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81 - 챕터 1290
1426 챕터
제1281화 강력한 욕망
시윤은 생각할수록 우울해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시윤은 혼자 이불로 몸을 돌돌 만 채로 새벽 2시까지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임신한 뒤로 시윤은 자꾸만 꿈을 꾼다. 오늘도 꿈속에서 얼마 전 폭발 현장으로 돌아간 시윤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도준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얼른 나오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괴로움이 점점 극에 달해 참을 수 없을 것 같던 찰나, 시윤은 끝내 꿈에서 깨어났다.“안돼!”그때 두 팔이 겁에 떠는 시윤을 꼭 안았다.“악몽 꿨어?”어리둥절해서 고개를 휙 돌린 시윤의 눈에 도준의 얼굴이 들어왔다.새벽 4시. 도준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왔는지 아직도 주위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윤은 마치 삼림으로 돌아온 새처럼 도준의 품에 와락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왜 이제야 왔어요? 꿈에서 도준 씨가 불길 속에서 사라졌어요. 너무 무서워요.”도준은 한 손으로 시윤을 끌어안고, 시윤이 추위라도 탈까 봐 다른 한 손으로 이불을 끄집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다 가짜야. 나 돌아왔잖아. 이 괜찮아.”“네.”시윤은 서러운 듯 도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누워 있어. 나 샤워하고 올게. 밖에서 들어와 옷이 더러워.”예전 같으면 이런 것에 신경 쓸 도준이 아니지만 매일 아이를 위해 육아 도서를 읽는 시윤을 위해 어느정도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하지만 예전 같으면 도준이 밖에서 들어오면 얼른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재촉하던 시윤이 오늘은 웬일로 그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싫어요. 같이 가요.”도준은 저에게 딱 달라붙는 시윤을 웃으며 아이 안듯 안아 욕실 세면대 위에 올려 놓았다.그때 자세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시윤이 흠칫 놀라며 경계했다.“뭐 하려고요?”“떨어지기 싫어했잖아. 여기 잠깐 앉아 있어.”이제 많이 괜찮아졌으니 돌아가겠다고 말하려는 찰나, 도준이 시윤의 앞에서 웃옷을 벗었다.욕실의 불빛이 도준의 어깨에 떨어져 쩍 갈라진
더 보기
제1282화 시윤의 의심
도준이 참지 못할 것처럼 느껴지자 시윤은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도준을 단념시킬까 고민했다. 그러던 그대, 도준이 갑자기 시윤을 안아 침대에 내려놓더니 이불로 꽁꽁 덮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이제 자.”핏줄이 튀어 오른 도준의 목덜미를 본 시윤은 도준이 돌아서려는 순간 그의 손을 잡았다.가는 손가락으로 뼈마디가 선명한 손을 꼭 잡은 시윤은 부끄러움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아니면 그냥 누워요. 도와줄게요.”그 암시를 바로 파악한 도준은 이불로 얼굴 반쪽을 가린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 분명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눈을 깜빡이며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시윤을 보자 도준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점점 진정되었다. 끝내 시윤의 손을 들어 살짝 입을 맞추고는 도로 내려놨다.“늦었어. 내일 어머님 수술인데 얼른 자.”도준의 거절에 시윤은 왠지 마음이 안 좋았다. ‘이젠 이런 것도 싫증 났나?’도준의 성욕이 얼마나 강한지 시윤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함께 있는 동안 한 번도 참은 적이 없던 그가 반년도 넘게 참았는데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게다가 요즘 하필이면 아내가 임신한 사이 바람피우는 남편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너무 많이 들은 지라 갑자기 도준이 의심스러워졌다.물론 그런 이유로 도준이 바람을 피울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생각할수록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시윤은 끝내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등 뒤에 있던 도준마저 뒤척이는 시윤 때문에 잠이 들지 못해 결국 품에 꼭 끌어안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윤을 멈추게 했다.다음날.오전 10시에 잡힌 양현숙의 수술 때문에 시윤은 아침 일찍 흐리멍덩한 상태로 도준에게 이리저리 휘둘려가며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졸려.”도준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는 동안 시윤은 크게 하품하며 고양이처럼 도준의 어깨에 기댔다.그러자 도준은 시윤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놀려댔다.“그러게 누가 제대로 자지 않고 뒤척이래?”시윤은 벌떡 일어나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더 보기
