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성연은 평소대로 심지환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다 먹고 나서 좀 돌아다닌 후에 심지환이 성연을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너 혼자 호텔에 있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해. 여자는 호의를 베풀지 않는 사람들을 수시로 경계해야 해.”안심하지 못한 심지환이 마치 마누라처럼 옆에서 신신당부를 했다.성연이 아직 대답하지 않자 심지환은 수다스럽게 계속 말했다.“아니면 네가 이사 와서 나와 함께 살아도 괜찮아.”성연은 정말 머리가 좀 아팠다.이전부터 심지환은 계속 수다를 떠는 습관이 있었는데, 최근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다.성연은 심지환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내 자신은 내가 돌볼 거야.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안녕.”말을 끝낸 후 심지환이 반응하기도 전에 성연은 도망쳤다.차에서 성연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심지환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호텔 객실 문을 연 성연은 즉각 경계심이 발동하며 동작을 멈췄다.객실 안에서 다른 냄새가 났다.은은한 향수 냄새였다. 평소 성연은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다.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약한 잔향이다. 하지만 성연은 의술에 능통했고 코가 예민해서 쉽게 맡을 수 있었다.아마도 자신의 방에 들어온 사람은 분명 여자일 것이다.하긴 자신이 방심하는 통에 누가 객실에 침입했는지도 모른다.성연은 먼저 객실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짐들을 꼼꼼히 검사했다.다른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 성연의 노트북을 사용한 흔적이 미세하게 남았음을 예민한 감각으로 발견했다.성연은 노트북을 사용할 때 왼쪽에 두는 습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른쪽에 옮겨져 있었다.성연은 얼른 노트북을 켜고 여기저기 들어가서 확인했다. 메일 박스에 들어있던 자료들이 모두 복사된 흔적이 발견됐다.성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노트북의 메일 박스에는 은밀한 정보도 있었다.스승님께서 보내신 자료.지금 이 자료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난 성연은 호텔 로비에서 안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어젯밤에 호텔 보안시스템을 해킹해서 CCTV를 확인했다.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부분은 지워졌지만, 다른 부분이 남아 있었다.이 호텔에 묵고 있는 안나는 아직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서 범인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듯이 안나가 로비에 등장했다.성연을 본 안나는 아주 반갑다는 듯이 인사했다.“어머, 당신, 왜 여기에 있어요? 내가 아침 먹으러 내려오길 일부러 기다린 거에요?”성연이 영리하게 눈치채지 않았더라면 안나가 단순히 친절하고 착한 외국인일 뿐이라고 믿었을 터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저 웃음 뒤에는 독을 뿜는 뱀의 혓바닥이 숨겨져 있었다.안나의 인사에 맞추어 성연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받았다.“네, 안나 씨에게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우리 호텔 내의 후원에 가서 이야기 좀 하죠.”여기 호텔 로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 잠시 뒤에 손을 쓰기라도 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게 될 수도 있었다.게다가 물어보기도 곤란한 질문이니 은밀한 장소를 찾는 게 타당할 터.안나라는 이 여자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안나는 여전히 웃음을 띤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요.”안나가 앞으로 나오며 성연의 팔을 잡으려던 순간, 성연은 아무런 내색없이 안나의 팔을 피했다.안나 역시 표정의 변화없이 성연을 따라갔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후원에는 사람이 없었다.성연의 얼굴 표정이 차갑게 변하며 안나에게 손을 내밀었다.“어젯밤 내 방에 들어온 게 당신이지? 내 자료 내 놔.”자신이 범인임을 성연이 이렇게나 빨리 알아챌 줄은 전혀 몰랐던 안나는 깜짝 놀랐다. ‘보아하니, 이 계집애 역시 간단한 인물이 아닌 것 같네?’안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무슨 자료?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안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성연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안나가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이미 성연이 예
성연과 안나, 두 사람이 맞붙었다.두 사람 모두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안나는 성연이 날리는 은침을 모두 능숙하게 피했고, 안나의 비수 또한 성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다.성연은 속으로 놀랐다. ‘도대체 누가 보낸 자길래, 나와 실력이 맞먹을 정도인 거야?’여유롭게 성연의 은침을 피한 안나가 웃으며 말했다.“이봐, 어린 아가씨 실력을 몰라봤군. 임무만 아니었다면,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은침을 뿌리던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누가 당신을 보낸 거야?”안나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어머, 아직 내 말을 안 잊었어?”“내 자료 돌려줘!”성연은 자신이 안나를 찾은 목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더 궁금해지는 걸.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네가 이렇게나 초조해하는지 말이야.”안나가 얄미울 정도로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성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치를 보니 안나는 아직 그 자료를 못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그건 너에게 말해 줄 필요 없고.” 성연이 은침을 연이어 내던졌다.안나가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은침을 피했다.까다로운 상대인 것 같아 성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이 여자,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군.’하지만 자신은 반드시 자료를 되찾아 와야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나의 약점을 찾아서 치명타를 주는 수밖에.“예쁜 아가씨, 나도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내 임무는 끝이야. 끝이라고.” 안나가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는 안돼!” 단호한 음성으로 말하는 성연의 손에서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은침이 날아왔다.안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지 않고 전력을 다해 성연과 맞섰다.성연은 안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이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 안나의 동작이 더 거칠어졌다.성연은 안나에게서 바로 이런 반응을 원했다. 사람은 조급해지면 허점을 드러내기 마
