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너무 딱딱하게 전환되어 권하윤 자신조차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니 민도준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최수인의 지나치게 정중한 호칭에서 그의 암시를 알아들었다. 민도준이 이미 도착했다는 암시.그녀가 건 전화는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았다.그야말로 맞기도 전에 자백을 한 셈이었다.권하윤이 한창 당황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민도준의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퍼졌다."핑계가 너무 구려. 새로운 거로 생각해서 다음에 같이 얘기해줘."전화가 끊겼다.권하윤은 최수인이 걱정되기도 하고 자신도 걱정이 되어 길 잃은 어린양마냥 방안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하지만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천천히 냉정해졌다.이렇게 된 이상, 민도준 부모님의 유골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쨍그랑!"송나라 때의 여요 다구가 하나하나씩 땅에 팽개졌다.다구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최수인은 심장이 후들거렸다.지금의 르네시떼는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모든 도자기들이 최수인의 심장처럼 산산조각이 났다.그러다 민도준이 다시 도자기병을 들자, 최수인이 얼른 울상인 얼굴로 빌었다. "민 사장, 제발! 그것만은 절대 안 돼!""그래?"민도준이 듣더니 손으로 도자기병을 가볍게 흔들었다. 최수인의 취약한 심장도 따라서 흔들렸다.그는 두 손을 쩍 벌린 채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중한 도자기병을 보호하고 있었다."민 사장,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내가 다시는 민 사장의 제수씨를 꼬시지 않을게. 그러니 제발 그 꽃자기만 살려줘."“꽃자기?”최수인이 말한 게 자신의 손에 들린 도자기병이라는 것을 깨달은 민도준이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자네가 좋아하는 윤이랑 비하면 이 꽃자기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젠장! 그가 권하윤을 윤이라고 부르는 걸 들어버렸다니.참 운도 지지리 없네."민 사장,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번 한번만 용서해줘. 내가 남은 인생, 민 사장을 위해 소가 되고, 말이 될게...""그래."도자기병이 다시 민도준의 손으로 돌아갔다.
Last Updated : 2023-08-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