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111 - Chapter 1120

1602 Chapters

제1111화 수술을 앞당기면

이른 아침.병원 의료진들은 한데 모여 곧 있을 대수술을 일사불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그도 그럴 게, 어젯밤 이식을 할 남자애가 갑자기 고열이 나 수술을 강행하면 생명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의사들은 합병증과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약물로 임시 방편을 취하고 수술 시간을 9시로 앞당겼다. 다행히 충분한 준비 덕에 수술을 앞당기더라도 허둥대지 않았다. 유일한 문제라면 은채에게 이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는 거였지만.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주치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난색을 표했다.“공은채 씨가 워낙 예민하고 조심성 많은 분이라 이렇게 갑자기 수술을 앞당기려면 제대로 된 이유를 대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믿지 않을 테니까요.”도준 역시 밤을 샌 탓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수술에 영향주지 않는 선에서 고통을 줄 수 있는 약을 먹여요.”그 말에 의사는 어리둥절했다. 딱 봐도 그런 방법까지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준비할게요.”그 시각, 병실에서 아침 식사를 마침 은채가 갑자기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였다. 결국 검사를 받은 뒤, 도준이 주치의와 함께 은채의 병실에 도착했다.주치의는 미간을 좁힌 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온갖 전문용어를 난발했다.그러고는 이내 엄숙하게 말했다.“지금 은채 씨의 몸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은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정말로 불편함을 느낀 탓에 더 긴장했다.“그럼 지금 몸이 불편한 건 수술에 영향이 있지 않나요?”“지금은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저희도 장담드릴 수 없습니다.”은채는 일순 당황했다. 너무 어지러운 탓에 머리가 돌지 않아 멍하니 도준을 바라봤다.“이제 어떡해요? 수술을 앞당기면 결과에 안 좋은 영향 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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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씩씩한 척

그건 다름 아닌 공태준의 차였다.태준의 차가 길모퉁이를 돌아 병원 쪽으로 오는 걸 보자, 하윤은 얼른 손에 쥐고 있던 옥수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다행히 태준의 차도 마침 빨간 신호등에 걸려 시간은 충복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으로 태준을 막지 않으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매우 컸다.그렇다고 도준이 저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애써줬는데, 태준 때문에 모든 게 망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그 사이, 빨간 신호등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9, 8... 3, 2, 1.그리고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찰나, 하윤은 마음을 굳게 다지고는 도로를 향해 돌진했다.운전을 하고 있던 남기는 이제 막 엑셀을 밟으려던 찰나 갑자기 뛰어는 여자 때문에 놀라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심장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지나자, 남기는 곧장 차에서 내려 상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보더니 놀란 듯 다시 차 안으로 향했다.“가주님, 이시윤 씨입니다.”하윤은 바닥에 반쯤 누운 채 뒷좌석의 문이 열리는 걸 곁눈질로 확인했다.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태준의 눈빛에는 당황함이 가득 담겨있었다.“윤이 씨, 괜찮아요?”‘안 괜찮아.’사실 남기가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은 덕에 차는 그저 하윤을 살짝 스친 것뿐이다. 심지어 넘어진 것도 하윤이 일부러 넘어진 거고.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하윤은 제 팔꿈치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괜찮아.”그러면서 ‘씩씩한 척’ 일어서더니 다시 휘청거렸다.무의식적으로 하윤을 안으려던 태준의 행동은 손을 뻗은 순간 부축으로 바뀌었다.“조심해요, 다치지 말고. 우리 가서 검사 받아요.”태준이 저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자 하윤은 곧장 거절했다.“아니야.”그러고는 태준이 의심할까 봐 이내 말을 덧붙였다.“그 둘이 꼭 붙어있는 걸 직접 보라고? 차라리 죽으라고 해.”태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다른 병원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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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뭐 하길래 도둑고양이처럼 그래?

