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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자수할 기회

도준은 몇 분 사이 안색이 수없이 변한 승우를 바라보며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렸다.

“난 돌아가 우리 와이프 곁에 있어 줘야 해서 남은 시간 얼마 없어요.”

승우는 충격에서 겨우 헤어 나와 다시 내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잿빛이 된 얼굴을 여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입을 연 순간 목소리마저 갈라져 있었다.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거 진작 알고 있었죠?”

도준은 다리를 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설마 내가 그런 잔꾀도 눈치 못 챘다고 생각했어요? 형님 동생도 그런 유치한 수는 안 써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승우는 눈앞이 핑 돌았다. 전에 사용했던 출혈 유발 약물이 진짜인 데다 이 시각 피가 거꾸로 솟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승우는 애써 눈꺼풀을 든 채로 도준을 바라봤다.

“만약 내가 고백하면 해연 씨 내버려둘 거예요?”

“아마도요.”

도준은 무심한 듯 말하더니 이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고백하지 않으면 저 간호사는 죽어요.”

승우는 도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그가 뱉은 말을 꼭 지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형님, 나 지금 형님한테 기회 주는 거예요. 스스로 고백하는 게 까발려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안 그래요?”

하긴, 대훈의 핸드폰이 도준의 손에 있는 한 승우가 고백하지 않는다 해도 도준이 까발릴 수 있다.

하지만 도준이 그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는 건 아마도 오늘 밤 벌어진 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일 거다.

그 생각에 승우는 크게 심호흡했다.

“그래요, 직접 고백할게요.”

도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요. 그럼 잘 휴식하고 내일 어디 연기 잘해봐요.”

말을 마친 도준이 뒤돌아 병실을 나서려 할 때, 승우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이거 혹시 다 계획된 거예요? 윤이를 곁에 붙잡아 두고 나를 윤이 옆에서 영원히 치워버리려고 계획한 거죠?”

도준은 고개를 돌려 승우를 흘끗 쳐다봤다.

“하, 서른 가까이 된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순진해서야. 나 이길 수 있을 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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