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1432 챕터
제1261화 안아주면 안 돼요?
병상에서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자 시윤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윤아...”승우는 그런 시윤을 위로 하고 시었지만, 손이 닿으려는 순간 시윤은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그 길로 비틀거리며 도준의 병실에 도착한 시윤은 그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엉엉 울어댔다.“아빠를 죽게 만든 게 도준 씨가 아니었어요. 오빠였어요.”“도준 씨, 도준 씨는 우리 아빠 죽게 만든 적 없어요. 목숨으로 갚을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요. 제발 정신 차려 봐요! 더 이상 정신 차리지 못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한대요.”“엄마도 쓰러졌어요. 상황이 많이 심각하대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우리 가족이 본인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봐요, 본인을 미워한다고 생각해서...”“아빠가 얼마나 좋은 분이셨는데, 왜 하필 그런 일이 아빠한테 일어났을까요?”시윤은 전보다 몇 배는 더 세게 울어댔다. 이제 그녀의 세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모두 거짓말 같아서 그 껍질을 벗기고 벗기며 진실을 찾으려 한 것뿐인데, 결국 저를 보호하던 껍질까지 벗겨내 마음에 비수가 꽂혔고.공은채의 가식적인 사랑.주림의 가식적인 의리.모든 걸 알면서 외면했던 도준...이와 같은 진실을 하나 하나 알아가면서 이제야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하필 피맺힌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아버지가 후회 속에서 세상을 등지게 만든 장본인이 하필이면 지금껏 믿고 따르고 영원히 저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빠라니. 그것도 저에게 기형적인 감정을 품었다는 이유로.심지어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은 하필 가장 중요한 걸 뻬앗아가버렸다.오빠와 엄마뿐만 아니라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도준까지...만약 도준이 내일까지 깨어나지 않으면 시윤은 영영 사랑하는 사람이자 제 아이의 아빠를 잃게 된다.너무 큰 고통에 몸을 한껏 움츠린 시윤은 더 이상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그저 침대에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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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도준 씨 곧 아빠 돼요
상황을 살피러 달려온 노정숙은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친 뒤 도준을 힐끗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환자분 의지가 대단하네요. 정말 의식을 회복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이제 막 샤워를 마친 터라 도준은 머리가 젖어 있었다. 그는 뻐근한 팔을 돌리더니 아직도 멍하니 앉아 있는 시윤을 바라봤다.“누가 하도 같이 죽네 마네 난리를 피워대서 시름을 놓을 수가 있어야죠.”그 말에 노정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하게 웃었다.“가족분도 이제 한시름 놨겠네요.”의사가 떠나자 시윤은 그제야 도준이 깨어났다는 걸 실감했다.도준이 침대에 앉아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시윤을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왜 그래? 나 모르겠어?”시윤은 눈시울이 시큰거려 곧장 도준의 품으로 달려가려 했다.그때, 웬 그림자 하나가 시윤보다 한발 먼저 도준에게 쌩하고 달려갔다.“흑흑, 도준 형. 놀랐잖아. 형이 죽은 줄 알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도준은 민혁이 제 몸에 달라붙기 전에 발로 차버리며 귀찮은 듯 말했다.“울긴 뭘 울어? 내가 죽은 것도 아니고.”“맞아. 도준 형은 100살까지 오래오래 살아야 해.”민혁은 눈물을 쓱쓱 닦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이윽고 옆에 있는 시윤을 보자 제가 방해꾼이라는 걸 바로 눈치챈 듯 이내 자리를 비켜 주었다.“그럼 둘이서 얘기해, 난 나가볼게.”‘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시윤은 침대와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도준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도준은 등 뒤로 숨긴 시윤의 손을 잡아끌었다.“왜 그래? 입에 기름칠한 것처럼 쉴 새 없이 말하더니, 내가 깨어니까 또 기분 안 좋아졌어?”“저 도준 씨 애 임신했어요. 도준 씨 곧 아빠 돼요.”한참 대답이 없다가 입을 삐죽거리며 울어버리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그럼, 내 애 아니면 누구 애겠어?”“진자 나빴어! 날 속여서 임신하게 했으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았는데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진짜 걱정돼서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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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우리 마누라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잠깐만. 