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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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포기해야 하나?

민시영의 말은 권하윤을 바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민시영이 바로 자기 아버지가 가르쳤던 음악원 학생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윤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더욱이 낯이 익다는 말에 놀랐던 모습을 떠올리자 시간이 참 빨리 지났다는 게 실감 났다.하윤은 도준을 힐끗 살피더니 핸드폰을 몰래 다른 손으로 바꾸어 쥐었다. 민시영의 말 때문에 도준과의 만남도 애초부터 짜놓은 시나리오였다는 걸 들킬까 봐.더욱이 배신했었다는 걸 다시 기억나게 할까 봐…….그때 마침 담배를 피운 도준이 눈썹을 올리며 하윤을 관찰했다. 그 눈길은 마치 왜 멍때리고 있는지 묻는 것 같았다.“듣고 있어요??”갑자기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시영의 목소리에 하윤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네네. 여기 신호가 좀 안 좋네요.”이 말을 내뱉은 뒤 하윤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혹시 요즘 잘 지내나요?”하윤은 상대의 상처를 들추기 싫어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민시영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혹시 그 스캔들 때문에 충격받았을까 봐 그래요?”시영은 환하게 웃었다.“사실 오히려 괜찮아요. 사람마다 저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뒤에서 돕는 모습 보는 것도 꽤 흥미진진하니까. 오늘도 제가 제기한 프로젝트가 만장일치로 통과됐거든요.”“게다가 제일 좋은 건 매일 저 불러내서 차 한잔 마시자던 귀부인들이 사라지니까 귓가가 조용하고 편해요. 매번 곤란했거든요. 안 가면 합작 건에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이고, 가면 그 귀부인들이 저한테 짝을 소개해 준다고 오지랍을 부려 머리가 아팠었는데 요즘 편해요.”시영의 목소리에서 발랄함이 느껴졌지만 하윤은 오히려 가슴이 쓰라렸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하윤의 목소리가 너무 힘없어 보였는지 시영이 오히려 하윤을 위로하기 시작했다.“저 때문에 속상해할 거 없어요. 이 일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요.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걱정하면 오히려 점점 나쁜 방향으로 일이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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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체면을 챙겨

민도준의 팔을 밀어버린 권하윤은 자기의 가는 몸을 다시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도준은 정수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한 하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이번엔 완전히 삐졌나 보네.’‘뭔 인내심이 이렇게 없어? 이틀도 못 버텨?’하윤은 도준이 뭐라 말이라도 할까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버리자 역시 희망을 품으면 안 됐다고 생각했다.‘됐다, 됐어. 눈에 안 보이면 심란한 것도 덜하지.’이미 짐을 싸 들고 멀리 떠나버릴 궁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나른한 목소리가 하윤을 다시 현실로 끌어들였다.“속으로 나 욕하는 거야?”하윤은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원망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제가 어떻게 감히 도준 씨를 욕하겠어요? 도준 씨한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라 칭찬을 하면 모를까.”그 말이 떨어지자 낮게 깔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자성을 띤 듯한 웃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그때 어깨가 잡히더니 힘 있는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쓸고 지나가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만 화 풀어. 이리 와봐, 내가 달래줄게.”달래준다고 했으면서 어깨 위에 얹혀진 손은 하윤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몸 대부분이 침대 매트리스에 푹 꺼져 들었고 하윤을 달래주겠다던 사람이 하윤을 아래에 가두어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윤은 상대의 날카로운 눈을 똑똑히 보고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달래주기는 무슨. 제멋대로 하려고 그러는 거면서.”“응, 총명하네.”하윤은 도준의 뻔뻔함에 화가 나 버둥대며 그를 밀어버렸다.“저 그럴 기분 아니니까 저리 비켜요.”하지만 도준은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거절하는 하윤의 손을 잡아 손등을 깨물었다.“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어제 내 위에 그렇게 오래 타고 있었으면 오늘은 내가 돌려받아야 할 차례잖아.”“그게 무슨!”하윤은 도준의 악랄함에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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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뭐든 줄게

