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지만 꺼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거야.’순간, 승우의 마음속 어두운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그래, 나 빼고 편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어.’‘내가 다시 오빠로 돌아가면, 시윤의 실망하는 표정도 볼 필요 없고 계속 만날 수 있어.’승우에게는 이거면 충분했다.그렇게 마음속 생각을 천천히 찍어 누를 때, 시윤이 갑자기 승우의 팔을 잡아 들었다.“오빠? 나 때문에 팔 다친 건 아니지? 아프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해.”시윤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맑고 깨끗한 두 눈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승우를 비추었다.시윤은 그가 어릴 때부터 아끼던 동생이며, 그 누구보다 더 소중히 여겨왔다. 그런데 사리사욕 때문에 시윤이 고통을 겪게 할 수 없었다.승우는 눈을 내리깔더니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시윤아, 모레 내 생일이야.”승우가 갑자기 생일 얘기를 꺼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시윤은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긴장을 풀었다.‘내가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 갑자기 혼란을 느꼈나 보네.’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응, 알아. 내가 오빠 주려고 선물도 준비했어. 이번엔 진짜 선물이야.”승우는 한시름 놓은 듯한 시윤의 표정을 보며 애써 괜찮은 척했다.“그래, 나도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뭔데?”“나중에 알게 될 거야.”승우는 끝내 편지를 내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기적이고 싶었다. 적어도 시윤의 마지막 생일이 지날 때까지는.나중에 시윤이 알게 되고 관계를 끊자고 하든, 아니면 죽으라고 하든, 모두 응당 받아야 할 벌이라고 생각했다....늦은 밤, 시윤이 해원의 거리를 지나 병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때.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밤길을 환히 비춰주며 도시의 네온사인과 함께 칠흑 같은 통유리창 안쪽을 비추고 있고경성에서 민혁은 유리창 옆에 선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있다.“도준 형, 시윤 씨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대, 그래서 떠난 거야. 사실 떠나려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4-2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