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민의 눈빛이 그의 의아함을 대변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네.”둘만 남은 바둑실이라 지나치게 조용했지만 고청민은 무슨 일인지 바로 묻지 않고 테이블에 기대어 가만히 기다렸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심지안이 차분한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민채린 씨가 고청민 씨 줄 거라고 나한테 약을 줬어요. 가정부한테 줬으니까 잘 챙겨 먹어요.”의외의 말에 고청민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처럼 고분고분하게 머리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그리고 세움 그룹으로 돌아와요. 주식은 내가 넘겨줄게요.”심지안은 고청민의 눈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고청민이 잘못한 것도 맞고 아주 큰 피해를 입힌 것도 맞지만 그 주식의 액수가 너무 컸고 할아버지도 고청민의 복귀를 바라실 것 같아 심지안은 고청민을 불러들이기로 했다.성씨 가문이 제경에서 한 자리 차지하며 귀족 중의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건 다 할아버지가 젊을 때부터 세움 주얼리를 경영하며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들이었다.할아버지 세대의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자식들도 물론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고청민은 그 세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움과 함께 커왔으니 세움 주얼리의 번창에 공이 하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힘든 시간을 함께하는 게 그 성과를 함께 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심지안은 혼자 모든 걸 차지하고 만끽할 수 없었다.심지안의 말에 고청민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아... 아니에요. 나는 지안 씨를 세움에서 쫓아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세움 주얼리는 성씨 가문과 저의 공동 자산이죠.”“괜찮아요. 해외에서 고청민 씨가 나 도와줘서 창업도 했잖아요. 돈 있어요. 그리고 나도 조건 있어요.”“고청민 씨와 할아버지가 나한테 사업 자금을 주는 게 조건이에요. 제경에서 창업할 만한 돈이면 되요.”심지안은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양보를 할 순 있어도 너무 많이 잃을 순 없었다.고청민은 심지안이 충동적이라고 생각
심지안은 애써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며 “네”라는 짤막한 대답을 남기고 식사를 하러 내려가려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멀어지는 심지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청민의 눈에 섬뜩한 소유욕이 비치는 듯했다.심지안이 문을 열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문 너머에서 강한 힘이 전해져오며 문이 안으로 밀렸다.다행히 순발력 강한 심지안이었기에 코만 살짝 스치고 별문제 없었지만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기에 심지안은 짜증 난 듯 문을 연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누구야! 문 열기 전에 노크하는 법도 몰라요?!”“지안 씨, 나예요.”그때 성연신이 문 뒤에서 걸어 나오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 그렇게 갑자기 문을 열줄 몰랐어요.”심지안은 갑자기 등장한 성연신이 의아했지만 아직 재결합 전이기에 남자친구로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생각해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문 열기 전에 노크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병원 갈까요?”성연신은 심지안을 살피며 이것저것 물어왔는데 뒤에 서 있는 고청민을 정말 못 본 건지 아니면 못 본 척을 하는 건지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이렇게 큰 사람이 뒤에 서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들어오자마자 봤을 텐데.심지안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성연신을 한번 흘기고는 말했다.“그 정도는 아니고요. 밥 먹으러 가요. 나 배고파요.”“그래요.”심지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내려가려 하던 성연신이 그제야 뒤에 있던 고청민의 존재를 인지한 건지 그를 보며 물었다.“같이 밥 먹어요.”고청민을 손님 취급하는 그 말에 고청민의 눈에 살짝 언짢음이 감돌았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은 배가 안 고파서요. 나중에 배고프면 주방에 말하면 돼요.”이 집의 주인은 본인이라는 걸 어필하는 듯한 말에 성연신은 더는 말하지 않고 냉소를 흘리며 방을 나갔다.---밥을 다 먹은 성연신이 심지안의 방에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않자 심지안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성연신 씨, 오늘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은
“누가 새벽 두 시에 아침을 먹어요?”“그런 사람 많거든요. 그냥 성연신 씨가 나이가 들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뿐이에요.”가만있다 한 소리 들은 성연신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눈썹을 꿈틀거렸다.“내가 나이가 들었다고요? 아까는 지안 씨가 먼저 못 버티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그 말에 심지안은 얼굴이 빨개지며 발끈해서 소리 질렀다.“조용히 해요! 변태!”본인이 먼저 하자고 하자고 졸라서 그렇게 몇 번이나 해줬더니 인제 와서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로 나오는 성연신에 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아침 먹자면서요?”성연신이 심지안을 침대에서 일으키며 말했다.“가요, 내가 아는 곳 있어요.”“어디요?”“아침 먹는데요.”심지안의 질문에 성연신은 당연한 대답을 하며 웃었다.---그렇게 성연신이 30분이나 운전해서 도착한 가게는 마침 문이 열려있었다. 그 가게는 거리에 유일한 이 시간에 불이 켜진 가게였다.차에서 내린 심지안은 놀란 듯 성연신을 보며 말했다.“여기 와서 밥 먹은 적 있어요?”가게는 3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 전부여서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아침을 사서 나가는 손님들이었다.“창업할 때는 자주 왔죠. 여기 튀김빵 엄청 맛있어요.”심지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말을 듣고 혼자 중얼거렸다.