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1603 챕터

제451화 당신이 이겼어

민승현은 여전히 화가 뻗쳤는지 고개를 돌리며 욕설을 퍼부어 댔다.“누구야? 당신 내가 누군지 알고…… 아!”뒤통수에 가한 일격에 외마디 비명이 들려오더니 민승현은 머리를 감싸며 그대로 기절했다.하지만 권하윤은 부축받으며 일어나는 순간까지 여전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내가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이제는 미쳐버려서 환각이 보이나?’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하지만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권하윤의 이름을 불렀다.“윤아, 괜찮아?”권하윤은 눈앞의 남자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진실한 촉감과 귓가에 맴도는 익숙한 목소리는 모두 눈앞의 사람이 진짜라는 걸 말해줬다.입술을 파르르 떨며 겨우겨우 뱉어낸 목소리마저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은우? 너야? 너 살아 있었어?”성은우는 복잡한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봤다.“응.”현기증이 엄습하더니 날카로운 통증이 관자놀이를 뚫어버릴 것처럼 밀려와 권하윤은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성은우의 팔을 필사적으로 잡았다.“네가 살아있으면 나는, 도준 씨는…….”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텅 빈 눈을 한 권하윤을 보자 성은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윽고 권하윤을 부축해 창고 안의 나무 상자 위에 앉혔다.“윤아, 심호흡하고 진정해.”권하윤은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무한한 공포가 휘물아쳤다.‘은우가 안 죽었어. 안 죽었어. 그렇다면 난 뭘 한 거지?’앉아 있는 것조차 힘이 빠져 몸이 아래로 흘러내렸고 코가 막힌 것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성은우가 등을 토닥인 지 한참이 지나서야 권하윤은 겨우 기침 소리를 냈다.그렇게 어렵사리 자기 목소리를 되찾고 나서야 권하윤은 성은우의 팔을 잡으며 갈라 터진 목소리를 냈다.“어떻게 된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성은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은 모든 사실을 알려주었다.“사실 그날 민 사장과 내기를 했어. 네가 내 복수를 하기 위해 민 사장을 죽일지.”“…….”그날 민도준은 확실히 성은우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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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쉽게 믿지 마

권하윤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한참을 흐느꼈다.“은우야, 도준 씨가, 도준 씨가…….”“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시체까지 훼손된 줄 알고 약을 탄 거였어.”“나 이제 어떡해? 은우야…… 나 이제 어떡해…….”혼이 나간 사람처럼 같은 말을 자꾸만 반복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성은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위로했다.“윤아, 너도 몰랐잖아. 민 사장이 일부러 너 속인 거였는데 너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자도 만약 민도준이 모른 체 하지 않았더라면 남기 손에 들어갈 리 없어.”하지만 권하윤은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다 내 잘못이야. 은우야, 도준 씨가 죽는 순간까지 나 미워한 건 아니겠지?”만약 민도준이 아직 살아있다면 권하윤은 그나마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생각했을 거다.하지만 민도준이 없는 지금, 권하윤에게 남은 건 오직 미안함과 오랫동안 억누르고 외면했던 감정뿐이었다.가슴이 미어질 듯 울고 자기를 탓하는 권하윤을 보자 성은우의 냉철하기만 하던 눈매에 슬픔과 걱정이 드러났다.이것 또한 성은우가 지금껏 나타나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권하윤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유다.그가 안 죽은 걸 권하윤이 알게 되면 분명 자기를 탓할 테니까.오늘도 상황이 긴급하지만 않으면 성은우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성은우는 그저 말없이 권하윤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그때, 권하윤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면서 다급히 성은우를 불렀다.“은우야. 네가 안 죽었다면 도준 씨도 안 죽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성은우를 보는 권하윤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물거품 같은 희망이 살짝 드러났다.그러한 상황에서 부정하면 권하윤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아 성은우는 입을 뻐금거리다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지도 모르지.”역시나, 그 말에 희망이 다시 살아났는지 권하윤은 기뻐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맞아. 도준 씨도 살아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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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분출