나도 금방 옷 갈아입을 테니까 같이 가.”“아니에요, 이제 막 깨어났는데 휴식해요.”“뭐야? 지금 나더러 자기한테 딴맘 품고 있는 오빠 만나러 가는 걸 지켜만 보라는 거야?”도준은 시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얌전히 기다려.”사실 시윤도 도준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 폭발 사고를 겪고 나니 시시각각 도준의 곁에 꼭 붙어 있고 싶어 결국 얌전히 침대에 앉아 발을 흔들며 도준을 기다렸다.도준은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한 채로 대충 옷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곧이어 옷을 들어 올리는 동작에 따라 그의 탄탄한 근육이 여과 없이 눈앞에 드러났다.시윤은 곁에서 그걸 말없이 훔쳐봤다.하지만 도준이 뒤돌아서자, 시윤의 눈에는 점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도준의 등에 난 상처는 모두 그녀를 보호하다가 생긴 거다.물론 이미 딱지가 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도준이 옷을 미처 입기도 전에, 시윤은 그를 등 뒤에서 와락 끌어안더니 제 고개를 파묻었다.“도준 씨.”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제 허리를 감싸고 있는 시윤의 손목을 문질러댔다.“왜? 갑자기 하고 싶어?”장난기 섞인 도준의 말에, 가슴까지 차올랐던 슬픔이 순간 사라지자 시윤은 불만 섞인 투로 투덜댔다.“좀 진지할 수 없어요?”도준은 이내 뒤돌아서 코끝이 빨개진 시윤을 지그시 응시했다.“그러게 누가 옷 갈아입는 데 갑자기 덮치래? 자기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나더러 진지해지라고?”시윤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도준의 등에 난 흉터에 제 손을 갖다 대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많이 아프죠?”도준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대답했다.“괜찮아.”시윤을 다시 돌아오게만 할 수 있다면 이깟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하지만 시윤은 도준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취할 수 없어 가슴 아픈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곳이 화학 공장인 줄 몰랐어요?”“알았어.”“알면서 왜 걸려들어요?”도준은 시윤의 볼을 한 손으로 감싸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끼가 마침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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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제 마누라가 형님 싫어해요
시윤이 도준과 함께 병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승우는 병실 창가에 서있었다. 시윤을 본 순간 승우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지만 이내 뒤따라 들어오는 도준을 보자 놀라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깨어났네요?”“아니면요?”원래대로 돌아온 도준을 보자 승우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보나 몸 상태로 보나, 지금의 도준은 큰 병을 앓다 깨어난 환자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런 승우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시윤은 곧장 어머니 쪽으로 다가가 간병인에게 물었다.“혹시 우리 엄마 한 번도 깨어난 적 없어요?”“네. 의사 선생님도 두 번이나 진찰하러 왔었는데, 충격을 크게 받았는지 여전히 깨어나지 않고 있어요. 오후에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중재 시술을 진행해야 해요.”시윤은 초췌한 어머니의 얼굴을 말없이 지켜봤다. 어머니가 이토록 충격을 받은 건 그 편지 때문이다.친아들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으니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시윤은 코끝이 찡해났다. 만약 그때 복도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싸우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주의를 끌 일도 없었을 거고, 어머니가 이렇게 충격을 받을 일도 없었을 거다.그렇게 자책하고 있을 때, 어깨 위에 손 하나가 얹혀졌다.도준은 시윤의 어깨를 잡아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여기서 울지 마. 어렵게 모셔 온 의료진도 있으니, 그 의료진더러 확인해 보라고 하면 되지.”‘맞아, 시영 언니가 최고 의료진을 모셔 왔었잖아. 그분들이 있는 한 엄마는 꼭 괜찮을 거야.’시윤은 다시 힘을 되찾은 것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도준을 바라봤다.“도준 씨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믿음으로 가득한 시윤의 눈빛에 도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손을 들어 시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착하네.”말을 마친 도준은 곧바로 앞으로의 진료를 부탁하러 나가며 승우를 바라봤다.“형님, 여기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승우는 도준이 저와 시윤이 함께 있는 상황을 꺼린다는 걸 이내 눈치챘다. 이에 본능적으로 오빠라는 신분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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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절묘한 타이밍
