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201 - Chapter 1210

1602 Chapters

제1201화 도준의 과거

그 말을 들은 시윤은 흠칫 놀라 동작을 멈췄다. 심지어 거의 동시에 뭔가를 알아차렸다.그때 수아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신화요?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아시아권 남자였는데 본인 이름을 한 번도 말한 적 없어요.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나는 상대는 꼭 지옥을 간다고 해서 우리끼리 데몬이라고 불렀거든요.”가이드의 말에 단원들은 웃음이 터졌다. 수아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에이,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그 말에 가이드는 연신 손을 저었다.“더 대단한 것도 있는데 놀랄까 봐 말 안 했어요.”어느덧 밤이 깊어 부랑자들과 업소 여인들이 길에서 어슬렁거리기 시작하자 은정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우리도 돌아가자.”겁에 질린 단원들은 더 이상 앞으로 가볼 엄두도 내지 않고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네, 얼른 가요.”...하지만 단원들이 떠나고 난 뒤, 시윤이 또다시 가이드 쪽으로 되돌아왔다.“혹시 그 피어섬이라는 곳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그로부터 얼마 뒤, 시윤은 피어섬 입구에 도착했다.다른 불법 복싱장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간판도 없이 허름한 문에 검은색 커튼을 쳐두었다.그때 가이드가 이곳은 방금 전 복싱장과 배경이 달라 되도록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당부했다.암막 커튼은 전 복싱장과 다를 게 없었지만 규모가 전의 7,8 배 정도 돼 보였다.이제 막 경기가 끝났는지 고객들은 다음 경기에 배팅하고 있었다.그때 주위를 둘러보던 시윤의 눈에 벽에 빽빽이 붙어 있는 포스터가 들어왔다.“이게 뭐죠?”“선수들 정보예요. 배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렇게 적어 두는데, 이건 몇 년 전 거예요, 새건 저쪽에 있어요.”가이드는 사람들이 에워 싸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하지만 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미 누렇게 변한 포스터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링 위에서 삐딱하게 서있는 짧은 머리의 남자.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근육이 빽빽이 잡혀 있는 남자는 눈썹을 치켜 올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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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내연녀의 도발

지난 날을 회상하던 시윤은 시영의 말을 부정했다.시윤은 이제 도준을 미워하지 않는다.시영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윤이 도준을 만나지 않으려 하는 게 당연히 미워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에 시영은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미워하지 않으면 오빠랑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시윤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내가 도준 씨를 미워하지 않는 건 나라도 그 상황이면 똑 같은 선택을 할 거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요. 나 이씨 집안 사람이잖아요.”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윤은 도준을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이씨 집안 딸로서 도준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사실 지금 이대로도 좋은 것 같았다. 서로 각자의 생활을 하며 점점 잊어가는 것도.시윤의 뜻을 이해한 시영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더 이상 도준을 입 밖에 내지 않고 다시 시시콜콜 수다를 떨었다.그러다 우연히 시윤이 내일 경성 예술학교에서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들은 시용은 표정이 살짝 미묘해졌다.“내일도 볼 일이 있다면 더 이상 시간 빼앗지 않을 게요.”...다음 날.극단 단원들은 경성 예술학교에 도착했다. 이렇게 학교에 초대될 때는 일반적으로 강좌 교류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다들 평상복을 입고 스크린으로 무용극을 감상했다.그러다 시윤이 연속으로 점프하는 구간이 나오자 학생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영상을 찍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그러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다들 각자의 관심사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손을 번쩍 들었다.“시윤 선배, 혹시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춤 관련 질문을 하는 시간에 이런 질문은 너무 뜬금없었다.하지만 시윤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수아의 마이크를 건네 받으며 대답했다.“그건 사람들마다 다르죠. 나한테 결혼이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앞으로의 갈 길에서 서로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해요.”그러자 여자애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배우자가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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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선배랑 닮았어요

