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1604 챕터

제631화 미끼

그날 밤 권하윤은 불안한 나머지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분명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정신은 놓을 수 없었다.거의 밤새도록 비몽사몽한 상태였던 권하윤은 아침에 민도준이 조금 움직이자 바로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민도준은 등 뒤에서 고개를 쳐든 권하윤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자리에 눌렀다.“나 전화 좀 하고 올 테니까 더 자.”가뜩이나 흐리멍덩하던 머리가 아래로 툭 떨어지자 잠은 올 리 없었다. 권하윤은 민도준이 갑자기 번복이라도 하고 자기를 데려가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씻고 내려갔더니 아침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하지만 빵 쪼가리를 질껑질껑 씹어대기만 할 뿐 권하윤은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그런 상태는 차에 앉을 때까지 이어졌다가 성공적으로 발표회에 가게 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이에 민도준이 운전하고 있을 때 권하윤은 새근새근 잠을 잤다.다행히 이번 발표회는 과학기술 관련된 거라서 화려하게 차려입을 필요도 없었다.차에서 내릴 때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끌려 내리다시피 했다.“그만 게으름 피워.”안 자면 모를까 조금 자고 나니 어젯밤 잠을 자지 않아 생긴 피로까지 몰려와 권하윤은 나른해진 몸으로 민도준의 손에 끌어내렸다.이윽고 민도준이 자기를 꾸짖자 오히려 화가 난 듯 중얼거렸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어제 조금만 절제했어도 이러지 않았다고요.”그 말에 민도준은 미안함은커녕 오히려 피식 웃으며 놀려댔다.“내가 절제하지 않았다면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얼씨구, 아주 감사하네요.”“콜록콜록-”조용하던 호텔 주차장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몇 마디 들려와 확인해 봤더니 등 뒤에 박 대표와 박민주가 서 있었다. 심지어 옆에는 서류 가방을 든 직원들도 서 있었다.그제야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인식한 권하윤은 어색한 듯 발을 배배 꼬았다.박 대표는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뭐든 겪어 봐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은 듯 민도준에게 인사까지 했다.하지만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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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비웃음을 당하다

내막을 꿰뚫어 본 권하윤은 박 대표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봤다.하지만 박 대표가 권하윤을 보는 눈에는 그저 싸늘함만 가득했다.그렇게 모두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민도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진지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권하윤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아직 두 시간이 남았으니까 휴게실에서 좀 자 둬.”권하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뒤에서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그만 말하라는 듯 민도준의 손을 주물렀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 뜻을 오해한 듯 되물었다.“왜 주무르고 그래? 같이 자달라고?”물론 높은 말소리가 아니었지만 약 1평 정도 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듣지 못하기도 어려웠다.그제야 자기가 대답하지 않으면 민도준이 더 심하게 행동할 거라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이를 악물며 낮게 대답했다.“아니요.”그 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사이 박 대표가 갑자기 직원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오늘 참 웃긴 일이 있었는데 우리 집 가사도우미가 글쎄 자기도 여기 좀 구경와 보고 싶다는 거 있지.”그 말에서 숨은 뜻을 바로 캐치한 한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그러게 말이. 그래서 내가 그랬거든, 여긴 과학기술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 인자라 수많은 업계의 선두 주자들이 참석하고 다양한 매체들이 참석하기에 관계없는 사람은 얼굴도 내밀면 안 된다고.”이윽고 박 대표는 권하윤을 힐끗거리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신분 차이가 나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이런 자리에 참석했다가 주인 체면까지 깎아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는지.”“맞습니다.”직원은 박 대표의 말에 얼른 맞장구쳤다.비꼬는 말에는 권하윤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지만 모두 권하윤을 겨냥하는 거였다.하지만 박 대표가 이렇게까지 권하윤을 겨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민도준은 요즘 재벌가 여식들이라면 누구나 다 넘보는 남편감이다. 그건 민도준의 신분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선진적인 칩 기술 특허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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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박씨 부녀를 망신 주다

