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1602 챕터

제211화 따지러 간다면서?

민도준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사실 그녀는 애초에 아무 물건이나 사들여 돈의 행방을 증명하려는 생각뿐이었다.지난번 민시영도 말했다시피 거래 기록을 숨길 수는 있어도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민도준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다.때문에 그녀는 이왕이면 민도준에게 서프라이즈를 안겨줄 생각을 했고 우연히 이 물건을 고르게 된 거다.사실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 전국각지를 돌아다닐 때 그녀는 해외의 벼락시장이나 골동품점을 자주 들렀었다.그러던 중 어느 날 해외의 한 외진 골동품점에서 이 기린(麒麟) 모양의 조각품을 발견했었다.해외에서 골동품점에서 동양의 물건을 발견한 건 흔하지 않은 일인 데다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구매하려고 했는데 몇십억이나 되는 가격에 놀라 그녀는 다시 그자리에 물건을 내려놓았었다.그리고 며칠 전 권하윤은 민도준에 관해 이것저것 조사하던 중 어린 시절 사진 속에서 민도준이 마침 기린(麒麟) 모양의 열쇠고리를 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 때문에 그녀는 민시영에게 부탁해 예전에 갔었던 그 골동품점에서 조각품을 구매해 온 거다.솔직히 민도준이 부모님에 대한 태도만 보면 이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 알았었다. 심지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결과라도 생각했지만 그가 계속 이 물건을 찾고 있었을 줄이야.순간 이상한 느낌이 권하윤의 뇌리를 스쳤고 이 물건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권하윤은 조용한 거실에 앉아 속으로 민도준의 다음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민도준의 관심은 온통 조각품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긴 손가락으로 한참 동안 조각품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한 부위를 만지는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그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왜 그래요?”살짝 떨리는 불안한 목소리에 민도준은 그제야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소파에 앉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권하윤을 힐끗 보더니 자기가 그녀를 한참
더 보기

제212화 억울해하다

권하윤은 한민혁을 본 순간 곧바로 버둥대며 민도준의 무릎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민도준은 일부러 그녀의 뜻을 왜곡하며 오히려 꽉 끌어안은 채 그녀의 허리를 툭 쳤다.“움직이지 마. 이따 같이 있어 줄 테니까.”그의 말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한민혁 역시 그녀 못지않았다.‘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마다 사정 없이 죽이던 도준 형은 어디 갔지?’“나는 왜 불렀어?”한참을 꾸물대던 한미혁이 겨우 한마디를 내뱉자 민도준이 턱으로 티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가져가.”뜬금없는 그의 명령에 한민혁은 상자를 집어 들더니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것을 열어봤다.“헐! 이건…….”잔뜩 놀란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민도준을 바라봤지만 상대의 눈빛에 이내 입을 다물며 마른 침을 삼켰다.“같이 안 가?”“안 가.”민도준은 자기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그와 한민혁의 표정을 관찰하는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야릇하게 웃었다.“오늘 우리 제수씨랑 같이 있어 주기로 했거든.”“…….”‘헐, 끝났네. 이젠 아예 일도 내팽개치다니.’한민혁은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가 떠나는 순간 공기는 다시 무거워졌다.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권하윤은 자기만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그를 떠봤다.“도준 씨,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다음에 다시…… 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고 갑자기 위로 붕 뜬 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무의식중에 다리를 상대의 허리에 둘렀다.민도준은 휘청거리는 그녀의 등을 받쳐주는 대신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제대로 잡아. 떨어지면 난 상관 안 해.”침실에 도착하기 바쁘게 침대 위에 내동댕이쳐진 권하윤은 침대 시트 위에서 몇 번 튕겨 오르더니 끝내 멈췄다.하지만 울렁거리던 속이 겨우 괜찮아 질 때쯤 민도준의 뜨거운 몸이 그녀를 덮쳐
더 보기

