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191 - Chapter 1200

1602 Chapters

제1191화 사탕 선물

“지금...”이제 막 어디 있냐고 물으려던 하윤은 두 사람의 현재 관계를 떠올리자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1년 동안 안 만날 거라면서요?”떠들썩한 소리 속, 남자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느긋했다.“만난 건 아니지, 우연히 마주친 거지.”도준의 말투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뻔뻔했다. 심지어 룰을 어긴 것에 대한 미안함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하윤은 그런 도준을 보며 참지 못한 듯 물었다.“극단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거라고요?”“응.”“...”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거라는 생각에 하윤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나한테 볼 일 없을 테니 전화 끊을게요.”“잠깐만.”도준은 사람들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작은 머리통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주인공으로 뽑히면 사탕 주겠다고 했잖아.”“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사탕 안 먹어요.”“다 큰 어른인거 알아. 어른이 먹는 사탕이야.”“지금 그걸...”‘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따지려는 순간, 안내음이 울렸다.“다음 역은 의성입니다. 내리실 분들은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목적지에 도착하여 하윤도 내릴 준비를 해야 했다.아직 집에서 저를 기다릴 엄마를 생각하자 하윤은 다시 입을 꾹 다물고는 인파를 따라 입구로 향했다.그때, 누군가 시간에 쫓기는 듯 급히 지나가면서 밀치는 바람에 하윤은 몸을 비틀거렸고, 때마침 뒤에서 남자가 손을 뻗어 하윤을 받쳐주었다.익숙한 품이 등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도준인 걸 알 수 있었다.다음 순간, 남자의 손은 기회라도 엿보는 듯 점점 노골적으로 하윤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제 품에 가두었다.이윽고 뜨거운 숨결이 귀에서 느껴지며 귓바퀴를 훑었고, 도준의 손길이 맞닿은 피부를 통해 전해지면서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제야 하윤은 흠칫 놀라 버둥댔다.“이거 와요.”“너무 붐벼서 그럴 수 없어.”도준은 하윤의 어깨에 나른하게 기대어 그녀의 머리에 코를 박았다.“나 제대로 서지 못해서 그러는데, 좀 기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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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새로운 생활

하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양현숙만 보였다.“오빠는 어디 갔어요?”그 질문에 양현숙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오빠는 학교에서 바로 레스토랑으로 갈 거래. 요즘 엄청 바쁘거든.”승우가 참관 수업을 열기 시작한 뒤로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날로 늘어났다.그도 그럴 게, 티켓 구하기도 어렵던 연주자가 일반인을 상대로 참관 수업을 한다니, 자식을 연주자로 키우려는 부모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관수업에 참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그중에는 심지어 예술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마저 여럿 있었다.때문에 승우는 일주일 동안 꽉 찬 스케줄로 강의를 준비해야 했다.심지어 줄을 서서 제자로 받아 달라고 부탁해오는 사람들을 제외한 상황이었는데도, 이 정도로 바쁜 일과를 보내야 했다.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지, 만약 팔을 다치지 않았다면 승우는 지금쯤 세계적인 무대에서 공연을 하느라 참관 수업을 열 시간조차 없었을 거다. 그러니 선생님이 된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오고 나서야 겨우 도착한 승우는 꽃다발을 하윤에게 내밀었다.“축하해.”“뭐야? 지각했으면서 꽃으로 퉁치려는 거야?”하윤은 꽃향기를 맡더니 콧방귀를 뀌었다.그 말에 승우는 피식 웃었다.“선물은 내가 월급날 사줄게.”그제야 하윤은 마지못해 동의했다.그때 옆에 있던 양현숙이 끼어들었다.“차용증이라도 써, 네 오빠 월급 꽤 높아, 절대 봐주지 마.”교장은 일인당 16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승우의 강연 가격을 정해주었다. 소비 수준이 높은 해원에서 스타 강사라는 이름으로 사람당 20만원에서 40만원을 받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16만원은 무척 합리적인 가격이다.게다가 자녀 교육에는 늘 열과 성의를 다하는 부모님들이 아들 딸을 위해 이렇게 대단한 여주자의 강의에 돈을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하지만 결국은 학생이 너무 많이 모이는 바람에, 많은 부모님들은 아는 사람끼리 소조를 묶어 2대1 과외까지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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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우연한 만남