박민주의 말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래. 그 말이 나왔으니 자세히 말해줄게. 애초에 내가 그 시뮬레이터를 구매한 건 확실히 이득을 보긴 했지.”민도준이 박씨 가문의 노력을 인정해 주자 박 대표 일행은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민도준이 턱을 살짝 들면서 말머리를 돌렸다.“당신들이 나한테서 이득을 봤지 .”수간 박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이에 민도준이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그런데 그건 알아둬야지. 당신들이 그걸 나한테 팔지 않으면 그 가격도 받을 수 없다는 거. 내가 그걸 사서 고철로 버려둘 건지 아니면 그 고철을 보물로 바꾸는지는 내 실력에 달린 거야. 그게 박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지?”“그건…….”박민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박민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박씨 가문에서 손해를 봤는데 민도준은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도와준 자기 가문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지.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마침 권하윤에게 눈길이 닿자 화가 더 활활 타올랐다.“도준 씨가 이렇게 무자비하게 말하는 게 다 아버지가 저 여자 말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빙빙 둘러 말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아하,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똑똑하네.”이윽고 새파랗게 질린 박 대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박 대표님 축하합니다. 이런 걸 뭐라 하더라?”“아하, 후대가 그 전 세대보다 발전한다고 하죠?”장난기 섞인 말투는 분위기를 다시 나락으로 떨어트렸다.권하윤은 심지어 박 대표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는 데서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한참 뒤, 박 대표는 호흡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민 사장, 오늘 발표회는 우리 두 가문이 함께 주최한다고 이미 기사까지 났는데 갑자기 바뀌면 우리 두 가문에 모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네. 다른 일은 먼저 내려두자고.”아까의 말을 듣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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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명분을 주겠다는데도 싫어?

그와 동시 박씨 부녀가 말한 사람들 앞에 나올 수 없다던 여자는 민도준에게 끌려 휴게실 침대에 누웠다.이윽고 담요를 덮어주고 떠나려 할 때 권하윤은 민도준의 손을 잡았다.“아까 박 대표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정말 괜찮은 거예요? 혹시 이번 일에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에요?”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아까는 아주 잘만 구경하더니 왜 그래?”“그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어요? 어딜 가나 미움만 받는 몸인데 대단한 분들의 대화에 낄 자격이나 있어요?”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렸다.하지만 곧바로 세지도 작지도 않은 힘이 권하윤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약한 척은.”이윽고 민도준은 담요를 위로 조금 끌어올려 권하윤을 덮어주면서 말을 이었다.“여기서 좀 자고 있어. 이따가 발표회가 시작되면 데리러 올게.”“데리러 온다고요?”권하윤은 살짝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이에 민도준이 권하윤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아니면?”“필요 없어요. 밖에 기자들도 있는데 만약 누가 또 그걸로 뭐라고 이야기를 지어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지금 때가 안 좋잖아요.”권하윤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명분이 없다고 떼를 썼으면서? 왜? 명분을 주겠다는데 싫어?”권하윤은 민도준이 정말 그렇게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그건 발표회를 이용해 도망쳐야 하는데 방해되는 원인도 있었지만 이미 떠나기로 했으면서 민도준의 이름에 또 더 먹칠하고 싶지 않은 원인도 있었다.이런 생각에 권하윤은 주동적으로 얼굴을 민도준의 손바닥에 비벼댔다.“하지만 오늘은 발표회라서 주인공은 칩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명분을 준다 해도 길한 날짜를 받아 제대로 줘야 하지 않겠어요?”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칩한테도 질투하는 거야?”민도준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권하윤은 그 “죄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네. 저 원래 이렇게 소심해요. 몰랐어요?”고개를 쳐들고 교활한 눈빛을 번뜩이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가슴이 간질거려 권하윤을 잡아당기더니 마구 주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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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도망치다

