이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감정이 가득 실렸다.“손 비서가 뭘 어쩔 건데요?”소지연의 분노를 무시한 손건호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으로 말했다.“소지연 씨, 돌아가세요!”화가 난 소지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는 거예요?”‘한낱 비서 주제에 내 머리 위에 오르려고 하다니. 도대체 자신의 위치는 생각지도 않는단 말이야?’설사 손건호가 무진의 심복이라 하더라도 대놓고 자신을 도발할 수는 없는 법.손건호는 소지연을 전혀 겁내지 않고 냉담하게 소리쳤다.“저는 미래의 작은 사모님 지시를 따라 보스를 잘 돌봐 드려야 합니다. 돌아가시죠. 그러지 않으면 무례함을 불사할 겁니다!”소지연 같이 낯짝이 두꺼운 사람을 대할 때는 조금의 연민이나 배려도 필요 없었다.소지연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손 비서, 자신의 신분을 잊지 말기를 바래요. 상관해서는 안될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소지연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버젓이 손건호와 시선을 마주쳤다.무표정한 얼굴로 소지연을 쳐다보는 손건호의 눈에 냉기가 서렸다.“나는 소지연 씨가 말한 상관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나는 지시를 따를 줄 밖에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명문가 규수인 소지연 씨가 제 보스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소문이라도 난다면 소씨 집안의 체면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군요.”“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 소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소지연을 쫓아 보낸 후에 손건호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보스, 어떻게 된 겁니까?”그런데 무진을 보던 손건호는 그제야 무진의 상태가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보스 강무진이 자신의 옷을 찢었다.손건호는 과감하게 무진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본 후에 다시 자신의 체온과 비교해 보았다.그제야 무진의 이마는 정상인보다 온도가 더 높았다. 열이 난 게 확실했다.온몸에 발적이 일어난 상태로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이다.자신의 보스는 절제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그런 보스가 지금 이 정도로 힘들어하다니, 무진이 정말 참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보스, 어디가 안 좋으신 겁니까?” 손건호가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초조한 마음에 정신줄을 놓고 있던 손건호는 갑자기 성연의 의술이 떠올랐다.이건 성연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즉시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무진의 상태를 설명했다.“작은 사모님, 지금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의사를 불러야 할까요?”손건호의 말을 듣고 있던 성연은 속으로 몰래 비명을 질렀다. 무진이 소지연의 덫에 걸린게 분명했다.소지연의 간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대놓고 엠파이어 하우스에서 일을 벌이다니.‘세상에, 눈에 뵈는 게 없구나.’하지만 지금 성연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무진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중요했다.성연은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지금 당장, 얼음을 채운 욕조에 무진 씨를 넣어요.]“네, 작은 사모님, 즉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손건호가 바로 대답했다.[잠깐, 우선 전화 끊지 말고 내 말 대로 한 다음에 말해요. 그러면 내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손 비서님에게 다시 알려줄 게요.]성연이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지금 무진은 대단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얼음물에 몸을 담그면 고통을 좀 줄일 수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 즉시 집사를 깨운 손건호는 고용인을 시켜 얼음을 준비하게 지시했다.주방의 냉장고 냉동실에 이
손건호는 황급히 창고로 달려 가서 약재들을 찾았다. 적힌 약재를 모두 찾은 후에 성연이 시킨 대로 분말을 만들기 시작했다.분말로 간 약재를 물에 타서 무진에게 먹인 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진의 반응을 지켜보았다.무진의 몸에 나타났던 약효는 억제되더니 서서히 사라졌다.드디어 술에 취해 있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무진은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몸은 욕조에 누운 채였다.이제 정상적인 체온을 회복한 무진은 얼음물 속에 담긴 몸이 어느새 달달 떨려오며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조심스럽게 무진을 지켜보던 손건호가 물었다.“보스, 괜찮으세요?”손건호의 음성을 들은 무진이 되려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손건호는 우물쭈물하며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어쨌든 소지연은 무진이 무척이나 신뢰했던 이였다.그런데 이런 짓을 벌였으니 어쩌면 무진은 믿지 않을 지도 모른다.무진은 뇌 한쪽이 텅 빈 듯했다. 깨기 전의 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자신의 몸이 아주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알아야 했다.아직 손건호와의 통화를 이어가던 성연은 손건호가 대답을 못하는 것을 보고 직접 입을 열었다.[무진 씨, 얼른 가서 쉬어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요 내일 일어나서 다시 이야기해요.]“송성연.”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무진은 성연의 음성에 표정이 많이 풀렸다.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무진 씨 마음에 의아함이 있을 줄 알아요. 하지만 지금 무진 씨 몸이 많이 힘들 테니 내일 깨면 손 비서가 오늘 있었던 일들 모두 보고할 거예요. 됐죠?]무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무진을 설득하자 성연의 입에서 돌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다행히 무진은 별탈 없었다. 소지연의 약은 그냥 보통약일 뿐이었다.“보스, 제가 침대까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손건호가 무진을 욕조에서 부축했다.무진은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었다.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으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성연이 이렇게 정중한 감사인사를 전하자 손건호는 좀 쑥스러웠다.잠시 웃다가 소지연을 떠올린 성연은 그 얼굴 꼴도 보기 싫었다.“손 비서님이 지켜보면서 소지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세요.”