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1602 챕터

제1211화 의심스러운 대타

“아하, 한수진? 기억나. 원래는 무용과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어.”그 말에 시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레로 전공을 바꾸려면 절차가 복잡할 텐데, 그렇게 쉽게 바꿨다고요?”“응, 아마 학교 측 영도들 찾아가 인맥 썼나 봐. 나도 그냥 수속해주라는 명령뿐이었어.”“그럼 혹시 한수진 가정 환경은 어때요? 뭐 밖에서 알바해야 할 정도예요?”그 말에 양지현은 피식 웃었다.“우리도 예술 하는 애들이라 다 알잖아. 예술이 원래 돈 많이 드는 전업이라는 거. 가정 형편이 안 좋으면 선택 안 했지. 게다가 애들한테서 들어보니 한수진 집안이 작은 사업을 한대. 엄마는 재벌가 출신이라고. 그런데 이것도 다 애들 사이에서 오가는 헛소리일 수 있어.”재벌가라면 일반인들한테 거리감이 느껴지는 상대들이라 사람들은 아마 그저 우스갯소리로 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시윤은 이 말에 곧바로 경계했다.“지현 선배, 혹시 대신 한수진 엄마가 성이 뭔지 알아봐 줄 수 있어요?”지현은 학생들에게 물어봐 주겠다고 흔쾌히 승낙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시윤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일전에는 수진이 단순히 도준을 좋아해 일부러 접근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수진이 심보가 나쁠 뿐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텐데.이 시각 지현의 말을 듣고 나니 시윤은 왠지 이 일이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만약 한수진이 누군가 보낸 사람이라면, 도준 씨랑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다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꾸미면...’갑자기 드는 생각에 시윤은 불안했다....그 시각, JY클럽 근처 레스토랑.수진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기 전 좌우를 살피고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레스토랑 룸 안으로 들어갔다.이윽고 자기의 명품백을 의자에 걸어두고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혜정 이모, 저 저녁에 민 사장님이랑 식사 약속 있는데, 저는 왜 찾았어요?”만약 시윤이 이곳에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거다. 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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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저 민 사장님 정말 좋아해요

혜정은 수진의 말에도 쉽사리 안심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다면 다행이고.”곧이어 혜정은 수진에게 도준이 요즘 누구를 만나고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수진은 그 물음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몇 마디 물으면 고작 한마디 대충 던져주게 다였지만.그러다가 혜정이 오늘 밤 도준이 진행할 광물 사업 합작을 망치라는 요구를 제시했을 때 수진은 처음으로 그녀의 요구를 거절했다.“이모, 제가 민 사장님 소식 이모한테 알려주는 것만해도 충분히 민 사장님한테 미안해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수 있어요? 저 나중에 민 사장님과 결혼할 몸이에요. 이모 말대로 하면 저 나중에 민 사장님 얼굴 어떻게 보라고요.”시윤의 등장이 수진한테 위기감을 심어주어서인지 아니면 도준한테 붙으면 떨어지는 게 더 많아서인지 수진은 혜정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거절 역시 가차 없었다.그 태도에 혜정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곧바로 아무 일 없다는 듯 표정을 풀더니 수진을 설득하는 대신 USB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게 뭔지 알 리 없는 수진은 언짢은 듯 흘끗 보고는 투덜댔다.“이건 또 뭐예요?”“우리가 매번 했던 대화 녹음 파일. 네가 나한테 민도준의 회사 기밀을 말해주는 것도 담겨있어. 만약 네가 여기서 발 빼겠다면 이거 민도준한테 보낼 수밖에.”수진은 그 말에 어리둥절해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혜정을 바라봤다.“이거 다 이모가 시킨 거잖아요.”혜정은 그 말이 같잖았는지 피식 웃었다.“그런데 민도준 배신하기로 한 건 너잖아. 그러나 민도준을 배신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그대도 알고 있을 테지요.” 수진은 혜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태껏 저에게 친절하기만 하던 혜정이 어떻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모,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어요? 이모는 어른이잖아요...”“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쯤은 알아야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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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대타의 안주인 행세

