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달래듯 부드러워진 민도준의 말투에 권하윤은 순간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왜 이러는 거지? 설마 밖에 나갔다가 귀신이라도 씌었나?’하지만 뭐가 됐든 권하윤은 민도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아예 죽은 척 눈을 감고 있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민도준이 권하윤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댔다.“정말 화났어?”권하윤은 그제야 눈을 감은 채로 콧방귀를 뀌었다.“제가 화나든 말든 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는 건 변함 없잖아요. 어찌 됐든 아무 데도 갈 수 없으니까 저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그 말투는 불쌍하기도 하고 화가 나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마 권하윤 외에는 몇 안 될 거다.민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권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날카로움도, 부드러움도 심지어는 민도준 본인조차 알 수 없는 심란함도 섞여 있었다.민도준은 항상 뭐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뭘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권하윤이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걸 본 순간 바로 화면을 덮어버렸다.그 순간 민도준은 권하윤이 자기 곁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날개와 다리를 부러트리고 싶으면서도 권하윤이 아플까 봐 걱정되고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잃을까 봐 걱정되었다.이렇듯 자꾸만 망설이는 건 민도준의 성격이 아닌데 말이다.‘나도 점점 미쳐가나 보네.’민도준은 잔뜩 불만이 묻어 있는 권하윤의 얼굴을 꽉 꼬집었다.“눈 떠. 얼른, 할 얘기 있어.”민도준의 차가워진 말투에 권하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민도준을 힐끗거렸다.“왜요?”“방에 갇혀 있기 싫어?”그 말에 권하윤은 발끈했다.“당연하죠! 저 산 사람인데 방에만 가둬두고 해볕 쪼임도 못하고 신선한 공기도 못 마시게 하면 이건 학대예요!”권하윤이 화를 내는 모습에 민도준은 이내 권하윤을 품속으로 끌어들였다.“됐어. 햇볕도 쬐고 싶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싶다 이거지?”권하윤은 여전히 화가 났지만 민도준의 태도가 그나마 많이 누그러들자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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