권하윤은 민도준이 진짜로 행동에 옮기자 다급히 제지했다.“그만 해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하지만 도준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하윤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는 전화에 대고 계속해서 말을 해댔다.“응, 내가 주소지 보내줄게.”이에 하윤은 다급하게 손을 뻗어 핸드폰을 막았다.“저 돈 싫어요.”“응? 돈이 싫으면 설마…….”도준은 자기 가슴에서 점점 아래로 시선을 내리며 야릇한 눈빛으로 하윤을 바라봤다.그런 암시를 받자 하윤은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좀 진지해져 봐요.”도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다시 침대에 기댔다. 그 덕에 가슴 근육과 복근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하윤의 눈앞에 드러났다.“나 지금 진지한데. 그럼 뭘 원해? 한 번에 말해 봐.”하윤은 머리를 굴리며 순종하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준의 이런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다.낮까지만 해도 분명 도도한 모습을 하고 있어 하윤을 긴장하게 만들었으면서 지금은 갑자기 집도 주고 땅도 주고 그것마저…… 크흠…….‘일이 너무 이상하게 흘러가면 반드시 뭔가가 있다는 뜻인데.’도준은 하윤이 눈살을 찌푸리고 뭔가를 연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재밌는 듯 물었다.“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런다고 답이 얻어져?”하윤은 도준의 여유로운 모습에 미간을 더 팍 구겼다.물론 도준이 지금 뭐 하려는 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준에 대한 이해에 따르면 그는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이에 하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저한테 시킬 일이 있어요? ““시킬 일이라…….”남자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시선이 하윤의 몸에서 빙 맴돌았다.그런 노골적인 시선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두 팔로 자기를 꼭 끌어안았다.“일이 있긴 한데 그건 하윤 씨 의견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야.”“제 의견이요?”하윤은 맨 처음에는 또 그런 쪽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기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말에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주로 눈앞의 남자가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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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민도준이 꾸중을 듣다

비몽사몽하던 권하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홱 돌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민도준을 바라봤다.“저한테 원하는 게 아까 그게 아니었어요?”하윤은 부끄러운 나머지 너무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도준이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었다.그때 도준이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 그렇게 생각한 거였어? 난 또 갑자기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하윤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일부러 그런 거죠!”도준은 웃으며 하윤을 끌어당겼다.“본인이 뜻을 오해했으면서 왜 나를 탓해?”몸이 말만 잘 들었어도 하윤은 눈앞의 남자를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그러니까 이건 뭐 상대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하윤이 제멋에 이것저것 개고생을 했다는 뜻이다.하윤은 화가 난 듯 도준의 손을 뿌리치고는 홱 돌아누워 분을 삭였다.화가 잔뜩 난 하윤의 뒷모습을 보자 도준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 하윤을 달래듯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몸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화났어?”하윤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아예 침대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다.평소라면 하윤도 이 정도로 화나지는 않았지만 벌써 또 하루가 흘렀다는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 억제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민시영의 전화에 가뜩이나 마음이 동해 의지할 무언가를 잡고 싶어 안달 나 있었다.그게 나쁘던 좋던 그저 지금처럼 이렇게 하루하루를 허망하게 보내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하윤은 거실 통유리 창 앞에 앉아 밖을 내다봤다.산속은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은데 이 한 가지만 좋지 않다. 저녁만 되면 너무 컴컴해서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게.그 어둠 덕에 창문 유리에 비친 남자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도준은 문에 기댄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불빛은 어둠 속의 유일한 불빛이었다.그러다 그 불빛이 다시 꺼질 때쯤 남자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더니 너른 가슴이 하윤의 등을 와락 껴안았다.“진짜 삐졌어?”하윤은 몇 번 버둥댔지만 소용이 없자 발을 들어 도준을 밟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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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완벽해 보이는 선택