그 시각 권하윤은 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발표회 현장을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이남기를 본 순간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하지만 후회가 몰려오는 걸 억지로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여기로 도망가야 해요?”이남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준비를 끝낸 터라 이 방에서 다른 휴게실로 먼저 넘어가 변장을 한 뒤 함께 떠날 거예요.”민도준은 방금 민도준과 입을 맞추던 곳을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이남기는 확실히 말했던 대로 준비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방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안전 로프를 준비한 걸 보면.환풍구로 이어진 통로는 매우 좁았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니 기어가기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렇게 한참을 기어간 끝에 권하윤은 다른 환풍구로 뛰어내렸다.하지만 공태준은 그곳에 없었다.“공태준은 어디 있죠?”“가주님은 아직 발표회 현장에 계십니다. 우리 먼저 가요.”‘하긴, 공태준이 갑자기 사라지면 도준 씨가 의심할 테니까.’권하윤은 곧바로 공태준이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옷은 매우 심플하고 캐쥬얼했다.흰 티에 청바지, 그리고 밖에 입을 잠바 하나도 준비되어 있었다.이윽고 계속 풀어헤치고 있던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야구 모자를 써 얼굴 반을 거의 가려버렸다.공태준은 사원증과 카메라까지 준비해 주었다.오늘 현장에 기자가 많으니 이렇게 분장하는 게 제일 눈에 안 띄는 방법이었으니까.지금 있는 휴게실은 아까 있었던 휴게실의 사선 방향에 있기에 권하윤은 나갈 때 다소 조마조마했다.다행히 경호원들은 방 안의 사람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심지어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을 보지도 않았다.하지만 이건 고작 첫 번째 관문일 뿐이었다.상업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이곳은 설계가 조금 특이했다. 사람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홀 전체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뚫려 있었으며 그저 VIP 손님을 위해 마련한 휴게실만 안쪽에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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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모함하다

실종된 한 달 동안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민승현은 재벌가 도련님의 모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지어 자기 체면도 상관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어 자기의 처참한 꼴을 드러냈다.“제가 권하윤과 약혼한 뒤로부터 형은 제 약혼녀를 협박해 관계를 가졌고 모략을 꾸며내 제가 파혼하게 했습니다.”“그러다가 얼마 전 저한테 모든 걸 발각되니 화가 난다는 이유로 저를 폐인으로 만들고 제 약혼녀를 감금했습니다.”“그것도 모자라 제가 그걸 따지러 갔더니 저를 아예 납치 감금해서 이 꼴로 만들고 제 눈도 찔러 멀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제 완전히 폐인이 다 되었습니다! 이런 짐승 같은 놈은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긴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큰 풍파를 일으키지 못했을 텐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민씨 가문 다섯째이자 민도준의 동생 민승현이니 사람들의 마음은 순간 기울었다.더욱이 민승현이 옷을 벗어 공개한 몸의 상처는 구타와 학대의 흔적이 확실했다.때문에 누구도 민승현 같은 신분의 사람이 민도준을 모함하려고 이렇게 처참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걸 알았기에 민승현은 일부러 권하윤이 민도준의 협박을 받아 관계를 가진 거라고 말한 거다. 이렇게 되면 성질은 완전히 달라지니까.무대 아래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권하윤은 민도준이 걱정이 돼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기장된 분위기 속에 누구도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민용재가 어른의 신분으로 나타나 분위기를 수습하는 척해댔다.“승현아, 네가 억울한 건 알겠지만 여긴 공적인 장소이니 얼른 내려와. 나중에 내가 함께 도준이 별장에 있는 네 약혼녀 데려오는 거 도와줄게.”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민용재의 말이 나오자 민승현의 말은 사실이 되어버렸다.심지어 주소까지 말해버렸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권하윤은 그걸 들으면서 조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그르더니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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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원한이 있으면 갚아주다

