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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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의뭉스러운 가주

조 사장이 일부러 자기를 난처하게 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떠나는 것이기에 권하윤은 결국 참기로 결심했다.하지만 손을 뻗어 술잔을 잡으려 하는 순간, 공태준의 퉁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윤 씨는 오늘 불편해서 술 마실 수가 없어요.”“쾅.”조 사장이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대리석 테이블 위에 탕 내리쳤다.“축하해 주러 왔다면서 술도 안 마시려 한다니 너무 제 체면을 안 세워주는 거 아닙니까?”트집을 잡고 있는 조 사장의 말투에도 공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말을 마친 뒤 공태준은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서 있는 이남기를 바라봤다.그러자 이남기가 이내 서류 봉투를 가져왔다.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류를 받아 열어보던 조사장의 눈은 순간 휘둥레졌다.‘뭔데 저러지?’안에 든 물건이 뭔지 알 수 없기에 권하윤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그러던 그때, 조 사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얼굴 근육이 경련하면서 옆에 있던 화영을 홱 노려봤다.“화영! 잠깐 나와 봐!”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저 안에 든 게 뭐예요?”아직 꺼지지 않은 노래방 기계에서 요란한게 울리는 노랫소리에 공태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권하윤 곁으로 한껏 다가왔다.“화영이 배신한 증거요.”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고개를 홱 돌렸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이토록 가까워진 건 처음이다.너무 가깝다 못해 공태준의 부드러운 얼굴에 가려져 일렁이고 있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순간, 화영이 자기를 도와 여기를 떠나려 한다는 걸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권하윤은 그 생각을 곧바로 부인했다.화영이 권하윤을 도와 떠나려 한 건 오늘 일인데, 이 증거들을 모은 건 하루 사이에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그렇다면 화영 씨가 도준 씨 사람이라는 걸 안다는 뜻인데.’그러면 지금 공태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일 거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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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몰살

화영은 손을 들어 반쪽 얼굴을 가리고 있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지금껏 숨겨왔던 원망의 눈빛을 드러냈다.“이유를 알고 싶어? 혹시 그 사람 기억해?”화영이 뱉어낸 낯선 이름에 조 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더욱이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었던지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조 사장의 그런 반응에 화영은 울화가 치밀었다.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내는 말은 마치 목구멍을 찢고 나온 것처럼 피빛이 서려 있었다.“경찰이었어. 당신이 그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가족을 죽이고 나이 어린 여동생까지 놓아주지 않았잖아. 칼로 그 사람을 찌르고 개 우리에 던져 뜬눈으로 자기 살점이 뜯겨나가는 걸 지켜보게 했잖아.”조 사장은 애써 옛 기억을 더듬다가 막연한 장면을 점차 떠올렸다.그건 이미 몇 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의 조 사장은 경성 전체를 휘어잡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웬 놈이 조직에 숨어들어 증거를 수집하다가 마침 기분이 언짢았던 조 사장에게 발각됐고, 조 사장은 그 사람으로 화풀이했었다.조 사장이 점차 기억을 떠올린 듯하자 화영은 한 글자 한 글자 어렵사리 토해냈다.“그 사람이 내 약혼남이었어.”그날, 화영은 뜬 눈으로 그 잔인한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자기를 위해 각종 쿠키를 만들어 주시던 어머님의 손가락이 하나둘 부러지는 모습.자기를 보면 항상 자애로운 미소로 반겨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가는 모습.심지어 앳된 목소리로 언제면 자기 오빠한테 시집오냐며 쫑알거리던 여동생마저 점차 화영 앞에서 생기를 잃어갔다.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화영에게 남겨준 건 오직 피범벅이 된 옷감 몇 조각뿐이었다.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자기가 일등공을 세우면 알사탕만 한 다이아 반지를 사주겠다고 하던 사람이었는데.훈장은 남겼지만 사람은 사라졌다.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해봤지만 동료들이 번번이 구해줘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화영은 다시 태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죽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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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상황을 감추다