품에 안긴 여자가 눈에 띌 정도로 무기력해지자 민도준은 권하윤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하윤의 머리는 이미 아까 심술을 부린 것 때문에 헝클어졌고 눈 끝에는 여전히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가련하기 그지없었다.짙고 검은 눈동자는 그렇게 한참 동안 하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러다 잠시 뒤 도준은 손가락을 들어 하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작은 물방울이 지문을 따라 퍼지면서 손바닥에서 사라졌다.“앞으로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줄 테니까 울지 마.”갑작스러운 약속에 하윤은 순간 슬픔을 잊고 멍하니 도준을 바라봤다. 솔직히 조금 믿기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정말이에요?”“응.”도준은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윤 씨 말 들을게. 가족도 여기로 모셔 와서 잘 보살펴 주고. 가둬두지도 않고 어디 가고 싶다면 다 가게 해줄게. 어때?”머리를 쓰다듬는 손은 여느 때보다도 부드러웠지만 하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도준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자 마치 통장에 거금이 꽂힌 것처럼 기쁨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도준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그, 그러면 저 가족 데리러 가면 안 돼요?”“안 돼.”뼈마디가 선명한 도준의 손이 하윤의 얼굴을 쓰다듬자 하윤은 순간 소름이 끼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제 가족이 경성에 오면…….”“경성에 오지 않을 거야.”힘 있는 손이 하윤의 어깨를 꾹 눌렀다.“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잖아. 그러니 안전할 수 있도록 내가 보호해 줄게. 이건 약속해. 하지만 서로 만나는 건 안 돼. 그것만 빼면 다른 요구는 뭐든 만족시켜 줄게.”하윤은 그제야 도준의 말에 반응했다.“그러니까 지금 저더러 가족과 연을 끊으라는 뜻이에요?”도준은 칭찬하는 듯 하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똑똑하네.”“왜요?”하윤을 끌어안은 도준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자기야. 나도 자기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나를…… 생각해서?’도준의 어깨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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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사인해

도준은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하윤의 퇴로를 막아버렸다.하윤이 걱정하는 것과,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지키려 했던 것, 그리고 자기를 떠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해서.마지막 하나를 떠올릴 때 도준은 저도 모르게 유쾌해졌다.하지만 하윤은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이걸 방금 생각해 낸 건가?’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즉흥적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마치 하윤을 점점 덫으로 끌어들인 것 같았다.그래서 하윤이 자신만만해서 도준의 마음을 움직이겠다고 했을 때 느긋하게 기다려 줬던 거다.하윤의 마음이 무너지고 희망이 부서졌을 때 이 선택지를 앞에 내밀려고. 그런 상황에서 이건 확실히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처럼 보일 테니까.하윤의 마음은 순간 어수선해졌다.온몸이 칼날이 세워진 산과 불바다를 가로지른 긴 줄 위에 놓인 것 같았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 속에 놓인 줄 위에.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두 발이 바닥 위에서 둥 뜨더니 하윤의 생각을 끊어버렸다.“아!”하윤은 무의식적으로 도준의 목을 끌어안은 채 다시 침대 위에 놓였다.도준은 마치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하윤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그걸 보는 내내 하윤의 마음은 복잡했다.“도준 씨…….”“피곤할 텐데 어서 자. 내일 다시 생각해.”도준은 눕는 대신 침대 옆에 걸터앉더니 커다란 손으로 하윤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깨질것 같이 아픈 하윤의 머리를 문질러댔다.실내는 어두컴컴했다.침대 머리맡에 있는 유일한 불빛마저 도준의 너른 등에 가려져 하윤을 그림자 속에 가두었다.이마에서 느껴지는 손길과 어두운 불빛 속에서 하윤은 점점 눈꺼풀이 내려왔다.분명 아직 생각할 게 그렇게나 많은데.아직 결정해야 할 게 그렇게나 많은데.이 순간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에 모든 게 부서졌다.떠들썩한 도심과 떨어진 별장은 결국 사람의 전신을 미혹하고 말았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상대는 도준이 아닌 하윤이었다.하윤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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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도준을 선택하다

