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트렁크를 들고 나왔다.인사팀장은 한 걸음 비켜서서 청하는 자세를 취했다.“소 팀장님, 강무진 대표님께서 특별히 팀장님을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여기 비행기 티켓입니다.”소지연은 입고리를 당겨 올렸다. ‘듣기 좋게 말해 선물이지 사실은 감시잖아?’‘강무진은 자신이 다시 되돌아올까 걱정되는 거야?’‘이건 내 퇴로를 다 막겠다는 거지?’소지연은 인사팀장이 건네는 티켓을 빼앗듯이 낚아챈 후 곧장 차에 올라탔다.앞에는 운전기사가 운전하고 있었고 뒷좌석에는 인사팀장과 소지연이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금세 공항에 도착했다. 탑승시간이 다가오자 인사팀장은 소지연이 탑승하는 것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그리고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대표님, 소지연 팀장이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거기서 좀 더 기다려요.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오세요.” 무진은 소지연이 금세 후회하고 비행기에서 내릴까 염려스러웠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짧게 대답한 인사팀장은 휴대폰을 수습한 후에 계속해서 비행기의 이착륙을 지켜보았다. 혹여 소지연이 다시 나오기라도 할까 봐.그러나 소지연은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아프리카로 가라면 가는 거지 뭐,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소지연은 미스터 제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어조였다.“미스터 제이슨, 반드시 송성연을 잘 접대해야 해요. 유럽은 당신들 MS 가문의 홈그라운드잖아요. 어린 계집애일 뿐이니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겠지요?”국내에서는 무진이 보호하고 있어서 일단 피할 수 있었겠지만 유럽에서 송성연은 홀홀 단신이었다. 만약 호된 경고를 받게 된다면 강무진에 대한 원망이 생기지 않겠는가?송성연의 말로를 생각하면서 소지연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소지연 씨가 아프리카로 이동되었다고 들었어요. 강무진, 정말 매정한 사람이군요. 어떻게 당신 같은 미인을 아프
“아, 미안해요, 미안해요.” 성연은 호텔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화려한 금발의 여성과 부딪쳤다.룸 키가 바닥에 떨어졌다.금발 여성이 열쇠를 주워 성연에게 건넸다.“정말 미안해요. 당신 괜찮아요?”성연은 키를 들고 손을 저었다.“괜찮아요, 괜찮아.”성연은 다른 사람이 조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성연은 그리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키를 대신 주워 주었으니 자신도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금발의 여성은 성연의 도량이 큰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정말 좋은 분이군요. 나는 안나예요. 혹 심심하면 나를 찾아와 같이 놀아도 돼요. 유럽은 내가 잘 아니까.”“고맙습니다. 저도 이곳에 친구가 있어요.” 성연도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됐어요. 다음에 밥 사게 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미안해.” 안나가 눈썹을 찌푸리며 꽤나 고민스러운 모양새였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성연은 외국 사람들이 상당히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잠시 인사를 나눈 후에 안나는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안나와 작별을 고한 성연도 몸을 돌려 룸으로 돌아왔다.룸으로 돌아오자 때맞춰 휴대폰이 울렸다.무진이 전화한 것을 확인한 성연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치켜 올라갔다. 휴대폰을 손을 들고 침대 대시보드에 기대어 화면에 나온 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어떻게 지냈어? 유럽은 재미있어?] 무진이 있는 곳은 저녁이다. 방금 목욕을 했는지 머리에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목욕가운 사이로 드러난 쇄골이 선명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탄탄한 복근과 선명한 식스팩이 있음을 성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역시 미색은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성연은 조용히 내 남자의 미색을 감상했다.자신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감탄하면서.무진은 몸매도 외모도 최고였다.성연 같은 중증 얼빠에게 있어서는 완전 계 탄 거나 마찬가지다.성연의 대답을 듣지 못한 무진은 성연이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진
저녁에 성연은 평소대로 심지환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다 먹고 나서 좀 돌아다닌 후에 심지환이 성연을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너 혼자 호텔에 있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해. 여자는 호의를 베풀지 않는 사람들을 수시로 경계해야 해.”안심하지 못한 심지환이 마치 마누라처럼 옆에서 신신당부를 했다.성연이 아직 대답하지 않자 심지환은 수다스럽게 계속 말했다.“아니면 네가 이사 와서 나와 함께 살아도 괜찮아.”성연은 정말 머리가 좀 아팠다.이전부터 심지환은 계속 수다를 떠는 습관이 있었는데, 최근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다.성연은 심지환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내 자신은 내가 돌볼 거야.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안녕.”말을 끝낸 후 심지환이 반응하기도 전에 성연은 도망쳤다.차에서 성연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심지환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호텔 객실 문을 연 성연은 즉각 경계심이 발동하며 동작을 멈췄다.객실 안에서 다른 냄새가 났다.은은한 향수 냄새였다. 평소 성연은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다.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약한 잔향이다. 하지만 성연은 의술에 능통했고 코가 예민해서 쉽게 맡을 수 있었다.아마도 자신의 방에 들어온 사람은 분명 여자일 것이다.하긴 자신이 방심하는 통에 누가 객실에 침입했는지도 모른다.성연은 먼저 객실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짐들을 꼼꼼히 검사했다.다른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 성연의 노트북을 사용한 흔적이 미세하게 남았음을 예민한 감각으로 발견했다.