시윤의 충고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언젠가 도준과 이혼할 텐데, 직접 찾아와 도발하기보다 때를 기다렸다가 도준이 이혼하면 그때 당당하게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으니.이렇게 급하게 도발하면 오히려 사람들 눈에 남의 가정 파탄 낸 상간녀로 낙인 찍히고, 도준까지 한꺼번에 바람 피운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하지만 여자애는 오히려 시윤의 진심 어린 충고를 안 좋게 받아들였다. 저를 자극한다고 생각해 거슬리기까지 했다.심지어 시윤의 말을 무시한 채 사진을 빼앗더니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관심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면 다른 사람이 눈독 드려요. 차라리 빨리 손에 넣는 게 낫지.”말을 마친 여자애는 화가 난 듯 떠나버렸다.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진은 여자애를 몇 번 더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저 여자...”“왜? 예뻐?”“선배보다는 못하죠! 그런데 왠지 선배랑 닮은 것 같아요. 아니, 아주 닮았어요.”시윤은 옆에 있는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확인했다.‘어쩐지 익숙하다 했네.’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수아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선배, 저런 사람은 무시해 버려요. 대역인 주제에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시윤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대체 당한 사람도 대단한 건 아니지. 사람은 누구다 변하는데, 대역은 언제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갖고 있을 거잖아.”“하, 대역이든 아니든 간에 상대가 직접 찾아와서 도발하는데, 왜 한바탕 싸우지 않아요?”소은도 화가 난 듯 끼어들었다.“맞아요. 아까 그런 질문 한 것부터 너무했잖아요.”대신 열을 내는 두 사람과 달리, 시윤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시간을 확인했다.“됐어.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니 준비해야지. 여기 교장 선생님이 우리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거든, 너희들도 얼른 준비해.”수아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소은이 팔소매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윤영미가 수강료를 전혀 받지 않겠다고 하여 고마음울 표현하기 위해 경성 예술학교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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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사람 잘못 봤어요