승우는 반대편에 있는 ICU병실을 빤히 바라봤다. ‘민도준이 목숨을 내걸고 시윤을 구해줘서? 그 덕에 빚진 목숨을 갚은 셈이 돼서?’순간, 방금 전 느꼈던 이상함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도준이 깨어난 타이밍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절묘했다. 마리 시윤의 마음에 남은 매듭을 풀어주기라고 하려는 것처럼.그 뿐만 아니라 원혜정이 시윤을 납치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도준이 지키고 있는 경성에서 아무도 몰래 해원까지 건너왔다는 것부터가 이상했으니까.‘정말 이 모든 게 한순간 감시를 소홀히 한 탓일까?’시윤의 납치 사건이든, 아니면 도준이 시윤을 구하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눈물의 상봉을 한 것이든 모든 게 너무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도준이 관건적인 순간에 시윤을 구하지 않았다면, 마지막에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이 아무리 아무리 승우라고 해도 시윤과 양현숙은 도준을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 거다.승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도준이 사라진 쪽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이내 단서를 찾으러 ICU 병실로 향했다....한편, 그 시각 시윤은 간병인과 함께 양현숙의 손을 주물러주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 의료진이 몰려와 양현숙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이내 새로운 치료 방안을 내놓았다.그중에 섞여 있는 노정숙을 보자, 시윤은 진료가 끝나자마자 다가가 진심 어린 감사 인시를 전했다.“선생님, 전에 격려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 덕에 기적이 정말 일어난 것 같아요.”말을 마친 시윤은 옆에 있는 도준을 한번 바라봤다. 그 눈에는 도준을 향한 애정이 넘쳐 흘렀다. 도준의 팔을 꼭 두르고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죽다가 다시 살아나 만난 이 인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노정숙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시윤 씨는 정말 좋은 아가씨예요. 그러니 민 사장님도 본인을 깨워준 아내분 소중히 여기세요.”“네.”도준은 또 뭐라고 말하려는 시윤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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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승우의 의심
하지만 의사가 아닌지라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결국 승우는 모든 의료 기기들을 사진 찍어 의학을 독학하는 친구한테 물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한테서 답장이 왔다.“이 기기들 모두 최첨단 기기들이야. 사진상으로는 별문제 없어.”승우는 문자로 대화하기 번거로워 아예 전화를 걸었다.“내 말은 이 기기들을 보고 사용했던 환자가 정말 의식을 잃었었는지 알 수 있냐, 그 말이야.”“환자 몸에 연결하지 않아 나도 그건 모르지. 확인하고 싶으면 이전 데이터가 있어야 해.”“그 데이터는 어디서 구하는데?”“주치의한테 있을 거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해서 다들 갖고 있어.”‘주치의...’‘주치의라면 노정숙 선생님 말하는 거겠지?’“그럼 의식이 없던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어?”“그건 환자가 얼마 동안 의식을 잃었는지에 달렸어. 회복 속도가 빠른 체질인 데다 의식을 잃은 기한이 길지만 않다면 안 될 것도 없지.”전화를 끊은 뒤, 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도준이 의식을 잃었던 게 아니라면 의학을 모르는 일반인은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만 의사는 절대 속을 수 없을 거다.그 말인즉, 정말 그렇다면 주치의인 노정숙은 당연히 알았을 거기에 직접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데이터를 복사해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해.’승우는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마침 간호사 한 명이 다급히 그의 옆을 지나갔다.마침 양현숙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다급히 걸어가자 승우는 이내 간호사를 뒤따랐다.“왜 그래요? 혹시 어머니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평소 승우와 자잘한 대화를 나누기 좋아하던 간호사는 그를 보자 이내 걸음을 멈추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승우 씨, 어머님이 깨어나셨어요. 얼른 가보세요.”어머니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승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병실로 향했다. 하지만 병상 옆에 있는 시윤과 도준을 보는 순간, 걸음을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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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용서받지 못하는 승우
