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의 전화를 받을 때 최수인은 졸고 있었다. 때문에 전화를 받자마자 하품을 해댔다.“아하. 예…….”“최 사장님, 저 일이 좀 있는데 혹시 시간 되세요?”권하윤의 진지한 목소리에 최수인은 “예쁜 윤이”라는 호칭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크흠, 말씀하세요.”“제가 얼마 전 르네시떼에 한매도 족자를 복구하러 갔었는데 혹시 기억나나요?”“당연하죠. 혹시 복구한 후에 또 파손됐나요?”최수인의 천연덕스러운 말투에 권하윤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멍하니 서 있는 강민정을 바라봤다.“아니요. 복구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통 안에 넣은 대로 꺼내지 않았어요.”“네, 맞아요. 경성 날씨가 건조하다 보니 자꾸 꺼내 놓으면 복구한 부분이 다시 갈라지기 쉬워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어두워졌다.특히 강민정은 사람들의 뜨거운 눈총에 당장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녀는 앞으로 쌩 달려가 권하윤의 핸드폰을 홱 빼앗아 들었다.“최 사장님! 그때 사장님이 누군가 한매도를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말을 바꿀 수 있어요?”“한매도요?”최수인은 차를 홀짝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우리 여기 한매도가 한 폭뿐이 아니라서 어떤 걸 가리키는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저 요즘 한매도를 판 기억은 없고 축구도는 팔았던 기억은 있는데 혹시 언제 구매했어요?”강민정은 그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 그림을 르네시떼에서 직접 구매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어 식은땀만 흘릴 분이었다.하지만 권하윤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핸드폰을 빼앗아 왔다.“아니에요, 최 사장님.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 실례했어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당황한 강민정을 힐끗 보더니 어이없다는 말투로 물었다.“민정 씨, 혹시 누구한테 사기당한 거 아니에요?”“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게 말이 돼?”강민정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200억짜리 그림이
Last Updated : 2023-07-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