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1604 챕터

제591화 사실을 밝히다

“왜 말이 없어?”커다란 손이 권하윤의 목덜미를 꽉 잡는 바람에 권하윤은 민도준의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민도준의 목소리는 표정과 달리 매우 부드러웠다.“헬기 소리 들었을 때 무슨 생각 했어? 응? 왜 나한테 잡혔나 생각했어? 아니면 나한테 잡히면 공태준과 어떻게 해원으로 돌아갈지 걱정했어?”한마디 한마디 말은 권하윤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어 도망칠 수 없게 했다.모든 설명은 사실 앞에서 변명만 될 뿐이었다.말문이 막힌 권하윤의 모습은 마침 민도준의 눈에 들어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효과를 더해줬다.목덜미를 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 권하윤의 목을 더 꽉 조였다.“말해 봐. 왜 말 안 하지? 나는 미친 듯이 찾아다녔는데 공태준과 어떻게 도망칠지를 생각했어? 어디 말해 봐.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몇 날 동안 쇠약해진 몸은 남자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 힘에 종잇장처럼 펄럭이다가 확 내팽개쳐졌다.가슴속에 쌓여 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모두 흘러나왔는지 권하윤을 밀쳐내는 힘을 빼지 않은 터라 권하윤은 철퍼덕 넘어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민도준은 여전히 침대 옆에 서서 권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그늘에 가려져 알 수 없는 빛을 비춰냈다.그렇게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민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몸을 돌려 떠나갔다.권하윤은 다급히 손을 뻗어 민도준을 잡으려 했다.“잠깐만요.”하지만 제대로 잡지 못한 탓에 다급히 침대에서 내리느라 자기의 발이 다쳤다는 것도 잊어버렸다.“아-”권하윤이 눈을 감고 침대 아래에서 고통을 참고 있을 때 힘 있는 손이 권하윤을 들어 올려 다시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이윽고 귀찮은 듯 꾸짖었다.“다리도 다쳤으면서 왜 이래?”하지만 권하윤은 다른 걸 관계할 겨를도 없이 미처 거두어들이지 못한 민도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제 말 좀 들어 봐요.”권하윤은 잠깐 멈칫하다가 이를 악물었다.“제가 공태준과 같이 간 건 제가…… 제가 권하윤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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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저 사랑해요?

권하윤은 어리둥절해졌다.솔직히 권하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았다.이제야 오빠가 민도준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평소에 무섭지 않냐고 하던 물음이 생각났다.민도준은 기쁠 때는 당연히 지내기 좋은 상대다. 하지만 일단 모순만 생기면 권하윤은 맞서기는커녕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다.김빠진 권하윤의 얼굴에 민도준은 뜬금없이 웃음을 내뱉었다.“뭐야? 방법도 생각하지 않았으면서 나한테 개겼던 거야?”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권하윤은 이제 더 이상 민도준의 변덕스러움을 상대할 마음도 없어졌다. 더욱이 이대로 상황이 악화하다가 일이 더 나빠질까 봐 아예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 채 홱 돌아 누웠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런 도피 방식은 얼마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민도준이 곧바로 옆에 누웠기 때문이다.그 순간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오늘 여기서 자려고 그러나?’권하윤은 분위기가 이토록 안 좋아져 민도준이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곳도 민도준의 집이기에 권하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방안의 불이 꺼지는 걸 묵묵히 지켜봤다.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별장으로 왔지만 이제는 여기를 떠날 기회도 없다.‘오늘 하루 종일 민혁 씨가 안 보였는데 설마 아직도 내 신분을 조사 중인가?’‘아니면 이미 조사를 마쳤나?’‘그래서 본인의 명성에 누가 되더라도 계속 제수씨인 권하윤으로 살아가라고 하는 건가? 이씨 가문 딸보다는 이게 나아서?’‘아마 그렇겠지. 내가 이시윤이 되면 옛 연인과 새로운 애인 중에 선택하기 어려울 테니까.’‘오히려 이대로 나를 가둬 두는 게 나을지도.’순간 공태준이 리조트에서 기다리겠다던 말이 생각나 권하윤은 더 복잡하고 답답해 났다.이미 민도준에게 끌려 별장으로 돌아왔는데 자유가 어디 있다고? 리조트는커녕 이 별장에서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데.순간 권하윤은 땅에 파묻었던 USB가 떠올랐다.‘잇따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못 볼 것도 없지. 여기서 더 나빠질 게 뭐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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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사랑은 사치야