제1283화 승우의 계략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오빠가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어 버리자 시윤은 걱정이 앞섰다.당장 간호사를 붙잡고 더 물어보려 했지만 뒤에 있던 도준이 시윤을 붙잡았다.“의사 쌤한테 맡겨. 이런 상황에는 의사 쌤 믿어야 해.”수술은 계속 진행됐다. 승우는 가까스로 지혈을 했지만 과다 출혈로 결국 ICU 병실에 실려 가게 되었다.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병실은 마침 도준이 입원했던 병실이었다.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시윤은 도준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오빠 이러다 못 깨어나는 건 아니겠죠? 어제 오빠한테 화냈는데 이러다 못 깨어나면 나... 나...”도준은 손가락으로 시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걱정하지 마. 과다 피 많이 흘린 것뿐이라 곧 괜찮을 거야.”시윤은 후회와 자책에 빠져 이 시각 병실에서 승우에게 의료 기기를 연결하는 간호사의 손이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그 간호사는 다름 아닌 이해연이다. 이 시각 그녀가 이렇게 떠는 이유 역시 무서워서다.그도 그럴 게, 어제 승우와 함께 오늘 수술이 끝나면 몰래 약을 바꿔 쇼크를 유발해 이 병실로 데려오도록 계획했기 때문이다.처음 이 계획을 들었을 때 해연은 승우가 수술 도중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극구 반대했지만 끝까지 견지하는 그를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그리고 다행히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 해연이 승우에게 의료 기기를 연결하고 병실을 나서자 시윤이 달려왔다.“혹시 저희 오빠 어때요? 괜찮나요?”“현재 바이털 모두 정상이지만 원래 상처가 재발하여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원래 상처...순간 그 어두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가족들이 서로 의지하며 함께 버티던 나날이 눈앞을 스쳐 지났다.‘왜 이렇게 됐지?’병상에 누워 있는 창백한 승우를 보자 시윤은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순간 오빠에 대한 걱정도 함께 생겨났다.시윤 뿐만 아니라 양현숙도 저를 위해 이식수술을 하다가 정신을 잃은 아들을
더 보기
제1284화 데이터 조사
도준의 물음에 시윤은 고개를 쳐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말하면 화내지 않을 거죠?”“응.”긍정적인 답변을 얻고 나서야 시윤은 승우가 전에 도준을 의심하며 했던 말을 털어놓았다.그러면서 저도 의심한다고 오해할까 봐 이내 말을 보탰다.“오빠가 한 말 전 한마디도 안 믿었어요. 도준 씨가 저 구하느라 뛰어드는 거 직접 봤고,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도 아는데 오빠 말 몇 마디에 도준 씨 의심할 리 없잖아요.”이 말을 내뱉는 시윤의 눈에는 온통 도준에 대한 믿음과 애틋함이 가득했다.더욱이 지금 배 속에 도준의 아이까지 있으니 제 아이의 아비를 의심할 리 없다.시윤의 믿음 가득한 눈빛에 도준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곧바로 시윤의 머리를 받쳐 들고 허리를 숙여 키스했다.지금까지 했던 공격적인 키스와 달리 이번에는 매우 다정하고 애틋했다. 분위기마저 점차 핑크빛 기류로 물들었다.그러다 한참 뒤, 입을 뗀 도준은 시윤의 입가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멈춘 채로 장난스럽게 말했다.“자기 오빠 말이 진짜면 어떡하려고?”도준의 키스에 혼미해진 시윤은 그 말에 이내 도준의 입술을 깨물었다.“흥. 나 속이면 우리 애 지우고 다시는 도준 씨 안 볼 거예요.”“...”하루 종일 바삐 보내고 체력을 소진한 터라 이 말을 마친 시윤은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그사이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시윤의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그러다 시윤이 깊이 잠들자 번쩍 들어 안아 침실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만약 이 시각 시윤이 깨어 있었다면 아마 강한 소유욕으로 물든 도준의 눈빛에 놀랐을지도 모른다.먹빛을 띤 그 눈빛은 칠흑 같은 밤과 같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늦은 밤, 병원.해연은 승우의 친구를 데리고 복도를 지나 ICU 병실로 향했다.그러면서 발각될까 봐 두려웠는지 쉴 새 없이 두리번거렸다.“도착했어요. 여기예요.”해연은 사람을 안으로 안내하고 나서 다른 사람이 출입하는 걸 막기 위해 문 앞에 지키고 서있었다.
