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101 - Chapter 1110

1602 Chapters

제1101화 선택

하윤은 사진을 핸드폰 케이스 넣어두었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 위로된 기분이었다.그녀는 오직 도준의 말만 믿기로 결심 내렸기에, 자세한 것들은 도준을 만난 다음 이야기하기로 했다.마침 핸드폰 화면에 새로운 소식이 떴다.들뜬 마음에 스크린을 열었으나 메시지를 보내온 건 도준이 아닌 수아였다.수아는 그녀에게 링크 하나를 보내 주었는데, 그것은 공태준의 무대 영상이었다.도준과 공은채의 여론이 아직 떠들썩한 와중에, 그녀마저 공태준과 엮여선 안되기에 하윤은 경계심을 가진 채 링크를 열어보았다.하지만 영상은 이미 지워져 있었고, 따로 검색해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하윤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잠시 후 공연장에서 나온 하윤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혁을 발견했다.민혁의 얼굴을 본 하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민혁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민혁은 얼굴부터 목까지 여러 군데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오른쪽 눈언저리는 파랗게 멍들어 있었다.“어떻게 되긴요, 그 싸가지한테 맞은 거죠.”하윤은 이해할 수 없었다.“진가을 씨가 때린 거예요? 그분이 왜 민혁 씨를 때린 거죠?”민혁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어젯밤 밤새 진가을한테 시달린 것 때문에 온몸이 뻐근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잠에서 깬 진가을은 미친 듯이 민혁을 욕하고 때리며 화를 내기만 했다. 이건 참 억울한 일이었다.하윤은 두 사람의 어젯밤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때 민혁이가 물었다.“하윤 씨는 싸가지가 왜 이러는 건지 아시나요? 왜 낮과 밤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거죠?”“글쎄요…….”하윤도 이해할 수 없었다.‘진가을 씨는 민혁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그를 덮친 걸까?’‘만약 민혁 씨를 좋아하신다면 왜 민혁 씨를 이 지경으로 때린 걸까?’두 사람은 한참을 분석한 끝에 진가을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라는 결론을 얻었다.하윤은 이대로 넘어가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제가 진가을 씨와 이야기해 볼까요?”“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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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왜 아직도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걸까?

“결혼이요?”도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네까짓 게 나랑 결혼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공은채는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했다.“저와 결혼하신다면 백제 그룹은 물론, 도준 씨의 일들은 제가 모두 타당하게 관리해 드리죠. 그리고…….”공은채는 손을 도준의 어깨에 걸친 후 작은 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밖에선 물론, 집에서도 원하시는 건 모두 해드릴 수 있어요.”도준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난 환자랑은 결혼 안 해. 수술부터 성공하고 그딴 이야기를 해.”도준은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고, 공은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걸까?’간병인은 다림질한 드레스를 들고 들어온 후, 공은채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병실 문을 닫았다.공은채가 거울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민도준은 드레스를 찾으러 간 것 외에 다른 곳엔 가진 않은 거죠?”“네, 민도준 씨는 드레스만 가지고 바로 돌아오셨습니다.”공은채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일부러 그 시간에 도준에게 부탁한 것은, 그가 혹시나 하윤의 공연을 보러 가진 않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보아하니 이젠 권하윤은 포기했나 보네.’‘그렇다면 굳이 결혼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공은채는 옷을 갈아입은 후 거울을 보며 치맛자락을 움직여보았다.옆에 있던 간병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너무 아름다우세요!”공은채는 어머니의 미모와 교활한 수단을 물려받아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좀 이따 사진을 찍어 기자들한테 보내세요. 오늘 밤의 불꽃놀이는 어젯밤보다 더 화려할 겁니다.”“네, 알겠습니다.”……옆 휴게실.도준은 낡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진 후, 방금 산 새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면 이만 끊을 게요.]민소혜는 곧 예상 밖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던에서 잘 지내나 봐?”민소혜는 얼른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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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불꽃을 따라 이대로 사라지시지 그래