“엄마, 아빠는 엄마가 슬퍼하는 거 원치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속상해하지 마요. 몸 상해요.”도준은 얼굴을 찌푸린 채 저와 피가 섞이지 않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왜 그렇게 착하기만 한가 했더니 어머님 아버님 덕이었네.’‘매사에 남을 배려하고 무슨 일을 겪든 항상 물러 터져서는.’‘그러니까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손에 쉽게 놀아나지.’마음을 추스른 양현숙은 진정이 되자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너도 얼른 민 사... 민 서방이랑 같이 돌아가서 휴식해. 대신 오빠 좀 불러주고. 네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엄마,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이제 막 깨어나서 절대 흥분하면 안 된대요.”시윤의 걱정스러운 귀띔에 양현숙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리 흥분해도 이것보다 더할까? 괜찮으니까 오빠 불러줘.”...승우가 들어간 뒤, 시윤은 수상쩍은 모습으로 문에 바싹 붙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도준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쉬, 조용해요. 엄마가 뭐라는지 듣게.”한참을 들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시윤은 답답한 듯 중얼거렸다.“왜 아무 소리도 안 나지?”“됐어. 사람들이 나오다가 놀라면 어떡하려고? 자기 지금 놀라면 안 된다는 거 몰라?”도준은 시윤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뒤로 끌어당겼다.이에 시윤은 불만스러운 듯 투덜댔다.“저 그렇게 나약하지 않거든요.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요.”도준은 여전히 시윤을 품에 꼭 안은 채 그녀의 허리를 문질렀다.“대단하네? 나한테도 아이랑 가까워질 기회 줘야 하는 거 아니야?”“싫거든요.”두 사람은 결국 티격태격하며 멀어져 갔지만 병실 안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승우는 창백하고 초췌한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앞으로 다가가 침대 옆에 무릎 꿇었다.“엄마, 미안해요.”짝-양현숙은 아무 말없이 승우의 뺨을 후려갈겼다.지금의 양현숙은 몹시 나약하여 손에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얼굴에 떨어진 뺨 한 대는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했다.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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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제 친부모는 누굴까요?
그 시각, 다른 병실에서 시윤은 도준의 다리를 베고 소파에 편히 누워 발끝을 높게 쳐들고 있다.“도준 씨, 제가 만약 엄마 친딸이 아니면 제 친부모는 누굴까요? 혹시 제가 싫어서 버린 걸까요?”시윤의 눈은 말하는 와중에 점점 어두워지더니 손으로 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열 달 동안 배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버릴 수 있지?”임신한 탓인지 시윤은 생각할수록 속상했다.본인을 지금껏 집안에서 사랑받는 딸이라고 여겨왔었는데, 갑자기 버려진 고아였다니. 이토록 갑작스러운 변화에 시윤의 마음에는 진작 응어리가 맺혔다.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하고, 사실을 안 뒤 그런 반응을 보인 오빠 때문에 모든 걸 속으로만 삼켰었는데, 도준 앞에서 겨우 그 슬픔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자 시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댔다.“혹시 제가 어릴 때 너무 못생겨서 버린 거 아닐까요?”한창 시영이 보내온 회사 파일을 보고 있던 도준은 억울한 듯 호소하는 시윤의 말에 이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제 다리를 베고 누운 시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친부모님한테 물어보고 싶어?”“흥, 저를 버린 사람들을 무슨 수로 찾아요? 전 상관없어요.”몇 마디 중얼거리던 지윤은 갑자기 제 위쪽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했다.“혹시 무슨 사고가 생겨서 할 수 없이 버린 건 아닐까요?”싫어서 버렸다는 것보다 시윤은 그래도 친부모한테 그럴싸한 핑계를 대주고 싶었다.심지어 입으로는 분명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두 눈 속에는 분명 상처가 가득 담겨 있었다.도준은 그런 시윤의 코를 살짝 눌렀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던한테 물어봐.”“익숙한 이름에 시윤은 멍해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던? 던 씨가 어떻게 알아요?”“아, 그러고 보니 그때 갑자기 나타난 것도 뭐 갚을 게 있다면서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했거든요.”시윤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도준을 바라봤다.“설마 던 씨가 나타난 게 제 출생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에요?”도준이 아무 대답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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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지금 충분히 행복해