하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설마 공은채가 보통 수술이 아닌 이식수술을 받는 걸 아나?’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하윤은 태준을 바라봤다.“무슨 말 하는 거야?”태준은 하윤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나 병원 못 가게 하려고 막는 거 알아요.”그 말을 들은 순간 하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망했다’였다.그때, 하윤의 놀란 듯한 표정을 본 태준이 나지막하게 말을 덧붙였다.“괜찮아요. 이해해요. 은채가 민도준 씨 빼앗아 갔으니 미워하는 것도 당연하고. 하지만 나 이미 은채랑 연을 끊겠다고 했으니 솔직히 갈 필요도 없어요.”불규칙적으로 마구 요동치던 하윤의 심장은 그제야 조금 진정되었다.‘그러니까 지금 공은채가 도준 씨를 빼앗아 갔으니 내가 공은채 오빠인 저를 붙잡아 놓고 있다는 거잖아.’다시 제 목소리를 되찾은 하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알면서 왜 따라왔어?”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태준의 목소리는 마치 막이 쓰인 듯 희미하게 들렸다. 하지만 뭘 말했는지 하윤의 귀에 똑똑히 흘러 들었다.“윤이 씨가 원하는 거면 난 뭐든지 학 거예요. 그러니까 나 너무 미워하지 마요.”태준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하윤은 왠지 태준이 어딘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더 이상 집요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서서 상대에게 공간을 주는 느낌이랄까?하윤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공태준, 우린 불가능해.”“알아요.”태준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래도 괜찮은 친구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태준을 죽일 듯 미워하다가 경계하는 데 이르면서 하윤은 보통 친구로 지낼 수 잇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매번 저와 도준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태준을 친구로 받아들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지금, 태준의 진심 어린 모습을 보자 하윤은 왠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만약 은채가 정말 수술대에서 죽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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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여지

창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 들어왔다.“지금 옥상 계류장에 헬기 두 대가 도착했어요.”그 말에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하, 곧 죽어가면서 일을 참 많이도 벌렸네.”전화 건너편에 있던 하윤은 그 소리에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왜요? 무슨 일이에요?”“괜찮아. 집에서 기다려. 나한테 할 변명 생각해 놔.”“어? 잠깐..., 여보세요?”하윤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졌다.한편, 도준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갔다.병원 옥상에 이미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들은 딱 봐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모든 경호원이 양 옆으로 쫙 갈라져 길을 내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남자의 꼿꼿한 자태와 날카로운 시선이 특히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헬기에서 맨 마지막에 내린 사람을 보자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이게 누구야? 곽씨 가문 큰 도련님 아닙니까? 왜요? 뭐 병이라도 보러 왔나?”상대는 다름 아닌 곽도원의 큰아들 곽준호였다.하지만 아무리 이 곳에 왔다 해도, 아버지의 옛 사랑의 딸 때문에 온 입장이라고 밝히기에는 상황이 우스워 눈살을 찌푸렸다.“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은데 여기에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 있다고 해서 문의차 들렀습니다.”문의라고는 하지만 경호원을 이렇게 많이 대동한 걸 보면 아니라는 게 뻔했다.그에 반해 도준은 혼자였다. 경호원 한 명도 데려오지 않은 채 나들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웠으며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오만하기까지 했다.심지어 준호가 데려온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준호의 체면을 갈기갈기 찢었다.“물론 여기에 심장외과 쪽으로 가장 뛰어난 의료진이 있는 건 맞지만, 심장질병만 치료하지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주는 곳은 아니거든요.”그 일을 입에 담자 준호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민 사장님, 언행에 주의해 주세요. 농담에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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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요?