제213화 흥미가 없어졌어요

이미 가려고 결심했던 민도준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불쌍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권하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대체 어떻게 하면 매번 잘못을 저지르고 오히려 본인이 억울해할 수 있지?’민도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끝내 침대 곁으로 다가가 불룩 튀어나온 덩어리를 툭툭 쳤다.“나와.”그의 말에 이불이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곧바로 볼록한 머리가 쏙 나왔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나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혼자서 들어갔다 나왔다 재밌게 노네.”그의 말에 권하윤은 순간 화끈 달아올랐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응?”민도준은 두 손으로 침대를 짚은 채 고개를 숙여 권하윤을 바라봤다.“왜? 이젠 나한테 흥미를 잃은 거야?”갑자기 그가 다른 여자와도 이렇게 지냈을 거라는 생각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괴상야릇한 말투가 튀어나왔다.“전 그런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싫증 날 때도 있어요.”그녀의 말에 민도준은 혀로 볼을 꾹 밀었다.‘내가 싫증 난다 이 말인가? 이젠 아주 기어오르네.’“일어나서 옷 입어.”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민도준의 행동에 권하윤은 잠시 멈칫했다.“어디 가려고요?”“재밌는 곳.”민도준의 온화하고 상냥한 표정에 그가 화난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권하윤은 안심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블랙썬.민도준이 권하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한민혁은 지하실에서 강철 톱날로 무언가를 자르고 있었다.“도준 형, 안에 정말 뭔가 들어있는 게 확인돼서 지금 애들 시켜서 잘라 보라고 했어. 곧 있으면…….”민도준을 본 순간 반갑게 다가가며 말하던 한민혁은 그의 뒤에 있는 권하윤을 보자 하던 말을 멈췄다.“어, 하윤 씨도 있었네요.”“거기 서서 뭐해? 얼른 들어오지 않고.”잔뜩 경계한 그와는 달리 민도준은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문 앞에 서 있는 권하윤을 향해 손을 저으며 그녀를 불러왔다.그의 부름에 멈칫하기도 잠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던 권하윤은 그들이 자르고 있는
더 보기

제214화 나는 룰 지키는 사람 아니야

“물에 뭐 있어요?”“걱정하지 마. 그저 흥 좀 돋울 수 있는 물건이니. 몸에 해롭지 않아.”그의 미소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이윽고 그는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권하윤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말을 보탰다.“나한테 흥미를 잃었다며? 그래서 도와주려고.”“어떻게!”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권하윤은 순간 눈앞이 핑글 돌아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이건 예전에 느꼈던 고통스러운 감각과는 확연히 달랐다.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취기가 오르는 약간 알딸딸한 외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심지어 권하윤은 약이 아무 효과도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어느새 자기 옆에 앉은 민도준을 본 순간 그를 가까이하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이 느껴졌다. 상대가 분명 그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민도준은 발갛게 달아올라 귀여움이 더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손가락으로 느긋하게 그녀의 팔을 문질렀다.분명 민감한 부위가 아니었지만 터치 한 번에 권하윤은 온몸이 나른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소리에 권하윤은 얼른 입을 막았다. 이런 민감함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권하윤을 슬쩍 보던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제 느낌이 와?”“이거 무슨 약이에요?”“별거 아니야. 남편 실력이 안 좋은 귀부인들이 즐겨 쓰는 물건이야.”민도준은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아참, 하윤 씨처럼 흥 없는 여자들이 쓰기에도 적합해.”“미쳤어요?”권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화를 내기는커녕 몇 모금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티 테이블에 눌러 꺼버렸다.순간 위험을 감지한 권하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슬금슬금 뒤로 움직였다.“숨지 마. 그쪽은 벽이야.”민도준은 마치 선심을 쓰기라도 하는 듯 그녀를 일깨워 줬다.그는 마치 심술궂
더 보기