정신을 차린 시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극단 식구들과 같이 왔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민혁은 시윤이 수진을 봤다는 걸 눈치채고 얼른 설명했다.“저기, 한수진은...”“민혁 씨.”그때 시윤이 민혁의 말을 자르며 싱긋 웃었다.“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요. 다 아니까. 극단 식구들이 기다려서 저 먼저 가볼게요.”시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자 민혁은 이마를 탁 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망했네.’...룸으로 다시 돌아온 시윤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직접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그건 도준이 수진의 요구를 들어주고 마음대로 하도록 방임하는 것보다, ‘블랙선에서 기다려라’고 하던 민혁의 말 때문이었다.그 한마디로 두 사람의 관계가 한동안 지속됐고, 심지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선배, 안색이 안 좋은데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음료라도 좀 마셔요.”우진은 말하는 동시에 시윤 앞에 놓인 컵에 주스를 따랐다.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주스를 두 모금 정도 마이니, 차가운 액체가 달아오르는 술기운을 어느 정도 눌러주었다.‘됐어, 그만 생각해. 도준 씨 같은 사람 곁에 여자가 부족할 리 없잖아. 한수진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있었을 거야. 내일 해원에 돌아가면 앞으로 다시 경성에 올 일도 없을 텐데.’‘아니구나, 이혼할 때 한 번쯤은 오겠네.’모임이 끝나자 교장은 극단 식구들이 바로 휴식할 수 있게 호텔에 방을 잡아주었다.적당히 마신 제자들과 달리 윤영미는 꽤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아픈지 자꾸만 관자놀이를 눌러댔다.시윤은 우진에게 윤영미를 맡기고 곧바로 숙취해소제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위를 한참 동안 돌다가 겨우 약방을 찾은 시윤은 술을 많이 마신 선배들 것도 몇 병 챙겨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그제야 룸 번호를 물어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20층에 있는 건 기억 나는데.’우진에게 물어보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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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우리 방이에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입맞춤이 또다시 쏟어져 내렸다.시윤은 아예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휘몰아치는 도준의 입맞춤을 견뎌야 했다.진작 도준의 입맛대로 길들여진 시윤의 몸은 도준의 동작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그러다가 도준의 모에서 나는 술기운에 취하기라도 한 듯 몸부림이 점점 줄었다.하지만 도준이 시윤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할 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려왔다.삐-자물쇠가 열리더니 거실에서 수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민 사장님?”“어? 아까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그 시각, 방 안에서 수진의 목소리를 들은 시윤은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을 번적 차리더니 있는 힘껏 도준을 밀어 버렸다.이윽고 침대에서 내려 바닥에 널린 옷을 걸치며 밖으로 나갔다.마침 침실로 들어가려던 수진은 도준의 방에서 나오는 시윤을 보자 놀란 듯 멈춰 섰다.그러다 흐트러진 시윤의 옷과 붉게 부은 입술을 보고는 약 2초간 멍해 있더니 곧바로 얼굴을 붉히며 버걱 소리쳤다.“선배가 왜 여기 있어요?”이제 막 떠나려던 시윤은 수진의 물음에 걸음을 멈췄다.“이봐요. 한수진 씨, 지금 무슨 입장으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죠?”수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마터면 눈 앞에 있는 시윤이야 말로 도준의 명목상의 부인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본인이 도준을 알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였기에, 수진은 그동안 저를 여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쉽게 물러날 수진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이 방은 오늘 밤 우리가 같이 쓸 방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숙취해소제를 사러 간 사이에 마음대로 들어왔으니 도둑과 다를 게 뭐 있어요?”그 말에 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그동안 많이 성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머리 꼭대기에 밟고 올라오는 걸 눈감아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이봐, 내가 이혼하기 전에 우리의 모든 건 부부 공동 자산에 속해. 이 방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누가 누구더러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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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진정성이 제일 잘 먹히지

1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도준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아니,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 전에 시윤과 함께 있을 때는 날카로운 모습을 숨기고 있던 그였는데, 지금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으니 또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찌나 포악하고 오만한지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정도였다.그 눈빛 한 번에 시윤을 대신해 나서 주려던 수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한편, 시윤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줄은 몰랐던 수진은 잔뜩 날 선 눈으로 시윤을 노려봤지만, 도준이 옆에 있는 바람에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민 대표님, 저 방에 물건을 두고 왔는데 같이 가지러 가줄래요?”수진의 말에 수아는 얼굴을 팍 구겼다.그 말은 두 사람이 어젯밤 같이 잤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이렇게 버젓이 말하다니, 진짜 개 같네!’도준은 비난의 눈빛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두고 나왔으면 다시 사.”말을 마친 도준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널찍하던 엘리베이터는 도준이 들어오자마자 이내 빼곡해졌다.수진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지만 도준이 이미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것을 보고는 울상이 되어 따라 들어갔다.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도준은 시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계속 시윤의 눈치를 살피던 우진은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무슨 말이라도 꺼냈다가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위에는 무거운 적막만 흘렀다.그 침묵을 깨뜨린 것은 다름 아닌 한수진이었다. 그녀는 도준을 올려다보며 뜬금없이 애교를 부렸다.“벌써 9시가 다 돼가네요, 여기 랍스터 죽은 한정 판매라 일찍 내려가야 먹을 수 있다던데, 아직 있는지 모르겠네요.”시윤이 서 있는 각도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도준이 살짝 보였다.“그러면 주방장더러 다시 하라고 하면 되지.”도준의 말에 신이 난 수진은 뒤를 흘끔거렸다.“아하, 호텔 지배인한테 말하면 되네. 일반인들이랑 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뒤에 있던 일반인 수아는 그 말에 화가 나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마침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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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달라진 도준