성연은 노트북을 사용할 때 왼쪽에 두는 습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른쪽에 옮겨져 있었다.성연은 얼른 노트북을 켜고 여기저기 들어가서 확인했다. 메일 박스에 들어있던 자료들이 모두 복사된 흔적이 발견됐다.성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노트북의 메일 박스에는 은밀한 정보도 있었다.스승님께서 보내신 자료.지금 이 자료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난 성연은 호텔 로비에서 안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어젯밤에 호텔 보안시스템을 해킹해서 CCTV를 확인했다.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부분은 지워졌지만, 다른 부분이 남아 있었다.이 호텔에 묵고 있는 안나는 아직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서 범인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듯이 안나가 로비에 등장했다.성연을 본 안나는 아주 반갑다는 듯이 인사했다.“어머, 당신, 왜 여기에 있어요? 내가 아침 먹으러 내려오길 일부러 기다린 거에요?”성연이 영리하게 눈치채지 않았더라면 안나가 단순히 친절하고 착한 외국인일 뿐이라고 믿었을 터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저 웃음 뒤에는 독을 뿜는 뱀의 혓바닥이 숨겨져 있었다.안나의 인사에 맞추어 성연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받았다.“네, 안나 씨에게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우리 호텔 내의 후원에 가서 이야기 좀 하죠.”여기 호텔 로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 잠시 뒤에 손을 쓰기라도 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게 될 수도 있었다.게다가 물어보기도 곤란한 질문이니 은밀한 장소를 찾는 게 타당할 터.안나라는 이 여자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안나는 여전히 웃음을 띤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요.”안나가 앞으로 나오며 성연의 팔을 잡으려던 순간, 성연은 아무런 내색없이 안나의 팔을 피했다.안나 역시 표정의 변화없이 성연을 따라갔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후원에는 사람이 없었다.성연의 얼굴 표정이 차갑게 변하며 안나에게 손을 내밀었다.“어젯밤 내 방에 들어온 게 당신이지? 내 자료 내 놔.”자신이 범인임을 성연이 이렇게나 빨리 알아챌 줄은 전혀 몰랐던 안나는 깜짝 놀랐다. ‘보아하니, 이 계집애 역시 간단한 인물이 아닌 것 같네?’안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무슨 자료?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안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성연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안나가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이미 성연이 예
성연과 안나, 두 사람이 맞붙었다.두 사람 모두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안나는 성연이 날리는 은침을 모두 능숙하게 피했고, 안나의 비수 또한 성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다.성연은 속으로 놀랐다. ‘도대체 누가 보낸 자길래, 나와 실력이 맞먹을 정도인 거야?’여유롭게 성연의 은침을 피한 안나가 웃으며 말했다.“이봐, 어린 아가씨 실력을 몰라봤군. 임무만 아니었다면,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은침을 뿌리던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누가 당신을 보낸 거야?”안나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어머, 아직 내 말을 안 잊었어?”“내 자료 돌려줘!”성연은 자신이 안나를 찾은 목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더 궁금해지는 걸.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네가 이렇게나 초조해하는지 말이야.”안나가 얄미울 정도로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성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치를 보니 안나는 아직 그 자료를 못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그건 너에게 말해 줄 필요 없고.” 성연이 은침을 연이어 내던졌다.안나가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은침을 피했다.까다로운 상대인 것 같아 성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이 여자,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군.’하지만 자신은 반드시 자료를 되찾아 와야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나의 약점을 찾아서 치명타를 주는 수밖에.“예쁜 아가씨, 나도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내 임무는 끝이야. 끝이라고.” 안나가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는 안돼!” 단호한 음성으로 말하는 성연의 손에서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은침이 날아왔다.안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지 않고 전력을 다해 성연과 맞섰다.성연은 안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이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 안나의 동작이 더 거칠어졌다.성연은 안나에게서 바로 이런 반응을 원했다. 사람은 조급해지면 허점을 드러내기 마
