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고 싶다고?”“네!”권하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민도준은 끝내 허리를 숙여 양손으로 침대를 짚으며 권하윤 앞에 바싹 다가갔다. 하지만 친근한 동작과는 달리 입꼬리에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잊었어? 민씨 저택에서 내가 기회를 줬을 텐데?”민씨 저택?순간 매원에서 드레스를 고를 때 민도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무슨 뜻이냐면, 하윤 씨가 죽기 살기로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하면 내가 승현이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 제수씨, 잘 생각해.’하지만 그때 권하윤은 성은우의 죽음 때문에 민도준을 미워하고 있어 죽이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었다.더욱이 너무 가능성이 없는 얘기를 한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그런데 민도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권하윤은 이제야 뭔가를 알아차린 듯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만약 제가 그날 동의하면, 정말 저랑 결혼 할 생각이었어요?”“응.”민도준의 가벼운 대답에 권하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잇따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심장을 조여왔다.‘도준 씨는 그날 나랑 결혼하려고 했는데, 나는 도준 씨를 죽이려 한 거네.’어쩐지, 그제야 그날 화를 내던 민도준이 이해가 됐다.순간 배짱이 사라진 권하윤은 어깨가 축 처지더니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미안해요. 몰랐어요. 저는 그저 도준 씨가 농담하는 줄로만 알았어요.”아래로 떨군 고개가 억지로 들려 권하윤에게 움츠러들 여지도 주지 않더니 잇따라 민도준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몰랐던 게 아니라 알고 싶지도 않았겠지.”더 이상 피할 수도 없게 된 권하윤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민도준의 말이 사실이니까.그때 권하윤은 성은우를 위해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민도준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기에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권하윤이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민도준이 또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참, 그때뿐만이 아니라 고은지
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