무척 잘생긴 남자였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그런 남자의 단단히 각진 얼굴선이 성연을 보며 부드럽게 풀어졌다.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사형, 도와줘서 고마워요.”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섰다.성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그래도 어쨌든 사형을 만나니 좋다.’남자가 대뜸 반박했다.“사형이라고 부르지 마.”곧 이어 자신의 말투가 너무 무겁게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당시 사부님은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셨어. 그러니 사형이라는 호칭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하지만 성연에게 그런 복잡한 사정들은 상관없었다.사부 고학중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성연은 알고 있다. 어쨌든 사형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이번에도 사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성연이 불만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사형이에요.”남자의 이름은 목현수, 성연의 사형이다.은침을 사용하는 기술을 보면 성연과 동문수학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다만 어떠한 이유로 사부 고학중은 목현수를 문하에서 제명했다.목현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성연은 늘 이렇듯 고집스러웠다. 사형인 자신이 아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가끔은 사부님도 성연을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사부님이 화내셔도 겁나지 않으면 그렇게 부르던지.”묵현수가 조소하며 대꾸했다.“사부님은 나한테 화 안 내실 걸요.”성연과 목현수는 호텔 뒤 정원의 돌의자에 앉았다.“사형, 여기엔 어떻게 왔어요?” 목현수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성연은 계속 질문했다.목현수는 고학중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거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통 그 행적을 쫓기가 무척 힘들었다.지금 이곳에서 목현수를 본 성연은 속으로 아주 놀라우면서도 의아했다.“네가 여기 있으니까 내가 왔지.” 목현수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그가 농담하고 있음을 눈치챈 성연이 피식하고 웃으며 반박했다.“그럼 내가 북성에 있을 때는 왜 안 왔어요?”불시에 성연으
“사형,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도대체 어떤 상황이라는 거예요?” 성연이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다.“다친 사람이 많아.” 목현수가 계속해서 새로운 소식을 말했다.성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자신의 수하들 모두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그리고 아수라문에 남을 정도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특출한 자들이다.그런 수하들을 쓰러뜨릴 정도라면 상대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다는 말인가?목현수는 성연의 생각을 읽은 듯이 다음 말을 덧붙였다.“조금 전의 그 여자는 MS 가문이 보낸 전문 킬러야. 그러나 공항에서 아수라문을 박살낸 고수는 MS 가문 쪽이 아니야. 그들은 돈이 많은 것 말고 다른 큰 능력은 없어.”평소 목현수의 행적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그러나 이 유럽은 목현수가 평소 자주 들르는 지역이다. 그래서 유럽 정세와 각 세력들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성연이 계속 물었다.“사형, 그럼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요?”아수라문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유럽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그러나 다른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그렇다면 누가 이처럼 자신들을 그냥 두지 않고 괴롭힌다는 말인가?목현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최근에 마침 이 일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으니 많은 도움이 되겠지.”성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한기와 수하들의 안위를 걱정했다.“사형은 나 때문에 발목 잡힐까 걱정되지 않아요?” 사형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성연은 목전의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그와의 대화에 집중했다.“사형의 솜씨야 완전 안심할 수 있죠. 하지만 왜 MS 가문의 눈 밖에 나려고 해요?”목현수의 표정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가 생각하기에 성연의 신분은 여태까지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었다.‘겉으로 보기에 성연은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MS 가문의 표적이 되었지?’‘성연에게 전문 킬러까지 보낼 정도라니.’소지연과 무진의 일을 떠올린 성연이 미