“보스. 저희를 불렀습니까?”누군가 다가오자 조 사장의 몸부림은 더 격렬해졌다.하지만 화영이 심호흡을 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대화 중이니, 나가.”그 한마디에 문밖은 다시 조용해졌다.원래도 요동치던 권하윤의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듯 심하게 쿵쾅거렸고 화영의 안색도 어두워졌다.이 순간 만약 누군가 들어온다면 두 사람이 살지 못하기는커녕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되어버리니까.화영이 조 사장 곁에 이렇게 오래 있으면서 신임을 얻으려고 노력한 것도 하수구 같은 악취를 풍기는 죄악을 뿌리째 뽑기 위함인데 만약 여기에서 틀어지면 아직 덫에 걸리지 않은 쥐새끼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해치고 다닐 거다.이익이 따른다면 조 사장이 없더라도 다른 누군가 조 사장의 자리를 대체하기 마련이니까.권하윤과 화영에게 이 몇 초간은 마치 몇 세기라도 되는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다.다행히 조 사장이 화영에 대해 신임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기에 조 사장의 부하도 그저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요, 화영 누님. 무슨 일 있으면 저희를 부르세요.”문밖 사람들이 점차 멀어지는 걸 확인하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그제야 쿠션 아래에 있던 조 사장이 이미 숨을 멎었다는 걸 확인했다.화영은 숨이 막혀 눈을 뒤집은 채 흉악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조 사장의 얼굴을 보자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권하윤은 화영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본인 상태도 좋지 않았다.그때, 화영이 겨우 숨을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홍옥정에는 조 사장의 사람이 널렸으니까 민 사장님이 오기 전에 절대 들켜서는 안 돼요.”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권하윤도 말을 보탰다.“룸에 있던 사람들이 조 사장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만약 안 돌아가면 의심할 수 있어요.”화영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이렇게 해요. 제가 여기 일 모두 처리하고 뒤따를 테니까 하윤 씨가 먼저 뒷문으로 빠져나가요.”“안 돼요.”권하윤은 고민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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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민도준의 사람

“그래요. 돌아가요.”공태준은 뭐든 들어줄 것처럼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해요.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권하윤도 함께 일어나는 모습에 화영은 흠칫 놀랐다.이때 권하윤이 티 안 나게 고개를 젓는 모습에 황영은 이내 눈치챘다. 오늘 같은 날 권하윤이 남아 있는다 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영은 권하윤을 막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조 사장의 똘마니 몇몇이 비틀거리며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큰일 났어요! 보스가…… 보스가!”대성은 벌떡 일어서서 앞으로 달려갔다.“보스가 왜?”“보스가 죽었어요!”순간 방 안은 적막이 흘렀다.이 비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그중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대성이었다. 대성은 그 소식을 듣기 바쁘게 화영을 손가락질했다.“당신이지? 당신이 우리 보스를 죽였지?”방금 조 사장이 경인 지역으로 갔다고 했을 때부터 대성은 의심이 들어 사람을 불러 찾아가 보게 했다.그런데 역시나 방안에서 조 사장의 시체가 발견된 거다.그 순간 대성은 방금 전 화영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 사장과 똑같은 표정을 한 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영을 노려봤다.“젠장! 우리 보스가 당신을 얼마나 믿었는데, 감히 보스를 죽여?”그 시각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조 사장의 부하거나 조 사장과 협력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소식을 듣자마자 다들 불같이 화를 냈다.“시간 낭비할 게 뭐 있어? 당장 묶어!”“저 여자를 죽여 보스를 위해 복수하자고!”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권하윤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 상황을 망칠까 봐 할 수 없이 주먹을 쥔 채 마음을 졸였다.다행히 화영도 지금껏 많은 걸 겪어 왔기에 권하윤이 생각한 것처럼 나약하지 않았다.“내가 조 사장을 죽였다는데, 증거는 어디 있지?”화영의 침착한 대꾸에 누군가 바로 반박했다.“보스가 방금 당신과 함께 나갔는데, 증거는 무슨 증거야?”“조 사장이 죽자마자 나를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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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위험한 민도준