몇시간 전.은채는 겉으로 수술을 앞당긴다는 소식에 아무런 의견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워낙 의심이 많아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기에 자기가 ‘위독’하다는 문자를 태준과 곽도원한테 미리 보내 놓았다.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곽도원이 여전히 염옥란을 그리워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말을 더 보탰다.‘어머니께서 임종 직전에 저더러 아저씨한테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퇴원하는 직접 전달해 줄게요.’ 라고 말이다.부하가 그 문자를 곽도원한테 회보할 때, 현장에 준호도 있었다.당시, 곽도원이 여옥란에게 마음이 있다는 소문은 해성의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에 반해 준호의 어머니가 얼마나 참하고 훌륭한 아내이자 어머니였는지는 조금도 알려진 바 없다.이 일 때문에 준호는 어릴 때부터 입이 싼 동년배들과 얼마나 싸우고 다녔는지 모른다, 심지어 커서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그 일이 점차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으니.솔직히 준호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평생의 응어리를 풀어드리라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온 거다....수술실은 아직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게다가 모든 게 아직까지는 순조롭다.도준은 복도 벽에 몸을 기댄 채 수술실 앞을 맴도는 준호를 빤히 바라봤다.그러다 한참 뒤, 준호가 뒤돌아 물었다.“공은채를 제 눈으로 직접 봐야겠네요.”도준은 그 말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왜요? 병상 옆에서 응원이라도 해주려고요?”순간 눈빛이 어두워진 준호는 도준을 빤히 노려보았다.“설마 민 사장님 산하에 있는 병원에 CCTV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죠?”“아하, CCTV요? 아쉽지만 고장났어요.”애써 화를 짓누르던 준호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CCTV도 없다면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네요.”그 뜻을 알아들은 조수가 이제 막 무전기를 꺼내 들려고 할 때, 도준이 남자를 막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준호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누시죠?”준호는 도준과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는 정도가 아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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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사실대로 말해줘요

하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술 한번 하는 데 군대까지 대동할 일인가?’“무슨 상황이야?”태준은 걱정하는 하윤을 안심시켰다.“아직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모두 곽씨 가문 쪽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어요.”‘곽씨...’순간 공천하에게서 들었던 곽도원이라는 이름이 하윤의 뇌리를 스쳤다.‘그러니까 공은채가 몰래 곽씨 가문에 연락했다는 거네?’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조급한 티를 낼 수 없었기에, 하윤은 태준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갔다.귀가 후, 몇 시간 동안이나 안절부절 못한 하윤은 인기척이 들리기만 하면 문 쪽으로 달려가기를 반복했다.그렇게 전전긍긍하며 해가 저물 때까지 기다리다가 몰래 병원에 가서 확인하고 올까 생각한 그때, 문 쪽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왔다.이에 하윤은 곧장 달려가 문을 열었다.“도... 민혁 씨?”민혁도 갑자기 뛰쳐나온 하윤 때문에 놀랐는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저기, 도준 형이 저더러 하윤 씨 데리고 경성에 며칠 다녀오래요.”“혹시 무슨 사고라도 났어요? 곽씨 집안에서 도준 씨 괴롭혀요?”조급한 듯 따져 묻는 하윤을 보자 민혁은 이내 위로했다.“아니에요. 도준 형은 무사해요. 그런데 요즘 병원 일로 하윤 씨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 사이 경성에서 몸을 피하라는 거예요.”“수술은 오전에 이미 끝났잖아요. 그런데 왜 아직 병원에 있어요? 위험하지 않다면서 피해 있을 건 또 뭔데요?”민혁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러죠. 하윤 씨는 도준 형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제가 죽는다고요.”민혁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하윤은 제가 도준의 짐이 될까 봐 간단히 짐을 챙겨 곧장 따라 나섰다.전속력으로 달리는 차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휙휙 불어 들자 하윤의 마음까지 덩달아 둥둥 떴다.그렇게 웬 계류장처럼 생긴 공터에 도착하자 소형 여객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너무 빠른 차속에 하윤은 머리가 어질해 났다.그때 민혁이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괜찮아요?”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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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망부석

