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1664 챕터

제191화 다 좋아

권하윤은 민도준의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늦었는데 우리 일찍 잘까요?”그녀의 말에도 민도준은 담배꽁초가 끝까지 타들어 갈 때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던 권하윤은 두 손을 침대에 받히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건드리지도 않은 채 손을 뻗어 침대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끄며 자기 아래에 있는 권하윤을 바라봤다.두려워하면서도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꿍꿍이를 꾸미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참으로 가관이었다.민도준은 일부러 상체를 숙여 권하윤을 누르더니 그녀가 몸을 지탱한 손에 힘이 빠져 바들바들 떨자 그제야 입꼬리를 씩 올렸다.“지금 자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권하윤은 그의 말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그럼 저 샤워하러 갈게요.”“그럴 필요 없어.”말과 동시 큰 손이 거의 침대에 닿을 듯한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안 씻어도 돼. 하윤 씨가 어떻든 난 다 좋으니까.”그의 숨결이 귀를 간지럽히자 권하윤은 고개를 돌리며 민도준의 입맞춤을 피했다.“저기, 그래도 저 씻을게요. 아까 땀을 흘렸거든요.”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고개를 다시 돌려놓았다.“민재혁 때문에 놀라서 그래?”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거리에 이르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낮은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아까 전 일 때문에 본인이 민재혁 별장에 숨어들었던 일을 민도준이 다시 언급하는 게 조금 꺼려지는 건 사실이었다.말을 너무 많이 하면 또 민도준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걱정되니까.권하윤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민도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구조 당할 때까지 버텼다니 운 좋네. 민재혁 손에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솔직히 마음대로 내뱉은 말이었다.“죽는다고? 너무 좋게 생각했네.”권하윤의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이 점점 등 위를 타고 올라갔다.“그 자식은 하윤 씨를 괴롭히고 하윤 씨의 몸과 정신을 망가트린 다음 약점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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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몸 소중히 다뤄요

민도준이 자기를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우리 어디 가요?”“당연히 사람 죽이러 가지. 아직 캄캄할 때 하윤 씨를 고기밥으로 강물에 던지려고.”민도준이 무심코 던진 말에 권하윤은 농담인 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곧바로 그의 인내심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더 이상 꾸물거리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그를 따랐다.정원을 지날 때 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몇 번 더 뒤돌아봤다.지금까지도 그녀는 민도준이 유골함 두 개를 모두 깨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대체 사람이 얼마나 뒤틀려야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도준 오빠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에요’라던 민시영의 말이 떠올랐다.‘그래, 부모님마저 이렇게 대하는데 나는 어떠할까? 만약 내가 계속 자기를 속인다는 걸 알면…….’“추워?”운전을 하던 민도준은 조수석에서 몸을 떨고 있는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고 그의 물음에 깜짝 놀란 권하윤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바꿨다.“우리 어디 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는 병원 문 앞에 멈춰섰다.‘민도준 씨가 나를 데리고 병원에 다 오다니. 이렇게 착한 사람이었나?’차에서 내린 권하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표정이 너무 이상했는지 민도준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채 하지도 못하고 하윤 씨 뼈가 부러지는 건 원치 않거든.”“…….”당연하게도 그녀는 골절이 아니라 그저 조금 타박상이 있을 뿐이었다.“갈비뼈가 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만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순간 의사의 눈에 싸늘한 빛이 언뜻 지나갔다.“아무리 그래도 인체가 강철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적당히 하세요. 젊다고는 해도 몸이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어요. 애인 소중히 대하세요.”의사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충고였지만 검사할 때 권하윤 몸에 난 야릇한 흔적을 이미 봐버린 뒤 이런 말을 하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사람들에게 설교를 당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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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이만한 힘은 괜찮아?

