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시윤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도준 씨, 사실 도준 씨가 아이 낳자고 했을 때 엄청 싫었거든요. 처음에는 비밀이 알려질까 봐 무서웠고, 그다음엔 공은채의 일이 해결되지 않아서, 그리고 나중엔... 아빠의 죽음 때문에...”“분명 공은채의 계획을 알았으면서 우리 가족이 희생양이 되는 걸 지켜보고, 마지막엔 아빠를 뛰어내리게 만들었잖아요.”“그때 저 정말 도준 씨 많이 미워했어요. 그런데 피어섬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도준 씨를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아마 도준 씨보다 더 잔인하게 변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쉽게 용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빠 때문에.”여기까지 말한 시윤은 한참 동안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런데 엄마가 뭐라는 줄 알아요? 도준 씨가 목숨을 바쳐 저를 구했으니 아빠의 목숨을 갚은 거나 마찬가지래요. 그래서 없던 일로 하자고.”“도준 씨, 용서할게요. 그러니 도준 씨도 저 용서해 주면 안 돼요? 일어나 봐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 이제 도준 씨 애도 낳고 싶어요. 몇 명을 낳든 상관없어요.”“도준 씨는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 도준 씨, 제발 말 좀 해봐요. 제발 대답해 줘요, 네?”“...”그 시각, 시윤이 도준의 몸에 엎드려 통곡하는 걸 본 승우는 눈빛이 점점 복잡해졌다.지난 이틀동안 시윤은 항상 이랬다. 무덤덤하다가도 뭔가를 그리워하고, 갑자기 무너졌다가 다시 냉정을 되찾기를 반복했으니.그리고 승우 역시 편지를 꺼내 들었다가 다시 밀어 넣기를 수없이 반복했다.도준이 뇌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승우는 시윤에게 아무런 후회도 남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윤이 편지를 보면 또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두려웠다.시윤이 꼬박 이틀동안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승우 역시 온갖 생각으로 괴로워했다.그리고 이 순간 역시, 시윤이 몸을 떨면서 우는 걸 보자 승우는 꺼냈던 편지를 도로 집어
Last Updated : 2024-05-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