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611 - Chapter 620

1604 Chapters

제611화 의문이 생기다

권하윤은 순간 의문이 생겨났지만 민상철과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어찌 됐든 민상철은 진작부터 권하윤을 처리하려고 했었으니까. 지금껏 손을 못 쓰고 있는 것도 단지 민도준이 권하윤을 너무 곁에 붙여두고 있어 손 쓸 기회를 찾지 못한 것뿐이다.더욱이 민상철처럼 몇 년 동안 비즈니스계를 휩쓸던 사람을 대응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권하윤은 아예 헛소리로 대답했다.“할아버님께서 박민주 씨를 손주며느리로 드리고 싶어 하셨잖아요. 민 사장님께서도 효도하시는 분이니 저는 아마 대중들 앞에 나서지 못하게 숨겨둘 겁니다. 저도 정부라는 제 위치를 알고 있어요.”이 말을 듣는 순간 전화 건너편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바로 전화가 끊어졌다. 아마 평소 접촉하는 명문가 사람들과 달리 뻔뻔하게 나오는 권하윤에게 화가 난 모양이다.하지만 권하윤은 민상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았다.오히려 이미 미움을 사 자기가 무릎을 꿇어도 상대가 용서하지 않을 걸 알기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물론 민상철한테서 받은 핸드폰은 잘 숨겨두었다.그 핸드폰은 그저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거였기에 도청 앱을 설치할 수 없는 데다 기능이 간단하다 못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핸드폰에는 그저 번호 하나만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름은 없었다. 민상철과 대화한 것으로 보아 그 전화번호는 공태준의 것일 거라고 권하윤은 짐작했다.그리고 그 순간 권하윤은 공태준이 자기의 모든 걸 민상철에게 말해 버렸다는 걸 알아버렸다.‘하지만 왜 그랬지?’분명 권하윤이 민도준의 제수씨여야 두 사람을 찢어놓을 가능성이 더 많겠는데.그 문제의 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권하윤은 다른 한 가지 가능성이 생각났다.‘설마 민승현도 공태준이 잡아간 건가?’권하윤은 당장이라도 공태준에게 전화해 따져 묻고 싶었지만 자기가 또 새로운 함정에 빠지기라도 할까 봐 생각을 멈췄다.권하윤은 자기가 지금 지뢰 찾기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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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개 버릇

민도준은 옆에 난 자리에 앉으며 권하윤의 엉덩이를 때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주 점점 기어오르지? 매일 성깔만 부려대기나 하고.”그때 또다시 관문을 넘는 것에 실패한 권하윤이 맥 빠진 듯 소파에 축 늘어지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고작 정부인 제가 어떻게 감히 도준 씨한테 성깔을 부리겠어요? 죽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제대로 말해.”민도준은 인내심이 다했는지 권하윤을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권하윤은 눈을 허공에 이리저리 굴려대며 민도준의 얼굴만은 끝까지 보지 않았다.그러다 민도준은 끝내 권하윤의 어깨를 잡은 채로 몸을 돌려놓고는 경고가 담긴 말투로 말했다.“제대로 앉아.”그제야 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똑바로 앉았다. 권하윤도 적당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그때 민도준이 테이블 위에 놓인 박스를 보더니 그 안에 든 사진첩을 꺼내 들었다.“할아버지가 보내오신 거야?”‘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보고 받았을 거면서 나한테 왜 묻는대?’권하윤은 속으로 불평을 하면서 콧소리를 냈다.하지만 민도준은 사진첩을 열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테이블 위에 던져 버리고는 권하윤을 돌아봤다.“이 사진첩 하나뿐이었어?”민도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권하윤은 손가락을 움찔거렸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턱을 민도준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무슨 뜻이에요? 저 같은 정부가 도준 씨 물건까지 훔쳤을까 봐요? 하긴, 전 대단한 명문가 출신도 아니라 도준 씨와 신분 차이가 있으니 그런 의심 하는 것도 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옷 벗을 테니 몸수색해 봐요.”그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괴상야릇한 말로 비꼬아 대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순간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이윽고 손을 뻗어 옷을 벗으려 하는 권하윤을 품에 끌어안았다.“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어? 그리고 뭐가 불만인데 자기를 정부라고 비하해? 듣기 거북하지 않아?”권하윤은 민도준의 다리 위에 편히 앉아서는 발뒤꿈치로 민도준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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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자유를 맡기다