딩동!“진가을 씨, 집에 계세요?”하윤은 28층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숨어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하는 민혁을 힐끗 보았다.“진가을 씨 안 계시나 봐요.”민혁은 진가을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계셨다면 반드시 제가 당한 만큼 갚아줄 거예요!”하윤은 민혁의 처참한 얼굴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혁은 좀 민망한 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좀 이따 싸가지가 돌아오면 꼭 좀 물어봐 주세요.”“네, 알겠어요.”민혁이 떠난 뒤 하윤은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집안은 또 텅 비어있었다.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컵 라면을 조금만 먹었다.하윤은 넋을 잃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도 안 오시려나?’띵!핸드폰에 현지 뉴스 푸시가 하나 떴다.[왕자와 공주의 동화 같은 사랑.]기자가 쓴 그들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하윤은 글에 첨부된 사진들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병원의 옥상을 생일 파티 현장으로 꾸며졌고, 공은채는 긴 드레스를 입은 채 도준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있었다.비록 먼 곳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댓글에는 온통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내용들뿐이었다.하윤은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끈 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욕실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하윤은 음악을 틀고 머리를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녀가 도준을 너무 신경 쓴 탓인지, 조그마한 소식조차 그녀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윤 쌤이 말씀하신 대로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절대 손해 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불꽃을 따라 이대로 사라지시지 그래!’“허.”갑자기 들려오는 웃는 듯한 소리에 하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팔짱을 낀 채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도준은 마침 그대로 노출된 그녀의 어깨와 목을 쳐다보며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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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혹시 후회하신 거예요?

도준의 상의는 이미 물에 젖어 그의 튼튼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그는 호흡이 가쁜 하윤을 보더니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닦았는데, 손엔 피가 조금 묻어있었다.도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빨이 왜 이렇게 뾰족한 거야?”하윤도 자신이 이렇게 세게 물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요 며칠 도준이가 한 일을 떠올리자, 사과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귀머거리인 척했다.그녀는 흠뻑 젖은 상의를 벗는 도준을 보자 눈이 동그래졌다.“뭐 하시는 거예요!”젖은 상의를 바닥에 던지자 ‘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욕실의 조명이 엄청 밝았는데, 그 불빛은 그대로 도준의 보리 색 피부에 쏟아졌다.도준은 욕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마사지해준다고 했잖아.”그가 욕조에 들어오자 욕조의 수위가 덩달아 올라갔고, 그는 도망가려는 하윤을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피부색과 몸매는 물속에서 더욱 남달라 보였다.하윤은 한동안 몸을 담그고 있었기에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도준이가 그녀의 머리핀을 빼내자, 그녀의 긴 머리가 그대로 욕조 안에 담겨 더욱 유혹적이었다.도준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쥐고 키스하려고 했다.하지만 하윤은 이번만큼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하윤이 발버둥 칠수록 도준은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말했다.“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화난 거 있으면 좀 이따 이야기해도 되잖아.”그는 분명 하윤과 ‘관계’를 맺으려고 다그치는 것이었다.그러자 하윤은 화가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저랑은 몸만 섞으시려는 거예요? 도준 씨는 도대체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자기 때문에 화가 나 눈물을 흘리는 하윤을 보자, 그는 일단 하던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내 아내로 보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하러 온 거잖아.”하윤은 그의 뻔뻔한 모습에 기가 막혔다.“어젯밤엔 전화 한 통 없이 집에 안 돌아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인터넷에 온통 도윤 씨와 다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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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그럼 딱 한 번이에요

도준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후, 가볍게 그녀의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그래, 용서해 줄게.”하윤이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도준도 서둘러 그녀의 허리를 껴안은 채 말했다.“간병인과 경비원의 짓이었어.”간병인과 경비원은 의사보다 더 접근하기 쉬웠고 매수하기도 쉬웠다.하지만 그녀가 경비원과 간병인을 빌어 무언가를 꾸며내기라도 한다면, 분명 엄청난 후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이에 하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공은채를 병원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엄청 위험한 사람이었다.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은채를 지켜보아야 한다.도준이 눈치 빠르지 않았다면, 이번 수술은 실패되었을 지도 모른다.그는 하윤의 찌푸러진 얼굴을 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인상 쓰면 주름 생길라. 내가 모두 안배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병원에 수술 내막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분명 괜찮을 거야.”“하지만 요 며칠 내가 병원에서 지켜봐야 될 것 같으니, 자주 돌아오지 못해도 이해해 줘야 해. 알겠지?”도준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린 하윤은 도준에게 살짝 기대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그럼 꼭 주의하셔야 해요. 과한 스킨십은 절대 금지예요!”도준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뜨거운 호흡으로 그녀의 귓가에 말했다.“걱정 마, 과한 스킨십은 당신이랑만 할 거야.”분명히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도준은 오랫동안 굶은 늑대처럼 하윤에게 달려들었다.욕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후, 두 사람은 침실로 향했다.도준은 침대 위에 누운 그녀의 가는 목에 입을 맞추었고, 그의 넓은 등은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가슴의 근육에는 땀방울이 맺혀 가슴골을 따라 떨어졌다.도준의 엄청난 욕망을 알아차린 그녀는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았다.“안 돼요. 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리허설도 해야 돼요.”도준은 살짝 풀린 눈꺼풀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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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사진