권희연은 이런 곳에서 민도준을 만난 것에 매우 놀란 듯 그에게 어디 다친 곳이 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마침 그녀 뒤에 숨어 있는 여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만약 여자의 다리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민도준의 큰 키에 완전히 가려진 여자를 발견할 수도 없었다.권희연은 민도준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궁금했지만 숙녀로써 그런 것을 대놓고 물어볼 수 없었기에 그저 담담한 미소만 지었다.“친구분이 계신 것 같으니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전 이만…….”“방해 안 돼요.”민도준은 오히려 자리를 피하려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어디 다쳤어요?”권희연은 민도준이 자신한테 보이는 관심에 기쁘기는커녕 상대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몰라 당황했다.하지만 놀란 건 민도준의 등 뒤에 숨어 있던 권하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속으로 민도준을 수백 번도 욕했지만 발각되기라도 할까 봐 그의 등에 바싹 붙어 자기 몸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마침 잠시 멈칫하던 권희연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관심해 주셔서 감사해요. 부주의로 넘어졌는데 이제는 괜찮아요.”등 뒤의 옷이 권하윤의 작은 손에 꽉 잡혀 쭈그러들 대로 쭈그러 들자 민도준은 그제야 나지막하게 “아하”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대답했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상대의 흥미가 깨진 듯하자 권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도준의 등 뒤를 힐끗 보더니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그녀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자 권하윤은 민도준을 등 뒤에서 밀어댔다.“얼른 가요.”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손을 힘을 주며 밀어도 민도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에 권희연에게 발각될까 봐 겁이 난 그녀는 민도준을 버려둔 채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잡혔지만 말이다.“하윤 씨 토끼야? 뭘 그렇게 빨리 도망쳐? 걱정하지 마. 보아하니 어젯밤 아주 고생한 것 같으니 바로 나오지는 않을 거야.”그의 말에도 권하윤은 잔뜩 긴장한 듯 계속 뒤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더니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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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정말 다른 마음 품은 적 없어요?

분명 약을 바르는 손의 힘을 말한 거였지만 그의 눈빛과 말투 때문에 약간 야릇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이윽고 권하윤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얼버무리며 대답했다.“괜찮아요.”“별로 만족하지 않는 눈치인데?”느릿느릿 연고를 발라주던 민도준은 점점 몸을 아래로 숙이더니 뒤로 도망치는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침대 곁으로 끌고 갔다.“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다른 걸 시도해 보는 건 어때? 만족하는 게 하나 쯤은 있겠지.”그날 밤, 권하윤은 울면서 몇 번이나 만족한다고 말했는지 모른다.하지만 실제로 만족한 사람은 오직 민도준뿐이었다.그렇게 밤새도록 해댄 다음 날 권하윤의 낯빛은 어두울 대로 어두웠다.최수인은 비비크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권하윤의 다크서클을 보며 찻잔에 말린 편 인삼 몇 개를 넣었다.“자요, 신장에 좋아요.”그의 말에 권하윤은 아무 말도 없이 찻잔을 들었다.하지만 그녀의 동작 덕에 손목에 난 붉은 손가락 자국이 최수인의 눈에 들어왔다.“쯧, 민도준 그 자식은 침대에서 무슨 짐승도 아니고.”권하윤은 쓴 인삼차를 내려놓으며 입을 닦았다.“어제는 다른 사정이 있었어요.”한참 뒤,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난 최수인은 멍한 눈빛으로 한참 동안 꿈쩍도 하지 않다가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뭐라고요? 하윤 씨가 도준 부모님 유골함을 훔쳐다 줬다고요?”고개를 끄덕이는 권하윤을 보자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고도 아직 살아있었어요?”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권하윤의 모습에 최수인은 두 손을 모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단하네요.”민도준이 저지른 짓에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행동하는 최수인을 보자 권하윤은 순간 궁금해졌다.“그런데 도준 씨는 대체 왜 그런 거죠?”분명 그가 본인 입으로 부모님은 무척 인자한 사람들이라고 했으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그 말에 최수인은 몇 초간 망설이는 듯하더니 잠시 고민하고 나서야 부채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도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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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진짜로 죽은 이유

