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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지만 소지연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극히 조심하면서 엠파이어 하우스까지 무진을 바래다주었다.

거실에 도착한 소지연이 무진에게 바짝 다가 앉으려 했다.

하지만 비록 취했지만 의식은 여전히 명료했던 무진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몸을 힘겹게 세워 일어났다. 그러자 소지연도 얼른 따라 일어났다.

“무진 오빠, 어디 가요?”

무진이 앞으로 계속 걸어가며 귀찮다는 듯 한 마디로 대답했다.

“침실.”

소지연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무진의 앞을 가로막고 선 채 나긋이 말했다.

“무진 오빠, 물 좀 마시고 정신을 차려 봐요. 안 그럼 내일 일어날 때 힘들어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무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그러나 무진이 은연 중에 느끼기에 지금 소지연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게 이상했다.

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됐어.”

무진이 이런 상태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 지 모른다.

꿍꿍이가 담긴 눈을 한 채 소지연의 입가에 간드러지는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무진의 거절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다.

무진을 부축해서 소파에 앉히고는 주방에 가서 물잔에 물을 따랐다.

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핸드백에서 하얀 가루가 든 투명 봉지를 하나 꺼내더니 물잔에 털어 넣었다.

물잔에 들어간 하얀 가루는 곧바로 물에 녹아 들었다.

잔을 살살 흔들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지연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다시 거실로 나온 소지연이 물잔을 무진에게 건넸다.

“무진 오빠, 물을 좀 마셔요. 깰 때 힘들지 않게요.”

정말 마시고 싶지 않았던 무진은 눈을 감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평소 차가운 기운을 내뿜던 눈동자가 어딘가 약간 몽롱해 보였다.

“안 마셔.”

무진이 다시 소지연의 권유를 거부했다.

소지연은 물잔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을 주었든지 손끝이 하얗게 될 정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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