전화 건너편에서 민혁은 놀란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끝내 말을 이었다.“정말이에요? 그 소식 믿을만한 거 맞아요?”도준의 안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시윤은 조급해졌다.“민혁 씨! 한수진이 그렇게 우연히 나타났는데 설마 의심해 본 적도 없어요?”그 말에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시윤 씨,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실 저도 한수진에 대해 조사해 봤고 이상하다는 거 느꼈어요. 그런데 도준 형이 상관없대요. 한수진 때문에 회사에 손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도준 형이 건드리지 말라는데 저라고 별 수 있겠어요?”“지금 그 말은 도준 씨도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민혁에게서 알게 된 소식에 시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네.”민혁도 그 얘기에 답답했는지 푸념하기 시작했다.“시윤 씨는 모르겠지만, 시윤 씨가 떠난 뒤 도준 형이...”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한민혁, 들어와.”‘도준 씨의 목소리야.’민혁은 전화 건너편에서 짧게 대답하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저기, 오늘 밤 도준 형이 은해구에서 광물 사업에 관한 미팅을 하거든요.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제품이 이 광물을 장기적으로 구매해야 해서 아주 중요한 미팅이에요. 절대 방해돼서는 안 되는. 혹시 될 수 있다면 와줄 수 있어요? 한수진이 또 망칠까 봐 그래요.”“저...”시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혁은 다급히 말을 보탰다.“도준 형이 저 불러요. 나중에 주소 보내줄게요.”...전화를 끊은 시윤은 호텔 방 안의 캐리어와 핸드폰에 적힌 주소를 번갈아 바라봤다.만약 미련 없이 도준을 말끔히 끊어냈다면 이 순간 캐리어를 들고 해원으로 출발해 가족을 만나고 다음 주 공연을 준비하면 그만이다.하지만...도준이 이토록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저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 발이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됐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해줄 얘기는 하고 끝내자. 만약 내 충고를 듣고도 여전히 한수진을 곁에 두려고 한다면 진짜 마음이 흔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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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짝퉁이 진짜 사모님을 만나다

룸 안에 들어서자마자 민혁의 소리에 머리가 울려, 시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제 정신을 되찾았다. 그리고 저를 향해 미친 듯이 눈을 깜박거리며 암시하는 민혁을 보게 되었다.그 눈길을 따라가다 잔뜩 화가 나 있는 진호중을 본 시윤은 이내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공장장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이시윤이라고 합니다. 민도준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잔뜩 화가 나 있던 진호중은 눈앞에 벌어진 이상한 상황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윽고 도준의 옆에 앉은 수진과 방금 들어선 시윤을 한참 동안 번갈아 봤다.비슷한 외모와 동일한 신분. 순간 화내는 것도 잊은 진호중은 속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진호중의 아내도 화가 난 듯 남편과 룸을 나가려 하다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얼른 남편의 팔을 잡아끌었다.“여보, 민 사장님도 계시는데, 그냥 앉아요.”적어도 누가 진짜인지는 알고 가야하니까.그렇게 모든 사람은 테이블 주위에 다시 둘러앉았다.하지만 이 순간 분위기는 방금 전과는 매우 달랐다.민혁이 나서서 자리 배치를 한 덕에 시윤은 도준의 오른쪽에 앉게 되었고, 왼쪽에는 수진이 앉았다.물론 안색이 가장 안 좋은 건 당연히 수진이었다. 다들 저를 도준의 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시윤이 나타나 아주 난처한 처지가 되어버렸으니.그때 마침 진호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시윤 씨, 본인이 민 사장님의 부인이라고요?”시윤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도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에 할아버님 장례식에서 진 사모님을 뵌 적이 있는데, 안 본 사이에 안색이 더 좋아졌네요.”진호중의 부인 임윤정은 사실 재벌가 사모 모임에는 낄 수 없는 신분인지라 일전에 장례식장에서도 그저 시윤을 멀리서 본 게 다였다. 게다 수진이 시윤과 너무 닮아 있는지라 이상한 점을 당연히 눈치채지 못했었고.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완전히 천지 차이라는 걸 알아챘다.그제야 임윤정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저를 기억하실 줄 몰랐네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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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겂 없는 수진