민시영은 민용재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지금껏 활발하고 발랄하던 모습과는 달리 존재감이 지극히 낮았다.심지어 민도준이 자기를 바라볼 때도 민시영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건 지금까지 보여온 민시영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하지만 이 순간 민시영은 검은 슈트 차림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민시영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민용재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민도준과 민용재가 권력 다툼을 하는 동안 민시영은 계속 민용재의 편에 섰었다.그도 그럴 게 민용재의 손에 민시영을 쥐고 주무를 수 있는 물건이 있었으니까 단 한 번도 민시영이 오늘 갑자기 이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이에 민용재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민시영을 바라보며 경고했다.“시영아, 오늘 상황이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너까지 보태지 말거라.”그 말에는 협박의 의미가 다분했다.하지만 이 순간 민시영은 민용재한테 잡혀 휘둘리던 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20년 전 사람들의 추앙을 받던 민씨 가문 셋째 아가씨로 돌아간 모습이었다.그리고 민시영이 내뱉은 말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다.“제가 꼭 보태겠다고 하면요? 또 사람을 시켜 저한테 모욕을 주면서 찍은 영상으로 저를 협박하시게요?”“…….”약간 소란스러웠던 홀은 순간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동시에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사람들의 놀란 시선 속에서 권하윤은 오히려 숨 막히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때 권하윤도 하마터면 원혜정이 몰래 탄 약을 먹은 적이 있기에 민시영이 말한 영상이 어떤 건지 단번에 알아챘다.그런 비열하고 악랄한 수단은 잔인하면서도 항상 유효하다. 특히 민시영과 같은 재벌가 여식들한테는 더더욱. 민시영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이런 스캔들이 터지면 모든 게 망가질 게 뻔하다하지만 민시영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전에 그 영상으로 제 아버지를 협박하셨죠. 이제는 저고. 그럼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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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결국 그날이 오다

별안간 할 일이 없어진 민도준은 옆에서 폭행 현장을 구경하면서 가끔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건네주어 외할아버지와 두 외삼촌이 민용재를 때리는 데 도움을 줬다.물론 세 사람은 민도준만큼 공격적이진 못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구타당하는 모습이 보이는 걸 민용재는 참을 수 없었기에 끝내 버럭 소리쳤다.“당신들이 뭔데 사람을 마구 때려? 얼른 경찰에 신고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위엄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찰입니다. 다들 멈추세요!”장 형사가 나타난 순간 민용재는 어리둥절했다.이제 방금 신고하라고 소리쳤는데 벌써 출동해서 도착했다니 뭐가 이렇게 빠른가 잠깐 의문이 생겼다.하지만 장 형사는 들어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자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 특히 뭇사람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남자를 보자 머리가 찌근거렸다.“민 사장…….”민도준은 이내 피범벅이 된 마이크를 옆으로 던져버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장 형사, 오해 말아요. 살인범이 도망치려 해서 대신 잡아둔 거니까.”장 형사는 울긋불긋 멍이 든 민용재를 본 순간 머리가 더 아파 났다.때문에 민도준의 말은 대충 넘겨버리고 영장을 내밀면서 미란다 원칙을 읊조렸다.“민용재 씨, 당신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민용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갑자기 나타난 장 형사를 바라보더니 옆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서 있는 민도준을 바라봤다.그리고 그제야 자기가 오늘 민도준에게 단단히 낚였다는 걸 알아차렸다.만약 이런 상황에서 체포되어 간다면 완전히 끝장나는 거다.민용재도 이렇게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수습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오늘 민도준을 공적으로 비난한 거였다.그런데 오히려 스스로 꿰임에 빠졌을 줄이야.하지만 민용재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아닌 척 연기했다.“살인? 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이러면 나 협조할 수 없어!”“민도준 씨가 이미 여러 가지 증거 자료를 제공하였습니다. 만약 협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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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다른 사람이야

