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1111 - 챕터 1120

1132 챕터

제1110화 DNA 검사

그녀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비록 임시연의 누드 사진도 봤고 그녀의 몸을 보기도 했지만 그는 정말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어떻게든 그녀가 몸을 돌리게 해야 한다.연다빈의 대범한 자태 속에는 또 약간의 청초함을 띄고 있었고 그녀의 요염한 표정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성 대표님이 보기에 제 몸매 어때요? 괜찮아요?”성연신은 눈썹을 추켜올리더니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이걸로 뭘 보겠어. 어디 한번 돌아봐.”성연신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연다빈은 점점 기뻐졌다. 성연신의 마음속 그녀는 남다른 존재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좋아요. 성 대표님이 보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여야죠.”말하는 동안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수줍게 원을 그리며 몸을 돌렸다.그리고 같은 시각, 성연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붉은 반점이 없다.순간 성연신은 모든 흥을 잃고 말았다.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성연신은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기 싫었고 그는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내쫓았다.“이만 나가.”연다빈은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억울한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왜 그러세요?”“못 알아듣겠어?”성연신의 눈빛은 칼날같이 날카롭고 차가웠다.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연다빈은 마음속으로 이를 악물고 놀란 흉내를 내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이윽고 엘리베이터에 탄 연다빈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진즉 매수해 놓은 호텔의 감시 요원에게 연락을 넣어 방금 자신이 성연신의 방에서 나오던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내라고 명령했다.----------연다빈이 떠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심지안은 성우주를 데리고 방에 들어섰다.그리고 심지안은 한쪽 발을 방안에 들여놓자마자 다급히 물었다.“어때요? 붉은 반점 있었어요? 그 사람 맞아요?”그러나 성연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요. 연다빈은 아니에요.”그러자 심지안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도무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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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성우주가 연다빈을 저격하다

“정말 있어요!”심지안의 새하얀 볼이 흥분 어린 감정으로 사랑스러운 복숭아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그럼 어디 가서 검사해야죠? 임시연의 DNA도 가져와야 하는데.”이젠 오직 경찰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이따가 제가 오지석에게 연락할게요. 지안 씨는 머리카락을 잘 모아주세요.”“그들이 올까요?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 우리를 믿어줄까요?”“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잘못 잡을지언정 놓칠 수는 없다.정말 얻어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그러자 심지안은 갑자기 성연신을 끌어안더니 볼에 입을 맞추며 빙그레 웃었다.“연신 씨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연신 씨만 믿을게요.”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유쾌함이 가득했다.같은 시각, 옆에 작은 소파에 앉아 패드를 보고 있던 녀석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이 얼마나 좋은가. 엄마 아빠 사이가 좋으면 녀석도 기뻤다.오지석과 연락이 닿은 후, 그는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성연신은 아예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제경으로 돌아와 정욱을 보내 연다빈의 머리카락을 경찰서에 보냈다.다시 한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연다빈이 정녕 연다빈이 맞는지 아니면 사실 임시연인지는 곧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그는 오후에 업무상의 일을 마저 처리하고 저녁 7시 정각에 차를 타고 돌아갔다.넓은 승합차는 동시에 다섯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심지안은 성우주와 함께 앉았고 연다빈은 재무 경리와 함께 앞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같은 시각, 성연신은 홀로 맨 뒤에서 해외 측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화목해 보이는 분위기에서 이상한 기운이 불타올랐고 경리는 심지안과 담담해 보이기만 한 연다빈을 번갈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몰래 흐느꼈다.성연신의 법적 와이프가 왔는데도 이렇게 침착하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다니... 정말 인재가 따로 없다.내연녀가 되려면 이 정도의 심리적 자질은 필수인 것 같다.“엄마, 저 목말라요.”성우주가 말을 꺼내고 심지안이 마침 휴대폰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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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적나라한 도발