방 안의 어둠은 마치 모양이 생겨난 듯 권하윤의 코를 파고들어 숨이 막혔다. 이런 감각은 그날 강물에 빠졌을 때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권하윤은 계속 이 방에 있다간 결국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았다.끝내 이불을 걷고 침대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데 언제 일어나 앉았는지 모를 남자에게 어깨가 붙잡히고 말았다.“다리도 절뚝거리며 어딜 가려고 그래?”뒤늦은 반응에 권하윤은 더 답답해 버둥대며 내려가려고 애썼다. “제가 어딜 가든 도준 씨랑은 안 가요.”그 말에 민도준은 마치 인내심을 잃은 듯 권하윤을 다시 원래 자리고 끌어오더니 얌전하지 못한 권하윤을 자기 아래에 가둬버렸다.“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권하윤은 버둥대다가 헛수고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아예 얼굴을 홱 돌려 포기하듯 투덜거렸다.“하고 싶으면 빨리하기나 해요. 어차피 도준 씨한테 저는 그런 용도밖에 없을 테니까.”민도준은 재밌는 듯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얼굴을 들어 윗몸을 일으켰다.“나 요즘 잠도 못 잤는데 일을 시키려고? 날 아예 뽑아 먹을 생각인가?”권하윤은 입을 입을 벌리며 억울한 듯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다시 자신감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갓 화내고 바로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도 웃기니까. 말을 하려다가 마는 듯한 권하윤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이에 민도준은 권하윤의 얼굴을 꽉 잡았다.“난 그저 잠만 자려고 했는데 옆에서 찡찡거리더니. 참 끝도 없지 아주? 한바탕 해야 얌전해 질 거야?”그 시각 민도준은 아까의 포악함을 거두더니 여상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 말투에 권하윤은 조금 전 일이 환상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마치 권하윤이 민도준을 거역하지만 않으면 얼마나 성깔을 부리든 모두 인내심 있게 받아줄 것처럼.예전 같았으면 권하윤은 비 온 뒤의 무지개 같은 이 변화에 기뻐 헤어 나올 수 없었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난 뒤라 그런지 이런 걸 믿는 건 그저 스스로를 속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거짓된 아름다움 속에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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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집

권하윤은 순간 등이 오싹해 무의식적으로 버둥댔다.“저 다리가 저려서 그래요. 저 좀 놔줘요.”하지만 순순히 응해줄 민도준이 아니었다.오히려 놔주기는커녕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을 스르륵 아래로 쓸어내렸다.“다리가 저려? 내가 주물러 줄게.”“필요 없어요…… 어딜 주무르는 거예요…….”퉁명스러운 목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변해버렸다. 심지어 부끄러운 나머지 민도준의 손을 마구 긁어대는 바람에 손톱자국을 남기기까지 했다.하지만 새끼 고양이가 손톱으로 긁어대는 듯한 느낌일 뿐이라서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했다.슬립 원피스의 끈이 흘러내리고 치맛자락이 위로 살짝 걷혀 올라간 순간 권하윤은 민도준이 끝까지 할 거라고 생각햤지만 웬일로 손을 뗐다.이윽고 어리둥절해하는 권하윤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왜? 아직도 모자라?”권하윤은 그 말에 욱했는지 버럭 소리 질렀다.“누가 모자라다고 했어요?”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얼굴을 슬쩍 문질렀다.“난 아직 모자라는데.”“아, 만지지 마요.”말하면서 자기 얼굴을 벅벅 문지르는 권하윤의 동작에 민도준은 재밌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나도 더럽다고 하지 않는데 왜 본인이 그래?”민도준의 노골적인 말에 권하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벌떡 일어섰다.“저 샤워하러 갈 거예요!”그러고는 이 한마디를 남겨놓고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그 시각 민도준은 침대 머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절뚝거리며 욕실로 가는 권하윤을 빤히 지켜볼 뿐 도와주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처음에는 은근히 민도준이 도와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권하윤은 민도준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자 심술이 났는지 혼자서 절뚝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다리가 원래도 다쳤는데 민도준 때문에 힘까지 빠져 혼자 걷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권하윤이 욕실에 들어서려는 찰나 발이 붕 뜨더니 가로로 솟구쳐 올랐다.권하윤은 아직도 민도준이 모른체 지켜만 보고 있던 모습에 화가 났는지 고집을 부렸다.“도준 씨 도움 필요 없어요. 저 혼자도 돼요.”민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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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마음을 좀먹다