그때 웬 여자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어버렸다.민승현은 권하윤을 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권하윤,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면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없어진다고 생각해?”권하윤은 비아냥거리는 민승현의 말을 무시한 채 민도준 옆으로 걸어갔다.민도준은 권하윤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권하윤의 옷차림을 보는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이윽고 감정을 억누른 듯한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내려가. 나설 필요 없어.”권하윤은 민도준의 말대로 할 수 없었다. 이대로 눈 뜨고 이렇듯 대단한 사람이 자기 때문에 오물을 뒤집어쓰는 걸 볼 수 없었다.이에 권하윤은 뭔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물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저는 음악가 이성호의 딸 이시윤입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저에 관해 찾아봐도 됩니다. 이성호 음악가한테 이시윤이라는 딸이 있는지.”이성호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사람이 익숙히 알고 있는 이름이다.때문에 누군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검색을 해보고는 높은 소리로 말했다.“맞아요. 이성호 음악가님의 슬하에 이시윤이라는 딸이 있어요.”권하윤은 옆에서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민도준의 눈빛을 애써 무시한 채 평온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저와 권씨 가문 넷째 아가씨 권하윤은 쌍둥이 자매입니다. 하지만 권미란 여사가 병원을 매수해 저희 식구 몰래 제 쌍둥이 언니를 데려간 겁니다.”“그 뒤로 저희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겨났고 저희는 권씨 가문 넷째 아가씨의 도움으로 경성까지 도망쳐 왔습니다. 그때 민도준 씨와도 알게 됐고요.”“하지만 얼마 전에 제 쌍둥이 언니가 불행하게도 강물에 빠져 죽었습니다.”권하윤은 민승현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난 네가 알던 권하윤이 아니라 이시윤이야.”그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물론 터무니없는 얘기 같았지만 따지고 보면 또 모두 증거가 명확해 거짓말 같지 않았다.“헛소리하지 마!”순간 분노에 찬 목소리가 고요함을 깨트렸다.민승현은 권하윤의 말이 믿기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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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간이고 쓸개고 빼주다

“아니야! 이시윤이야. 내 약혼녀는 이시윤이었어!”민승현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시윤은 머나먼 해원에 있는데 대체 어떻게 두 사람이 약혼했다는 건지?그때 진소혜마저 끼어들었다.“이봐요. 헛소리 좀 그만할래요? 그쪽 약혼녀는 권씨 가문 넷째예요. 이 사람은 제 새언니라고요. 남의 여자 함부로 뺏지 마요!”“닥쳐! 네가 뭘 알아? 당신들이 뭘 알아?”충격을 받은 민승현은 결국 손을 뻗어 권하윤을 잡으려 했다.“거짓말이지? 거짓말하는 거지?”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민도준의 발에 걷어차여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 하마터면 무대 끝으로 떨어질 뻔했다.“미안해. 조건반사적으로 나온 거야.”민도준은 씩 웃으며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뭣들 해? 당장 다섯째 도련님 모셔가서 휴식하게 하지 않고.”민승현은 끌려 나가몃서까지 미친 사람처럼 마구 소리쳤다.“아니야. 아니라고! 내 약혼녀는 이시윤이야! 당신들 다 거짓말하는 거야!”민승현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오늘 벌어졌던 해프닝도 막바지에 일어섰다.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계속 구경하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발표회를 계속할지 아니면 그대로 흩어져야 할지, 누구 하나 먼저 결정하는 사람이 없었다.사람들이 조마조마하게 앉아 있을 때 민도준이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구경거리도 없어졌으니 발표회를 계속합시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현장 직원이 눈치껏 나타나 테이블보를 새것으로 바꾸고는 손님들을 다시 자리에 안내했다.권하윤마저 슬그머니 직원들의 뒤를 따라 무대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갓 두 걸음 정도 내디뎠을 때 손목이 덥석 잡혔고 고개를 돌리자마자 민도준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민도준의 무서운 눈빛에 놀란 권하윤은 겁에 질려 이내 입을 다물었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민도준에게 끌려 총총걸음으로 뒤따랐다.연회장을 나오자 권하윤은 더 이상 민도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그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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