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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거예요

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때, 무진이 눈을 떴다.

매일 생체시계가 이 시간에 맞춰져 있어서 아무리 늦게 자도 이 시간에 깼다.

어젯밤 성연의 말 대로 지은 약의 효과인지 무진은 기분이 상쾌했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한 느낌도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무진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일어난 무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여니 손건호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밤을 꼬박 새운 손건호의 양복이 후줄근했다. 핏발이 선 눈으로 무진을 보자 바로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보스, 깨셨습니까?”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여기서 밤새 지켰어?”

손건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이 마침내 왔다.

하지만 보스도 조만간 이 일에 대해 알아야 했다.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진이 거실 소파에 앉자 손건호도 따라갔다.

손건호는 어젯밤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무진에게 보고했다.

“어젯밤에는 작은 사모님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스의 상태가 걱정되신 사모님이 저를 시켜 지켜보게 했는데, 다행히 보스가 깨셨네요.

무진은 몸이 살짝 굳은 상태였다. 얼굴은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소지연이 나에게 약을 먹였다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손건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진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사실 소지연이 벌인 일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온천호텔에 있을 때 소지연이 보여준 행동, 그리고 그를 유혹하던 말 등 모두 자신에 대한 소지연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그때 자신은 소지연을 무척이나 믿었고 또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지난번에는 그저 성연의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성연은 소지연의 목적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던 것.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이것도 못 알아차리고.’

성연을 생각하던 무진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얼른 내 휴대폰을 가져와. 성연이에게 전화를 걸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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