집으로 가자는 말을 듣자 권하윤은 순간 멍해졌다.그토록 자연스러운 말투는 마치 결혼한 신혼부부끼리 집에 가서 식사하자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심지어 잠깐의 착각을 불러일으켜 차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권하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민도준을 빤히 바라봤다.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억제하기 어렵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아마 사랑일 거다.마치 지금의 권하윤처럼. 분명 빠지지 말자고 현혹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봐도 민도준이 적색 신호등을 기다리며 권하윤의 손을 잡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그때 민도준이 권하윤의 손을 주무르며 피식 웃었다.“마른 것 봐. 손도 닭발 같네.”순간 정신을 차린 권하윤은 화가 난 듯 손을 빼며 투덜거렸다.“그래요. 그런데 당장 놓지 않고 뭐 해요? 긁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하지만 권하윤이 손을 빼기도 전에 민도준이 권하윤의 손등을 톡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장난이야.”그제야 권하윤은 콧방귀를 뀌었다.민도준은 권하윤의 손을 얼마나 오래 바라봤는지 모른다. 가는 손 위에 마침 차창으로 비쳐 든 햇빛이 드리워 희고 깨끗했다.“예뻐.”이윽고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손바닥을 살살 긁어댔다.“게다가 여기가 부드럽잖아.”분명 별말 아닌 것 같았지만 권하윤은 순간 민도준이 만졌던 곳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다는 게 느껴졌다.그 때문에 민도준이 손을 놓은 뒤에도 자기 손바닥을 한참 동안 긁어댔다.하지만 차 안의 온화하고 아름답던 분위기는 별장 주위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아무리 아름다운 거라도 권하윤이 지금 새장 속에 갇힌 새라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민도준은 권하윤의 지친 듯한 표정을 보더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손을 뻗어 권하윤을 자기 품 안에 끌어안았다.그렇게 품에 안긴 채로 별장 안으로 들어간 권하윤은 문을 열자마자 음식 냄새를 맡게 되었다.이윽고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이 눈에 들어와 권하윤은 멍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돌아봤다.“배고프다며? 나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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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한번에 해결하다

권하윤이 자기가 실수라도 한 게 아닌가 놀라고 당황해할 때 무릎 위에 따듯함이 전해지더니 민도준의 손이 멀쩡한 한쪽 다리 위를 천천히 쓸었다.“사실 지팡이도 불편하잖아. 아니면 이쪽 다리도 부러트리고 휠체어 준비해 주는 게 어때?”분명 농담조였지만 손이 닿은 곳에서부터 소름이 끼치며 온몸에까지 전해졌다.특히 권하윤의 번뜩이는 눈빛에 권하윤은 놀라 뒤로 슬쩍 물러났다.“지팡이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라…….”하지만 권하윤이 뒤로 물러나기 바쁘게 무릎 위에 전해지는 힘 때문에 다시 원래 자리로 끌려왔다.민도준은 씩 웃으며 권하윤의 머리를 누르더니 마치 애인에게 말하든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뭘 그렇게 겁을 먹어? 고작 지팡이 하나도 안 줄까 봐? 이따가 애들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게.”민도준이 다시 동의하자 권하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그저 민도준의 자기를 침대에 눕히고 얼굴 옆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는 걸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자. 저녁에 밥 먹으로 올게.”권하윤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민도준이 떠난 뒤 권하윤은 또렷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민도준이 이미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오전에 의사가 뼈를 교정해 준 덕에 다리가 원래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게다가 천천히 걷는 것도 가능했다.물론 계단을 내리는 건 여전히 힘들었지만 작은 걸음으로 움직이면 그래도 괜찮았다.이 시각 목표는 단지 정원뿐이었다.하지만 USB를 묻어둔 곳을 찾을 때 시간이 꽤 걸렸다. 왜냐하면 다시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특별한 표식도 해놓지 않았으니까.정원을 이곳저곳 헤집어 놨지만 여전히 USB는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표식도 해놓지 않은 데다 USB 크기가 작기에 눈에 띄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게 약 1시간 넘게 바닥을 헤집었을 때, 권하윤은 끝내 USB를 찾아 위에 묻은 흙을 불어버리고는 손에 꼭 쥐었다.‘찾기는 찾았는데 이걸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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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다치는 일은 없을 거야