더 보기
제1285화 승우의 실책
도준의 이름을 듣자 대훈은 겁에 질려 용서도 빌지 못했다.그에 반해 의리를 지키는 승우의 모습에 도준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형님, 이런 일 들키는 순간 친구가 일자리 잃을 거라는 거 알면서 왜 꼬드겨냈어요? 들키고 나서 좋은 사람인 척하긴.”승우는 입을 뻐끔거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대훈은 감동으로 물들었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 버럭 소리쳤다.“이승우! 난 널 친구로 생각해서 도와주러 왔는데, 어떻게 날 해칠 수 있어? 우리 애 이제 막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나 일자리 잃으면 안 된다고.”아이가 이제 막 태어났다는 말에 도준은 갑자기 흥미를 느꼈다.“아내가 이제 막 출산했나 보네?”화제가 너무 빨리 바뀌자 대훈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야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아, 네...”“아들? 아니면 딸?”“딸이에요.”대답을 하는 대훈의 불안함은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지만 도준이 아이에게 마저 잔인하게 손을 대는 건 아닌가 생각하던 그때, 도준이 뜬금없이 말했다.“우리 와이프도 임신했는데.”대훈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그 말에 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나중에 임산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목록 적어 줘 봐요. 그쪽 의사잖아요. 남편이기도 하고. 그러니 잘 알겠죠?”대훈은 감히 거절할 수 없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요. 나중에 적어 드릴게요. 아니, 지금 바로 적을게요.”화제가 점점 다른 데로 새자 병상에 누워 있는 승우는 점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순간 도준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그때 대훈이 바로 메모를 켜고 타자하는 걸 본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최선을 다하는 걸 봐서 기회를 줄까 하는데, 내 말에 대답하면 보내줄게요.”희망이 생겨나자 대훈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씀하세요. 뭐든 대답할게요.”도준은 병상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승우를 바라보며 질문을 이어나갔다.“호기 우리
더 보기
제1286화 악마 같은 남자
도준은 승우의 창백한 얼굴을 무시한 채 대훈의 손에서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그러고 대훈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발을 떼어내며 다정하게 웃었다.“그러게 진작 말했으면 이런 꼴 안 봤잖아요.”도준의 미소에 대훈은 마음을 놓기는커녕 더 겁에 질렸다.이제야 사람들이 왜 이 남자를 악마라고 부르는지 알 것만 같았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한 듯 숨을 몰아 쉬며 도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도준은 대훈의 반응이 재미없어지자 마치 은혜라도 베푸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늦었는데 돌아가서 딸이나 돌봐요.”대훈은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머리와 가슴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렸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이윽고 마을 마친 뒤 승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도망쳤다.문이 열리는 순간, 승우의 눈에는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해연이 들어왔다.“해연 씨한테 무슨 짓 했어요?”도준은 발로 의자를 끌어와 천천히 앉더니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형님, 그런 비겁한 짓 저질렀으면서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하지 마요. 저 간호사 이용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았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이제 와서 고고한 척은. 아니면 설마 역할극에 너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가?”도준의 도발에 승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주먹을 꽉 그러쥐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연 씨는 대훈과 달리 순수한 마음으로 도운 거니 해치지 마요.”그 말에 도준은 살짝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그래요. 그럼 우리 와이프한테 사실대로 고백해요. 입원하게 된 게 모두 계획한 거였다고. 그러면 저 간호사 내버려둘게요.”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해도 도준의 말을 듣는 순간 승우는 숨이 턱 막혔다.이제야 가족들이 저를 달리 보고 만류하는데, 만약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걸 알면 시윤은 아마 그에게 철저히 실망할 거다.그렇게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승우는 도준을 노려보았다.“나더러 고백하라면서
