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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내가 어떻게 너를 속일 수 있겠니

몇 시간 후, 성연은 순조롭게 파리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 성연은 무진에게 연락했다.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 누워 턱을 괸 채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휴대폰 화면에 무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진이 엠파이어 하우스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서류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화면을 사이에 둔 채 마주보았다. 가까운 듯 또 아주 먼 듯했다.

어느 순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성연을 바라볼 때면 늘 냉기를 머금은 듯한 무진 눈동자가 순식간에 따뜻함을 머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마저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네가 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 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아직 새털 같은 시간들이 남았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성연은 모처럼 무진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무진 씨가 보고 싶어요.”

말하는 성연의 얼굴에 옅은 분홍 빛이 피어났다. 모처럼 보이는 부끄러운 기색.

이런 모습은 어쩌면 무진 앞에서만 드러낼 터.

무진의 마음은 이미 보들보들해졌다.

‘아, 송성연, 왜 이리 사랑스러운 거니? 당장 네 곁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게 한이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미스터 제이슨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무진이 스크린을 사이에 둔 채 성연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너를 만나러 갈게.”

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씨 집안의 상황으로 봐서 일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 도한 무진의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어쨌든 이런 시기에 무진이 손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언제요?”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침대 시트 위를 반복해서 문지르며 무진을 바라보는 성연의 얼굴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금방, 약속할 게.”

먼 유럽에 있는 성연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무진은 모든 사람들의 일을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어 처리할 생각이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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