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1604 챕터

제601화 지금도 늦지 않았어

손가락 끝에 갑자기 차가운 느낌이 전해지더니 루비 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권하윤은 잠깐 멍해졌다.무거운 마음이 순간 아래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하더니 권하윤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려고 할 때 민도준의 손이 권하윤의 손가락을 잡았다.루비 반지는 새하얀 권하윤의 손을 마치 예술품처럼 만들어 주었다.이윽고 웃음기가 섞인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며칠 늦었지만 완전히 늦은 건 아니지?”다시 그 반지를 보는 순간 권하윤의 기분은 완전히 달랐다.고작 며칠이 흘렀지만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지난번에 이 반지를 볼 때 권하윤은 결혼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속박당하고 있다고만 느껴졌다.잠자기 전 권하윤이 반지를 빼려고 하자 민도준은 바로 막았다.“뭐 하는 거야?”“아직 적응이 안 돼요…….”“끼다 보면 적응돼. 얼른 자.”-민도준의 말대로 일주일이 지나자 권하윤은 반지에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별장에서의 생활도 적응했다.낮에는 민도준이 없다 할지라도 밤마다 찾아와 저녁식사를 함께했으니.게다가 식사가 끝나면 권하윤의 옆에서 민도준은 좋아하지도 않는 드라마를 같이 보곤 했다. 심지어 며칠 보고 나니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까지 외웠다.오늘 마침 무서운 부분이 나오는 장면인데 권하윤은 하필이면 주스를 많이 마셔 화장실에 다녀왔다.하지만 떠나기 전 민도준에게 제대로 보고 말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그러다 다급히 나왔을 때, 권하윤의 발걸음은 거실에 멈췄다.소파에 앉은 민도준이 눈살을 찌푸린 채 티브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분명 권하윤의 드라마 스타일을 뭐라 말하더니 이 시각 민도준은 인내심 있게 드라마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마음이 누그러들었다.이윽고 며칠간 억눌렀던 감정이 고개를 쳐들었다.습관은 참 무서운 건가 보다. 분명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 되뇌었는데 결국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습관이 나오는 걸 보니.일주일 전 권하윤은 자유가 고팠고 정상적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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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놔주면 안 돼요?

민도준은 침대 옆에 앉아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왜? 이젠 화가 풀렸어?”크게 화난 것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다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스로도 난감했는지 권하윤은 콧방귀를 뀌었다.“조금 휴식하다가 다시 화낼 거예요.”민도준은 그런 권하윤을 무시한 채 옆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뭔가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그때 옆에서 민도준의 핸드폰을 본 권하윤은 눈이 반짝이더니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가 기댔다.“도준 씨, 뭐 해요?”권하윤은 그저 핸드폰으로 말을 꺼내 자기한테도 전자기기를 줄 수 없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핸드폰 액정에 비친 문자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도준 형, 은찬이 찾았어.]은찬이…….순간 은찬이가 은우의 동생이라고 하던 공태준의 말이 생각났다.권하윤은 이미 성은우에게 미안한데 만약 은찬이마저 일이 나면 자기를 용서하지 못할 거다.순간 회상에 잠긴 권하윤은 민도준이 이미 핸드폰을 꺼버렸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민도준의 말에 방금까지 머리를 굴리던 권하윤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슬쩍 바라봤다.이윽고 바른 태도로 사과하기 시작했다.“방금 제가 실수로 핸드폰 문자 내용을 봐버렸어요.”“응. 그래서?”“그래서…….”권하윤은 슬그머니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은찬이를 찾았다는 걸 봐 버렸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민도준은 침대 머리에 기대며 악랄한 기운을 내뿜었다.“감히 내 눈앞에서 수작질을 했는데, 내가 어쩔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순간 권하윤의 가슴은 쿵 하고 가라앉았다. 민도준의 성격대로 한다면 은찬은 아마 죽지 않으면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권하윤은 손가락으로 이불을 꽉 그러쥐었다.“사실 은찬이가 예전에 저를 잘 챙겨줬었는데 그저 한번 실수한 것뿐이에요. 아직 어린애인데 그냥 놔주면 안 돼요?”“걔가 어떤 짓을 했는지 기억나게 해줄까?”사실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지금도 은찬이가 자기에게 미약을 사용할 때 느꼈던 놀라움이 생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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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고분고분해지다