“하윤 씨 지금 도준 오빠가 둘째 숙모와 숙부한테 왜 그렇게까지 불경스러운 짓을 벌이는지 궁금하죠?”민시영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권하윤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왜냐하면 민시영이 이런 일을 꾸몄다는 건 그녀도 몇 년 전 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민시영은 이번에는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알려주었다.“사실 둘째 숙모와 숙부는 민씨 가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연구에만 관심이 있었거든요. 잘하면 지금의 통신 과학기술에 큰 변화를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분들이었죠.”물론 연구는 돈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적당히 이용만 잘하면 전통적인 다른 업계보다도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다.“그런데 두 분이 프로젝트 연구 때문에 해외에서 실험을 하다가 그 일이 터졌어요.”여기까지 말한 민시영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때 도준 오빠가 막았었는데 둘째 숙부가 거절했어요. 아마 평생 해오던 연구가 끝내 실생활에 응용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다리지 못한 거였겠죠.”권하윤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위험하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민 사장님도 뭔가 대비했을 거 아니에요?”“했죠.”민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도준 오빠는 고작 19살이었는데 우리 집안에서는 가장 촉망받는 인제였어요. 심지어 다른 숙부들도 오빠한테 밀려날 만큼, 할아버지도 오빠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몇 번 대놓고 말했을 정도로. 만약 일반적인 암살이라면 오빠가 어떻게 했겠지만 하필이면 가장 사건 사고가 많이 터지는 해외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동이 일어났으니…….”“그 폭동 이후 도준 오빠는 약 3년간 잠적했어요. 식구들 모두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할 적도였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다시 돌아왔을 때 민씨 가문은 이미 큰 변화가 일어나 오빠 자리는 없었어요.”민시영은 한참을 말하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전 도준 오빠가 그때부터 평범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5년도 안 돼서 경성의 암거래 시장을 통째로 먹어버릴 줄이야. 그건 아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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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두 사람의 관계

권하윤이 커피숍을 나설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었다.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눈앞이 핑글핑글 돌며 검은 반점이 눈앞에 언뜻언뜻 지나가는 듯한 느낌에 권하윤의 뻑뻑한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이런 일이 있었다니.’권하윤은 눈을 감은 채 햇빛 아래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공은채가 민도준 씨 마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소리잖아. 만약 이 모든 일이 사실이라면…….’권은채는 민도준의 약혼녀일 뿐만 아니라 그와 서로 운명의 실로 묶인 듯한 끈끈한 관계라는 뜻이었다.“권하윤 씨.”그때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케빈이었다.그는 차 옆에 서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제야 권하윤은 그가 민시영을 데리러 왔다는 걸 깨달았다.“시영 언니는 안에 있어요. 이제 곧 나올 거예요.”“네.”꿈쩍도 하지 않은 채 차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에 권하윤은 그의 어깨를 힐끗 살폈다.“상처는 이제 괜찮아요?”케빈은 그녀의 말에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자기와 대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권하윤은 눈치껏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도 채 내딛지 못했을 때 케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제가 빚진 건 언젠가 갚겠습니다.”그의 말이 조금 의외였지만 권하윤은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고 그저 “네”라는 짤막한 대답만 남겼다.…….권하윤이 떠난 뒤 케빈은 뭔가 발견한 듯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계단에 서 있는 민시영과 마주쳤다.그녀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입꼬리를 올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대화 끝났으면 나 차 문 좀 열어주지?”케빈은 아무 말도 없이 민시영을 위해 조수석 쪽 차 문을 열어준 뒤 민시영이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차 루프를 받치고 난 뒤 그녀가 차에 오르자 그제야 빙 돌아 운전자석에 앉았다.차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민시영은 케빈이 왼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는 걸 발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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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왜 이렇게 질척대?