배달을 시킨 민혁은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제가 이미 정인 이모님한테 말해 뒀어요. 아마 내일 아침에 와서 아침 준비할 테니까, 오늘 밤은 대충 배달 음식이라도 먹어요.”하윤은 입맛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시간도 늦었는데 민혁 씨도 같이 먹어요.”“네.”식사를 마친 민혁은 나가기 전 쓰레기를 들고 나가면서 풀이 죽어 있는 하윤을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요. 도준 형이 어디 쉬운 상대예요? 그쪽에 조 국장도 있으니까 아무리 곽도원이라 해도 도준 형 건들지 못할 거예요.”하윤은 억지미소를 지었다.“네, 알았어요. 얼른 가서 휴식해요.”문이 닫히자.텅 빈 방에 혼자 남겨진 하윤은 순간 외로움이 밀려오면서 눈시울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아무리 스스로 도준이 뭔들 안 겪어 봤냐며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다 날이 밝아서야 눈을 조금 붙였다. 그러다 잠결에 인기척이 들려 도준이 돌아온 줄 알고 헐레벌떡 달려 나갔지만 온 사람은 유정인이었다.정은은 여전히 따뜻하게 사람을 대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식사는 지금 드실래요?”하윤은 유정인에게 인사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먼저 씻고 나올게요.”“그래요 제가 바로 음식 준비할 게요.”그나마 유정인이 와서 집이 그리 허전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가끔 하윤과 가십거리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하윤은 유정인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암시했다.하지만 몇 마디 듣는가 싶더니 저도 모르게 또 도준이 생각났다.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전에 손을 잡자는 조관성의 요구를 거절해서 지금도 조관성이 도준을 도와줄지 걱정이 앞섰다.그런 걱정 속에서 하루가 흘렀다.낮에는 유정인이 있어 그나마 덜 외로웠지만 밤만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설마 잡힌 건 아니겠지?’‘남한테 고개 숙이기 싫어하는 사람인데, 그러다 손해라도 보면 어떡하지?’이런 생각들로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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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애정행각

“뭐라고요?”하윤은 놀란 듯 물었다.“그럼 곽도원은 염옥란에 대한 옛정 때문에 공은채를 도운 거예요?”“하.”도준은 비꼬는 듯 픽, 웃었다.“옛정은 다 부질없는 거야. 그게 뭐라고.”그 말에 하윤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곽도원이 왜 공은채를 도와주는 거예요?”“추세를 따르는 거지.”현재 도준의 손에 있는 칩은 누구나 다 눈독 들이는 물건이다. 그런데 도준 곁에 조관성이 있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던 참에, 상황을 엿들을 수 있고 옛 첫사랑의 딸을 도왔다는 자아만족을 할 기회가 있으니 안 할 이유도 없었을 거다.도준의 설명을 들은 하윤은 마음이 놓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걱정되었다.만약 곽도원이 옛 사랑 때문에 공은채를 도운 거라면 그마나 다행인데, 도준한테 손을 쓸 마음을 갖고 도왔다면 도준이 위험하니까.하윤은 다급한 듯 말했다.“그... 그러면 당장 도망가지 않고 뭐 해요?”그 말에 도준은 피식 웃더니 낮은 소리로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래, 그럼 자기가 가르쳐줘. 어디로 도망갈까?”너무 걱정한 하윤은 도준이 저를 놀리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제가 봤던 영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뭐 이불 커버를 묶어 창문으로 도망치는 건 어때요?”“음, 괜찮은 것 같네. 또 더 있어?”“그리고...”하윤은 진지하게 고민했다.“땅굴을 파요! 그것도 안 되면 의사인 척 가운을 입고 유유히 빠져나온다던가!”“그거 좋겠네. 도망치고 나서 자기랑 역할극도 하고 딱이겠다. 침대에서 주사라도 놔줄까?”저는 조급해 미칠 지경인데 여전히 장난스럽게 말하는 도준을 보자 하윤은 화가 치밀었다.“좀 진지해질 수는 없어요? 도준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나면 저...”이틀간 마음을 졸이며 걱정한 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또 흐느끼기 시작했다.“저는 어떡하라고요?”분명 선조차 없는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 눈물은 마치 전화선처럼 두 사람을 꼭 묶어주었다.그런 감정은 뭐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몽글몽글하고 간질간질하니 좋았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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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아찔한 상황