제215화 뒤끝 있는 남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대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애초에 민도준이 그 말을 내뱉을 때도 권하윤더러 다른 놈과 놀아나지 말라고 했지 본인이 어떻게 하겠는지에 대해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자기와 똑같이 룰을 지키라고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권하윤은 마치 서리를 맞은 채소처럼 나른해져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왜? 이제는 성질 안 부려?”민도준은 자기 옆에 앉은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성질이라니요. 성질은 저를 관심하는 사람한테 부려야지 민도준 씨한테 제가 어떻게 감히 성질을 부리겠어요.”감히 성질부리지 못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 기세였다.민도준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안 화난 척은.”전에도 민도준은 가끔 이렇게 터치하곤 했지만 특수 제작한 물을 마신 뒤라 그런지 권하윤은 작은 터치 한 번에도 펄쩍 뛰었다.불룩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가 살결을 스치는 순간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몸마저 나른해졌고 애써 입술을 깨물고 나서야 잇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그녀의 표정에 민도준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제수씨 왜 그래?”‘지금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묻지?’권하윤은 이상함을 애써 억누르며 민도준을 째려봤다.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촉촉하게 젖어 든 그녀의 눈빛은 더욱 빛났고 거기에 붉게 물든 볼까지 더해지자 귀엽고도 앙칼졌다.민도준은 순간 그녀를 더욱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혹시 어디 아파?”“하지 마요…….”민도준의 손길을 피할 수 없자 권하윤은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심지어 그가 체온을 잰다는 명목으로 자기의 이마부터 목덜미까지 만지작대는 걸 지켜보며 그의 가벼운 말투를 감내했다.“어이쿠, 이거 너무 뜨거운데? 이리 와 봐, 몸도 뜨거운지 한 번 봐봐.”만약 할 수
더 보기

제216화 은혜에 보답하다

지금껏 권하윤과 지내온 시간 덕에 민도준은 어디를 건드리면 그녀가 달아오르는지 이미 훤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일부러 권하윤을 애태우며 그녀가 낯 뜨거운 말을 하기를 강요했다.그제야 권하윤은 민도준에 아까 왜 이 약이 ‘남편 실력이 안 되는 여자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했는지 이해됐다.온몸의 감각이 무한대로 증폭하여 작은 즐거움도 10배 심지어 더 크게 느껴졌다.만약 민도준의 말 대로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이 이 약을 사용했다면 마침 딱 좋은 느낌을 선사할 수 있었겠지만 민도준 같은 상대를 만나니 권하윤은 미칠 지경이었다.긴 머리는 마구 흐트러졌고 누구의 땀인지 모를 액체가 한데 뒤섞여 민도준의 복근 위에 떨어졌다.그가 한 번만 더 하자며 이미 나른해진 권하윤을 꼬드기고 있을 때 마침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반쯤 넘어가 토끼처럼 고분고분해진 권하윤은 노크 소리에 놀라 곧바로 귀를 쫑긋 세우더니 다시 교활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해 민도준을 밀어냈다.“누르지 마요, 무거워요.”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얼굴을 쭉 잡아당겼다.“실컷 재미 보고 나서 바로 나 버리는 거야? 학교에서 은혜에 보답하는 법을 안 배웠나 봐? 내가 은혜를 베풀었는데 왜 보답 안 해?”그의 왜곡된 말에 권하윤은 하마터면 버럭 소리 지를 뻔했지만 다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그녀를 구해줬다. 게다가 로건의 목소리는 어찌나 높은지 문을 뚫고 들려왔다.“도준 형님, 공아름 씨가 찾아왔어요.”“안 봐.”민도준은 권하윤에게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눈치 없는 로건은 떠나갈 줄 몰랐다.“도준 형님.”다시 들려오는 부름 소리에 민도준의 얼굴은 일순 어두워졌다.“씨발, 귀신 불러? 당장 꺼지라고.”“아닌데요?”로건은 머리를 긁으며 복도 끝 쪽을 바라보더니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공아름 씨가 쳐들어왔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아름이 마침 그의 앞에 나타났다.“비켜!”“안 됩니다
더 보기