저녁 9시, 민혁은 도준을 배웅하러 공항으로 향했다.최근 민씨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민시영 혼자서는 놈들을 상대하지 못해 도준이 직접 나서야 했다.그때 민혁이 도준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저기, 도준 형, 걱정하지 마. 내가 하윤 씨 주위에 수컷은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잘 감시할게. 모기라도 수놈이면 바로 죽여버릴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혁의 핸드폰이 반짝이더니, 위에 [하윤 씨]라는 세 글자가 떴다.그것도 이렇게 늦은 야밤에 말이다.도준은 그 순간 민혁을 빤히 바라봤다.“모기라도 수놈이면 어쩌겠다고?”민혁은 몸을 흠칫 떨며 울상을 지었다.‘하윤 씨, 전화를 해도 왜 하필 지금 하세요?’그러다가 속으로 울부짖으며 전화를 받았다.“네, 하윤 시.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시간을 확인하니 밤 9시가 넘었다. 그제야 하윤은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혹시 지금 예기하기 어렵나요? 그럼 내일 다시 얘기해요.”“아니요. 지금 말하셔도 돼요.”이 상황에 확실히 얘기하지 않으면 민혁은 오늘부로 가을과 연인 관계를 쫑내게 될지도 몰랐다.하지만 민혁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하윤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혹시 내일 만날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괜찮다면 제가 찾아 갈게요.”민혁은 순간 식은땀이 흘러 감히 옆으로 시선을 도리지도 못했다.“저... 저는 무슨 일로...”“도준 씨 물건 돌려주고 싶은데, 대신 부탁하려고요.”그 말에 민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일 때문에 전화한 거였구나. 놀랐잖아요.”민혁의 말에서 하윤은 곧바로 뭔가 눈치챘다.“혹시 지금 같이 있어요?”“어, 네. 지금 옆에 있는데...”민혁이 우물쭈물 말하는 사이, 도준이 어느새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왔다.“선물이니까 마음에 안 들면 갖다 버려.”“...”전화를 끊은 하윤은 짜증 나는 듯 핸드폰을 내팽개 치고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됐어,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떠날 건데 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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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도준의 경고

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다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혁이 끼어들었다.“저희도 갈 곳이 있거든요. 그 뭐야, 사업 때문에.”그러니까 앞으로 4시간 동안 도준과 함께 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사업 때문이라고? 누가 속을 줄 알고.’하윤은 속으로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지만 통로를 막고 있을 수 없었기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그런데 자리에 앉은 순간 수아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어? 선배, 어쩐지 극단 식구들이랑 같이 앉지 않는다 했더니, 이미 약속한 사람이 있었네요.”앞뒤 좌석에 모두 극단 식구들인데, 수아가 높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하나 둘 고개를 빼 들고 하윤 쪽을 돌아왔다.심지어 소은도 헤실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아하, 형부였네요. 선배, 벌건 대낮부터 형부랑 애정표현 하면 나 같은 솔로는 어쩌라고 그래요?”그때 뒤에 앉은 후배도 고개를 쑥 내밀었다.“선배 남편 어디 있는데? 앞에서 다 봤으면 들어가, 우리도 좀 보게.”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자 하윤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고 심지어 부끄럽기까지 했다.하지만 옆에 앉은 도준은 여전히 여유롭게 행동하며 ‘배려 깊게’ 하윤의 안전벨트까지 매주기 시작했다.도준의 커다란 손은 하윤의 허리를 느긋하게 쓸더니, 가까워진 탓에 긴장하여 움푹 파인 하윤의 쇄골로 시선을 옮겼다.“여보, 안전에 주의해야지.”하윤은 이런 다정함이 불편했지만 사람이 많은 탓에 반항하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그렇게 하윤을 놀리고 있을 때, 도준의 시선은 한 곳에 멈췄다.약 20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가 두 사람 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흥분한 듯 말을 거는 다른 후배들과 달리, 그 남자애는 오히려 약간 허탈해 보였다.민혁도 마침 임우진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지난번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오늘 보니 확실하네!’그런데 민혁이 발을 뻗어 우진을 넘어뜨리려고 할 때 도준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예뻐요?”도준의 날카로운 눈빛은 우진의 가면을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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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이어질 수 없는 운명