방금 전 해프닝 때문에 시윤은 입맛이 없어져서 조금 먹다가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난 짐 정리하러 올라갈게, 오후에 해원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수아는 젓가락을 물고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요? 해원 투어가 일주일 남았는데, 우리는 경성에서 더 놀 생각인데.”소은이 팔꿈치로 수아를 한 번 툭 치고는 입을 열었다.“일찍 돌아가는 것도 좋지. 경성은 아직 추운데, 해원은 꽃도 폈을걸?”“그렇네, 해원에 꽃이 피었겠네.”시윤은 눈을 내리깔고 살짝 웃었다.이윽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있던 우진이 따라 일어났다.“선배, 저도 배불러요. 같이 올라가요.”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우진은 시윤을 계속 힐끔힐끔 훔쳐봤다.“선배, 몇 시 비행기로 예약했어요? 저도 일찍 돌아가고 싶어요. 말해주면 같은 비행기로 예약할게요.”“아직 정하지 않았어. 오후로 예약하려고.”우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오후 1시랑 3시에 있는데, 선배는 평소 어떤 항공사를 애용해요?”그 말에 시윤은 얼른 고개를 돌려 우진의 핸드폰을 바라봤다.뒤에서 보면 그 모습은 마치, 우진의 어깨에 기댄 것처럼 보인다.우진도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다가왔다. 젊은 남자와 예쁜 여자가 꼭 붙어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하지만 시윤이 열심히 항공편을 고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팔을 낚아채는 바람에,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방금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선배!”“선배한테서 떨어져요!”우진이 다가가려 했지만, 남자의 바이 그대로 배를 걷어차는 바람에 괴로워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시윤은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도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시윤이 얼른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우진의 상태를 살피려 했다. 하지만 도준이 한발 먼저 엘리베이터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엘리베이터는 마구 흔들리더니 이내 작동을 멈췄다.그 충격에 놀라 비틀거리던 시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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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왜 이혼 안 해요?

“윽!”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덜미의 손이 갑자기 조여오기 시작하더니 시윤은 고통스러워하자 이내 힘을 풀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조임에 시윤은 멈추지 못하게 했다. 예전에 도준이 시윤을 이렇게 위협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진짜로 죽일 듯이 힘을 쓴 적은 없다.심지어 시윤이 기침을 할 때에도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 후 시윤이 몸을 곧게 펴고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시윤은 지금의 도준이 이전보다 더 변덕스럽다고 느껴졌다. 물론 예전에도 제멋대로 행동했지만 그때는 그저 남을 무시하는 것에 가까웠다.하지만 지금은 인간이라기 보다 구속받지 않은 짐승에 더 가까웠다. 심지어 시윤을 포함한 누구도 안중에 없는 듯했다.이런 도준에게 반항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시윤은 알고 있었다.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힌 후 냉정하게 말했다.“이혼은 도준 씨와 한수진 씨를 위해서 제안한 거예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말을 마친 시윤은 도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더니 가장 가까운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도준은 그런 시윤을 막지 않았지만, 시윤은 멀리 떠나서야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아까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도준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여전히 시윤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시윤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20층.시윤은 방 안에서 고통을 참는 우진을 보며 말했다. “미안해, 이럴 줄 몰랐어. 괜찮아? 병원에 안 가도 되겠어?”“괜찮아요. 선배 탓 아니에요.”우진이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민도준이 선배 다치게 한 건 아니죠?”시윤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진이 시윤의 목에 찍힌 손가락 자국을 가리키며 물었다. “선배! 이거 민도준이 그런 거예요?”그 말에 시윤이 목을 쓰다듬었다. 숨 막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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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어요?