전화 건너편에서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끝내 목소리가 흘러 놔왔다.“그래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민 사장님이 아무리 훌륭한 파트너라고 해도 제 연애사에 남자와 사귀었던 경험은 없어요.”“풉.”물을 마시고 있던 시윤은 던의 뜬금없는 말에 입안에 있던 물을 모두 뿜어내더니 한참 동안 기침했다.일이 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시윤은 얼른 전화를 받아 들었다.“던 씨, 오해예요.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물어봐요. 대답한다는 보장은 못 드리지만.”“...”시윤은 어이없어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혹시 제 출생에 대해 알아요?”질문을 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시윤은 신호가 나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여보세요? 혹시 들려요?”“네, 들려요.”“그런데 왜 대답 안 해요?”“말했잖아요, 꼭 대답한다는 보장 못 드린다고.”“...”시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점점 꼬여가는 상황에 시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도준은 이내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질문 하나에 지분 1%.”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화 건너편에서 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알고 있어요.”‘뭐야? 1%가 이렇게 날아갔다고?’시윤은 이번에 훨씬 신중해져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제 친부모님이 누구죠?”“그건 대답할 수 없어요.”‘돈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걸 보니 내 부모님이 던 씨와 깊은 인연이 있는 게 틀림없어.’시윤이 한참 동안 아무 질문도 하지 못하자 도준이 대신 물었다.“던 씨 친구예요? 가족이에요?”그 질문에 던은 잠깐 대화를 멈추었다.“더 말했다가 민 사장님이 쉽게 알아챌 수 있으니 아쉽지만 포기할게요.”“그런데 저...”시윤이 뭔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도준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그래요. 중도에 포기한다니 아까 준다던 1%도 없는 일로 하죠.”“...”결국 돌고 돌아 헛수고한 셈이 되자 던은 말을 잇지 못했다....전화를 끊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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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환자 자료
해연은 승우가 달콤한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자 얼굴이 더 빨갛게 익어버렸다.“맞아요. 이해연. 제 이름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네요.”승우는 싱긋 웃었다.“해연 씨도 앞으로 성 빼고 이름으로 불러요.”승우의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해연은 오늘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그럼 앞으로 승우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그렇게 해요.”해연은 기쁜 듯 활짝 웃었다. 그 순간 평범하기만 했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하지만 기회를 잡은 김에 승우와 더 대화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수간호사가 갑자기 다급하게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해연아, 병실 데이터 노 쌤한테 갖다줬어?”“네? 가요.”이내 정신을 차린 해연은 허둥지둥 대답했다.“죄송해요. 얘기는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요.”“그래요.”승우는 해연이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힐끗 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한편, 해연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아쉬움에 잠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렵사리 승우와 대화할 기회를 얻었는데 그렇게 빨리 끝났으니 말이다.하지만 놀랍게도 해윤이 모든 일을 끝마친 뒤 자료실에서 나왔을 때, 또 승우와 마주쳤다.“이승... 승우 오빠! 여긴 어쩐 일이에요?”승우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한 병을 해연에게 건넸다.“오늘 엄마가 깨어났다고 알려줘서 고마웠어요.”음료수를 받아 든 해연은 심장이 터질 듯 콩닥거렸다.“별거 아니었는데요.”그때 승우가 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퇴근할 시간이죠? 교대 시간이 6시인 거로 아는데.”“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요?”해연은 음료수병을 꽉 움켜쥔 채 수줍고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승우를 바라봤다.다행히 승우는 해연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오늘 저녁 시간 되면 밥 살게요.”“돼요!”해연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자기가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걸 인지했지만 승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저녁 식사 시간, 승우는 식탁 앞에 앉아 어색한 듯 두리번거리는 해연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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