“창업...”이런 구멍가게에 와서 밥을 먹었다니, 다른 건 먹을 돈이 없었나...심지안의 생각을 보아낸 성연신이 그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일이 늦게 끝나는데 여기 밖에 문 여는 데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몇 번 먹어보니까 맛있기도 하고, 가게가 작은 거만 빼면 여기가 최고예요.”“아, 놀랐잖아요. 성원 그룹 후계자가 이런 구멍가게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정도로 힘들었나 했어요.”“가요, 지안 씨도 먹어봐요.”성연신은 5개의 튀김빵과 순두부를 두 그릇 시켰다.심지안은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튀김빵을 보니 자연스레 손이 갔다.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다빈 씨는 아는 얘기가 참 많은 것 같아요.”연다빈은 잠시 흠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쳐들고는 말했다.“제가 아는 게 많은 게 아니라 임시연 씨가 워낙 유명한 거예요.”“음... 그렇긴 하죠. 피아노 잘 치던데.”“전에 나는 임시연 씨 연주회에도 갔었는데 요새는 통 안 보이네요.”“그게 무슨 일이 있었다나 봐. 들리는 말로는 뭐 범죄를 저질렀다던데.”“진짜요? 자세히 좀 말해봐요.”제 얘기를 떠드는 동료들에 “연다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에이, 다른 사람 얘기 그만하고 얼른 일이나 해요. 그러다 또 전처럼 이유도 없이 잘리면 어떡해요.”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동료들은 다들 각자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십분 뒤, 전체 직원회의가 있어 회의실로 들어온 직원들은 성연신은 보이지 않고 그 대신 심지안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그 모습에 몇몇 상황파악이 빠른 직원들은 연다빈에게 조롱의 눈길을 보내며 얼른 심지안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오늘은 사모님이 회의 여시는 거예요? 너무 영광이에요.”심지안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연다빈을 보더니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저희 곧 하거든요. 시간 있으면 다들 오셔서 식사하고 가세요.”그 말에 다들 깜짝 놀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어머, 너무 축하드려요!”아이가 이렇게 큰데 게다가 재혼인데도 상관없다는 듯이 결혼식을 하는 걸 보면 성연신이 심지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리고 결혼이라는 말에 얼굴을 굳어져 있던 연다빈도 제 존재감을 과시하려 입을 열었다.“지안 씨와 대표님이 재결합하신다니 정말 축하드려요. 좋은 날에 제가 꼭 참석해서 축하해 드릴게요.”그 말에 심지안이 담담하게 대답을 해왔다.“나는 연다빈 씨를 초대할 생각이 없는데요.”심지안의 말을 끝으로 회의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연다빈은 이게 바로 원하던 결과라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이내 불쌍한 척을 하며 말했다.“지안 씨, 혹시 내가 말실수했어요?”“아니요.”심지안
제 옛날 이름을 불러오는 심지안에 얼어붙은 연다빈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눈을 피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임시연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연기 그만해, 다 알아들었잖아. 성형까지 해가면서 성연신 씨 옆에 남으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심지안은 더 이상 임시연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목소리는 높진 않았지만 힘이 들어가 있어 주위 사람들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성형 안 했어요! 저 모함하지 마세요.”연다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괜찮은 척하며 소리 질렀다.“지안 씨가 나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 나를 못 보겠으면 내가 회사 그만둘게요.”말을 마친 임시연이 사원증을 테이블 위로 집어 던지고 나가려 하자 심지안이 소리를 치며 막았다.“경비, 임시연 잡아요. 도망 못 가게.”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 알고 심지안은 미리 문 앞에 배치해 두었던 경비에게 명령해 임시연을 잡았다.임시연은 원망 어린 눈으로 심지안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공포도 서려 있었다.도대체 어디에서 들통이 난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그래서 심지안이 일부러 저의 반응을 보려고 증거도 없으면서 자극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런 거라면 절대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그때 심지안이 빠르게 임시연 앞으로 다가와 눈썹을 꿈틀거렸다.“도망가려고?”“저는 정말 지안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무리 직원이라고 해도 이런 수모를 겪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부터는 성원 그룹 직원 안 할 테니까 놔주세요. 이건 너무 하시잖아요!”심지안은 최대한 불쌍한 척하는 임시연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매정하게 말했다.“그렇겐 못 하지. 좀 있다 경찰 오는데, 법의 심판은 받아야 하잖아.”경찰과 법이 등장한 문장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진짜 연다빈이 임시연이야? 이게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경찰까지 오는 거면 진짜 아니야?”“연다빈 씨
그렇게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누구는 임시연을 구하겠다고 1층으로 달려 내려가고 누구는 창가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직 살아있어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심지안은 사람들의 인영이 환영처럼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귀에 까지 이명이 들려 온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다.임시연이 뛰어내리는 결말을 예상해본적은 없었는데, 3층이 아주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낮은 층수도 아니었다.조금 정신을 차린 심지안은 사람들의 질책이 담긴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저들끼리 수군대며 심지안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사모님도 너무 하시지, 어떻게 사람을 뛰어내릴 때까지 몰아붙여? 저러면 밤에 악몽 안 꾸나?""그리고 왜 자꾸 연다빈 씨한테 임시연이라고 하는 거야? 