“도준 씨…….”“일단 병원부터 가.”많이 말할수록 실수할까 봐 권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분고분 옷을 입기 시작했다.원래는 스스로 하려고 했으니 민도준이 도와줘 잠깐 버둥대며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저 손은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하지만 다음 순간 민도준은 권하윤의 손을 옷에서 강제로 떼어내더니 권하윤의 슬립원피스를 들추기 시작했다.“내가 도와줄게.”기억 속에 권하윤은 어릴 때 외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은 적이 없다. 그때는 손발이 짧아 어른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지만 지금은 다 큰 성인인데 도움을 받으니 오히려 부끄러웠다.게다가 하필이면 권하윤에게 옷을 갈아입혀 주는 사람이 젠틀한 사람이 아니라 입혀주다가도 손으로 이리저리 슬쩍 만져대는 바람에 권하윤은 자꾸만 몸을 흠칫흠칫 떨며 새우처럼 움츠렸다.물론 바둥거리며 이리저리 피해도 모두 헛수고였지만.민도준은 아예 웅크린 권하윤을 확 잡아당겨 팔을 활짝 열어버렸다.“이러면 내가 어떻게 옷 입혀줘? 손 들어 봐.”“응. 조금 더 들어.”자기를 살살 구슬리는 듯한 말투에 권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민도준의 손에서 옷을 홱 낚아챘다.“제가 입을게요.”하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흥미로운 듯 반항하는 권하윤을 단번에 제압했다.“말 들어. 옷 입혀주는 데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말을 안 듣는다고? 지금 말 안 듣는 게 누군데.’끝내 권하윤은 민도준을 이기지 못하고 민도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가 단추를 채운 손가락이 어깨를 스칠 때 몸을 살짝 떨더니 민도준이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할까 봐 바로 몸을 배배 꼬며 밀어버렸다.“됐어요. 이제 다 입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버둥대며 침대에서 내리려 했지만 민도준은 권하윤을 꾹 누르며 아래층으로 안고 내려갔다.권하윤 스스로도 지금의 자기가 그저 짐짝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귀찮아하기는커녕 권하윤이 모든 걸 자기한테 의존하는 걸 즐기는 듯했다.그렇게 신발을 신을 때가 되자 권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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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정부로만 살아야 할 거야!

권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앞에 있던 사람은 비명과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하지만 민도준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미안함도 없이 오히려 권하윤을 품 안에 안고 강수연을 향해 씩 웃었다.“어이쿠, 다섯째 숙모였네요. 죄송해요.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괜찮으세요?”이 시각 민도준을 보는 강수연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고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아들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우리 승현이 돌려줘. 아무리 그래도 걔는 네 동생이야. 잘못했다고 해도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게다가 잘못한 걸로 따지면 네가 승현이한테 먼저 미안한 짓을 했잖니. 승현은 그저 너무 어려서 홧김에…….”하소연하는 강수연의 말을 들어보니 민승현이 이틀 동안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었다.강수연은 이틀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끝내 여기로 온 거고.민도준은 민승현이 실종됐다는 말에 약 2초간 멈칫하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승현이가 실종됐다고요? 그렇게 큰일을 왜 이제야 말하게요? 일찍 말했다면 저도 도왔을 텐데. 벌써 이틀이나 지났으니 죽었을지도 모르겠네요.”“너!”강수연은 눈앞이 캄캄해져 뒤통수를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그때, 한참을 서 있다 보니 권하윤은 다리에 또다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해 몸의 무게중심을 살짝 민도준에게 나누며 뒤로 기댔다.하지만 움직이기 바쁘게 민도준이 권하윤을 번쩍 들어 안으며 입을 열었다.“다리 아파?”그래도 앞에 시어머니가 될 뻔한 사람이 서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권하윤은 어색했다.아니나 다를까 권하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강수연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권하윤! 너와 승현이는 그래도 부부가 될 뻔한 사이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너한테 직접 파혼도 하지 않던 승현이가 사라졌다는 데 돕지는 못할망정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사람이라면 그래도 승현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야 하는 거 아니니?”“하.”순간 짤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러더니 민도준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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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덤터기를 씌우다