연다빈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터져 나오는 억울함을 꾹꾹 눌러 담으며 눈살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살살할게요.”그러나 성연신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다시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재무 경리는 머리를 한껏 움츠리고는 존재감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연다빈을 위해 나서주지도 않았다.똑똑한 사람은 절대 그녀를 돕지 않을 것이고 도울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물론 연다빈이 철이 없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성연신의 본처가 엄연히 자리에 있는데 연다빈이 도련님의 비위를 맞추려고 멋대로 나섰으니 총명하고 영리한 도련님이 먼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연다빈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던 모양이다.심지안은 차에서 잠자리에 들었고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들의 차는 이미 제경 시내에 도착했고 30분도 안 되어 집에 도착했다.그리고 연다빈과 재무 경리는 일찍이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이윽고 운전기사가 차를 길가에 천천히 세우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이곳은 택시 잡기 쉽고 사람이 많으니 여자들에게 더 안전한 곳입니다. 그리고 택시를 타는 것을 잊지 마세요.”어차피 회사에서 정산하니까 돈을 아끼기 위해 불법 차를 타는 것은 가치가 없다.재무 경리는 차에서 내려 짐을 들고 매우 공손한 태도로 심지안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럼 성 대표님, 그리고 사모님, 안녕히 계십시오.”“안녕히 계세요.”연다빈도 따라서 한마디 했고 심지안도 인사치레로 대충 대응했다.밖에 나가면 그녀의 행동은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세움 주얼리, 성원 그룹, 그리고 보광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정도는 매우 쉬운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왜 기꺼이 하지 않겠는가?누가 빙그레 웃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겠는가?그런데 차에서 내리려던 연다빈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아이고” 하는 소리와 함께 한편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가방에서 물건을 뒤적이며 한편으로 입을 열었다.“방금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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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언니, 아저씨?

심지안은 아침 식탁에 앉아 잠이 덜 깬 듯 중얼거렸다.“이틀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네요.”그렇다면 이틀만 더 놀아주도록 하지.“토스트에 잼 바를 건데 딸기가 좋아요, 아니면 블루베리가 좋아요?”감색 실내복을 입은 성연신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라 아직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있어 나른한 이완 감이 감돌았고 온몸을 맴돌던 싸늘한 기운도 한결 부드러워 이웃집 오빠처럼 다정했다.심지안은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토스트를 보며 답했다.“딸기요.”새콤달콤한 딸기가 식욕을 돋우어준다.“알겠어요.”성연신이 딸기잼을 천천히, 구석구석 듬뿍 발라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자 심지안이 작은 입을 벌려 빵조각을 깨물었다.딸기의 새콤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행복감이 폭발하는 기분이었다.행복해하는 심지안의 모습에 성연신은 접시에 담긴 식빵 조각을 전부 딸기잼으로 발라 버렸고 한편, 딸기잼을 싫어하는 성우주는 어이가 없었다.그는 이리 고르고 저리 고르다 결국 아무도 마시지 않는 좁쌀 죽 한 그릇을 골라 묵묵히 마실 수밖에 없었다.비록 아침을 잘 먹지는 못했지만 엄마 아빠의 애틋한 모습을 보니 마음은 매우 즐거웠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먼저 성우주를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성우주는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교실로 돌아갔다.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을 뻗어 책상에서 책을 집어 들었는데 문득 두꺼운 사진첩에 손이 닿았다.성우주는 잠깐 멍해 있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바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러나 밖에 성연신의 차는 이미 멀리 떠났고 성우주는 다시 사진첩을 내려다보며 그냥 저녁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말하리라 다짐했다.성연신이 심지안을 세움 주얼리로 데려다주는 길에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웬 낡은 옷을 입은 소녀가 엿으로 만든 막대사탕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언니, 아저씨, 사탕 사실래요? 엄청나게 달고 맛있어요.”그 순간 말 속의 포인트를 잡아낸 성연신이 미간을 찌푸렸다.언니, 아저씨?왜 심지안은 언니라고 부르고 그는 아저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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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하지만... 그녀는 쟁취하고 싶었다