생각하다 보니 권하윤의 얼굴에는 침울함이 더해졌다.심지어 젓가락을 든 손에 힘이 빠져 반찬을 집으려 했지만 음식이 자꾸만 젓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이에 망연자실해서 고개를 들었을 때.“먹기 싫으면 먹지 마.”민도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권하윤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리를 굴렸다. 지금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과 아까 전 상황이 더해지니 민도준에게는 아마 반찬이 입에 맞지 않아 심술을 부리는 모습으로 비쳤을 거다.그제야 권하윤은 민도준이 자기를 귀찮아할까 봐 감정을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취했다.“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거든요.”이윽고 젓가락을 뻗어 음식을 집으려 할 때, 민도준이 아예 권하윤의 젓가락을 밀어버렸다.그러더니 젓가락을 내려놓고 치키를 집어 들었다.“일어나. 데려갈 곳이 있어.”밖으로 나간다는 소리에 권하윤은 순간 자기 귀에 이상이 생겼나 의문이 들었다.‘밖에 나간다고? 이젠 나갈 수 있나?’이런 생각이 들기 바쁘게 권하윤은 민도준이 말을 번복할까 봐 다급히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 나갔다.“얼른 가요.”폴짝폴짝 뛰면서 기뻐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의 눈은 약간 어두워졌다.이에 권하윤의 손이 대문에 닿은 찰나, 뒤에서 민도준의 기분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나가는 게 그렇게 즐거워?”민도준의 목소리는 원래도 낮은 데다 밤바람에 살짝 흩어져 한층 더 낮게 들렸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 속에 숨은 위험함을 알아챘다.그제야 권하윤은 문을 밀고 있던 손을 슬며시 내리며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도준 씨랑 같이 나가니까 기쁜 거예요.”그러고는 불편한 다리를 움직이며 민도준의 곁으로 다가가 익숙한 듯 손을 뻗어 민도준의 목을 끌어안았다.“오늘 늦게까지 힘들었겠는데 우리 다시 들어가요. 먹지 말아요.”권하윤은 한참 동안 꿈쩍도 하지 않는 민도준의 모습에 자기 손을 슬쩍 뻗어 민도준의 손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저 데리고 들어가 줘요. 네?”그렇게 원하던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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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풋풋한 사랑

위층.권하윤은 자기가 “기혼남성”과 바람을 피운 현장이 들킨 줄도 모르고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덜어 음미하고 있었다.단 음식을 입에 넣은 만족감과 오랜만에 밖에 나왔다는 것에 권하윤은 기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쁨을 고스란히 티 낼 수는 없었다.이에 권하윤은 앞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민도준에게 케이크를 조금 덜어내 쑥 내밀었다.“엄청 맛있어요. 먹어 봐요.”민도준은 케이크를 두껍게 싸고 있는 크림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어린 여자애들이나 먹는 거 난 안 좋아해.”“그게 뭐예요? 누가 남자는 디저트를 못 먹는대요? 얼른 먹어 봐요. 이거 그렇게 달지 않아요.”권하윤이 케이크를 들고 유혹했지만 민도준이 먹지 않는 바람에 권하윤은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다.이윽고 박민주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앞에는 이런 모습이 펼쳐졌다.바로 권하윤이 민도준의 입에 디저트를 갖다 대며 억지로 먹이려는 장면. 그 장면을 본 순간 박민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저 여자 뭐야? 도준 씨가 단 거 안 좋아하는 거 몰라서 저러나?’‘왜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여자애들이나 먹는 걸 먹이고 저래? 어쩜 저렇게 예의가 없지?’사람들이 모두 사람 말이 무섭다고들 하는데 그 말에는 사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첫 번째는 사람들이 부풀린 헛소문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그걸 말하다 보면 자기도 그게 진짜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지금의 박민주가 바로 두 번째 상황이다. 분명 자기가 민도준과 결혼하지 않는 건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하도 옆에서 말해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를 민도준 아내의 위치에 대입해 생각했다.때문에 권하윤을 보는 눈빛은 마치 자기 남편과 바람난 내연녀를 보는 것처럼 분노와 독기로 가득 찼다.그 시선이 얼마나 선명했는지 권하윤마저 눈치채고는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박민주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박민주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권하윤의 손에 든 케익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노려봤다.그 모습에 아무것도 모르는 권하윤은 케이크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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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흐르는 물은 매정하다