시윤의 수심 가득한 모습을 눈치챈 임윤정은 시윤이 수진 때문에 화가 난 줄 알고 옆에 있는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사모님도 드시고 싶은 걸 고르세요. 이 집 김·치·연 칼국수가 그렇게 유명하다던데.”일부러 ‘김’, ‘치’, ‘연’ 세 글자를 붙여 말한 것 때문에 아무리 들어도 의미심장했다.그걸 눈치라도 챈 건지 수진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쳤다.“지금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예요?”그 말에 임윤정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놀란 듯 대꾸했다.“왜 그래요? 저는 음식을 말한 건데.”남편과 함께 바닥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임윤정은 평소 한수진 같은 여우를 가장 혐오하기에 말에 가시가 달리는 건 당연했다.하지만 수진은 너무 어려서인지 감정 하나 숨기지 못하고 화가 난 듯 젓가락을 내팽개쳤다.“민 사장님, 저 여자 봐요. 저를 막 욕해요.”“그게 뭐가 욕하는 거야?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는 다들 좋아하는 건데.”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충 대답했다.누구나 좋아한다는 말에 이내 기분이 풀린 수진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우리 얼른 종업원한테 음식부터 올리라고 해요. 저 배고파요.”종업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음식을 모두 대령했다.그사이, 민혁은 몇 번이나 비즈니스 얘기를 꺼냈지만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진호중은 그의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그때 시윤이 민혁에게 눈빛을 보내며 젓가락을 내려 놓고 임윤정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제가 해외에서 공연하고 있을 때 소문을 들었는데, 외자기업에서 거금을 주고 광물을 매입하려 한 걸 거절하고 오히려 정상 가격에 국내에 팔았다면서요?”그 말에 임윤정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그런 것까지 알고 계세요?”두 사람에 대해 진작 학습을 한 시윤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공장장님이 인터뷰에서 한 말씀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나는 거친 사람이라 이런 희귀 금속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귀중한 건 압니다. 귀중한 건 반드시 가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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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술에 약을 타다

등을 보인 도준의 모습에 당황해 난 시윤은 답답함을 가라앉히기 위해 상 위에 놓인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었다.마침 뜨거운 수프를 내려놓던 종업원을 발견하지 못한 그녀의 행동에, 종업원이 놀란 듯 소리쳤다. 하지만 진작 손을 벗어난 수프 그릇이 그대로 엎어지면서 시윤의 몸에 쏟아졌다.시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손목이 잡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도준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에 시윤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흔들렸다.그때 적잖이 놀란 종업원이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괜찮아요. 제가 실수로 팔을 건드린 건데요.”말을 마치자마자 팔목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전해져 손을 들어보니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도준도 그걸 봤는지 얼른 시윤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찬물로 헹궈.”“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이거...”시윤은 경계하는 듯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끌려갔다.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바싹 뒤를 따랐다.“어! 민 사장님!”그때 문 앞에 있던 민혁이 막아서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한수진 씨, 민 사장님은 따로 볼 일이 있으니 잠자코 기다리세요.”“당신!”수진은 화가 난 듯 버럭 소리치다가 문밖으로 고개를 돌려 도준을 목청껏 불렀지만 도준이 대꾸도 하지 않자 화가 난 듯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다가 본인 가방에 허리가 눌려 짜증 난 듯 벗어 던지려 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동작을 멈췄다.‘참, 그 약!’사실 도준이 언젠간 제 차지가 될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수진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니. 그런데 시윤이 발 조금 데인 거로 잔뜩 긴장해하는 도준을 보자 순간 불안해졌다.마음이 급해진 수진은 다른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에 약을 도준의 컵에 부어 넣었다....쏴-도준은 힘있는 손으로 시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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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달래려면 꽤 애먹어야 하거든