공태준의 말이 끝나자 공기 속에는 적막이 흘렀다.민도준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에 모든 사람은 뒤 통수라도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두려운 듯한 눈빛을 드러냈다.그때, 대성이 몸을 돌려 화영을 바라보더니 잔뜩 당황한 듯 따져 물었다.“말해! 민도준이 아직 살아있는 거야? 어디 있어?”대성의 추궁이 귓전을 때리는 순간, 권하윤은 그제야 알아차렸다.‘공태준이 아까까지 태연하게 있던 게 다 화영 씨가 허점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던 거였어?’‘아니야.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거야.’만약 그저 화영의 정체를 까발리는 게 목적이라면 오늘을 선택했을 리는 없을 테니까.갑자기 공태준이 아까 자기가 화영한테 가서 소식을 전하도록 내버려 둔 걸 생각하니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한민혁 씨가 이제 곧 사람들을 데리고 올 텐데. 그러면 도준 씨가…… 도준 씨가…….’순간 커다란 공포가 덮쳐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공태준이…… 도준 씨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어!’개인 병원 밖, 훈련이 잘되어 있는 킬러 7,8명이 어둠을 틈타 병실로 향하고 있었다.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놈들의 움직임은 마치 귀신처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평범한 임무라면 한 명 정도로 충분했겠지만 이렇게 많은 킬러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건 놈들이 죽여야 할 사람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말해주었다.불이 켜진 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 밖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던 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이윽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놈들이 병실로 뛰어들었다.한편, 룸 안은 이미 깨진 술병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화영은 바닥에 쓰러진 채 두려움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대성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 분노가 극에 치달은 대성은 술에 젖은 화영을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쳤다.“말하라고! 민도준이 아직 살아있어?”그 시각 공태준의 의도를 눈치챈 권하윤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한민혁에게 전화하려 했다.하지만 움직이려는 순간 공태준이 권하윤의 손목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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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기회를 줘도 이용하지 못하네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던 놈들은 이러한 장면을 보자 하나같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그제야 민도준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공태준을 보면서 이제야 발견한 듯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공 가주도 있었네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내가 살아 있어서 실망하셨나?”공태준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여상스럽게 대응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민 사장님이 살아 돌아왔는데 안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민도준은 혀를 끌끌 찼다.“역시 공 가주님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네요. 그렇게 헛수고했는데 화도 안 내다니.”그 말에 공태준은 그제야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건 민도준의 건들거리는 태도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분명 사람을 보내 개인 병원을 지키라고 한 뒤 민도준이 아직은 퇴원할 상황이 아니라는 소식을 확인하고 나서야 움직였는데.민도준은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상태를 보아하니 중상을 입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으니 언짢을 수밖에.그렇다면 전의 모든 게 눈속임이었단 말인가?민도준은 공태준이 자기를 훑어보자 아예 팔을 쫙 편 채 사람 좋은 태도로 말했다.“잘 보여요? 아니면 돋보기라도 가져다드릴까?”희롱하는 말투에 공태준의 미간은 한층 더 움푹 파였다.민도준은 그게 재밌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하려는 찰나 옆에서 자기를 열심히 훔쳐보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힐끗힐끗 훔쳐보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권하윤은 당장이라도 민도준의 얼굴을 뚫을 기세였다.이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게 잘생겼어?”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가 겨우 긴장이 풀린 권하윤은 이미 정상적인 사고도 할 수 없는지 멍한 표정으로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공태준을 힐끗거리며 입을 열었다.“공 가주보다도 더?”“네!”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공 가주, 그간 뭐 하셨어요?