박민주의 앞에서 권하윤도 민도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무심한 듯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덜어내서는 민도준에게 내밀었다.“자요.”그 순간 새하얀 손가락에 낀 루비 반지가 유난히 눈에 튀었다.그때 민도준이 커다란 손으로 권하윤의 작은 손을 완전히 감싼 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더니 작게 덜어낸 케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민도준이 평소 먹지도 않던 디저트를 입에 대자 박민주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이렇게 되면 저녁 늦게 야식을 사 들고 온 자기만 정말 바보가 되니까.“대체 왜요?”하지만 박민주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민도준을 바라봤다.“왜 제가 그렇게 많은 걸 했는데 도준 씨는 저보다도 저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여자를 선택하는데요?”갑자기 쓸모없는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권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때 옆에서 온종일 꾸물대는 박민주에게 인내심이 바닥난 민도준은 귀찮은 표정으로 눈을 살짝 돌렸다.“내가 박민주 씨의 이런 쓸데없는 행동에 감동이라도 할 것 같아?”너무 직설적인 말에 박민주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이윽고 아예 흐느끼며 중얼거렸다.“전 도준 씨를 위해 남들이 뭐라 하든 내 명예도 상관하지 않고 도준 씨를 도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그 뒤의 말은 민도준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그대로 묻혀버렸다.그때 민도준이 담배를 이 사이에 꽉 문 채로 박민주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이리 와. 내가 그럼 박민주 씨 친구들 앞에서 우리는 결혼한 적 없다고 잘 설명해 줄 테니까.”갑자기 벌어진 일에 박민주는 몇 번 비틀대며 끌려 나가다가 겨우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그 순간 친구들이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자기가 비웃음거리고 전락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그제야 박민주는 당황한 나머지 울면서 버둥댔다.“저 안 가요.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고요…….”권하윤이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 민도준을 잡아당겼다.“도준 씨, 잠깐만요. 차분하게 얘기로 해결해요.”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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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착하네

권하윤이 싫은 척 거절하다가 다시 앞으로 다가갔을 때 민도준은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턱을 쓱 문질렀다.“몇 살인데 얼굴에 뭘 묻히고 다녀?” 그 순간 권하윤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얼굴에 크림이 묻은 거였어?’“아.”권하윤은 화가 난 듯 자기 얼굴을 마구 문질러 댔다. 솔직히 민도준에게 화가 났다기보다는 이상한 생각을 한 자기한테 화가 났다.하지만 그런 생각은 당연히 민도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빨개졌는데 뭘 계속 닦아내?”‘뭘 안다고 그래요? 제가 닦아내는 건 크림이 아니라 부끄러움이라고요!’하지만 당연히 이 말은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그저 고개를 홱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볼 뿐.그때 민도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이리 와봐. 깨끗하게 닦아졌는지 보게.”권하윤은 고개를 돌린 채 끝까지 보여주지 않으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오히려 강제적으로 고개가 돌려 결국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도준 씨를 보기 싫거든…….”미처 뱉어내지 못한 한 글자는 순간 민도준의 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달콤한 냄새가 입술 사이로 흩어지는 사이 권하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민도준에게 끌려 그의 다리 위에 낮아 버렸다.이윽고 밭은 숨소리와 함께 민도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원하는 게 이런 거였어?”물론 더 친밀한 관계도 가져봤지만 권하윤은 오래도록 뒤엉켜 이어진 입맞춤에 저도 모르게 귀밑까지 붉어졌다. 심지어 이대로 민도준에게 안겨 녹아내리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때문에 민도준이 권하윤을 풀어 줬을 때도 권하윤은 여전히 애타는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민도준에게 엉겨 붙었다. 그런 붙을듯 말듯한 거리는 오히려 더 사람을 미치게 했으니까.마치 갓 이빨이 난 새끼 동물처럼 자기 턱을 자꾸만 짓씹어 대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못 말린다는 듯 권하윤을 떼어내며 턱을 들어 올렸다.“뭐야? 발정 났어?”“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권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불만스럽게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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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떠나기로 계획하다