도준의 눈빛은 그 순간 살짝 흔들렸다. 이윽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다정한 말에 시윤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요.”고개를 들어 도준을 보니 그의 눈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핏발이 서 있었고, 검고 깊은 눈동자 속에 담긴 감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그 순간 갑자기 민시영한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도준이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던 말...다시 입을 연 순간 시윤의 목소리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요즘 잘 지내요?”도준은 약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왜? 안 좋아 보여?”분명 전과 다를 것 없는 말투였지만 시윤은 왠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심지어 지금도.예전 같았으면 도준은 이처럼 차분하게 긴 대화를 이어나가지도 않았을 거다. 본인 내키는 대로 시윤을 어깨에 둘러 메고 나가면 모를까.‘이런 변화가 한수진 때문일까?’시윤이 생각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도준은 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해원은 언제 돌아가?”“내일쯤?”시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늘 가.”그때 도준은 뜬금없는 말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내가 비행기 알아봐 줄게.”갑작스러운 말에 시윤은 어리둥절했다.‘지금 나 쫓는 건가?’이 순간 어떤 기분인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겨우 해탈한 것 같기도 하면서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깊은숨을 한번 들이쉰 시윤은 입을 열었다.“내일 아침 비행기 타고 가면 되니까,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하지만 도준은 시윤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비행기 하나 알아봐, 오늘 해원으로 갈 수 있는 거로.”전화를 끊은 도준은 시윤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허리를 곧게 세우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싱긋 웃었다.“오늘 떠나. 한수진 달래려면 꽤 애먹어야 하거든.”한수진...‘한수진이라고...’시윤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참지도 않고 피식 웃었다.‘하긴, 1년이란 시간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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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약에 당했다고?