권하윤은 여전히 뒤를 쫓아가려고 했다.“안 돼요. 저 계약서를 저대로…….”하지만 하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이 그녀를 어깨에 들러 메더니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말 좀 들어.”“내려 줘요! 미쳤어요?”“…….”두 사람의 투덕거리는 소리가 밖에 있는 변호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그 민도준이 맞나?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그 시각, 위층.하윤은 침대로 다시 던져지고는 화가 난 듯 도준의 어깨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미쳤어요?”도준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 침대 옆에서 하윤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자기야.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밑천까지 긁어내서 줬는데 이렇게 욕하는 게 어디 있어?”그 말에 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무릎을 꿇고 고마움을 표하며 아부하는 말이라도 했을 텐데 이런 태도를 하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확실히 도리에 어긋났다.그제야 조용해진 하윤을 보자 도준은 손가락으로 하윤의 볼을 톡 튕겼다.“왜 말이 없어졌어? 이제야 자기가 얼마나 양심이 없었는지 알았어?”하윤은 여전히 도준의 행동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도준한테서 받은 입장이라 말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그건…….”도준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한층 한층 족쇄에 묶여 점점 꼼짝하지 못하는 하윤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더니 칭찬이라도 하듯 하윤의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하윤은 눈을 들어 도준을 바라봤다. 사람을 매혹하는 매력적인 두 눈은 막연함이 묻어 있었고 입은 꾹 다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동림 부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하윤은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다.그 커다란 살코기를 차지하겠다고 늑대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도 봤었다.그런데 그런 피비린내 나는 경쟁 끝에 그 살코기가 오히려 늑대들이 아닌 새끼 여우한테 차려진 듯한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게다가 하필이면 옆에 있는 이 사자가 여우 몸집만도 더 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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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일이 갑자기 벌어지다

하윤은 도준 때문에 온몸이 나른해졌다.낮은 목소리가 귓바퀴를 스치며 귀 안을 파고들어 가 끝끝내 심장까지 마비시켰다.하윤의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도준은 그녀의 몸에 힘이 빠지자 나지막하게 웃었다.“보아하니 아직 힘이 남아 있나 본데?”하윤은 자기의 모든 게 상대한테 통제당하는 느낌이 싫어 일부러 삐진 듯 말했다.“누가 그래요? 저 힘들어요. 이제 잘래요.”“그래, 내가 잘못했어.”도준은 하윤의 말에는 뭐든 동의한다는 듯한 말투로 낮게 속삭이며 하윤의 허리에 두른 손은 옷감을 사이 두고 마구 문질러댔다.“그러면 좀만 더 힘들어도 괜찮지?”등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지만 하윤은 여전히 숨을 참으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안 괜찮거든요!”“그럼 쉬고 있어, 내가 할 테니까.”하윤은 도준의 뻔뻔함에 화가 치밀어 눈앞이 아찔했다.분명 모든 걸 들어줄 것처럼 말하고는 있었지만 또 할 건 뭐든 하는 도준 때문에 하윤은 화가 나 그의 어깨를 꽉 물었다.하지만 도준은 하윤을 말리는 대신 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문질렀다.“착하지? 나 이미 충분히 흥분했으니까 그만 건드려.”복수를 하려던 하윤은 힘이 빠져 입을 떼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변태.”“맞아, 나 변태야.”하윤은 순간 주먹으로 솜을 내리친 것처럼 허무했다.“할 말 다 했지? 그러면 난 내 할 거 한다?”“잠깐…….”하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준의 핸드폰이 울렸다.이렇게 늦은 시간 아마 누구도 도준의 심기를 건드릴 배짱이 없을 텐데 그걸 감안하고 걸어온 걸 보니 급한 일인 듯싶었다.때문에 하윤은 얼른 도준을 밀었다.“전화 왔어요.”도준은 흥이 올라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상관할 거 없어.”“급한…… 일이면…… 어떡해요…….”하윤은 어렵사리 한 마디를 내뱉었다.“지금도 급해.”맴 처음에 도준을 설득하려고 생각했던 하윤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고 할 수 없이 어깨를 끌어안았다.하지만 벨 소리는 끝질기게 한번 또 한 번 울려댔다.확실히 중요한 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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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위독하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차는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권하윤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발걸음을 멈췄다.“저기, 전 들어가지 않을게요.”이미 차에서 내린 민도준은 안에서 움츠리고 있는 하윤을 바라보더니 역시나 그녀를 데리고 나타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입을 열었다.“그럼 여기서 기다려.”“네.”하윤은 닭 모이 쫓듯 고개를 끄덕이며 도준이 떠나는 걸 바라봤다.하지만 도준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뭔가를 느낀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창문 유리창을 반쯤 내리고 두 손으로 창가를 잡은 채로 걱정되는 듯 자기를 바라보는 하윤을 발견하고 말았다.이에 도준은 다시 방향을 꺾어 돌아갔다.“내려.”하윤은 도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생각하기도 전에 도준에게 끌려 차에서 내렸다.이윽고 안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물었다.“제가 가면 도준 씨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거 아니에요?”“하윤 씨가 안 가면 오히려 더 안 좋을걸.”하윤은 도준의 말에 귀가 빨개지더니 살짝 뒤로 물러났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지만 한 걸음을 물러나자마자 도준에게 다시 잡혀 끌려갔다.“농담 아니야. 이따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하윤 씨를 챙길 시간도 없을 테니까 내 곁에 꼭 붙어있어.”하윤도 오늘 밤 평화롭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윤이 만약 밖에 있다가 다른 사람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도준에게 더 안좋기에 차라리 이렇게 따라가는 게 나았다.이 시각 개인 병원 맨 꼭대기층은 불이 밝게 켜져 있었고 긴 복도에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병실 안에 누워 있는 민상철의 주름 진 얼굴을 호흡 마스크가 꾹 누르고 있었다.나이가 든 민상철의 얼굴에 난 주름 하나하나에 지금껏 겪어온 노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민상철은 마치 늙어서 생을 마감하는 여느 노인처럼 침대에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민씨 집안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소리 없이 눈가를 닦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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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승자는 누구인가?