민도준이 떠난 뒤 권하윤은 계속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자기가 고이 숨겨 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그러고는 전원을 켜고 공태준의 번호를 누를지 말지 망설이기 시작했다.권하윤은 떠나고 싶었다. 게다가 그 기회는 이번 주 일요일 기자회견 날이고.더욱이 권하윤을 데리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공태준뿐이었다.분명 전에 공태준과 해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해둔 상태라지만 다시 떠나려고 하니 권하윤은 왠지 자꾸만 망설여졌다.그도 그럴 게, 이 전화를 걸면 앞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아니까.권하윤이 계속 그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조용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권하윤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져버릴 뻔했다.하지만 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는 건 민성철과 공태준뿐이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윤이 씨? 혹시 방해한 건 아니죠?”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나지막한 목소리.권하윤은 공태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공태준이 전화를 건 시간이 하필이면 너무 기막힌 타이밍이라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의문을 품었다.“내가 지금 전화 받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윤이 씨가 핸드폰을 켰으니까요.”‘켰으니까? 설마 이 핸드폰…….’“걱정하지 말아요. 전 그저 여러번 전화했었던 것뿐이에요.”권하윤이 핸드폰을 켠 지 이제 10분도 채 안 되는데 여러 번이 아니라 이 정도면 계속 전화한 게 더 합당하다.권하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태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리는 어떻게 됐어요? 다 나았어요?”“괜찮아.”“다행이네요.”공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요즘 윤이 씨랑 연락이 안 돼서 윤이 씨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무슨 뜻이지?”권하윤은 순간 멈칫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그저 윤이 씨가 가족과 오랫동안 연락이 안될 것 같아 대신 안부를 전해준 것뿐이에요.”“우리가 다시 돌아가면 제가 바로 윤이 씨 가족 국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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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새로운 남자

“미안해요. 미리 말하지 못해서. 제가 실수했어요. 혹시 화났어요?”권하윤은 공태준과 말다툼할 기분도 아니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딱 잘라 말했다.“난 왜 그랬는지 듣고 싶은데. 내가 도준 씨 제수씨가 돼야 당신한테도 유리한 거 아닌가?”그 말에 공태준은 약 2초간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앞으로 천천히 알게 될 거예요.”어물쩍 넘기는 듯한 말에 권하윤은 갑자기 민상철이 얼마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권하윤한테 이제는 민도준과 당당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신분이 생겼는데 민도준이 왜 계속 가둬줄까 하던 그 한마디.‘설마 공은채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나?’‘무슨 일이길래 공은채의 죽음보다 더 중요하지?’하지만 공태준은 권하윤에게 알려주려 하지 않는 눈치인지라 계속 물어본대도 답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권하윤은 대충 이유를 둘러대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고는 발각되지 않게 핸드폰을 꺼버리고 다시 숨겨두었다.그러다가 핸드폰과 같은 자리에 숨겨둔 USB를 본 권하윤은 순간 멈칫했다.‘혹시 이 안에 답이 있을까?’점심시간 권하윤에게 배달을 하러 온 사람은 경호원이 아니라 진소혜였다.“하이, 하윤 언니!”진소혜는 두 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유일하게 자유로운 머리를 양옆으로 흔들며 권하윤에게 인사했다.그 모습이 귀여워 권하윤은 피식 웃더니 이내 앞으로 다가가 진소혜에게로 다가가 양손 가득 든 점심을 받아 들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진소혜는 오히려 손을 뒤로 뺐다.“에이, 언니는 손대지 마요. 대신 제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올려주겠어요?”노트북이라는 단어에 권하윤의 시선은 순간 진소혜가 오른손에 든 가방에 집중되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노트북은 왜 가져 왔어요? 혹시 또 일할 게 남아 있어요?”“네!”진소혜는 악에 받힌 듯 테이블 위에 놓인 치즈볼 하나를 입에 집어넣으며 투덜대기 시작했다.“어쩐지 제가 먹을 것까지 챙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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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노트북을 몰래 사용하다