권하윤은 손에는 공태준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임시로 잡아든 몽둥이가 아직도 쥐여 있었다.바닥에 개처럼 쓰러져 있는 민승현을 보고 있자니 그가 어떻게 조 사장과 짜고 모략을 꾸몄을지 눈앞에 선했다.갑자기 들끓는 분노에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몽둥이를 꽉 쥔 권하윤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분노를 분출하듯 세게 아래로 내리쳤다.그 모습을 공태준은 묵묵히 지켜봤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전해진 고통에 민승현은 깼는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권하윤을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젠장…… 아!”머리에 일격을 가하자 가뜩이나 깨질 듯 아프던 머리에 고통이 더해졌는지 민승현은 귀신이라도 부르는 것처럼 꽥꽥 소리 질렀다.심지어 시선 끝에 희미하게 걸리는 공태준을 발견하고는 분노가 더해졌는지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젠장!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아!”“공태준! 권하윤은 민도준이 놀다 버린 년이야!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아…… 겁나지도 않아?”“남이 놀다 버린 걸 주어가다니…… 아! 그만 때려…… 아!”비명과 섞인 욕지거리가 이따금 들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졌다.심지어 상대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데 권하윤이 여전히 힘을 줄이지 않고 내리치자 공태준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계속 때리면 죽어요.”권하윤은 그 소리도 전혀 듣지 못한 듯 기계적으로 울분을 토해냈다.이에 공태준은 힘껏 내리치는 권하윤의 손목을 잡으며 낮게 타일렀다.“민승현이 죽는 건 저도 상관 안 해요. 하지만 이 자식이 오늘 하윤 씨를 데리고 갔는데 이때 죽게 되면 처리하기 곤란해요. 하윤 씨가 원한다면 내가 나중에 처리해 줄게요.”손바닥의 차가운 온도가 옷소매를 뚫고 손목에 전해지자 권하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쳤다.그와 동시에 피가 묻은 몽둥이도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그제야 권하윤은 비틀거리며 창고를 나섰다.때마침 중앙에 걸려있는 태양은 뜨겁다 못해 독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갑자기 눈앞이 번쩍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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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한민혁의 표정은 잠시 침울해졌지만 이내 억지 미소를 지었다.“에이, 도준 형 소식이랄 게 있나요? 뭐, 도준 형이 제 꿈에 나와 말이라도 전하면 제가 맨 먼저 하윤 씨한테 알려줄게요.”권하윤은 그 말에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솔직히 본인도 자기의 행동들이 우습게 느껴졌다.하지만 이렇게 헛된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정말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한민혁의 얼굴에 드리운 걱정이 눈에 보였는지 권하윤은 심호흡을 하더니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오늘 저 불러낸 거 보면 무슨 일 있어요?”“네.”한민혁은 잠깐 고민하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사실 경찰서에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먼저 입건해 범인부터 조사하고 나중에 도준 형인 게 밝혀지면 사망 통지서를 발부하기로 했어요. 그 덕에 민씨 가문 식구들도 당분간은 얌전해질 거예요.”‘이 일이었구나.’“네.”기대로 부풀었던 가슴은 실망감에 김빠지듯 낮은 소리를 내뱉었다.그때, 한민혁이 권하윤의 안색을 한참 동안 살피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궁 가주가 나섰다던데, 혹시 하윤 씨와 관련 있어요?”“제가 도움 요청했어요.”권하윤의 덤덤한 대답에 한민혁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지더니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뻐금거리다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그러다 끝내 참지 못했는지 입을 열었다.“저기, 권하윤 씨가 도준 형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공 가주랑은 어…….”“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권하윤은 흐릿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전 그저 이곳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에요.”권하윤이 고집을 부리자 한민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권하윤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서까지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그렇다고 “여기를 지키기보다는 도준 형을 위해 정조를 지켜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골치 아픈 나머지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던 그때, 갑자기 울린 전화에 문자를 확인한 한민혁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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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만나줄까?