“그래, 나도 그건 알아.”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모르는 건 하윤 씨가 나를 얼마나 더 오래 속일 건가 하는 거지.”일주일간 돌아온 혈색이 순간 사라지더니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했다.“저…… 일부러 속이려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응?”살짝 올라간 끝 음에 권하윤의 심장도 더 빨리 쿵쾅거렸다.아마 권하윤의 삶에 이제는 민도준뿐이라서 민도준의 모든 기분이 권하윤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이었다.더욱이 민도준이 매번 화를 낼 때마다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었으니까.일이 악화할까 봐 권하윤은 매번 거짓말을 해대고 들통나면 또 무서워 벌벌 떠는 악순환에 놓여있다.게다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니 권하윤은 점점 더 둔감해졌는지 지금도 한참을 생각해도 뭐라 말해야 할지 합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오히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민도준의 팔을 꼭 잡았다.그건 민도준을 무서워하면서도 의지하는 표현이었다.하지만 민도준에게는 잘 먹혀들어 간 모양인지 민도준은 끝내 권하윤의 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그래서 나를 속이고 싶지 않다 이거지?”갑자기 부드러운 말투로 돌아온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은 어리둥절해서 둔감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럼 은찬이 풀어줄게.”“진짜요?”권하윤은 믿기지 않는 듯 민도준을 멍하니 바라봤다.“응, 하윤 씨가 말한 것처럼 얌전히 있은 보상이야.”민도준이 고분고분해진 모습에 권하윤은 입을 벌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기어들어 간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민도준은 그런 권하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나한테 그렇게 내외할 거 뭐 있어?”권하윤은 말을 더 하다간 실수라도 할까 봐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민도준의 가슴에 기댔다.이런 고요함은 이튿날까지 지속되었다.권하윤은 말이 적어졌고 좋아하던 드라마를 보는 것조차 흥미를 일으키지 못했다. 마치 하루아침에 활기를 잃은 것처럼.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온 것뿐이었다.늦은 밤 민도준은 이불 안에 쪼그리고 누운 권하윤을 보고는 열쇠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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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니야

불빛이 타오르더니 민도준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왜? 부러워? 너한테 이 기회를 넘겨줄까?”그 말에 최수인은 이내 손사래를 쳤다.“나한테 그런 복이 어디 있다고. 상대는 너를 원하지 나를 원하는 거 아니잖아. 그런데 너 박씨 가문 딸을 윤이 씨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거 그쪽에서는 괜찮대?”민도준은 그 말에 담배 연기를 후 내뱉으며 눈을 흘겼다.“내가 방패막이로 사용한다고? 스스로 달려든 거거든.”결혼식 전날 박씨 가문에서는 민도준과 박민주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퍼뜨리고는 나중에 결혼식을 비밀리에 진행하자 더 마음대로 날뛰기 시작했다.때문에 외부 사람들은 박민주와 민도준이 이미 결혼한 줄로 알고 있다.이런 행동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게 뻔한데 박씨 가문 가주가 딸을 생각해 세운 계략이란 것만은 알 수 있다.우선 민도준이 “제수씨”와 결혼한다는 걸 민씨 가문에서는 원래도 쉬쉬하기에 허위소문을 퍼뜨려도 해명하지 못할 테고, 둘째는 박씨 가문에서 이 “혼인”으로 민도준에게 묻어가려 하기 때문이다.더욱이 박민주가 민도준을 그렇게 좋아하니 아무리 허울 좋은 껍데기라도 딸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일 거다.게다가 한발 물러서서 생각한다 해도 두 가문에서 이번 일에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민도준은 어느때곤 부인할 수도 모두 헛소문이라고 나서서 말할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은 그저 민상철을 상대해야 하기에 잠깐 박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뿐이다.최수인은 이런 재벌가들의 암투에 흥미가 없었기에 듣다가 이내 하품을 해댔다.“그런데 너 너네집 영감탱이 신경도 쓰지 않았었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왜 상대하는데?”“공태준이 영감탱이 찾아갔었거든.”최수인은 그 말에 하던 하품을 억지로 넘기고 놀란 듯 물었다.“뭐? 그럼 그 자식이 설마 윤이 씨 일을?”민도준이 부인하지 않자 최수인은 끌끌 혀를 찼다.“공태준 이 능구렁이 같은 놈. 자기는 좋은 사람인 척하며 영감탱이 힘을 빌린다 이거네! 상황이 아주 가관이구먼. 어쩐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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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떠날 수 없어