권하윤이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봤더니 두들겨 맞다시피 사용된 노트북은 어느새 뜨거워져 있었다.진소혜가 비번이라도 설정했을까 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우스를 살짝 움직여 봤더니 의외로 노트북 화면은 이내 밝아졌다.이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진소혜가 있는 쪽을 살폈다.다행히 요즘 착즙 되다시피 일한 데다 아까 연속 4시간 동안 코드를 해제하느라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진소혜는 아예 양팔과 다리를 대자로 뻗은 채로 자고 있었다.그제야 권하윤은 안심되는 듯 다시 노트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어, 비번이 없어.’권하윤은 기쁘고도 긴장된 마음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 시각, USB를 들고 있는 권하윤의 손바닥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끈적거렸다.이에 두 번 적도 USB를 꽂으려 했지만 모두 손이 미끄러져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그와 동시에 USB를 연결했다는 알람음이 함께 울렸다.USB 아이콘이 노트북 화면에 나타나고 나서야 권하윤은 마우스를 슬쩍 움직여 클릭했다.예전에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에는 [사진], [영상], [생일] 이 세 개 폴더가 있었다.생일은 전에 본 거라서 이번에 권하윤은 영상을 클릭했다.안에 영상이 많이 저잗되어 있을 것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고작 3개밖에 보이지 않았다.첫 번째 영상은 병원에서 시작되었다.잇따라 병상에 누워 자고 있는 공은채의 모습이 보였고 민도준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민도준은 긴 팔과 다리를 소유한지라 그저 앉아 있기만 했을 뿐인데도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의사가 잔뜩 겁에 질려 병세를 설명하고 있었다.그사이 계속 미간을 찌푸린 채 공은채를 바라보는 민도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진소혜가 잠에서 깰까 봐 권하윤은 소리를 켜지 않아 그저 입을 뻐금거리는 모습만 봐야 했다.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듣지 않는다 해도 권하윤은 민도준이 걱정되어 초조해하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두 번째 영상은 피아노실에서 시작되었다.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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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지금 저한테 화낸 거예요?

일촉즉발의 상황이 진소혜가 끼어든 덕분에 조금 누그러들었다.하지만 권하윤은 진소혜한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괜찮은 척 말했다.“우리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괜찮아요.”“네?”진소혜는 사람을 죽일 것처럼 포악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민도준을 봤다가 가녀린 권하윤을 보고는 이내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저기, 오빠! 하윤 언니도 오빠 때문에 집에만 갇혀 있느라 불쌍한데 이러지…….”“우리 할 얘기 있으니까 넌 꺼져.”“오케이. 바로 꺼질게.”의외로 일찍 퇴근하게 된 진소혜는 재빨리 물건을 챙겨 나가면서 권하윤에게 소리 없이 응원하는 손짓까지 했다.하지만 지금의 권하윤은 그 응원에 대답해 줄 수도 없었다. 민도준의 눈이 마치 못처럼 권하윤을 바닥에 박아버려 꼼짝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외부인이 모두 사라지자 권하윤은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민도준에게 다가갔다.“그 USB는 오래전에 받은 거예요. 진짜 오래된 거예요.”권하윤은 민도준이 자기가 별장에 갇혀 있는 동안 외부와 연락하고 지내는 거로 오해할까 봐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하지만 민도준은 권하윤의 불쌍한 척하는 표정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손을 뿌리치며 입을 열었다.“누구한테서 받은 거야? 공태준? 아니면 성은우?”“공태준이요, 공태준.”민도준이 성은우의 이름을 말할 때의 목소리가 너무 위험해 보여 권하윤은 다급하게 사실을 말해버렸다.“공태준이 이 안에 도준 씨와…… 공은채 씨의 과거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봤어요.”방금 전까지만해도 두렵던 권하윤은 공은채의 이름을 내뱉는 순간 억울하고 서러워 났다.만약 민도준이 공은채와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해주면 권하윤도 공태준의 계략에 빠지지 않았을 테니까.‘아니지, 이미 말했었네. 죽을 만큼 사랑했다고, 살아있으면 결혼했을 거라고.’하지만 권하윤은 스스로 그 모든 걸 무시하고 한번 또 한 번 스스로 또검증을 하려고 했던 거다.그 생각을 다시 되돌리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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