더 보기
제1287화 자수할 기회
도준은 몇 분 사이 안색이 수없이 변한 승우를 바라보며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렸다.“난 돌아가 우리 와이프 곁에 있어 줘야 해서 남은 시간 얼마 없어요.”승우는 충격에서 겨우 헤어 나와 다시 내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잿빛이 된 얼굴을 여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입을 연 순간 목소리마저 갈라져 있었다.“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거 진작 알고 있었죠?”도준은 다리를 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설마 내가 그런 잔꾀도 눈치 못 챘다고 생각했어요? 형님 동생도 그런 유치한 수는 안 써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승우는 눈앞이 핑 돌았다. 전에 사용했던 출혈 유발 약물이 진짜인 데다 이 시각 피가 거꾸로 솟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하지만 승우는 애써 눈꺼풀을 든 채로 도준을 바라봤다.“만약 내가 고백하면 해연 씨 내버려둘 거예요?”“아마도요.”도준은 무심한 듯 말하더니 이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고백하지 않으면 저 간호사는 죽어요.”승우는 도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그가 뱉은 말을 꼭 지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형님, 나 지금 형님한테 기회 주는 거예요. 스스로 고백하는 게 까발려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안 그래요?”하긴, 대훈의 핸드폰이 도준의 손에 있는 한 승우가 고백하지 않는다 해도 도준이 까발릴 수 있다.하지만 도준이 그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는 건 아마도 오늘 밤 벌어진 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일 거다.그 생각에 승우는 크게 심호흡했다.“그래요, 직접 고백할게요.”도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래요. 그럼 잘 휴식하고 내일 어디 연기 잘해봐요.”말을 마친 도준이 뒤돌아 병실을 나서려 할 때, 승우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이거 혹시 다 계획된 거예요? 윤이를 곁에 붙잡아 두고 나를 윤이 옆에서 영원히 치워버리려고 계획한 거죠?”도준은 고개를 돌려 승우를 흘끗 쳐다봤다.“하, 서른 가까이 된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순진해서야. 나 이길 수 있을 때 다
더 보기
제1288화 자기가 내 애 낳는 건 좋아
“남은 음식 먹으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거야?”“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200만 원이나 주고 돈가스를 사 오니 좋은 아빠가 아니면 뭔데요?”도준은 손을 들어 시윤의 목덜미를 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코가 맞닿을 거리에서 멈춰선 채 낮게 속삭였다.“누가 그래? 내가 아이를 위해 산 거라고? 난 자기 위해 산 건데.”도준의 눈과 마주친 순간 시윤은 가슴이 콩닥거렸다.지금껏 도준이 이토록 고분고분한 게 군 것도 분명 아이 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도준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며 몽글몽글해졌다.하지만 분명 기쁘면서도 입으로는 아닌 척 투덜댔다.“애가 태어나서 도준 씨가 이렇게 편애하는 거 알면 화낼 거예요.”“뭐 어때?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데.”“아니!”도준이 애를 신경도 쓰지 않자 시윤은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애는 낳게 했어요? 이건 노동 성과를 존중해주지 않는 거랑 다름 없다구요!”도준은 욱해서 따지고 드는 시윤의 손을 잡아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남의 애는 싫어하는데...”그러면서 시윤의 배를 어루만졌다.“자기가 내 애 낳는 건 좋아. 이 애는 우리 둘 이어주는 증명이니까. 죽어도 천륜은 못 끊어낸다잖아. 자기 이제 나한테서 못 벗어나.”처음에 감동했던 시윤은 도준의 말을 듣다가 결국 헛웃음이 나왔다.“뭐가 죽네 사네예요? 저 지금 도준 씨 애 가진 거예요. 또 사고라도 나서 나 떠나면 그땐 죽어라 물어댈 거예요.”이를 가는 시윤의 모습은 예전처럼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조금 박력 있었다. 그 모습에 도준은 재밌는 듯 시윤을 끌어당기더니 의자에 앉은 채로 오려다 보았다.“어디를 물고 싶은데? 응?”“저리 비켜요.”...샤워를 할 때 시윤은 귀찮았는지 도준을 부려 먹었다.도준은 하얀 목덜미를 덮은 긴 머리카락을 보더니 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렸다. 그랬더니 요즘 살이 붙어 한층 더 굴곡진 허리가 눈에 들어왔다.그걸 본 순간 도준은 시윤
더 보기
제1289화 사라진 승우