그날 밤, 하윤은 억지로 ‘춤을 추고’, 남자의 온갖 회유에 넘어가 사진까지 찍었다.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사진 속 여자는 고혹적인 느낌을 띠고 있었고, 스탠드 등의 빛을 받은 공연복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리본으로 가린 눈, 살짝 벌리고 있는 빨간 입술, 주먹만 한 작은 얼굴까지 등불 아래에서 더욱 매혹적이었다.심지어 허리라인까지 찍혀 있는 사진은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까지 했다.다음날 아침, 침대 머리맡에서 그 사진을 본 하윤은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손을 쑥 내밀어 하윤의 옆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든 도준이 경박한 미소를 지었다.“왜? 예술적이잖아.”그러더니 사진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말을 이었다.“자기가 무대 위에 있을 때랑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이게 다를 게 없다고요?”하윤은 사진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이건 차마 눈 뜨고 볼 수도 없다고요.”“어디가?”도준은 하윤이 사진을 빼앗으려는 걸 교묘하게 피했다.“옷도 다 제대로 입고 있고, 충분히 보수적이잖아.”“그런데 우리 그때 분명…”그때를 떠올리자 하윤의 얼굴을 화끈 달아올랐다. 머릿속에 그날의 화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던 그때, 도준이 하윤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놓았다.“우리가 뭐 했는데? 말해 봐.”‘누가 저처럼 그리 뻔뻔스러운 줄 아나?’“아무튼, 그닥 좋은 일은 아니었잖아요.”하윤이 얼버무렸다.그러자 도준이 웃으며 사진으로 하윤의 얼굴을 툭툭 쳤다.“자기가 말 안 하면 누가 알아?”“그래도 안 돼요!”하윤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도준은 하윤의 뒷통수를 어루만지더니 제 가슴에 내리 눌렀다.“내가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리가 없잖아. 착하지? 이건 그냥 내가 눈요기로 삼을 거야.”도준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던 하윤은 잠시 조용해졌다. 도준이 이제 며칠 동안은 자주 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이상 투정 부릴 수도 없어, 그저 조용히 도준의 따뜻한 품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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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차차 보이는 희망

바쁘기만 하던 리허설이 끝나자 하윤은 옷을 갈아입고 캐비닛 문을 닫았다.그러던 그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입꼬리를 말아 올린 하윤은 목을 빼 들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사람이 없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이제야 저같이 하찮은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생겼나 보네요?”전화 건너편에서 곧장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어느 집 하찮은 사람이 자기처럼 이래? 아무리 찾아도 10번 중에 8번은 없고, 아주 살판 났지?”하윤은 이내 불만을 표했다.“누가 살판났다고 그래요? 공연한 거거든요. 게다가 저는 요즘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나는 꿈도 못 쫓아요?”그 말에 도준이 피식 웃으며 투덜거렸다.“아주 기어오르네?”요즘 온라인에 도준과 은채의 ‘열애’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 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한 수준이지만, 수술 날짜가 다가와 하윤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러다 문득 달력을 본 하윤은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내일이면 목요일이네요.”“응, 내일 오후 1시에 수술이네.”이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모두 내일을 위한 거다.수술이 끝나면 하윤과 도준도 더 이상 이렇게 몰래 만나는 일도, 더 이상 연기할 필요도 없다.걱정도 많았지만 한편으로 기대된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내일 집에서 기다릴게요.”잔뜩 긴장한 하윤의 말투를 눈치챈 도준은 문뜩 건드리고 싶어져 툭 말을 꺼냈다.“기다리기만 하려고? 다른 건 없어?”며칠 동안 보지 않은 데다 나지막한 도준의 목소리까지 들어버리니 하윤은 온 몸이 찌릿해나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럼 또 뭘 원하는데요?”도준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뭘 원하는 건 아니고, 벗고 기다리면 돼.”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통화가 끝난 뒤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그런 가벼운 발걸음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본 순간 멈춰 버렸지만.“공태준?”태준은 지금까지 늘 하윤을 쫓아다니다시피 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공연장에 간식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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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공태준의 결정