민도준이 민승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순간 민승현이 사라졌으니 모든 사람이 민도준을 의심할 게 뻔하다.게다가 민승현을 납치한 사람이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을 테고.민승현이 아무 일도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사고라도 당한다면 이 모든 책임은 민도준에게 씌워질 거다.동생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분노를 살 텐데 더욱이 제수씨인 자기의 그렇고 그런 관계란 것만 생각하면 더 상상하기도 무서웠다.그런데 민승현이 죽기까지 한다면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이건 분명 도준 씨를 무너뜨리려는 수작이야.’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잔뜩 긴장해하는 권하윤과는 달리 민도준은 오히려 장난을 쳐댔다.“내가 급할 거 뭐 있어? 원래도 죽이고 싶었는데 직접 손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그게 어떻게 같아요!”권하윤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민승현은 권하윤과 민도준을 모두 죽이려 했다. 그러니 민도준이 똑같이 돌려주는 것도 성격상으로는 못 할 일이 아니다.하지만 직접 처리한다면 당연히 흔적도 남기지 않을 텐데, 다른 사람이 그걸 이용해 민도준을 무너트리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르다.게다가 강씨 가문까지 있으니 일은 더 심각하다.강씨 가문은 물론 민씨 가문과는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오래된 재벌가이기에 그 뿌리는 매우 깊다.더욱이 강씨 가문 노부인이 민승현을 어릴 때부터 아껴 만약 진짜 민도준이 한 짓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피바람이 불 게 뻔하다.그 결과를 상상만 해도 머리가 찌근거려 권하윤은 얼른 민도준의 팔을 잡았다.“아니면 사람을 불러 민승현을 얼른 찾아보는 게 어때요? 데려오게.”“데려온다고?”민도준은 눈을 들어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왜? 설마 민승현한테 아직도 감정이 남았어? 이렇게 옛사랑을 그리워한다는 거 몰랐네.”안 그래도 조급한데 민도준이 농담을 하며 놀려대자 권하윤은 화가 나서 민도준의 가슴을 때렸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저도 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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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도준 씨보다는 못해요

사람을 끄는 민도준의 얼굴을 보며 권하윤은 잠깐 넋을 잃었다.돌이켜보면 권하윤은 한 번도 민도준의 속내를 안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게 민도준의 행동은 언제나 알 수 없었으니까.‘그만하자.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으면서 이런 걸 고민해서 뭐 해?’‘도준 씨한테는 나보다 떳떳하게 내보일 수 있는 아내가 더 필요하잖아. 지금은 민승현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어찌 됐든 권하윤이 아니라면 민도준은 매번 다른 사람 앞에서 약점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생각을 정리한 권하윤은 일부러 자기감정을 숨기기 위해 민도준을 살짝 밀었다.“저랑 이렇게 잡담이나 나누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민승현이나 찾아요.”하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권하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나더러 어디 가서 찾으라고?”하긴, 경성처럼 이렇게 큰 도시에서 사람 하나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숨기려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한참을 생각하던 권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혹시 민용재 짓일까요?”진씨 가문이 칩 기술 응용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그 상품이 시장에 유입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할 거고. 그때가 되면 민용재는 과학기술 단지를 계속 차지하고 있을 수 없을 테고 민씨 가문 산하의 모든 기업도 주인이 다시 바뀌게 될 거다.그러니 그 성격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아마도.”민도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권하윤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돌돌 감았다.“급할 거 뭐 있어? 민승현이 죽으면 알게 될 텐데.”민도준은 이렇게 말했지만 권하유는 민도준처럼 한가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에 눈을 내리깔고 한참을 고민했다.“사실,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박씨 가문과 혼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해요…….”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권하윤의 머리카락을 돌돌 감던 손이 꽉 힘을 주며 머리를 잡아당겼다. 물론 아플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스스로도 말하고 넋을 잃은 권하윤의 정신을 다시 불러오는 건 충분했다.눈을 들어보니 민도준이 차가운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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