제217화 좋은 말 하는 걸 못 봤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권하윤의 귀에 흘러들었다.그 시각 문 밖에서 공아름의 경호원을 해결한 로건은 손을 툭툭 털며 다시 문 앞에 막아섰다.그 상황에 화가 난 공아름은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을 보며 노발대발했다.“이 머저리 같은 놈!”그녀는 이내 시선을 로건에게로 돌리더니 그를 삿대질하며 소리 질렀다.“개를 때리더라도 그 주인을 보고 때리라는 말 몰라? 감히 공씨 가문 사람을 때리다니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하지만 로건은 오히려 헤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하하, 고맙습니다.”“칭찬 아니야!”“네?”로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겁대가리 상실했다는 말은 겁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그건 칭찬인데?”이렇게 단순하고 미련한 사람을 본 적 없는 공아름은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올라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울분을 토하려던 찰나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오, 아주 시끌벅적하네.”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 그는 문틀에 기대있었고 널찍한 옷에 나른한 자태가 더해지자 유난히 매혹적이었다.그를 보는 순간 공아름은 혼이라도 뺏긴 듯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살짝 찡그린 민도준의 미간을 훑더니 저도 모르게 그에게로 다가갔다.“민도준 씨.”하지만 민도준은 공아름을 무시한 채 여전히 그녀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로건을 힐끗 바라봤다.“이따가 한민혁한테 가서 보너스 챙겨.”“감사합니다. 민 사장님!”그 말에 로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비비며 떠나갔다.‘역시 칭찬하는 말이었잖아.’민도준은 그 말을 끝으로 공아름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동의도 거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간 공아름은 방에 들어선 순간 콧방울을 미세하게 움직였다.하지만 냄새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전에 라이터 소리에 정신이 집중됐다.눈을 가늘게 뜬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인 순간 민도준의 입가에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담배 냄새가 옮는 게 싫어 절대로
더 보기

제218화 재밌으니까

공은채라는 세 글자에 권하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공아름이 뭔가 더 말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한참 동안의 긴 침묵만 이어졌다.그러던 그때.“이거 뭐예요?”갑자기 공아름의 앙칼진 목소리가 긴 침묵을 깨트렸다.그녀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건을 가리키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듯 불같이 화를 냈다.“이거 뭐냐니까요!”다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심지어 아까보다도 더 앙칼졌다. 몇 옥타브 높아진 것도 모자라 마치 민도준을 다그치기라도 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는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그 시각 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권하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분명 대충 청소했는데 대체 뭘 본 거야?’궁금증을 못 이긴 그녀는 문을 살짝 열어 그사이로 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공아름이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순간 그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내가 저걸 잊다니!;하지만 그 시각 공아름은 계속해서 민도준을 추궁했다.“말해요! 뭐냐니까요!”그녀의 목소리에 민도준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짜증을 그대로 드러냈다.“보면 몰라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았나 봐요? 히스테리 부리겠으면 밖에서 부려줄래요? 내 눈앞에서 거슬리게 하지 말고.”공아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살폈고 그제야 주위의 모든 것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어수선한 테이블과 비뚤어진 쿠션, 그리고 그녀가 방에 들어설 때 나던 이상한 냄새까지…….이 모든 건 그녀가 방에 들어오기 전 민도준이 다른 여자와 이곳에서 뒹굴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었다.문득 그 여자가 민도준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채 그의 밑에서 신음소리를 냈을 걸 생각하니 공아름은 미칠 것만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민도준 앞에 달려가 울분을 토해내듯 소리쳤다.“대체 누구예요? 어떤 년이냐고요?”상대가 거의 미쳐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민도준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잔인한 말을 내던졌다.“누구를 말하는 거예요? 상대가 한둘이어야지.”짤막한 두 마디에 공아름은
더 보기

제219화 예전에는 왜 몰랐지?