성연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다급히 서한기에게 연락해서 공항의 전투에 대한 상황을 물었다.“애들은 어때?”서한기가 급히 보고했다.“수하 몇 명의 부상이 심합니다. 일단 죽지는 않았어요.”서한기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뒤틀리는 기분인 성연이 미간을 모은 채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은 거야?”다행히 사망자는 없다고 하니 그나마 좋은 결과다.그리고 다행히 서한기가 있었다. 서한기가 없었다면 전멸했을 터.서한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습을 당했어요. 매복하고 있었나 봅니다. 상대방은 다섯 명뿐이었는데, 실력이 너무 강했어요. 예전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고수들이었습니다. 모두들 긴 여행길에 좀 지쳐 있었던 터라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당했어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어요.”서한기가 ‘쓰읍’ 하는 소리를 냈다. 팔의 상처에서 은근한 통증이 느껴졌다.서한기의 신음성을 들은 성연이 초조하게 물었다.“서한기, 너도 다쳤어?”“네, 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어요.” 서한기는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성연이 의자에서 일어섰다.“너희들 지금 어디에 있어? 내가 가서 너희들을 봐야겠어.”자신이 가진 의술로 가서 저들을 치료해 주어야 했다.지금 상황에서는 함부로 의사를 부르지도 못한 채 약만 바른 채 간신히 견디고 있을 터였다.저들 중에서 유일하게 의학적 지식을 가진 서한기 또한 부상을 입어 상황이 더 안 좋았다.서한기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보스, 오시면 안 됩니다. 상대방이 추격을 거두었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됩니다.”수하들 중 하나가 다치는 것은 오히려 상관없다.그러나 성연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그럼에도 성연은 수하들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수하라고 하지만 사실 많은 이들이 성연 자신과 생사를 함께 한 친구였다.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내버려두고 상
성연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턱을 괴었다.보아하니 자신의 이번 유럽 유학 여정은 그다지 평온하지 않을 것 같다.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성연이 무척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자, 목현수가 옆에서 성연의 의혹을 분석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어쩌면 이 일은 사부님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어? 사부님과 무슨 상관이야?”성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이 스승님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목현수가 천천히 설명했다.“당시 사부님은 어떤 인물의 청을 거절해서 그 세력의 눈 밖에 완전히 난 적이 있어. 그 인물이 죽은 후에 그 후계자가 맹세했다는군. 사부님과 우리 문파를 완전히 멸절시키겠다고.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건 네 신분이 언제 유출되었는가 하는 거야.”대외적으로 성연의 신분은 내내 잘 숨겨 왔다.목현수의 말을 들은 성연도 이상함을 느꼈다.“설마 MS 가문과 그 전에 맞서 싸울 때인 걸까요?”“맞아, 어쩌면 그때일지도 모르지. 조직에서 은침을 사용하는 사람은 사부님의 계승자뿐이야.”목현수도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떡하죠?” 성연이 복잡한 마음으로 머리를 긁적였다.MS 가문뿐만 아니라 지금 자신을 겨냥한 인물이 하나 더 늘었다. 아주 강력하고 이름도 모르는.“일단은 상황을 보며 그때 그때 보자. 네가 유럽에 온 이상, 내가 널 꼭 보호할 거야.”목현수가 성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사형.”성연은 우선 감사인사를 했다. 하지만 목현수에게도 자신의 일이 있기에 매시간 자신만 지키며 보호할 수는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살상력이 보다 강한 약물은 없는지 나중에 연구해 보아야겠군.’“나한테까지 예의 차릴 거야?” 성연을 바라보는 목현수의 눈에는 은근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다만 성연이 눈앞의 일로 고민에 빠진 터라 미처 보지 못했을 뿐.“밤이 되었어. 날이 차가우니 안으로 들어가자.” 목
“너 누구 약혼녀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그는 일부러 ‘누구’라는 두 글자에 힘을 주고 말했지만 성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진이 언급되자 성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얼굴에 행복한 표정까지 지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사형, 나 축복해줄 거죠?”목현수의 눈이 잠시 반짝였지만 성연의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다.순식간에 저기압이 되었지만 목현수는 이내 그 기운들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가 띠며 말했다.“그래, 내가 너를 축복해야겠지.”성연은 손가락으로 커피잔에 꽂힌 빨대를 휘휘 저으며 탄식했다.“지금 내 노트북에 들어있던 자료가 분실되었어요. 빨리 찾아야 해요. 그 안에 비밀 처방전들이 들었어요.”스승님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간 후로 성연은 잠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안에 든 비밀 처방전들은 많은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칠 수도 있었다.어쩌면 안나는 약 처방전으로 자신을 위협하려 했을지도 모른다.다만 이렇게 넓은 유럽에서 어디에 가서 사람을 찾는다는 말인가?목현수가 느릿느릿 대답했다.“조급해하지 마, 그 안나라는 여자의 거처를 알아. 오늘 밤에 너를 데리고 갈게.”“좋아요, 사형. 근데 그 여자 너무 예뻐서 그렇게 유심히 본 거예요?” 성연이 놀리는 표정을 지었다.목현수가 기가 차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난 번에 다른 일을 조사하면서 같이 알게 된 사실인데, 정말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군.”성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냥 농담이에요!”“안돼, 그 농담 하나도 안 웃겨! 나 화낼 거야!” 목현수가 정색을 했지만, 진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성연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사형은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기에.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성연에게는 특별히 경험이 있었기에 목현수 앞에서는 유난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그나저나 사형, 신부는 언제 찾아요? 그 연세가 되니 날마다 걱정입니다.” 성연이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