시윤은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 얼굴을 보며 말했다. “몰라요.”“선배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분명 잘 지내고 있었는데, 선배가 돌아오자마자 민 사장님이 사라졌어요. 선배가 귀찮게 한 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를 식당에 혼자 내버려둘 수 있었겠어요!”방금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장면이 생각난 시윤은 차갑게 말했다. “한수진 씨,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갈게요, 나 아직 도준 씨 부인이에요, 우리가 뭘 하든,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라고요. 이렇게 호들갑 떨수록 그쪽만 우스워져요.”한수진이 격노하며 말했다. “부인은 무슨! 지금 민 사장님 곁에 있는 사람은 저예요, 민 사장님은 선배가 불쌍해서 이혼 안 하는 것뿐이에요. 선배가 뭔데 나를 가르치려 드는 거예요!”“게다가, 만약 선배가 정말로 둘째 민 사장님을 사랑한다면 왜 지난 1년간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은 건데요? 춤 때문에? 내가 선배라면, 절대 민 사장님 안 떠났을 거예요!”수진이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시윤은 문득 한수진과 제 차이를 알았다.그리고 수진의 그런 모습이 바로 도준이 바라는 거고.“민 사장님!”그때 수진이 시윤의 뒤를 보며 눈을 반짝이며 빠른 걸음으로 깡충깡충 뛰어갔다. “어디 갔다 왔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놀랐잖아요.”수진은 여전히 돌아서지 않은 시윤을 보며 말했다.“민 사장님, 저 방금 여기서 시윤 선배와 마주친 거 있죠? 그 남자 후배 방에서 나오던데, 사이가 엄청 좋은가 봐요.”바로 떠나려던 시윤은 도준이 화가 나 우진에게 상처를 입힐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하지만 도준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시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유롭게 말했다. “남들이 뭘 하든 신경 쓰지 마. 오전에 수업 있지? 데려다 줄게.”수지는 도준의 대답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아니지, 선배가 어디서 나오는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건 시윤 선배한테 이제 관심이 없다는 뜻이잖아.’“그럼 저녁에 데리러 와 줄래요?”“저녁에는 시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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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헤어진 1년

시윤의 질문을 들은 시영은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윤이 씨는 모르죠? 지난 1년간 저희가 어떻게 지냈는지.”시윤이 출국한 후 도준은 다시 경성으로 돌아왔다.그 뒤로 회사와 블랙썬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거의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만 했다. 낮에는 회사를 경영하고, 밤에는 블랙썬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일전에 민혁은 시영에게 도준이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고 넌지시 말한 적이 있다.그것도 모자라 일이 끝나면 복싱장에 가서 복싱을 하거나 자동차 경주장에 가서 차를 몰곤 했다. 사실 시영은 도준이 결혼하고 나서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윤이 떠난 후, 도준은 또다시 예전처럼 잔인하고 포악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심지어는 예전보다도 더 무서워졌다.어는 한번은 회의실에서 회사 기밀을 훔치는 스파이를 발견하고 그 사람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적이 있는데, 만약 그때 한민혁이 막지 않았다면 살인사건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저를 감시하러 들어온 사용인들을 죽기 직전까지 고문한 적도 있다.그날, 민씨 저택에서 밤새도록 이어진 사용인들의 비명 때문에 모두가 겁을 먹었다. 게다가 시영마저도 도준에게 보고하러 갈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법의 제재를 받는 곳에서도 이 정도인데, 블랙썬에서는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오죽하면 도준이 지나간 곳마다 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렸고, 사람마다 겁을 먹었을까?...지난 일을 떠올리던 시영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더니 이내 뜨거운 커피로 진정을 되찾았다.“한수진이라는 여자가 나타난 게 마침 그때쯤이었어요. 한수진은 무용과를 다니는 학생인데 그때 마침 교외 리셉션에서 춤 추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마침 도준 오빠와 발견했거든요.”지난 일을 털어놓던 시영은 잠깐 숨을 돌리다가 말을 보탰다.“그때 한수진도 마침 발레를 했거든요.”“이런 우연이...”듣고 있던 시윤이 중얼거렸다.“저희도 그렇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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