“손주며느리가 할아버지 보러 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민도준이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누가 저런 걸 며느리로 인정한다는 거야? 우리 승현이는 절대 저런 뻔뻔한 것과 결혼할 리…….”‘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물 하나가 강수연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하지만 너무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라 강수연은 비명만 질러대며 피하지 못한 탓에 물병이 턱에 맞혔다.그 순간 강렬한 고통이 전해져 강수연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야! 너 지금 뭐 하는 거니?”도준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미안해요. 그렇게 오래 떠들어 대서 목이 마를까 봐 물을 전해준다는 게 맞쳐 버렸네요.”그러더니 턱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마셔요. 고마워할 건 없어요.”“너!”강수연은 화가 치밀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병실에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해 말했다.“민도준처럼 비인륜적이고 잔인한 인간한테 가문과 회사가 넘어가면 모든 게 망가질 수 있어요!”강수연의 말은 억지로 만들어 낸 평화를 깨트렸다.민상철이 갑자기 중태에 빠져 아직 후계자 건에 대해 논의된 건 아무것도 없다.물론 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격렬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민살철의 말 한마디면 누군가는 싸움에 끼어들 필요도 없이 손쉽게 후계자 자리와 지분을 차지할 수 있다.때문에 민상철이 깨어날 수 있느냐 마느냐가 민씨 가문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지운이 대립한 두 사람을 스쳐보더니 허허 웃으며 끼어들었다.“다섯째 숙모, 그런 말은 아직 너무 일러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하지만 강수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아버님께서 예전부터 재혁이를 마음에 들어 했잖니. 이제 다리도 나았으니 후계자는 당연히 재혁이가 해야 하지 않겠어?”하윤은 민재혁을 슬쩍 흘겨봤다. 그랬더니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민재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기는 빼앗지 않는다는 태도를 하고 있었다.보아하니 강수연은 이미 첫째네와 손을 잡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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