어제, 성은우는 민도준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권하윤과 한 약속 때문에 블랙썬에 가서 상황을 염탐했다.그렇게 관찰한 지 이틀째, 여전히 아무 행동이 없는 한민혁과 로건을 보고 결국 포기해야 할까 생각하려던 찰나, 두 사람은 갑자기 어디론가 떠났다. 그것도 불과 몇 분 전에.줄곧 블랙썬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이 갑자기 본거지를 버려두고 어디로 간다는 건 아주 이상한 징조였다.때문에 성은우는 오랫동안 킬러로 살아오던 감을 이용해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대외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웬 개인 소유의 병원이었다.수많은 세력이 호시탐탐 블랙썬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한민혁더러 블랙썬을 버리고 어디론가 달려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뿐이다.바로 민도준.“병원?”병원이라는 두 글자에 겨우 안심했던 권하윤은 다시 불안해졌다.“도준 씨가 다쳤어? 그날 폭발이 그렇게나 심했는데 당연히 다쳤겠지. 설마 생명이 위험한 건 아니야? 어디 다쳤대?”권하윤은 마치 자기가 원하지 않는 답이 들려오기라도 할까 봐 연속적으로 질문을 해댔다.“윤아, 우선 진정해. 이 병원은 비밀리에 운영되는 곳 같아. 사방에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어서 아직 들어갈 수가 없어. 게다가 안쪽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섣불리 들어가는 것도 위험해.”성은우의 말이 맞았다.민도준이 살아있는데도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게다가 도준 씨가 나 만나려 하지 않을지도 몰라.’권하윤의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은 게 느껴졌는지 성은우는 얼른 입을 열었다.“만약 민 사장이 정말 살아 있다면 한민혁을 한번 찾아가 봐. 한민혁더러 민 사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해.”“한민혁 씨는…….”권하윤은 생각할수록 맥이 빠졌다.한민혁이 만약 민도준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지금껏 말하지 않았다는 건 권하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그런데 나한테 쉽게 알려줄까?’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이라도 얻은 듯 권하윤은 스스로 자책했다.“알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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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공태준 찾아갔지?

한민혁이 핸드폰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눈동자는 불안한 듯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그 시각, 병상에 있는 남자는 환자복을 입었는데도 날 때부터 타고난 듯한 강압적인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남자는 중상을 입었다 이제 막 회복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임시 잠들었다가 꿈자리가 사나워 불쾌해하는 듯한 모양새였다.삐딱하게 병상에 기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던 남자는 눈을 들어 한민혁을 힐끗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어, 권하윤 씨가 블랙썬에 물건을 놓고 갔대.”한민혁은 민도준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요즘 두 번 정도 만났었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형도 이미 깨어났으니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그래.”민도준은 느릿하게 대답하면서 턱을 들어 창문을 가리켰다.“저기로 먼저 뛰어내려서 꿈으로 말이라도 전해 줘.”“하하. 그 점쟁이가 그러는데 난 고 층건물에서 뛰어내리면 안 된대. 못 들은 거로 해.”물론 민도준이 듣기 귀찮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권하윤이 공태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알릴 필요가 있었기에 한민혁은 눈을 딱 감고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형님이 병상에서 일어났을 때 권하윤을 홀라당 남한테 뺏기 가라도 하면 안 되니까.“그리고 형이 사고 나기 바쁘게 형네 집안 식구들이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어. 권하윤 씨가 도움을 많이 줘서 그나마 잠잠해졌지만.”“하.”민도준은 나지막하게 웃었다.“공태준 찾아갔지?”“응…….”한민혁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낮게 대답하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그래도 이건 다 형을 생각해서 그런 걸 거야.”민도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에 담배를 물었다.하지만 라이터를 켜려는 순간, 병실 문이 밖에서 열리더니 웬 여인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그 여인은 훤칠한 키와 글래머러스한 몸매, 그리고 화려한 용모를 지녔지만 차가운 눈동자 때문에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도시락을 들고 들어온 화영의 모습에 한민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이리 줘요.”자연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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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죽느니 사느니 하다