심지안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지만 낯선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상속인이 된 후에도 그녀의 사무실은 줄곧 변동이 없었다.영업 부서는 인력이 가장 많은 부서로 이동성이 높고 대인 관계가 복잡하며 말 많은 사람이 있어 사건·사고가 잦았다.현재로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심지안은 성큼성큼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고청민의 모습이 불쑥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그는 순백색 셔츠에 은백발을 하고 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얼굴의 가는 솜털마저 촘촘히 보였다. 게다가 고청민은 마치 천사 소년처럼 밝은 미소를 머금고 맑은 갈색 눈동자에 반짝반짝 빛나는 빛깔을 띠고 있었다.심지안을 발견한 고청민의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 마치 그들은 결코 한 번도 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없는 듯 말이다.“드디어 왔군요.”말없이 살짝 틀어진 미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심지안은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할아버지께서 저에게 회사 상황을 좀 보라고 하셔서요.”고청민은 턱을 치켜들고 앞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뭉치를 보며 무고한 눈을 구부렸다. 그러고는 마치 선생님이 아이를 칭찬하듯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역시나 당신은 제가 예상했던 대로 아주 훌륭합니다. 세움 주얼리를 맡아줄 수 있겠어요.”“정말 단순히 제 일을 시찰하러 온 겁니까?”심지안이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그러자 고청민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그래요. 지안 씨가 감시당하는 기분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제 선에서 여러 번 밀어냈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할아버지 성격이 워낙 당신처럼 고집이 세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왔죠.”그러나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세움으로 돌아오고 싶으면 직접 말하세요. 원래 당신의 몫이 절반 있으니까요.”솔직히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것이 맞다.결론적으로 세움 그룹은 성동철과 고청민의 할아버지가 함께 창립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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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도련님은 정말 부자이시군요

심지안은 한눈에 성우주의 품에 안겨있는 사진첩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너무 익숙한 사진첩이었다. 고청민과 해외에 있는 5년 동안 그들의 삶의 모든 것들이 이 앨범에 보관되어 있으니까.고청민이 나중에 늙으면 함께 꺼내 보자고 했던 사진첩.청춘은 지나가도 흘러간 청춘은 여전히 곁에 남아있을 거라고도 했었다.당시 심지안은 계속하여 자신을 가두고 천천히 치료하고 있었기에 사실 고청민에게 친구 이상의 사랑을 느꼈지만 그녀는 결국 도망을 선택했다.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고청민의 태도는 매우 분명했었다.마음이 조금 피곤해진 심지안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엄마, 왜 그래요?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성우주는 작은 머리를 쳐들고 열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지안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다독여주었다.“괜찮아. 그냥 일이 너무 피곤해서 그래.”“그럼 많이 쉬세요. 아니면 그냥 일하지 마세요. 저는 돈이 있으니 충분히 엄마를 먹여 살릴 수 있어요.”심지안은 손을 뻗어 아이 이마의 잔머리를 다듬어주며 농담조로 입을 열었다.“그래? 그런데 너한테 돈이 얼마나 있다고 그래. 나 먹여 살리는 게 상당히 비쌀 텐데.”그러자 성우주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음... 충분히 될 거예요. 이지호가 난 앞으로 여자 열 명을 먹여 살려도 문제없다고 했으니까.”증조할아버지는 그에게 성원 그룹의 주식 10%를, 아버지는 그에게 보광 그룹의 주식 20%를 주었다. 게다가 증조할아버지는 그에게 매년 수천억을 저축해주고 있다.그는 주식의 구체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수천억이라면 평소에 가방 좀 사고, 여행하고, 사업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생은 엄마가 쓰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성우주의 말을 듣고 있던 심지안의 눈에는 경악이 번져나갔다.그녀는 마침내 인생은 출발점부터 갈린다는 말의 뜻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도련님, 도련님은 정말 부자이시군요. 혹시 일손이 부족하진 않으신가요? 제가 일해드릴게요.”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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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사랑은 꼭 말로 해야 아는 게 아니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안철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심지안을 향해 다가갔다.“저... 지안 씨, 오늘 저 봤다는 얘기는 대표님한테 하지 말아 주세요. 비밀로 해주세요.”“비밀 지켜달라는 뜻이에요?”“네!”“그럼 저는 뭐가 좋은데요?”눈을 깜빡이며 묻는 심지안에 안철수는 잠시 벙쪄있다가 입을 열었다.“뭘 바라시는데요?”“장난이에요, 연신 씨가 안 물어보면 나도 아무 말 안 할게요.”제 남편을 굳이 속이고 싶진 않았던 심지안이 묻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고마워요, 지안 씨.”“근데 민채린 씨랑은 어떻게 됐어요?”연애 좀 해봤다 하는 절세미녀 민채린과 지고지순한 안철수가 만나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아 심지안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심지안의 질문에 안철수는 머리를 만지며 바보처럼 웃어 보였다.“좀 더 만나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말실수 한 거에 대해서도 사과했어요. 채린 씨도 제가 제대로 된 고백을 하면 만나주겠다 했고요.”안철수의 말에 심지안은 잠시 멈칫했다.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소민정 씨는 이렇게 빨리 잊은 거예요?”소민정을 언급하는 심지안에 안철수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소민정 씨한테는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동생 챙겨주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소민정이 죽고 난 뒤 안철수는 며칠 동안 그 무덤 앞을 지키며 술로 정신을 마비시켰다.소민정을 말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임시연의 그 헛소리에 넘어가게 내버려 뒀다는 죄책감에 안철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제가 잡아만 줬어도 이런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어떻게 죽을 때까지도 성 대표님만 구하다 죽나, 어떻게 그 정도 바보 같을 수 있나 싶었다.안철수는 소민정의 마음에는 어릴 때부터 줄곧 성연신뿐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에 대해 안철수는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질투를 해본 적이 없었다.보통의 남자라면 제가 좋아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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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마음이 복잡해진 심지안