무척 잘생긴 남자였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그런 남자의 단단히 각진 얼굴선이 성연을 보며 부드럽게 풀어졌다.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사형, 도와줘서 고마워요.”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섰다.성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그래도 어쨌든 사형을 만나니 좋다.’남자가 대뜸 반박했다.“사형이라고 부르지 마.”곧 이어 자신의 말투가 너무 무겁게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당시 사부님은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셨어. 그러니 사형이라는 호칭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하지만 성연에게 그런 복잡한 사정들은 상관없었다.사부 고학중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성연은 알고 있다. 어쨌든 사형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이번에도 사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성연이 불만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사형이에요.”남자의 이름은 목현수, 성연의 사형이다.은침을 사용하는 기술을 보면 성연과 동문수학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다만 어떠한 이유로 사부 고학중은 목현수를 문하에서 제명했다.목현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성연은 늘 이렇듯 고집스러웠다. 사형인 자신이 아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가끔은 사부님도 성연을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사부님이 화내셔도 겁나지 않으면 그렇게 부르던지.”묵현수가 조소하며 대꾸했다.“사부님은 나한테 화 안 내실 걸요.”성연과 목현수는 호텔 뒤 정원의 돌의자에 앉았다.“사형, 여기엔 어떻게 왔어요?” 목현수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성연은 계속 질문했다.목현수는 고학중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거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통 그 행적을 쫓기가 무척 힘들었다.지금 이곳에서 목현수를 본 성연은 속으로 아주 놀라우면서도 의아했다.“네가 여기 있으니까 내가 왔지.” 목현수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그가 농담하고 있음을 눈치챈 성연이 피식하고 웃으며 반박했다.“그럼 내가 북성에 있을 때는 왜 안 왔어요?”불시에 성연으
“사형,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도대체 어떤 상황이라는 거예요?” 성연이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다.“다친 사람이 많아.” 목현수가 계속해서 새로운 소식을 말했다.성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자신의 수하들 모두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그리고 아수라문에 남을 정도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특출한 자들이다.그런 수하들을 쓰러뜨릴 정도라면 상대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다는 말인가?목현수는 성연의 생각을 읽은 듯이 다음 말을 덧붙였다.“조금 전의 그 여자는 MS 가문이 보낸 전문 킬러야. 그러나 공항에서 아수라문을 박살낸 고수는 MS 가문 쪽이 아니야. 그들은 돈이 많은 것 말고 다른 큰 능력은 없어.”평소 목현수의 행적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그러나 이 유럽은 목현수가 평소 자주 들르는 지역이다. 그래서 유럽 정세와 각 세력들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성연이 계속 물었다.“사형, 그럼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요?”아수라문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유럽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그러나 다른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그렇다면 누가 이처럼 자신들을 그냥 두지 않고 괴롭힌다는 말인가?목현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최근에 마침 이 일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으니 많은 도움이 되겠지.”성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한기와 수하들의 안위를 걱정했다.“사형은 나 때문에 발목 잡힐까 걱정되지 않아요?” 사형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성연은 목전의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그와의 대화에 집중했다.“사형의 솜씨야 완전 안심할 수 있죠. 하지만 왜 MS 가문의 눈 밖에 나려고 해요?”목현수의 표정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가 생각하기에 성연의 신분은 여태까지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었다.‘겉으로 보기에 성연은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MS 가문의 표적이 되었지?’‘성연에게 전문 킬러까지 보낼 정도라니.’소지연과 무진의 일을 떠올린 성연이 미
성연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다급히 서한기에게 연락해서 공항의 전투에 대한 상황을 물었다.“애들은 어때?”서한기가 급히 보고했다.“수하 몇 명의 부상이 심합니다. 일단 죽지는 않았어요.”서한기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뒤틀리는 기분인 성연이 미간을 모은 채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은 거야?”다행히 사망자는 없다고 하니 그나마 좋은 결과다.그리고 다행히 서한기가 있었다. 서한기가 없었다면 전멸했을 터.서한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습을 당했어요. 매복하고 있었나 봅니다. 상대방은 다섯 명뿐이었는데, 실력이 너무 강했어요. 예전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고수들이었습니다. 모두들 긴 여행길에 좀 지쳐 있었던 터라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당했어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어요.”서한기가 ‘쓰읍’ 하는 소리를 냈다. 팔의 상처에서 은근한 통증이 느껴졌다.서한기의 신음성을 들은 성연이 초조하게 물었다.“서한기, 너도 다쳤어?”“네, 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어요.” 서한기는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성연이 의자에서 일어섰다.“너희들 지금 어디에 있어? 내가 가서 너희들을 봐야겠어.”자신이 가진 의술로 가서 저들을 치료해 주어야 했다.지금 상황에서는 함부로 의사를 부르지도 못한 채 약만 바른 채 간신히 견디고 있을 터였다.저들 중에서 유일하게 의학적 지식을 가진 서한기 또한 부상을 입어 상황이 더 안 좋았다.서한기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보스, 오시면 안 됩니다. 상대방이 추격을 거두었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됩니다.”수하들 중 하나가 다치는 것은 오히려 상관없다.그러나 성연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그럼에도 성연은 수하들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수하라고 하지만 사실 많은 이들이 성연 자신과 생사를 함께 한 친구였다.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내버려두고 상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