리조트.젓가락으로 밥알을 한참 동안 헤집던 권하윤은 밥알 한 톨도 입에 넣지 않았다.“입에 안 맞아요?”그러던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 마지못해 고개를 들자 마침 맞은 쪽에 앉은 공태준과 눈이 마주쳤다.공태준의 요구에 반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벌써 며칠째다.오늘 함께 한 저녁 식사도 사실 그 약속 때문에 이루어 진 거나 다름없다.권하윤은 얼른 생각을 뒤로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내 입 맛이 없는 것뿐이야.”공태준은 얼른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수 권하윤에게 국 한 그릇을 떠주었다.“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국이라도 마셔요.”국을 그릇에 담은 공태준은 그걸 바로 권하윤에게 건네는 대신 위에 뜬 기름을 세심하게 건져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즘 먹었던 국이 언제나 맑고 뽀얗던 게 생각났다.일련의 동작을 끝마친 공태준은 메이드를 시켜 국을 권하윤에게 가져가게 하고는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민씨 집안 일은 제가 이미 처리했으니 이제 안심해요.”숟가락으로 국을 휘저으며 권하윤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하윤 씨가 내 곁에 있겠다고 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권하윤은 마음이 답답해서 공태준의 시선을 피하려고 얼른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공태준은 권하윤이 국을 마시는 걸 보자 눈매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내일 저녁 따로 계획한 일 있어요?”국을 마시던 권하윤의 손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동작을 이어갔다.“내일 블랙썬에 다녀오려고.”공태준은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러면 남기더러 바라대 주라고 할게요. 내일 저녁 파티가 있는데 저랑 같이 참석할 수 있어요?”“정말 내가 같이 가길 원한다고?”권하윤은 눈을 들어 한참 동안 피하던 공태준의 눈을 바라봤다.물론 그날 결혼식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권하윤과 민승현이 약혼을 한 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공태준이 권하윤을 데리고 공식 석상에 참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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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이제 자유야