고청민은 옅은 미소를 띠며 담담히 말했다.“그냥 추억할 만한 사진들 좀 넣어서 줬어요. 지안 씨도 지난 5년간 우주랑 같이 시간 보내고 싶었을 것 같아서 지안 씨 해외에 있을 때 사진 우주한테 선물해 준 거에요.”성우주도 큰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고는 말했다.“형이 준 앨범 엄청 맘에 들어요.”성우주는 고청민 사진은 없고 전부 심지안뿐인 앨범이라 고청민이 엄마 아빠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준 게 아니라 정말 추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했다.성우주를 데리러 갈 때 심지안도 앨범을 본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 안에 몇 장의 사진이 들어있고 사진 속에 저는 뭘 하는지 어떤 배경으로 찍힌 건지는 굳이 보지 않았다.고청민의 빛이 사라진 눈을 보던 심지안 제가 너무 속 좁은 짓을 했나 싶었다.그때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성동철이 성우주를 부르며 말했다.“우리 손자, 할아버지한테도 사진 좀 보여줄래?”“네, 할아버지.”성우주가 예쁘게 대답하며 앨범을 성동철의 손에 넘겨주자 그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에 안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 궁금했던 심지안도 사진이 보일만 한 거리까지 가까이 다가갔다.첫 번째는 심지안이 금방 해외에 가서 혼자 창가에 앉아 외로워할 때의 사진이었고 두 번째 장은 고청민과 기분전환 하려고 간 쇼핑몰에서 고청민이 심지안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여주는 사진이었다.그리고 세 번째 장에는 심지안이 컴퓨터 앞에 앉아 시장 동향을 살피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네 번째 장은 밤에 일을 다 끝내고 같이 야시장에서 밥을 먹으며 심지안이 꼬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사진 속의 심지안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한 손엔 꼬치를 들고 얼굴에는 기름을 잔뜩 묻힌 채 웃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사진들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성우주도 한 장씩 넘겨보며 흥미로운 사진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짚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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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한번 증오한 거 끝까지 증오해요