남자는 반백 살 되는 나이에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든 사람을 깔보는 듯한 고고한 태도는 지위의 증명이었다.곽도원이 오자 조관성은 도준과 투덜대던 걸 멈추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곽 국장님.”곽도원 역시 고개를 까닥 끄덕였다. 하지만 평등한 관계가 아닌 부하직원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다소 건방져 보였다.“반가워요.”물론 두 사람의 직위가 동등하다고 하나, 곽도원의 경력이 조관성보다 훨씬 높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손에 쥐고 있는 실권도 적지 않다.그에 비해 조관성은 그저 이제 막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이며, 이미 많은 공적을 세워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한 사람이다.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꺼려하고 있고, 서로 예의를 지키는 서먹서먹한 그런 관계다.그때 조관성이 도준을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훈련 기지의 일로 민 사장의 도움이 필요하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곽도원이 덤덤하게 말했다.“뭐 시범 훈련이 중요하긴 하나, 사람 목숨도 작은 일은 아니죠. 공씨 집안이 해원에서 그나마 위상 있는 가문인데, 공씨 집안 딸내미가 영문도 모른 채 심장을 바꿔 치기 당했다면 잘 조사해 봐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약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조 국장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이니 차라리 확실히 말하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어쨌든 동료이기에 조관성도 곽도원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없었다.“민 사장, 곽 국장님이 민 사장을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설명하세요.”도준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댄 채 귀찮은 듯 말을 꺼냈다.“상황 설명은 이미 드렸는데 문제는 곽 국장님이 대답에 만족을 못하시던데요. 곽 국장님, 아니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면 제가 따라할게요.”곽도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조사에 다르면 민 사장이 수술 직전 공은채 양의 심장과 맞는 환자를 따로 알아 봤다던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그건 당연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거죠. 공은채가 어느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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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민도준과의 차이

도준은 씩 웃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조 국장님, 잘 생가하세요. 제가 말하면 국장님도 공범이 되거든요. 앞길 망칠 일 있습니까? 그러니 말 안 할게요. 어쨌든, 앞날이 가십거리보다 훨씬 중요하니까요.”조관성을 미간을 팍 구겼지만 뭐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그러다 몇 걸음 채 걷지도 않았을 때, 등 뒤에 있던 도준이 불러 세우는 바람에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왜요?”그러자 도준이 고개를 까딱였다.“고마웠어요. 나중에 갚을게요.”그 말에 조관성은 ‘흥’하며 콧방귀를 뀌더니 방금 전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조관성이 떠나자 도준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연결음이 얼마 드리지 않아 곧장 전화가 연결되었다.“민 사장님.”“몸은 어때요?”곽준호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전환했다.“제 아버지가 떠난 모양이네요?”“네, 그러니까 사람 다시 데려와요.”사실 어제, 곽도원이 오기 전, 공은채의 목숨을 살릴 건지 그대로 둘 건지 선택하라는 도준의 말에 준호는 살짝 고민했었다.공은채에 관해서라면 준호도 일전에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아주 악독하고 치밀한 여자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런 공은채가 건강한 상태로 곽씨 저택에 입성하면 준호의 어머니 자리를 위협하는 건 당연했다.이 모든 걸 생각한 준호는 약 반시간 남은 수술을 무사히 마치도록 시간을 끌기 위해 도준과 한판 ‘싸우는’ 걸 선택했다.심지어 제 아비인 곽도원을 속이기 위해 얼굴에 얼룩덜룩 상처와 멍을 만드는 것도 불사하면서. 그 결과 준호는 거의 반 병신 상태로 쥐어 터진 채 실려갔었다.그리고 모든 사람의 관심이 도준과 준호에게 있는 틈에, 이식 수술을 받은 남자애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곽도원이 병원 전체를 이 잡듯 뒤지고, 병원에 드나드는 차를 찾아봐도 남자애를 차지 못한 원인은 그 남자애를 이송한 사람이 곽도원의 친아들 곽준호였기 때문이다.도준의 말에 준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데려가면 우리 아버지가 다시 조사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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