창가 쪽 자리에 앉은 탓에 하윤은 제 쪽으로 바싹 다가오는 도준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그러다 고개만 살짝 숙이면 입술이 닿을 위치까지 가까워지자 무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그 순간 위쪽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자기야, 여기 밖인데, 키스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눈 떠.”하윤은 그제야 자기가 당했다는 걸 눈치채고 버럭 소리쳤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1년 동안 안 볼 거라고 약속했으면서 나 갖고 장난 친 거예요?”하윤이 조금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이자 도준은 왠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에 하윤의 잔머리를 정리해 주면서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자기가 이번에 해외로 가면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데, 배웅해 주는 것도 허락 안 할 거야?”곧이어 도준은 긴 손가락으로 하윤의 코를 꼭 집었다.“몇 시간도 안 돼? 왜 이렇게 인색해졌어?”점점 쌓여가던 하윤의 분노는 도준의 몇 마디에 모두 꺼져버렸다. 심지어 솜을 내리친 것처럼 허무하기까지 했다.제 인생을 통제하고, 부속물처럼 생각하던 도준이 지금은 오히려 모든 걸 맞춰주며 기회만 엿보고 있으니.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만 하는 도준에게 익숙해진 하윤은 처음 겪는 도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한참 동안 말이 없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으며 어르고 달랬다.“지금까지 자기만 조건 내걸었잖아. 이번엔 내가 부탁해도 돼?”그 말에 하윤은 순간 경계했다.“뭔데요?”“간단해.”도준은 하윤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돌돌 말며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계속 지금처럼 본인을 가두고 있어, 담장 밖으로 나갈 생각 하지 말고.”하윤은 잠깐 멍해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무슨 헛소리예요?”이제 막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도준은 하윤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돌리더니 엄지 손가락으로 하윤의 입가를 문질렀다.“바람 피우지 마. 그랬다간 상대를 죽여버릴 지도 모르니까.”도준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그때 잠깐 생각하던 하윤이 입을 열었다.“지금 임우진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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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저 이시윤이에요

항구 도시에 도착하자 공항에는 이국적인 얼굴도 많이 눈에 띄었다.커다란 공간 속 누군가는 재회하고 누군가는 헤어지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별을 앞둔 커플이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모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일부 사람은 스케치를 손에 들고 마구 흔들어 대는가 하면 배웅을 해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이런 환경이라 그런지 이별의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하윤은 눈물도 나지 않았다.그 때문에 냉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두 사람이 오히려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하윤은 겨우 입을 열었다.“나 이제 가야 해요.”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 비행으로 다소 창백해진 하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품에 끌어안았다.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제 손에 있는 반지를 바라봤다.빨간 루비는 투명하고 깨끗했으며 반짝반짝 빛나 유독 아름다웠다.서로 가장 뜨겁게 사랑할 때 받은 그 반지는 두 사람의 이별과 만남의 증거와도 같다.‘이것도 주인한테 돌려줘야겠네...’하윤은 반지를 빼 도준의 옷주머니 속에 넣었다.그러고는 도준이 반지를 꺼내려고 하자 손목을 잡으며 그를 빤히 바라봤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린 하윤의 눈은 무척이나 평온했다.“도준 씨, 나 놔줘서 고마워요.”“...”지난번에도 하윤은 이렇게 집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때의 하윤은 적어도 눈에 미련과 눈물이 맺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태연함과 감사함만 남았다.‘놔줘서 고맙다고?’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지금 그 인사를 받고 영영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뜻이야?”하윤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동의하든 하지 않든, 도준 씨 같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려 한다면 내가 무슨 수로 저항하겠어요?”지난번과 이번만 해도 그렇다. 아무일 없다는 듯 나타나 하윤의 마음을 어질러 놓고 아직 저 때문에 잠 못 이룬다는 걸 굳이 확인했으니.어찌보면 도준은 하윤을 달래는 거겠지만, 하윤한테는 이 모든 게 상처고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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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1년 후