장 집사는 입을 뻐금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아마 엄청 잔인한 장면이었을 겁니다.”“그렇겠지.”민상철은 탄식하듯 말했다.살아남았다 한들 피투성이가 되었었겠지.첫째네가 민도준의 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절대로 쉽게 놓아주었을 리 없었을 테고, 아마 계속 사람을 풀어 뿌리째 뽑아버리려 했을 거다.여권은 신분과 달라 불법체류자처럼 떠돌았을지도 모른다.돈도 없는데 이국땅에서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을 버티면서 민도준이 대체 어떻게 살아서 다시 돌아왔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민상철은 핏발이 선 눈을 그윽하게 뜨고 중얼거렸다.“나 요즘 매일 둘째네 부부가 꿈에 보여. 둘이 나한테 도준이가 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두 사람이 죽어갈 때 내가 왜 그냥 보고만 있었냐고 하더군…….”장 집사는 그 말에 이내 위로했다.“둘째 도련님 내외는 모두 착한 분이라서 이해하실 겁니다.”민상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조차도 용서할 수 없는데 그 두 사람이 어찌 나를 이해하겠나? 난 확실히 둘째네한테 미안해. 그저 도준이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야지. 만약 누구한테 당하기라도 하면…….”순간 눈에 선 핏발이 악한 기운에 뒤덮였다.“그 애는 남겨서 안 되겠어.”“도준 도련님이 이미 권하윤 씨 진짜 신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자네 어디 도준이를 하루 이틀 보나? 그저 민승현이 사라져서 그런 척 시늉만 하는 거야. 내가 눈을 감으면 도준이를 누가 통제하겠나?”장 집사는 망설이며 물었다.“하지만 도준 도련님이 권하윤 씨를 옆에 꼭 끼고 있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들어갈 수는 없어도 나오게 할 수는 있지 않은가.”민상철은 손에 낀 염주 팔찌를 빙글빙글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말씀은…….”“이렇게 하게…….”몇 마디 속삭이는 사이 어둠이 드리웠다.-고요한 밤이라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무한대로 커졌다.이윽고 침실 문이 열리더니 은은한 술 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 들어왔다.원래도 잠이 덜 든 권하윤은 민도준이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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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노동력으로 쓰이다

핸드폰이라는 소리에 권하윤의 심장은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기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물론 이런 결과를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오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민도준이 의심이라도 할까 봐 권하윤은 곧바로 대답하지는 못하고 그저 콧방귀를 뀌었다.“그냥 해본 소리는 아니겠죠?”겉보기에는 그런 거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벌써 쾌재를 불렀다.“싫어? 아, 그럼 됐어.”민도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내뱉은 말에 권하윤은 마음이 조급해져 아예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원해요. 원해요. 갖고 싶어요.”“하.”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민도준의 목소리에는 야릇한 느낌이 묻어있었다.“응? 그렇게 원해?”민도준이 자기의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걸 인식하자 권하윤은 흥분에 겨워 민도준의 목을 끌어안았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누가 그걸 말했어요? 핸드폰 말하는 거예요.”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도 핸드폰 말하는 건데 뭘 생각한 거야?”“하!”민도준한테 말로는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권하윤은 아예 이불을 끄집어 올리고 뒤로 홱 돌아누웠다.“저 피곤해서 잘래요.”그런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이불을 사이에 둔 채 뒤로 돌아누워 있는 권하윤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뭐야? 목적을 달성했다고 이젠 내 시중은 안 들어?”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찔렸는지 이내 고개를 슬쩍 돌리며 낮게 중얼거렸다.“누가 그랬다고 그래요. 저 안 그랬어요.”하지만 확신도 없고 민도준이 말을 다시 거두어들일까 봐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 일어나 옆으로 쓱 다가갔다.이윽고 턱을 민도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그럼 어떻게 시중을 들까요?”민도준은 자기 가슴을 쓱 문질러대는 권하윤의 손을 잡더니 옆으로 눈을 흘깃거렸다.“그렇다면…….”권하윤의 심장이 콩닥거리던 그때, 민도준은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마사지 해줘.”마사지?권하윤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그런 의미로 말하는 건가?’잠깐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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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나를 사랑하는 거였어

