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한참을 흐느꼈다.“은우야, 도준 씨가, 도준 씨가…….”“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시체까지 훼손된 줄 알고 약을 탄 거였어.”“나 이제 어떡해? 은우야…… 나 이제 어떡해…….”혼이 나간 사람처럼 같은 말을 자꾸만 반복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성은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위로했다.“윤아, 너도 몰랐잖아. 민 사장이 일부러 너 속인 거였는데 너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자도 만약 민도준이 모른 체 하지 않았더라면 남기 손에 들어갈 리 없어.”하지만 권하윤은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다 내 잘못이야. 은우야, 도준 씨가 죽는 순간까지 나 미워한 건 아니겠지?”만약 민도준이 아직 살아있다면 권하윤은 그나마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생각했을 거다.하지만 민도준이 없는 지금, 권하윤에게 남은 건 오직 미안함과 오랫동안 억누르고 외면했던 감정뿐이었다.가슴이 미어질 듯 울고 자기를 탓하는 권하윤을 보자 성은우의 냉철하기만 하던 눈매에 슬픔과 걱정이 드러났다.이것 또한 성은우가 지금껏 나타나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권하윤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유다.그가 안 죽은 걸 권하윤이 알게 되면 분명 자기를 탓할 테니까.오늘도 상황이 긴급하지만 않으면 성은우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성은우는 그저 말없이 권하윤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그때, 권하윤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면서 다급히 성은우를 불렀다.“은우야. 네가 안 죽었다면 도준 씨도 안 죽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성은우를 보는 권하윤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물거품 같은 희망이 살짝 드러났다.그러한 상황에서 부정하면 권하윤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아 성은우는 입을 뻐금거리다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지도 모르지.”역시나, 그 말에 희망이 다시 살아났는지 권하윤은 기뻐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맞아. 도준 씨도 살아 있을 수
Last Updated : 2023-10-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