1년 후.경성 예술학교.“너 그 소문 들었어? 시윤 선배가 우리 학교에 공연하러 온대.”“당연히 들었지. 나 사인받으려고 공연복을 몇 벌이나 준비했는지 몰라.”“뭐? 왜 하필 공연복에 사인받는데? 난 ‘지젤’공연 때 찍은 사진 준비했는데.”“바보야. 사진에 사인해서 뭐해? 당연히 공연복에 사인받아 기운을 물려 받아야지. 나 이미 다 생각도 해뒀어. 옷 안쪽에 싸인 받아 고이 모셔뒀다가 시험 볼 때 입으려고.”“역시 이런 머리는 널 못 따라간다니까. 난 유성펜으로 사인해달라고 해야지.”...반년 동안 갈고 닦으며 연습한 결과, ‘지젤’ 공연은 첫번째 공연부터 업계 최고의 평판을 얻었다.하지만 일반 대중들한테까지 널리 알려진 건 정작 여주인공의 고스트 댄스다.지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자살한 뒤, 똑같이 배신으로 죽은 여자들은 유령 앨리스로 변하는데, 여자를 배신한 남자들은 무덤에서 억지로 춤을 추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영상 속 유령들은 흰 베일을 머리 위에 덮고 스산한 분위기가 흐르는 묘지에서 춤을 추며 기회하고 낭만적인 모습을 그려냈다.그걸 본 많은 네티즌들은 사랑에 눈이 먼 본인의 친구를 [앨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짧은 영상이 퍼지면서 한동안 붐이 일어나 그 뒤로 ‘지젤’공연은 매번마다 만석을 기록했고, 발레 열풍까지 불러 일으켰다.심지어 각 대학의 무용단에서도 윤영미의 극단을 섭외하느라 경쟁이 일어났다. 예전부터 발레 문화를 전도하던 윤영미는 이번 기회에 전도 사업을 더 열심히 진행했고, 지난 반년간, 공연이 끝나면 항상 대학에서 강연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3월의 경성은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에 있어 햇살은 따뜻하지만 기온은 여전히 싸늘했다.다시 이 땅을 밟자 시윤은 왠지 한 세기를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난 1년간 도준은 약속한 대로 소식을 끊었고, 심지어 민혁마저 하윤의 생활에서 사라졌다.밤낮으로 춤연습에만 매진한 지난날 시윤은 점차 과거에서 벗어났고, 정해진 인생대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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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덤덤해진 태도

사실 지난 반년 동안, 시윤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게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끔은 도준과 싸운 것인지 묻는가 하면... 이혼했는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처음 이런 질문을 받은 건 첫번째 스캔들이 터졌을 때였다. 첫번째 스캔들 상대인 재벌녀가 자기 인스타 계정에서 도준에게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면서 소문이 퍼졌다.하지만 공은채와 스캔들이 터졌을 때처럼 도준이 공개적으로 결혼했다고 밝히지 않아 소문은 점점 더 부풀었다.극단에 있는 후배들은 그 소식에 하나같이 펄쩍 뛰며 화를 냈고 심지어는 [결혼한 유부남한테 공개적으로 구애하다니. 어쩜 이렇게 뻔뻔해!]라는 댓글을 달기까지 했다.하지만 재벌녀는 오히려 도준도 불편하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참견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수아는 돌아온 댓글에 미친 듯이 화를 냈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시윤은 그저 웃어 넘기며 연습이나 하자고 재촉했다.사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고, 이러기를 바랐었다.적어도 이번 한 번만 상처받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그래서인지 몇 달 만에 우진한테서 똑 같은 질문을 받은 하윤은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인 듯 그저 싱긋 미소 지었다.“너도 수아한테 옮았어? 왜 갑자기 가십거리에 관심이 생겼어?”그때 뒤에서 엿듣고 있던 수아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끼어들었다.“내가 언제요? 억울해요!”그러자 은정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아닌척 하기는. 지난번에 영미 쌤이 교장과 대화하는 걸 보고 와서는 쌤이 만나는 사람 있다고 소문 내는 바람에 벌로 화장실 청소했던 거 기억 안 나?”그제야 수아는 이내 차분해지더니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 영감이 영미 쌤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그 말에 수아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무겁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하윤도 분위기에 맞춰 미소를 지었지만, 우진의 눈에는 그 미소가 왠지 안개가 드리운 것처럼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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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오빠가 미워요?