“뭐가?”“그러니까…… 어…….”권하윤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혹시 속세를 꿰뚫어 봐서 이젠 욕망도 욕심도 없어졌어요?”“어떨 것 같아?”갑자기 손을 잡는 민도준의 동작에 권하윤은 손을 뒤로 뺐다.“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젠 제가 싫어졌나 보죠. 어쩐지 늦은 밤 술 마시러 간다 했더니. 술 마시는 건 핑계고 여자 만나러 간 게 진짜 목적 아니에요?”괴상야릇한 말투에 민도준은 권하윤의 이마를 쿡 찔렀다.“하윤 씨한테 그런 쓸모밖에 없다고 누가 그래? 내가 하윤 씨 건드리기라도 하면 또 울며불며 내가 자기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거잖아.”권하윤은 민도준의 답에 멈칫했다. 솔직히 이런 원인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제야 권하윤은 뭔가를 알아차린 듯 몸을 일으켜 세워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 순간 긴 머리카락이 등 뒤에서 흘러내렸고 희고 가는 발가락이 위로 한껏 치켜 올라왔다.“그러니까 저 아직도 사랑한다는 뜻이죠?”민도준은 끝없이 들이대는 권하윤의 모습에 재밌는 듯 피식 웃었다.“아주 끝없이 기어오르네.”민도준이 부인하지 않자 권하윤의 마음에는 순간 온기가 퍼졌다.모든 걸 제쳐두더라도 자기의 마음이 상대의 응답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권하윤의 모든 행동이 목적이 있다 할지라도 감정만은 진짜였으니까.다행인 것은 지금은 민도준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기에 그나마 탄로 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지금 이 순간도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때문에 민도준의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슬그머니 다가가 말랑한 입술을 민도준의 입술 위에 포갰다.“그런 건 몰라요. 도준 씨가 직접 말하는 거 듣고 싶어요.”민도준은 자기 어깨에 자꾸만 비벼대는 권하윤의 머리를 잡으며 모르는 척 물었다.“뭘?”“하. 일부러 이러는 거죠?”조급해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됐어. 그만해. 한밤중에 오글거려 죽겠어.”머리가 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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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감사 인사가 이것뿐인가?

민도준은 권하윤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얼른 내려가 밥부터 먹어. 다 먹으면 줄게.”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난 권하윤은 절뚝거리며 욕실로 들어갔지만 샤워하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게다가 아침을 먹으면 핸드폰을 주겠다는 민도준의 말 때문에 음식도 눈 깜짝 할 사이에 먹어버렸다.그 결과 결국 목에 걸려 기침을 해대며 물을 마셨다.마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급하게 행동하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티슈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천천히 먹어.”“콜록콜록…… 저 다 먹었어요.”권하윤은 두 손을 민도준 앞에 쑥 내밀며 마치 눈으로 말하기라도 하는 듯 깜빡거렸다.결국 민도준은 약속대로 권하윤의 손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하지만 전에 사용하던 게 아닌 새것이었다.이에 권하윤은 조금 실망했지만 며칠동안 집에만 갇혀 있다가 이런 핸드폰이라도 차려진 거에 만족했다.권하윤은 핸드폰을 받아 들자마자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는 확인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하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민도준을 바라봤다.“고마워요.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그 말투는 대충 들어도 성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민도준은 순간 권하윤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감사 인사가 이것뿐인가?”“어제 감사 인사는 했잖아요. 그거로도 모자라요?”권하윤은 불만인 듯 투덜거렸다.목적에 도달하자마자 다시 할 말을 따박따박 내뱉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났다.“그래. 이젠 아예 모른 척 하겠다 이건가?”“누가 그렇대요…….”권하윤은 민도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얼른 핸드폰을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호주머니 안에 넣고는 민도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교부렸다.“제가 핸드폰을 달라고 한 것도 그저 도준 씨랑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왜 제 마음을 몰라주세요?”“확실해?”“네. 확실해요.”권하윤은 진심이라는 듯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오호, 나한테 전화하려고 그랬구나.”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을 다시 반복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나한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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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통신 수단일까? 감시 수단일까?