도준은 손을 들어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을 집어 들었다.피같이 빨간 액체가 마치 좀처럼 진정이 안 되는 도준의 마음처럼 일렁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도준의 목울대가 꿀렁이며 반쯤 차있던 액체가 점점 사라졌다.고개를 들어 와인 한잔을 한꺼번에 마시는 도준을 보자, 수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심지어 약효가 더딜까 봐 술 한잔을 더 권했다.“민 사장님, 너무 기분 나빠 하지 마요. 다른 사람은 다 떠나도 저는 영원히 민 사장님 곁에 있을 테니까.”도준은 눈을 돌려 수진을 빤히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수진은 도준이 제 말에 감동했다고 생각하고는 또 잔을 들어 올리며 도준의 가슴에 기댔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준은 뭔가 느꼈는지 표정이 어두워지며 테이블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아!”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뜨거운 기름이 몸에 튀자, 수진은 곧장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민 사장님, 왜 그러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으면서..., 아!”잇따라 또 비명이 들리더니 도준은 수진의 팔을 잡으며 잔뜩 내리 깐 목소리로 무섭게 물었다.“나한테 뭘 먹인 거야?”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한 수진은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오리발을 내밀었다.“무슨 소리에요? 전 그저 술만 따랐는데...”“아! 아파요!”다음 순간, 고통에 찬 비명이 들리더니 수진은 탈골된 팔을 감싸안으며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방금 전 제 아내를 버린 남자를 바라봤다.“전 그저 민 사장님한테 저를 모두 내어주려고 한 것뿐이에요. 악의는 없었다고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준은 코웃음을 쳤다.“감히 나한테 약을 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네.”창밖은 어느새 짙은 어둠이 깔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이 순간 실내에 있는 도준의 두 눈보다 어둡지도 무섭지도 않았다....“띠-“민혁은 경적을 울리며 고개를 창밖으로 빼 들고 꽉 막힌 길을 바라봤다.“시윤 씨, 오늘 길이 너무 막혔는데, 내일 가면 안 돼요?”그 말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시윤은 창 밖에서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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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통제력을 잃다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간 시윤은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서 찬물 세수를 하고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거울 속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물에 젖어 있었고, 물방울은 날렵한 턱선을 타고 목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앞머리를 뒤로 넘긴 탓에 공격적인 이목구비가 더 입체적으로 보였으며 마치 한 마리의 흑표범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검은색 셔츠는 남자의 탄탄한 근육을 막지 못해 남성미와 야생미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그 순간, 시윤은 도준이 당한 약이 제가 생각하는 약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어, 민혁 씨가 찾아요...”왜 돌아왔어?”도준은 시윤에게 한발 한발 다가섰다. 심지어 그녀에게 물러설 틈도 주지 않고 힘 있는 팔로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떠나라고 경고 했잖아. 그런데 왜 돌아왔어?”놀라울 정도로 낮게 잠긴 도준의 목소리는 마치 모래라도 섞여 있는 듯 시윤의 온 감각을 긁어댔다.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떤 시윤은 저에게 가까워진 상대의 숨결에 몸이 굳어버렸다. 도준은 제 얼굴을 시윤의 얼굴에 꼭 붙인 채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파묻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장이라도 시윤을 으스러뜨릴 것처럼 꽉 쥐었다.옷을 사이 두고 느껴지는 도준의 몸은 데일 것처럼 따가웠다. 도준의 가슴을 손으로 막으며 거리가 더 가까위지지 않도록 자세를 잡은 시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민혁 씨가 밖에 있어요. 어, 얼른 병원에 가 봐요..., 아!”외마디 비명이 들리더니 도준은 한 손으로 시윤을 안아 세면대 위에 앉혔다.이윽고 제 고개를 시윤에게 파묻고 냄새라도 맡는 듯 숨결을 내뱉었다. 데일 것처럼 뜨거운 숨결에 시윤이 괴로워할 때.“여보.”도준은 낮게 중얼거리며 시윤의 쇄골 라인을 따라 꽉 깨물었다.“나 좀 도와줘.”시윤의 두 다리는 세면대에 대롱대롱 들려 있었고, 등은 거울에 꼭 붙어 있어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심지어 뜨거운 열기에 머리라도 어떻게 됐는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제가 어떻게 도와요?”손을 시윤의 옷 안에 넣어 허리를 만져대던 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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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새벽 2시, 블랙 썬.민혁이 리클라이너에 대자로 누워 휴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그 인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난 민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도준을 보자 이내 헤실 웃었다.“하하하, 도준 형, 왔어?”“한수진은?”“지하실에 가뒀어. 이 방에 두려고 했는데 너무 소리쳐 대서 아래로 보냈어.”민혁은 도준이 수진에 대한 ‘옛정’을 생각해서 스스로 타당한 변명을 찾았다.하지만 도준은 관심없는 듯 이내 지하실로 내려갔다....“민 사장님!”도준을 보자마자 수진의 눈물샘은 터지고 말았다.“왜 이제야 왔어요? 저 좀 구해줘요. 한민혁이 저 여기에 버려둬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이 지하실은 마침 시윤과 은우가 갇혔던 그 방이다.주위를 빙 둘러보니 전에 살던 곳을 다시 방문한 듯한 재미마저 느껴졌다.의자를 끌어와 앉은 도준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팔을 끌어안고 우는 수진을 바라봤다.“말해, 약 어디서 난 거야?”수진은 겁에 질린 듯, 고민도 없이 원혜정의 이름을 불었다.“혜정 이모예요! 혜정 이모가 저 협박해서 할 수 없이 그런 거예요. 저희 집에 와서 저에게 민 사장님 얘기를 해주었고, 그 계기로 제가 사장님을 좋아하게 되자 저를 이용해 백제그룹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두 막으라고 시켰어요. 그래야 남편 다시 살려 민씨 가문에서 발붙이고 살 수 있다면서. 나쁜 일은 모두 혜정 이모가 시킨 거예요, 전 진짜 억울해요!”흥미 가득한 도준의 얼굴은 수진의 고백을 들으면 들을수록 어두워졌다.‘쯧, 고작 몇 마디 했다고 제 패를 까발리다니.’몇 년 전 시윤을 돌이켜보면 이보다는 훨씬 굳세고 강했었다. 도준에게 은우와 저의 왕래를 들키고서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저를 인질로 내세워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지어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그 덕에 도준은 시윤과 끝까지 두고 봤었다.심지어 그 개자식이 시윤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목숨도 살려줬다.‘얼굴만 비슷했지 하나도 안 닮았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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