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우리 제수씨가 아직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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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끝까지 싸우려 하다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지만 민도준은 아예 무시한 채 오히려 공태준을 위로했다.“괜찮아요, 공 가주. 이번 기회를 못 잡았다면 다음 기회가 있으니 너무 상심해 마세요.”이런 상황에서 민도준의 위로는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같았다.아무리 교양 있는 공태준이라도 이것만은 참지 못하겠는지 얼굴만큼 어두워진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그래요.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 가르침을 주세요.”이건 끝까지 싸워보자는 일종의 도전장이었다.방 안은 마치 가스라도 들어찬 듯 불씨만 있으면 바로 터질 것만 같았다.심지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권하윤은 어깨를 누르는 힘이 한층 더해졌다는 걸 느꼈다.그때, 등 뒤에서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르침이라고 하니 생각났는데 오늘의 일은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랐지만 권하윤은 공태준이 뒤에서 무슨 작당을 꾸몄는지 알고 있었기에 민도준의 성격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민도준의 시비를 거는 말투에 공태준은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민도준은 마치 피곤한 듯 권하윤의 어깨를 스치며 팔을 앞으로 뻗더니 상체를 아예 권하윤의 어깨에 기댔다.그러더니 공태준을 위아래로 훑으며 아쉬운 듯 말을 꺼냈다.“공 가주처럼 조심성 많은 분이 여자 하나 때문에 저와 틀어질 줄은 몰랐습니다.”민도준은 권하윤의 턱을 잡고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제수씨, 어쩔 거야? 공 가주의 혼을 쏙 빼놓았으니 이제 어쩌면 좋아?”분명 자유로워 보이는 자세와 가벼운 말투였지만 권하윤은 그 말속에 숨은 위험을 감지했다.이에 고개를 마구 저으며 자기 눈을 깜빡이며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썼다.“저 안 그랬어요. 정말이에요…….”“응? 아니라고? 그렇다면 공 가주가 짝사랑이라도 한다는 거야?”어이없다는 듯 내뱉은 민도준의 말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그렇다고 해도 그걸 공 가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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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바래다 주려고 왔어

권하윤은 민도준의 힘 때문에 일순 뒤로 당겨졌다. 심지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자기를 바라보는 무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공태준이 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가는 권하윤과 민도준을 바라보기만 했다.하지만 오히려 붙잡지도 않는 그 행동에 권하윤은 더 불안했다.“왜 그래? 정신을 룸에 두고 왔어?”권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자기가 이미 밖으로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다.아까와 같은 긴장감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았지만 민도준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자꾸만 고개를 쳐들었다.심지어 시선이 흐릿해지고 동작마저 뻣뻣해졌다.“그, 도준 씨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하윤 씨 바래다주려고 왔지.”권하윤이 멍한 표정을 짓자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뭐야? 모른 척하는 거야?”그제야 민도준이 경성을 떠나는 일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민도준이 제일 먼저 꺼낸 말이 이 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권하윤은 어안이 벙벙했다.‘아, 나를 바래다주려고 온 거구나.’그런데…….권하윤은 막연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저, 저 사실…….”민도준은 권하윤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턱을 들어 차를 가리켰다.“차는 저기 있으니까 가 봐.”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는 검은색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차를 힐끗 보다가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바라봤지만 그는 별다른 표정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눈꼬리에 귀찮음이 가득 묻어 있었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채 권하윤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공태준 앞에서 한 연극을 진짜라고 믿었다니.’순간 웃음이 났다.‘도준 씨가 정말로 예전의 일을 없던 일로 여길 거라고 생각하다니. 도준 씨를 죽이려 했으면서 나도 참 순진하네…….’씁쓸함이 가슴을 휘감더니 눈물이 자꾸만 앞을 가렸다.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날려버리면 잠시 뒤 또 고여왔다.‘이제 가야 해. 지금 안 갔다가 공태준이 내 진짜 신분으로 위협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도준 씨가 공은채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데 원수의 딸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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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손을 놓지 않다