고청민의 눈빛이 그의 의아함을 대변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네.”둘만 남은 바둑실이라 지나치게 조용했지만 고청민은 무슨 일인지 바로 묻지 않고 테이블에 기대어 가만히 기다렸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심지안이 차분한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민채린 씨가 고청민 씨 줄 거라고 나한테 약을 줬어요. 가정부한테 줬으니까 잘 챙겨 먹어요.”의외의 말에 고청민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처럼 고분고분하게 머리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그리고 세움 그룹으로 돌아와요. 주식은 내가 넘겨줄게요.”심지안은 고청민의 눈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고청민이 잘못한 것도 맞고 아주 큰 피해를 입힌 것도 맞지만 그 주식의 액수가 너무 컸고 할아버지도 고청민의 복귀를 바라실 것 같아 심지안은 고청민을 불러들이기로 했다.성씨 가문이 제경에서 한 자리 차지하며 귀족 중의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건 다 할아버지가 젊을 때부터 세움 주얼리를 경영하며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들이었다.할아버지 세대의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자식들도 물론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고청민은 그 세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움과 함께 커왔으니 세움 주얼리의 번창에 공이 하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힘든 시간을 함께하는 게 그 성과를 함께 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심지안은 혼자 모든 걸 차지하고 만끽할 수 없었다.심지안의 말에 고청민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아... 아니에요. 나는 지안 씨를 세움에서 쫓아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세움 주얼리는 성씨 가문과 저의 공동 자산이죠.”“괜찮아요. 해외에서 고청민 씨가 나 도와줘서 창업도 했잖아요. 돈 있어요. 그리고 나도 조건 있어요.”“고청민 씨와 할아버지가 나한테 사업 자금을 주는 게 조건이에요. 제경에서 창업할 만한 돈이면 되요.”심지안은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양보를 할 순 있어도 너무 많이 잃을 순 없었다.고청민은 심지안이 충동적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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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세 시간 동안 나눈 사랑

심지안은 애써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며 “네”라는 짤막한 대답을 남기고 식사를 하러 내려가려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멀어지는 심지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청민의 눈에 섬뜩한 소유욕이 비치는 듯했다.심지안이 문을 열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문 너머에서 강한 힘이 전해져오며 문이 안으로 밀렸다.다행히 순발력 강한 심지안이었기에 코만 살짝 스치고 별문제 없었지만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기에 심지안은 짜증 난 듯 문을 연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누구야! 문 열기 전에 노크하는 법도 몰라요?!”“지안 씨, 나예요.”그때 성연신이 문 뒤에서 걸어 나오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 그렇게 갑자기 문을 열줄 몰랐어요.”심지안은 갑자기 등장한 성연신이 의아했지만 아직 재결합 전이기에 남자친구로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생각해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문 열기 전에 노크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병원 갈까요?”성연신은 심지안을 살피며 이것저것 물어왔는데 뒤에 서 있는 고청민을 정말 못 본 건지 아니면 못 본 척을 하는 건지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이렇게 큰 사람이 뒤에 서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들어오자마자 봤을 텐데.심지안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성연신을 한번 흘기고는 말했다.“그 정도는 아니고요. 밥 먹으러 가요. 나 배고파요.”“그래요.”심지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내려가려 하던 성연신이 그제야 뒤에 있던 고청민의 존재를 인지한 건지 그를 보며 물었다.“같이 밥 먹어요.”고청민을 손님 취급하는 그 말에 고청민의 눈에 살짝 언짢음이 감돌았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은 배가 안 고파서요. 나중에 배고프면 주방에 말하면 돼요.”이 집의 주인은 본인이라는 걸 어필하는 듯한 말에 성연신은 더는 말하지 않고 냉소를 흘리며 방을 나갔다.---밥을 다 먹은 성연신이 심지안의 방에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않자 심지안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성연신 씨, 오늘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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