간신히 기회를 잡아 무진에게 약을 먹였을 소지연이 그렇게 순순히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속에 또 무슨 나쁜 생각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소지연 그 여자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던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저도 알고 있습니다.”막 성연과 통화를 끝내니 과연 소지연이 다시 돌아왔다.소지연은 걱정스러운 체하며 물었다.“손 비서님, 무진 오빠는 어때요? 몸에 별다른 점은 없어요?”조금 전까지 손건호와 칼을 겨누더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편안한 얼굴로 말을 걸었다.정말이지 그녀의 멘탈에 탄복할 정도다. 연기가 너무 뛰어났다.그러니 무진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제야 그 본성을 드러낸 것일 터.손건호는 굳은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다.“신경 쓰지 마시죠. 보스는 이미 잠이 들었으니 돌아가세요.”이 사단의 주범이 바로 소지연 자신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정말 역겨웠다.화가 난 소지연이 손건호를 노려보았다.“어쨌든 나도 무진 오빠의 손님이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태도로 나를 대해요?”이전에는 손건호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아도 본 듯 만 듯하며 넘어갈 수 있었다.다시 와서 봐도 손건호는 역시 이처럼 제 분수를 몰랐다.소지연은 겉으로는 몹시 화가 난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놀라는 중이었다.‘왜 약효가 나타나지 않아? 아까 분명히 발작을 일으키는 걸 봤는데?’그녀는 자기 좋을 대로 계산을 끝냈다. 송성연은 멀리 외국에 나가 있어서 돌아올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무진이 발작을 일으키면 그 곁에는 오직 자신뿐일 터. 결국 무진은 자신을 선택하게 될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약효가 사라졌다.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게 다 자신과 맞서고 있었다!손건호는 무진의 방 입구에 선 채 조금도
손건호가 무슨 말을 하든 소지연은 제자리에 딱 붙어 선 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무진에게 엉기려는 게 분명했다.무진이 보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손건호는 너무 온화한 태도는 소지연에게 전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손건호가 차가운 음성으로 경고했다.“소지연 씨, 지금 우리 작은 사모님이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 작은 사모님 무척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미 보스를 위해 치료제를 만들어 냈거든요. 소지연 씨가 보스에게 한 일에 대해서는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지요.”소지연은 속으로 저도 모르게 떨었다.무진의 상태가 어째서 이렇게 빨리 완화되었는지도 이제 알게 되었다.‘송성연은 정말 대단해. 여기에 없으면서도 날 이렇게 화나게 하다니.’“나와 무진 오빠 사이에 이 일이 뭐 대단하다고? 무진 오빠는 나를 탓하지 않을 거야.”소지연이 계속 고집을 피웠다.사실은 그녀도 무진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러나 손건호 앞에서 지고 싶지 않은 소지연.“그랬으면 좋겠네요.” 손건호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소지연이 자기자신을 너무 믿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나와 무진 오빠 사이의 친분을 생각해 보시죠.” 콧방귀를 뀌며 손건호를 바라보는 소지연의 눈에 혐오감이 떠올랐다.손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 그때 지나가던 집사를 향해 손건호가 말했다.“집사님, 운전기사를 시켜서 소지연 씨 좀 바래다 드리도록 하세요.”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지연 앞에 가서 청하는 자세를 취했다.“가시죠.”소지연은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손건호를 째려보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결국 마지못해 집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손건호에게는 함부로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집사는 그렇지 않았다.수십 년간 강씨 집안을 지킨 집사다. 만약 이 일을 안금여와 강운경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다.손건호는 여전히 문 가에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소지연을 배웅하기 위해 나갔던 집사는 소지연에게 운전기사를
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때, 무진이 눈을 떴다.매일 생체시계가 이 시간에 맞춰져 있어서 아무리 늦게 자도 이 시간에 깼다.어젯밤 성연의 말 대로 지은 약의 효과인지 무진은 기분이 상쾌했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한 느낌도 사라지고 없었다.하지만 무진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일어난 무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여니 손건호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밤을 꼬박 새운 손건호의 양복이 후줄근했다. 핏발이 선 눈으로 무진을 보자 바로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보스, 깨셨습니까?”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여기서 밤새 지켰어?”손건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이 마침내 왔다.하지만 보스도 조만간 이 일에 대해 알아야 했다.“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진이 거실 소파에 앉자 손건호도 따라갔다.손건호는 어젯밤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무진에게 보고했다.“어젯밤에는 작은 사모님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스의 상태가 걱정되신 사모님이 저를 시켜 지켜보게 했는데, 다행히 보스가 깨셨네요.무진은 몸이 살짝 굳은 상태였다. 얼굴은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소지연이 나에게 약을 먹였다고?”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손건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사실 소지연이 벌인 일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게 아니었다.온천호텔에 있을 때 소지연이 보여준 행동, 그리고 그를 유혹하던 말 등 모두 자신에 대한 소지연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다만 그때 자신은 소지연을 무척이나 믿었고 또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지난번에는 그저 성연의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성연은 소지연의 목적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던 것.‘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이것도 못 알아차리고.’성연을 생각하던 무진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얼른 내 휴대폰을 가져와. 성연이에게 전화를 걸어야겠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