다음날.시윤은 양현숙을 보러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다행히 잘 회복되어 며칠 뒤면 퇴원해도 된다는 의사의 검사 결과를 받게 되었다.검사를 마친 양현숙은 운동도 할 겸 승우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였지만 병실에 도착해보니 텅 빈 병실 안에서 간호사 한 명이 울고 있었다.그 모습에 시윤은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왜 그래요? 혹시 오빠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해연은 인기척이 들리자 얼른 눈물을 닦고 편지를 건넸다.“승우 오빠가 이거 전해주래요.”편지를 펼쳐 보니 승우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어머니랑 윤아가 이 편지 볼 때쯤 나 아마 떠났을 거예요. 두 사람 앞에서 직접 밝히지 못하는 나약한 저를 용서해 줘요. 사실 저 쇼크 왔던 거 사고 아니에요. 두 사람 동정을 얻으려고 일부러 설계한 거예요.제 친구 대훈이를 통해 수술 중에 출혈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구하게 해서 해연 씨한테 수술 중에 몰래 바꿔 투여해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두 사람 곁에 남으려는 욕심에.예전에 편지를 숨겼던 건 두려움 때문에, 할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면.이번 수술을 통해 내가 진짜 비겁한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어제저녁 이 잘못을 어떻게 용서받을지 수없이 생각했는데 답을 끝내 못 찾았어요.나 때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됐고, 어머니도 아버지 마지막 모습도 못 봤어요. 윤이도 나 때문에 그런 고통을 겪었고.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유일한 방법이 떠나는 거더라고요.저 병원 옮겼어요. 회복하는 대로 떠나려고요. 아마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십 몇 년이 지나 두 사람이 나 더 이상 미워하지 않으면, 그때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나 잊고 살아요. 승우가.]편지를 본 양현숙은 눈시울을 붉히며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바보 같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시윤 역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웠다.어제만 해도 승우가 위독할까 봐 슬퍼했는데, 갑자기 그게 모두 쇼였다니.오빠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왜 마지막 존엄마저 버렸는지 시윤은
더 보기
제1290화 눈치 챈 양현숙
시윤은 도준이 그냥 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도준은 정말로 익숙한 듯 요리했다. 문제라면 음식 재료를 썰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시체를 분해하는 것처럼 섬뜩하다는 거였다.시윤은 놀라운 듯 시영이 가져온 의자에 시영과 나란히 앉아 고기를 다지고 있는 도준을 신기하게 바라봤다.그러다 한참 뒤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그런데 밥은 어떻게 할 줄 알게 된 거예요?”도준은 시윤을 흘끗 바라봤다.“내가 못 하는 게 뭐가 있어?”‘하긴, 진짜네.’도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시영이 시윤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형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시윤 역시 시영의 귀에 소곤거렸다.“그러게.”하지만 시영은 얼마 앉아 있지 못하고 싫증이 났는지 가을이 준 앨범을 듣자며 시윤을 끌고 나갔다.두 딸이 나가는 걸 보자 양현숙은 걱정스러운 듯 당부했다.“네 언니 임신 중이라 조심해. 마구 뛰어다니지 말고.”“알았어요.”이미 멀리 간 시영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것처럼 대충 대답했다.그걸 본 양현숙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쟤를 어떡하면 좋아.’종알대던 두 사람이 사라지자 주방은 순간 조용해졌다.양현숙은 도준을 바라봤다. 밥할 줄 안다고 당당하게 말하더니 확실히 칼질에서 꽤 익숙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한창 바라보던 양현숙 역시 궁금했는지 넌지시 물었다.“민 서방, 밥하는 건 언제 배웠어?”“해외에 있을 때요.”도준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전에 시윤한테서 도준이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들은 적 있는 양현숙은 한층 다정해진 눈으로 도준을 봤다.“자네도 우리 윤이도 모두 기구한 삶을 살았는데, 지금 이렇게 애도 생기고 평화롭게 살 수 있어 다행이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네.”그러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윤이는 착한 애라 항상 남을 이해하려 하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옳고 그름이 너무 명확하고 제 생각에 아닌 일이라면 용서를 쉽게 안 하는 게 문제지만.”양현숙
더 보기
이전
1
...
127128129130131
...
14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