“네?”한민혁은 순간 온몸이 찌릿 저렸다. 불안함에 눈은 데굴데굴 굴렀고 속으로는 민도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당장이라도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하지만 한참을 자기의 의지와 싸우고 있던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한민혁의 생각을 끊었다.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 권하윤은 문 앞에 나타난 화영을 보자 몇 초간 멍해졌다.그러다 이내 예전에 조 사장이 운영하는 홍옥정에서 눈앞의 여자를 본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아, 그때 우리가 홍옥정에서 탈출하는 걸 도와줬던 여자네.’심지어 민도준이 전에 화영이 바로 조 사장의 정부라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화영은 권하윤이 자기를 알아보자 이내 한민혁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나 권하윤 씨랑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자리 비켜줄래요?”‘도준 형이 뭘 부탁했나 보네.’화영을 보자 한민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나가 있을 테니 얘기 나눠요.”한민혁이 나가고 나자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한참 동안 이어지는 침묵 끝에, 화영은 권하윤의 경계를 눈치챘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민 사장님이 보내서 온 거예요.”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권하윤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바로 캐물었다.“도준 씨는 어때요? 지금 위험한가요? 무사…… 한가요?”마지막 몇 글자를 내뱉는 순간 권하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때 화영의 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할 거 없어요. 고비는 넘겨 이미 깨어났으니.”화영은 그날의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지만 권하윤은 위험한 당시 상황을 직접 귀로 듣고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민도준이 몇 초만 늦게 눈치챘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권하윤은 눈물을 쓱쓱 닦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 저 찾아온 건 이 얘기 하러 온 거 아니죠?”“네.”화영은 권하윤을 빤히 바라봤다.“하윤 씨, 혹시 경성 떠나고 싶어요?”“경성을 떠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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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없어진 게 뭔 대수라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권하윤은 이따금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가 머리를 매만지기를 반복했다.솔직히 이런 동작으로나마 긴장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민도준이 있는 층에 도착한 순간, 권하윤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다.심지어 화영이 두 번 정도 부르고 나서야 권하윤은 정신을 차렸다.“제가 먼저 들어가 민 사장님께 말씀드릴 건데, 혹시 전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나요?”이 말로 민도준이 만나줄지 만나주지 않을지 결론 날 수 있기에 권하윤은 뭐라도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은 입 속에서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이윽고 잔뜩 흥분한 얼굴이 점점 진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때문에 화영이 대신 전하게 될 말은 그저 침묵뿐이었다.복도에 선 권하윤은 화영이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난 방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문짝은 매우 얇아 보였지만 하필이면 권하윤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그렇게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권하윤은 문이 열릴까 봐 긴장되는 한편 이대로 열리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몇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몇 분의 기다림 속에서 권하윤의 심장은 점점 타들어 갔다.그러다가 결국 복도에서 맴도는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그때, 화영이 끝내 밖으로 걸어 나왔다.하지만 권하윤의 긴장 가득한 눈을 보자 화영은 끝내 고개를 저었다.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애써 곧게 펴고 있던 등줄기에 힘이 쭉 빠지면서 권하윤은 벽을 짚었다.“하윤 씨, 괜찮아요?”권하윤은 애써 미소를 지어냈다.“괜찮아요. 애써 줘서 고마워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화영의 눈에서 약간의 안타까움이 흘러나왔다.“민 사장님은 원체 변덕스러우니 며칠 후면…….”“아니에요.”권하윤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아까…… 제가 떠나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했죠?”화영은 권하윤의 태도 변화에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 오늘 밤은 괜찮나요?”-“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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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공 가주를 뒷배로 삼았군

한편, 권하윤은 화영이 준비해 준 차를 타고 다시 블랙썬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블랙썬을 떠난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이남기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방금 전 그런 일을 겪고 난 뒤라 그런지 권하윤은 더 이상 블랙썬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심지어 리조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민도준의 별장으로 향했다.이번에 권하윤은 예전에 정원을 가꾸던 도구를 꺼내 들고 삐죽삐죽 자라난 나뭇가지를 치기 시작했다.그렇게 이것저것 일을 찾아 하면서 한편으로 성은우가 오기를 기다렸다.이왕 떠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고 싶지 않았다.해가 천천히 질 때쯤 권하윤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그제야 자기가 오전에 보낸 문자를 성은우가 아직 읽지도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눈살이 저도 몰래 구겨지며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하지만 핸드폰을 쥔 채로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이남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권하윤 씨,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알겠어요.”문을 닫기 전 권하윤은 문 앞에 서서 아무도 없는 정원을 빤히 바라봤다.지난날의 기억이 한 장면씩 눈앞을 스쳐지났지만 점점 퍼지는 저녁노을과 함께 사라졌다.‘됐어. 이 모든 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어.’솔직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어찌보면 나쁘지는 않았다.끝내 눈을 천천히 감으며 권하윤은 모든 기억을 고이 접어 묻어버렸다.중도에 이남기는 공태준을 데리러 갔다.하지만 차 문이 옆에서 여닫히는데도 권하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공태준도 습관이 되었는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파티에 준비된 음식이 하윤 씨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어 셰프한테 야식을 준비해 두라고 미리 일러뒀으니 나중에 가져다줄게요.”이따가 권하윤은 공태준을 따라가지 않을 거기에 당연히 그 야식은 먹을 수 없었다.하지만 의심을 피하고자 권하윤은 건성으로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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