“눈 안 뜨지? 보아하니 눈이 쓸모없는 것 같으니까 눈알도 필요 없겠지? 내가 파내줄까?”웃음기가 섞인 그의 말투 때문에 남의 눈을 파는 일이 마치 별거 아닌 일인 것처럼 들렸다.그제야 위험을 감지한 권하윤은 억지로 눈을 떴다.“무슨 말이요? 어디 해 봐요.”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만이었는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도준 씨가 누구랑 지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입을 삐죽거리며 투덜대는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상체를 일으켜 그녀의 의미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그만 해. 더 이상 아닌 척하면 재미없어.”권하윤은 그의 손을 피하고 싶었지만 꼭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자 짜증 났는지 아예 움직이는 걸 포기했다.“맞으면 어쩌게요? 저는 룰을 지켜야 하지만 도준 씨는 몇 명이랑 자든 자유라면서요?”분명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조금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민도준은 순간 그녀가 기어오르는 것도 모자라 억지도 잘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고 보니 매번 혼나고 나면 또다시 고분고분 말을 잘 듣거나 불쌍한 척해댔잖아. 예전에는 왜 이런 성격인 줄 몰랐지?’그는 손등으로 권하윤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권하윤 씨 하나 상대하기도 벅찬데 다른 여자랑도 자면 나더러 죽으라는 건가?”바로 대꾸하려던 권하윤은 순간 그의 말속에 담겨 있는 중점을 캐치하고는 입을 다물었다.‘안 잤다고?’하지만 잠시 생각한 끝에 그럴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나왔다.“그날 분명 열을 식히러 간다고 했잖아요.”“믿지 못하겠으면 한민혁한테 물어봐.”‘한민혁 씨?’권하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그런 그녀의 눈빛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떴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 하윤 씨가 제일 잘 알잖아.”권하윤은 그제야 마지못해 인정했다.확실히 민도준이 이런 일로 그녀를 속일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수고스럽게 그녀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까
더 보기

제220화 며칠 동안 못 한 걸 보충하다

“하긴.”민도준은 모처럼 권하윤의 의견에 동의했다.곧이어 그의 커다란 손은 권하윤의 허벅지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그녀의 가는 발목을 꽉 잡았다.그제야 그는 고개를 숙이며 욕망을 띤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이따가 이 다리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한 번 보여줘 봐. 만약 마음에 들면 자르지 않을게. 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권하윤은 온 힘을 다해 민도준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비록 약효가 이미 지나 아까처럼 죽을 것 같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막혀 있던 응어리가 내려가서인지 마음에서부터 전해지는 즐거움이 단순한 육체적인 즐거움을 뛰어넘었다.그사이 민도준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권하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하윤 씨 신음 소리가 아까 약 먹었을 때보다 더 야하게 들리는 거 알아?”의식이 약간 흐릿해졌던 권하윤은 한참 뒤에야 그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민도준이 그녀의 입술을 짓씹어 대는 바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민도준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이 나지막하게 웃었다.“계속 소리 내지, 왜 멈췄어? 나 하윤 씨 목소리 듣기 좋은데.”…….민도준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결과 권하윤은 그의 어깨에 걸쳐진 채로 별장에 돌아왔다.오는 내내 그녀를 바로 씻겨줄 거라며 달래던 민도준은 처음에는 약속을 지키는 듯했으나 한참 동안 목욕을 하고난 뒤 역시나 그녀를 침대로 끌고 올라가 다시 뒹굴기 시작했다.결국 몸이 불편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걸 한꺼번에 몰아 하게 되었다.그날밤 누군가는 자고 싶어도 자지 못했고 누군가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이미 엉망진창으로 된 거실에서 공아름은 눈시울을 붉힌 채 눈을 떴다. 날은 점점 밝아왔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어둡기만 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메이드들은 전전긍긍하며 감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더욱이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솔직히 방금 메이드 하나가 발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공아름이 던진 물건에 머리가 깨졌었
더 보기
이전
1
...
2021222324
...
16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