민도준의 전화가 걸려 올 때 권하윤은 마침 커다란 가위를 들고 민도준의 개인 별장에 있는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물론 정원사에게 조언과 도움을 구했지만 직접 하려고 하니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마른 가지와 잡초를 모두 깨끗이 제거했다.그 때문에 전화를 받을 때 그녀는 약간 숨을 헐떡였다.“도준 씨?”전화 건너편에서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더니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나쁜 일을 하길래 그렇게 헐떡거려?”그 말에 권하윤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장갑을 벗어 던지며 쪽걸상에 앉아 대답했다.“도준 씨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나쁜 일을 저질러요?”“그건 모르는 일이지. 내가 질려서 다른 놈하고 놀아났을지 누가 알아?”“도준 씨가 바로 제가 놀아난 놈이잖아요.”“음? 뭐라고?”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리던 권하윤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뻔뻔하게 대답했다.“전 그럴 리 없다고요. 도준 씨가 저한테 질리면 모를까.”현재 시각 햇볕은 아까만큼 따갑지도 않았고 오히려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가 기분이 좋았다.이윽고 정원에 앉아있던 권하윤은 찌뿌둥한 몸을 움직이며 기지개를 켰다.“설마 취조하려고 전화 한 거예요?”“왜? 안 돼?”“안되긴요. 마음대로 취조하세요.”권하윤은 온 정신이 정원에 팔려 자기 목소리가 영혼이 없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오직 어떻게 하면 정원을 예쁘게 꾸밀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그걸 바로 캐치한 민도준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어제는 내가 무서워하며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더니 하루가 지나니 바로 이렇게 돌변한다고? 빨리 전화를 끊을 생각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꼴이라니.’권하윤에게 애인이라는 자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민도준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 “별장에서 기다려. 내가 직접 확인하러 갈 테니까.”“네?”그 한마디는 역시나 성공적으로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별장에 오려고요?”그녀의 말에 차 키를 잡던 민도준은 잠깐 멈칫했다.“뭐야? 이미 거기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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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속이려 들다

환혼 무렵, 노을 진 하늘과 저물어 가는 햇빛이 유난히 나른하고 부드러운 빛을 뿜어냈다.그 시각, 마침 별장에 들어선 민도준의 품을 누군가가 와락 껴안았다. 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권하윤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든 채 민도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도준 씨, 왔어요?”그러면서 손을 그의 목을 두르며 그가 다른 곳을 볼 수 없게 했다.훤히 드러난 그녀의 팔을 따라 스쳐보니 그녀는 실크로 된 슬립 원피스만 입고 있었다.실크 원단 겉면은 어두운 빛 속에서 특이한 빛을 반사했고 부드러운 여자의 몸을 감싸 야릇하면서도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냈다.“이렇게 야하게 입고 뭐 하려는 거지?”눈썹을 치켜뜨며 자기를 빤히 보는 민도준의 눈길에 권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눈앞에 닥친 상황에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이에 권하윤은 오히려 민도준에게 바싹 몸을 붙였다.“마음에 안 들어요?”민도준은 권하윤의 허리를 감았던 손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문지르더니 가볍게 웃었다.“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제대로 봐야 알겠는데…….”말을 마친 그는 정말로 그녀를 자기 몸에서 떼어놓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물론 그들이 있는 곳은 개인 별장이라지만 사방이 훤히 뚫린 정원이었고 시각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옷을 입었다지만 상대방이 대놓고 뚫어지게 바라보자 권하윤의 몸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부끄럼을 타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그런 대담한 옷차림과 대비되어 더욱 유혹적이었다.분명히 이런 옷을 입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를 꼬시기 위하여 일부러 이렇게 입었다는 것만 생각하면 민도준은 웃음이 났다.밖에 그렇게 한참을 서 있자 때마침 해가 저물며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그와 동시에 민도준의 눈빛도 점점 어두워지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한 바퀴 돌아봐.”권하윤은 그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그의 가슴에 폭 안기며 중얼거렸다.“저 추운데 들어가서 돌면 안 돼요?”“하긴, 몸이 얼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그럼 우리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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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천벌 받을까 봐 그러죠

