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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눈치 챈 양현숙

시윤은 도준이 그냥 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도준은 정말로 익숙한 듯 요리했다. 문제라면 음식 재료를 썰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시체를 분해하는 것처럼 섬뜩하다는 거였다.

시윤은 놀라운 듯 시영이 가져온 의자에 시영과 나란히 앉아 고기를 다지고 있는 도준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다 한참 뒤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런데 밥은 어떻게 할 줄 알게 된 거예요?”

도준은 시윤을 흘끗 바라봤다.

“내가 못 하는 게 뭐가 있어?”

‘하긴, 진짜네.’

도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시영이 시윤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형부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시윤 역시 시영의 귀에 소곤거렸다.

“그러게.”

하지만 시영은 얼마 앉아 있지 못하고 싫증이 났는지 가을이 준 앨범을 듣자며 시윤을 끌고 나갔다.

두 딸이 나가는 걸 보자 양현숙은 걱정스러운 듯 당부했다.

“네 언니 임신 중이라 조심해. 마구 뛰어다니지 말고.”

“알았어요.”

이미 멀리 간 시영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것처럼 대충 대답했다.

그걸 본 양현숙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를 어떡하면 좋아.’

종알대던 두 사람이 사라지자 주방은 순간 조용해졌다.

양현숙은 도준을 바라봤다. 밥할 줄 안다고 당당하게 말하더니 확실히 칼질에서 꽤 익숙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창 바라보던 양현숙 역시 궁금했는지 넌지시 물었다.

“민 서방, 밥하는 건 언제 배웠어?”

“해외에 있을 때요.”

도준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전에 시윤한테서 도준이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들은 적 있는 양현숙은 한층 다정해진 눈으로 도준을 봤다.

“자네도 우리 윤이도 모두 기구한 삶을 살았는데, 지금 이렇게 애도 생기고 평화롭게 살 수 있어 다행이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네.”

그러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윤이는 착한 애라 항상 남을 이해하려 하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옳고 그름이 너무 명확하고 제 생각에 아닌 일이라면 용서를 쉽게 안 하는 게 문제지만.”

양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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