너무 간 거 아니야?""다빈 씨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사모님이 살인자 되는 거야?""다빈 씨가 귀신 돼서 사모님한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있던 심지안은 이마에 힘을 주며 소리질렀다."내가 몰아붙인 거 아니고 본인이 뛰어내린 거야. 나랑 상관 없다고."심지안의 호통에 수군거림은 사라졌지만 그녀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매정했다.다들 "연다빈"에게 일이 생기면 심지안 책임으로 돌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 싶었다.심지안은 애써 심호흡을 하며 현기증을 이겨내려 했다. 그리고 구급차를 부르려고 뒤를 돌 때 마침 이곳으로 뛰어오는 성연신과 오지석을 발견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성연신이 빠르게 다가와 심지안의 어깨를 잡으며 주드럽게 다독였다."괜찮아, 내가 왔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던 심지안은 마침 다가오는 성연신을 보고 무슨 말이 라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시간이 조금 흘러 심지안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흰 벽과 소독약 냄새, 그리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성원 그룹 직원 자살 사건은 임시
자책하는 심지안을 보는 성연신은 가슴이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임시연의 죽음은 지안 씨와 아무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혼자 그런 생각 하지 마요.”심지안도, 성연신도, 그 누구도 임시연이 거기서 뛰어내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이다.임시연이 심지안 앞에서 그리고 성원 그룹에서 죽은 건 심지안과 성연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제가 잘못되어 죽는다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하진 않을 테니까 그걸 노리고 뛰어내렸던 것 같다.성연신도 놀라긴 했지만 직접 본 게 아니니 그리 큰 충격은 받지 않았는데 문제는 심지안이었다.물론 임시연도 죽을 줄은 모르고 뛰어내렸겠지. 그냥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감옥에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뛰어내린 걸 텐데 이렇게 죽어버려서 심지안만 힘들어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공허한 눈으로 성연신을 보며 웃어보려 했지만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서 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이상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임시연은 천벌 받아서 죽은 건데 내가 기뻐하는 게 맞죠.”“그래요, 안 뛰어내렸어도 경찰한테 잡혀서 자유롭진 못했을 거예요.”성연신은 심지안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지안 씨더러 임시연 잡아놓으라고 한 거잖아요. 귀신이 되어도 날 찾아올 거니까 지안 씨는 아무 걱정 하지 마요.”그때 오지석이 사실은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오려 했지만 임시연이 미리 눈치를 채고 송준에게 도움을 청할까 봐 성연신이 말렸었는데 임시연이 이렇게 극단적인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심지안을 절대 혼자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알겠어요.”긴장이 풀렸는지 심지안이 눈을 살짝 감으며 말했다.“나 아까 제대로 못 쉬어서 좀 잘래요.”“그래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네, 할아버지랑 우주한테는 나 병원에 있단 말 하지 마요.”“네.”가족들이 괜히 걱정할까 봐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심지안은 침대에 누웠다.제 앞에 앉아있는 듬직한 성연신을 보니 안심이 되는지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한편 성연신은
심지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말 좀 해봐요. 정말 시연 씨가 죽길 바란 거예요? 시연 씨가 죽으면 속 시원할 것 같았냐고요!”변석환은 심지안에게 소리쳤다. 울부짖는 변석환의 두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무섭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큰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변요석과 성연신이 먼저 달려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을 보호하며 변석환을 몇 걸음 뒤로 밀어냈다. 성연신의 행동은 냉담하면서도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지안 씨 앞에서 임시연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마. 다시 한번 실수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하하하! 살인범을 감싸고 도는 건가요?”변석환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시연 씨의 죽음에는 당신과 심지안 씨도 책임이 있어요.”“퍽!”변요석은 변석환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정신 차려. 임시연은 원래 죽어 마땅한 여자야! 더 이상 나를 창피하게 만들지 마!”변석환은 변요석을 바라보며, 맞은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원래 죽어야 했고... 맞아... 나를 속이고 이용했어... 죽어 마땅한 여자야...”하지만 변석환은 스스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 없었다.임시연이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변석환은 여전히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변요석은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며 분노를 억누르고 변석환에게 경고했다.“지금 당장 성씨 가문을 떠나. 네가 정신 차리고 지안 씨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그때 돌아와.”변석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사람들 사이로 문득 익숙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변석환은 그 그림자를 쫓아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변석환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그제야 그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깨달았다.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