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도준의 팔을 밀어버린 권하윤은 자기의 가는 몸을 다시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도준은 정수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한 하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이번엔 완전히 삐졌나 보네.’‘뭔 인내심이 이렇게 없어? 이틀도 못 버텨?’하윤은 도준이 뭐라 말이라도 할까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버리자 역시 희망을 품으면 안 됐다고 생각했다.‘됐다, 됐어. 눈에 안 보이면 심란한 것도 덜하지.’이미 짐을 싸 들고 멀리 떠나버릴 궁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나른한 목소리가 하윤을 다시 현실로 끌어들였다.“속으로 나 욕하는 거야?”하윤은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원망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제가 어떻게 감히 도준 씨를 욕하겠어요? 도준 씨한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라 칭찬을 하면 모를까.”그 말이 떨어지자 낮게 깔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자성을 띤 듯한 웃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그때 어깨가 잡히더니 힘 있는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쓸고 지나가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만 화 풀어. 이리 와봐, 내가 달래줄게.”달래준다고 했으면서 어깨 위에 얹혀진 손은 하윤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몸 대부분이 침대 매트리스에 푹 꺼져 들었고 하윤을 달래주겠다던 사람이 하윤을 아래에 가두어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윤은 상대의 날카로운 눈을 똑똑히 보고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달래주기는 무슨. 제멋대로 하려고 그러는 거면서.”“응, 총명하네.”하윤은 도준의 뻔뻔함에 화가 나 버둥대며 그를 밀어버렸다.“저 그럴 기분 아니니까 저리 비켜요.”하지만 도준은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거절하는 하윤의 손을 잡아 손등을 깨물었다.“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어제 내 위에 그렇게 오래 타고 있었으면 오늘은 내가 돌려받아야 할 차례잖아.”“그게 무슨!”하윤은 도준의 악랄함에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심
Last Updated : 2023-11-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