허리를 끌어안은 작은 손은 힘을 꼭 주고 있었고 흐느낌 소리는 등에 파묻혀 희미하게 들려왔다.다시 돌아와서 듣게 된 한민혁의 말에서 권하윤은 아까 자기를 내리누르며 지탱하던 힘이 왜 그리도 센지 이제야 깨달았다.그때는 단지 자기한테 벌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민도준이 자기의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던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권하윤을 함께 데려가려는 목적만 아니었다면 사실 한민혁만 왔어도 충분했을 텐데.분명 안전한 곳에 몸을 피해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와도 될 텐데.‘또 나 때문에 도준 씨가 위험하게 됐어.’민도준을 노리는 사람들은 도처에 널렸고, 이런 상태로 다시 나타나는 건 적들에게 약점을 훤히 드러내는 거나 다름없는데 민도준은 그래도 오는 걸 선택했다.‘왜 나를 신경 쓰는 건데? 나도 도준 씨를 죽이려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나도 도준 씨를 죽이려 했는데…….’이러한 생각 때문에 권하윤은 아예 엉엉 소리 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가엾기 그지없었다.민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있는 힘껏 권하윤의 팔을 뿌리쳤다.“이거 놔.”등 뒤에 꼭 붙어 있던 권하윤은 작은 머리를 좌우로 힘껏 흔들었다.심지어 행동으로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더 꼭 끌어안았다.“안 놓으면 팔 부러져도 몰라.”민도준의 목소리에는 귀찮음이 배어 있었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흐느끼는 목소리로 고집을 부렸다.“부러져도 안 놓을 거예요.”“그, 저기…….”그때, 보다 못한 한민혁이 끼어들었다.“권하윤 씨, 손 안 놓으면 도준 형이 그 전에 숨 막혀 죽을 것 같은데요…….”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듯 권하윤은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천천히 손을 내렸다.민도준은 권하윤에게 눈빛도 주지 않은 채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예전에 쓰던 차는 폭발 사고 때문에 완전히 망가져 쓸 수 없게 되어 현재는 지프차로 차종을 바꾼 모양이었다.민도준이 차에 올라타자 권하윤은 놓칠세라 다급히 뒤를 쫓더니 차 문이 닫히려는 찰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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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버림당한 건가?

권하윤은 주위의 분위기를 무시한 채 차에서 쫓겨날까 봐 얼른 문을 닫으며 중얼거렸다.“도준 씨는 지금 바람 맞으면 안 되니까 제가 문 닫아 드릴게요.”권하윤의 행위는 민도준의 한계를 대놓고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한민혁마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그러던 그때, 권하윤은 심지어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민혁 씨, 얼른 출발하지 않고 뭐 해요?”“네?”한민혁은 민도준을 힐끗 바라봤다.“출발해.”“아, 그러면 출발할게요.”차가 출발하자 권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홍옥정 앞을 지나가면서 보니 이미 수많은 경찰차가 도착해 있었고 로건이 경찰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이윽고 강력팀 팀장인 장 형사가 화영의 앞에 서더니 뒤로 한 발 물러나 뒤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화영에게 경례했다. 절도 있는 동작에는 경의와 존경이 묻어 있었다.그 경례는 적을 소탕하기 위해 희생한 동료와 그 동료를 위해 적의 소굴에 숨어 들어 모든 걸 바친 여인에게 바치는 것이었다.잇따라 화영이 허리를 숙여 경찰들을 향해 인사했다.그 순간, 화영의 입꼬리는 예쁜 호를 그리며 올라갔고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차는 어느새 홍옥정을 떠났다.방금 본 장면에 감동한 권하윤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옆에 있는 민도준을 힐끗거렸다.그제야 민도준이 눈을 감은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토록 가까이에서 민도준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에 권하윤은 겁이라도 상실한 듯 바싹 다가가 숨을 죽인 채 민도준을 훔쳐봤다.목베개에 머리를 기댄 채 고개를 약간 젖힌 민도준은 선명한 목젖을 그대로 드러냈다.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내려온 목은 섹시한 곡선을 자랑했다.권하윤은 소리 없이 침을 꼴깍 삼킨 채 민도준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그러다 문득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오랫동안 눈을 뜨지 않지? 설마 쓰러졌나?’그런 생각이 들자 방금까지 느꼈던 온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그 대신 걱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한참을 기다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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