“그래?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네. 이거 감동스러워서 어쩌나?”말은 그렇게 했지만 민도준은 전혀 감동한 표정이 아니었다.오히려 어둠이 드리워 음산한 기운을 뽐낼 뿐이었다.소리 없는 기류가 그의 주위에 드리우자 권하윤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자신이 없어진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가 도준 씨 부모님 유골함을 도준 씨한테 가져다준 목적이 불순하단 건 인정할게요. 그런데 어제 그렇게 말했는데 제가 어떻게 또 겁도 없이 목적을 갖고 그런 일을 벌이겠어요.”그녀는 말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어둠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까만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몇 초간 기다렸지만 그가 자기를 때릴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정원을 꾸민 건 두 분이 도준 씨 부모님이라서예요. 도준 씨가 두 분의 유골을 그렇게 마구 버려버리면 천벌이라도 받을까 봐요.”대체 어떤 대단한 이유를 말할지 기대하고 있던 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 없어 피식 웃었다.“천벌을 받는다고?”살짝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잇따라 입꼬리도 예쁜 곡선으로 휘어졌다.“정말 천벌이 있다면 난 벌써 몇백 번은 죽었어.”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처럼 위험하지는 않다는 걸 눈치챈 권하윤은 오히려 더욱 대담해져 그에게 다가가 슬쩍 몸을 기댔다.“그러면 안 되죠. 도준 씨 그렇게 가면 저 너무 서운해요.”그녀의 애교 한 방에 죄를 묻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민도준은 마치 문어처럼 자신에게 들러붙은 권하윤을 흘겨보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꾹 밀었다.“말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하지 마.”이마가 찔린 권하윤은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뻐금거렸지만 뭔가 말하려 하던 그때 갑자기 배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다.갑자기 새우처럼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고통스러운 듯 배를 움켜잡는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들었다.“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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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민도준한테 심부름시키다

잠시 눈이 마주치고 난 뒤 민도준의 눈빛에 압도당한 권하윤은 한민혁한테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속으로 포기했다.하지만 그때 민도준이 핸드폰을 도로 호주머니에 넣으며 아리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굳이 나를 부려 먹어야겠어?”“어…….”:“그래. 꼭 기억해 둬.”권하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도준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쿡 찌르며 대답했다.그리고 그가 차 키를 집어 들고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권하윤은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갔나?’그 뒤로 약 반 시간이 흘렀을 때 민도준이 봉투에 각종 브랜드의 생리대를 하나씩 사 들고 돌아왔다.그사이 샤워를 하고 나온 권하윤은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일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 정도면 슈퍼에 있는 거 다 쓸어온 거 아니야?’“멍해서 뭐 해? 내가 도와줄까?”잠깐 넋이 나가 있던 권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권하윤은 재빨리 화장실로 다시 달려 들어갔다.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정상적인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그 덕에 그녀는 마침내 안전감을 되찾은 것 같았다.그 시각 민도준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의 각도로 내려다보니 마침 절반만 정교하게 가꿔진 정원이 보였다.전처럼 무질서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민씨 가문 본가처럼 틀에 짜이지도 않아 그저 전보다는 조금 보기에 편안해진 느낌이었다.민도준이 정원을 쳐다보는 모습을 본 권하윤은 순간 창밖에 버려두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민도준과 몇 걸음 떨어진 안전한 거리에 다다르자 더 이상 그에게 접근하지 못했다.비록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갓 샤워하고 나온 바디워시 냄새가 뜨거운 열기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존재감을 나타냈다.민도준은 고개를 돌려 꿈쩍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그녀를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리 와.”하지만 권하윤이 약간 망설이자 그의 얼굴에 드러났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말 안 들을래?”상대방의 협박을 눈치챈 권하윤은 할 수 없이 천천히 민도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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