권하윤은 핸드폰 안에 있는 걸 이것저것 뒤져봤다.‘이거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신형 휴대폰인 것 같은데. 기능도 완비되어 있고.’하지만 권하윤은 왠지 모르게 이 핸드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벌써 일주일이나 연락하지 못한 어머니께도 연락해 공태준이 가족을 안전하게 데려왔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오빠가 무사히 새 병원으로 옮겨졌나?’‘아니야. 공태준이 아직 경성에 있으니 아직 해외에 있을 걸야. 그러면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뜻인데.’만약 이 핸드폰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전화하면 권하윤은 스스로 계략에 걸려드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면 가족의 위치도 폭로될 거고.‘공태준은 더 안 돼.’공태준의 번호를 전혀 모르는 건 둘째 치고 만약 민도준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앞으로 자유는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권하윤은 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을 잠깐 멈췄다.그러다가 가장 안전한 사람을 선택했다. 바로 권희연.‘전에 희연 언니를 불러 나를 돌봐주라고 한 적도 있으니까 희연 언니와 연락하는 건 괜찮겠지?’하지만 그렇다 해도 권하윤은 민도준의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이에 권하윤은 민도준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은 전화를 받아버렸다.“왜?”권하윤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머리를 잠깐 굴리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보고 싶어서요.”“내가 나온 지 이제 5분 지났어.”“5분이 뭐 어때서요? 5초라도 보고 싶어요.”“말은 잘해. 할 말 있으면 해.”곧바로 속마음이 들통나 버린 권하윤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혹시 희연 언니 전화번호를 주면 안 돼요? 저 너무 오랫동안 대화를 안 해서 수다 떨고 싶어요.”“난 사람 아닌가?”“에이, 그건 다르죠.”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조급해 났는지 재촉해 댔다.“돼요 안 돼요?”“심심하면 내가 사람 보내줄게.”사람?권하윤은 의아한 듯 물었다.“누구요?”그리고 반 시간 뒤, 권하윤은 그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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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권하윤을 위해 준비하다

대문에 다가갈수록 나이 든 어르신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귀에 들려왔다.“어르신께서 물건을 가져다주라고 해서 온 거라니까 그것도 못 들어가게 해?”익숙한 목소리인 것 같아 문틈으로 확인했더니 장 집사였다.그 시각 장 집사는 네모난 상자가 든 채로 대문 밖에 있는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하지만 경호원들은 누구도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는 민도준의 명령을 받았기에 온 사람이 아무리 민씨 집안 어르신의 곁에서 일하는 장 집사일지라도 칼같이 거절했다.그때 권하윤이 문을 비스듬히 열었다. 어찌 됐든 장 집사는 민상철 쪽 사림이기에 민도준이 민씨 집안과 더 사이가 틀어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집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권하윤이 밖으로 나오자 팀장으로 보이는 경호원이 얼른 앞에 막아섰다.“권하윤 씨, 안으로 들어가 계세요. 여긴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경호원들이 장 집사가 마치 권하윤을 죽이러 온 사람인 것처럼 대하자 권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민상철이 만약 권하윤을 죽이려면 장 집사를 혼자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권하윤도 경호원들이 난감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 안전거리를 유지했다.모든 경호원들의 관심이 권하윤에게 쏠렸을 때 장 집사는 상자를 든 손으로 권하윤에게 손짓했다.암시가 담긴 듯한 손짓에 권하윤은 잠깐 멍해 있다가 눈이 살짝 흔들리더니 입을 열었다.“집사님께서 그저 물건만 전해주러 오셨다니 물건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민 사장님께는 제가 대신 전해줄게요.”권하윤은 장 집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예 집안으로 쳐들어가기보다 물건을 전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는지 장 집사는 경호원들의 눈빛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니 이걸 대신 도준 도련님께 전해주세요.”그저 특별할 것 없는 상자였지만 경호원들은 권하윤에게 전해주기 전 조심스럽게 안을 훑어보고 위험한 물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권하윤에게 건넸다.이윽고 권하윤은 그 상자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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