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딴 데로 새려던 찰나 민도준이 갑자기 권하윤을 앞으로 끌어당겼다.남자의 눈빛은 마치 하윤의 껍질을 벗겨낼 것처럼 날카로웠다.막연한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하윤을 보며 도준은 아예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반 바퀴 빙 돌려 문을 마주 보게 했다.“직접 말해. 같이 가지 않겠다고.”‘분명 본인이 나를 쫓아냈으면서 이제는 또 협박한다고?’하윤은 순간 울컥해서 고개를 홱 돌렸다.“몰라요.”거절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공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그러고는 도준을 보며 말을 보탰다.“민 사장님, 제가 약속했던 건 해드릴 수 있으니 민 사장님도 약속 지켰으면 좋겠네요.”두 사람의 대화에 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두 사람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태준이 떠나간 뒤, 하윤을 잡고 있던 힘이 스르르 풀렸다.이윽고 도준은 1인용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마치 짙은 안개를 낀 것처럼 희미했다.“해원으로 돌아가겠다면 내가 사람을 찾아 데려다줄게.”도준이 또다시 당장이라도 자기를 쫓아내지 못해 안달 난 모습으로 돌아오자 하윤은 순간 억울하고 분해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필요 없어요. 공태준도 마침 돌아가니 차 좀 빌려 타면 그만…….”하지만 뒤에 말은 자기를 쏘아대는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그대로 목구멍으로 삼켜야만 했다.“경고하는데, 지금 나 건드리지 마. 안 그랬다간 마음을 바꿔버릴지도 모르니까.”하윤은 귀를 쫑긋 세웠다.‘마음을 바꾼다고? 그러면 결정을 번복한다는 건가?’사실 기어코 떠나려 하는 건 그저 자유를 갖고 싶어서다.하지만 지금 자유가 손에 주어지니 또 오히려 가기 아쉬워졌다.이에 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자기 궁금증을 그대로 내뱉었다.“마음을 바꾼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하윤이 지금 기대를 품고 있다는 걸 놓칠 리 없는 도준은 눈을 반짝이며 저를 보는 여자를 빤히 쳐다봤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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