“윤이 씨 너무 예뻐요.”민시영이 시윤에게 꽃을 건네며 박수를 보냈다.그런 시영을 보자 시윤도 놀랐는지 무의식적으로 옆을 둘러봤다.이에 시영은 윙크를 날리며 농담조로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요. 도준 오빠 싫어하는 거 알고 나 혼자 왔으니까.”꽃 선물을 하러 온 관객들이 사라지자 시영은 바깥을 손으로 가리켰다.“무대 뒤에서 기다릴게요.”...공연이 끝난 뒤, 시윤은 윤영미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그제야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영을 찾아갔다.“오래 기다렸어요?”시영은 손을 저으며 싱긋 웃었다.“윤이 씨 이제 수석 타이틀도 다 달았는데, 당연히 기다려야죠.”시윤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유머 감각이 여전하네요.”“나 진지한데? 요즘 친구들이 맨날 윤이 씨 동영상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친구들을 이기려고 이렇게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그 영광을 줄 수 있나요?”역시나 말주변이 뛰어난 시영 덕에 민씨 집안 식구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던 시윤도 결국은 거절하지 못했다.“저 화장 지우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텐데요.”“괜찮아요. 차에서 기다릴게요.”...시윤이 극장을 나올 때 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막 몇 걸음 뗐을 때, 뒤에서 우진이 쫓아왔다.“선배, 목도리 두고 갔어요.”“고마워.”목도리를 건네받으며 인사하는 시윤을 보자 우진은 뭐라도 더 말을 섞고 있었으나, 차에서 내리는 시영을 보더니 이내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럼 일 봐요.”“응.”우진이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시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우진을 가리켰다.“따라다니는 연하도 있고, 능력 좋네요.”“아니에요, 극단 후배예요.”“귀엽게 생겼네.”두 사람은 수다를 떨며 차에 올라탔다.그때 운전석에 운전하는 케빈이 눈에 들어오자 시윤은 시영을 흘끗 바라봤다.하지만 시영은 케빈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지 계속 시시콜콜한 얘기만 해댔다.시윤은 한때 케빈 씨가 감옥에서 나오면 시영과 잘될 줄 알았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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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신화 같은 남자

소예리드는 낭만과 폭력을 동시에 수용하는 도시다.이곳에는 세상에서 규모가 가장 큰 콘서트홀이 있고, 역사가 유구한 골든 홀이 있으며 조약돌을 깔아 만든 밤거리에서 색소폰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다.하지만 그 배후에는 야만과 폭력이 차고 넘친다.그곳에 있는 동안 윤영미는 제자들에게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하루는 남자 단원들이 도박장을 구경하고 싶다면서 다른 단원들을 꼬셨다. 사실 시윤은 함께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려는 곳이 불법 권투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이 떠올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의 치안도 국내 못지 않아 안전을 위해 단원들은 당지 가이드를 따라다녔다.그렇게 불법 권투장에 도착하자 가이드는 경비와 대화를 몇 마디 나누더니 팁을 내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두꺼운 커튼을 여는 순간 귀에 거슬리는 비명소리가 확 덮쳐왔다.시윤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권투장 안은 마치 열대림처럼 후텁지근했다.뜨거운 열기 속에 땀냄새, 담배냄새, 술냄새까지 더해져 역겹기까지 했다. 그곳은 시윤이 한 번도 본적 없는 세상이었다.서로 다른 인종의 남녀가 링 주위를 둘러 싸고 있었으며, 양쪽에서 쉴 새 없이 함성이 흘러나왔다.“You stupid jerk!”“Kill him!!!”사람들의 충혈된 눈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과 돈을 따겠다는 갈망이 넘쳐났다.이곳의 배당률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하루만에 전재산을 탕진할 수도, 새로운 재벌이 태어날 수도 있었다.무대 아래의 광기 섞인 함성이 무대 위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링 위에 있는 흑인 남성의 왼쪽 눈은 이미 피가 고여 흰자위도 보이지 않았고, 맞은편 상대는 얼굴이 울긋불긋 멍이 들고 덕지덕지 피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바닥을 향해 침을 뱉는 순간 이빨도 따라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이곳에는 아무런 보호대도 룰도 없었다.대머리 남자가 상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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