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잠시 조용해졌다.그러다 한참 뒤 양현숙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도준을 바라봤다.“혹시 한 가지 부탁해도 되나?”“말씀하세요.”“만약, 내 말은 만약에 두 사람한테 또 우여곡절이 생긴다면 윤이한테 시간 좀 주게. 두 사람 모두 시간을 가져. 가끔 사람을 사랑하는 건 그 어떤 수단도 필요 없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시 곁으로 돌아올 거네.”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기다리라고요?”“그렇네. 기다리게.”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압력솥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는 바람에 양현숙은 이내 자리를 떴다.도준은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 주방에 서서 양현숙이 내다보던 창밖을 바라봤다. 그 방향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가지뿐인 나무에 꽃이 만개하고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 예쁘기 그지없었다.도준이 한창 넋을 놓고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허리를 끌어안아 돌아보니 시윤이 어느새 몰라 들어와 있었다.그러다 도준이 뭐라 하려 하자 시윤은 얼른 도준의 입에 사탕 한 알을 넣어 주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시영이한테서 훔쳐 온 거예요. 달죠?”“응, 달아.”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시윤은 그런 도준의 옷깃을 잡아당겨 기습 뽀뽀를 하더니 제 전리품인 사탕도 살짝 맛봤다.그때 마침 문 앞까지 쫓아온 시영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악! 나 못 볼 거 봤어!”“반에서 젤 잘생긴 남학생 사진 보며 침 흘리던 게 누구더라?”“뭐야? 언니 내 앨범 훔쳐봤어?”“내가 언제 훔쳐봤다고 그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어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가 없었거든.”시윤은 말하면서 손에 든 사진을 흔들어댔고, 그 순간 시영이 손을 허우적대며 펄쩍 뛰었다.“아, 돌려줘!”“싫은데.”시영과 함께 있어 그런지 시윤도 유치해져 도준을 사이 두고 빙빙 돌면서 저를 쫓아오는 시영을 요리조리 피했다.그때 마침 음식을 들고나온 양현숙이 두 딸을 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제지했다.“주방 복잡해서 조심해. 네 언니 배
최신 업데이트 : 2024-05-1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