“그날은...”말을 하던 태준은 갑자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던 은채의 부탁이 생각나 말을 삼켜버렸다.말을 하다 마는 태준을 보자 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말 못하겠나 봐?”태준은 하윤의 실망하는 표정에 이내 부정했다.“그런 건... 아니에요.”그도 그럴 게, 태준의 눈에 하윤은 늘 착하고 무해한 사람이었으니까. 한참 생각하던 태준은 끝내 실토하기로 결심했다.“은채가 수술할 때 가족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그 뒤의 말을 하윤은 듣지 못했다. 그저 머릿속에 온통 태준이 병원에 가면 내일 할 수술이 보통 수술이 아니라는 걸 눈치챌 거라는 생각뿐이었다.마침 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는 바람에 하윤은 눈앞이 아찔해났다.고개를 숙이고 내면의 당황함을 애써 숨기며 이 상황을 어떻게 막을지 부단히 머리를 굴렸다.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윤을 보더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저한테 실망한 줄 알고 말을 덧붙였다.“속이려는 게 아니에요. 어머니가 임종 직전에 동생을 잘 돌보라는 유언을 남겼거든요. 하지만 수술 후면 남남으로 지내자고 말했어요.”하윤은 두 사람이 연을 끊든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태준이 그 수술에 영향을 끼칠까 봐 불안할 뿐.하지만 그렇다고 내색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간단한 수술인 줄 알고 있는 와중에, 가뜩이나 총명한 공태준과 공은채에게 틈이라도 보이면 발각되기 십상이니까.마음을 가라앉힌 하윤은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말했다.“친동생이니 관심하는 건 이해해. 난 바빠서 이만 가볼게.”이윽고 말을 마친 뒤 곧장 떠나갔다. 저한테 등을 보인 하윤의 뒷모습을 보며 태준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차 안.남기는 태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화내던가요?”태준은 점점 멀어져가는 실루엣이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끝내 대답했다.“내 탓이야. 연을 끊었다고 했으며서 제대로 끊어내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니까.”태준의 뒤를 항상 따라다니기에 당연히 태준이 은채와 남매의 연을 끊으려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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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마누라와의 대화

요즘 가을은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귀가하곤 하는데, 그 목적은 하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도 마침 밖에서 파파라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급히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가을은 얼른 목도리를 위로 당기며 제 얼굴을 더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그때, 하윤이 위아래로 꽁꽁 싸맨 여자를 훑어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었다.“혹시 진가을 씨 아니세요?”이미 들킨 마당에 더 이상 모른 체하고 있을 수도 없는지라, 가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어,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가을은 상대가 가을이라는 걸 확인하자 곧장 자리를 내주었다.“마침 잘 됐네요. 할 얘기가 있었는데.”할 얘기가 있었다는 짤막한 한마디에 가을은 심장이 요란스럽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할 얘기?’한민혁의 본처에게 불륜을 들켜 치욕을 당하던 악몽이 현실로 한 발 다가왔다.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인정해야지 숨을 수는 없었다.결국 가을은 큰 결심을 내린 듯 이를 악물었다.’“그래요.”30층.가을은 제 집보다 몇 배나 더 화려한 하윤의 집 내부를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하윤 씨처럼 예쁜 여자가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돼지가 황금 돼지였을 줄이야.’하윤은 테이블 쪽으로 향하더니 다정하게 물었다.“뭐 마실래요? 오렌지 주스 아니면 따뜻한 차?”‘따뜻한 차?’‘만약 얘기하다 화가 뻗쳐 물이라도 뿌리면 내 얼굴 망가지는 거잖아...’덜컥 겁이 난 가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렌지 주스요.”잠시 뒤, 하윤은 주스를 가을 앞에 놓고는 그 옆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을 시, 혹시 민혁 씨 알아요?”‘왔구나.’가을은 할 수 없이 눈 딱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하윤이 저를 뭐라 욕하든 참아야 하노라고 속으로 암시했다.하지만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긴장해하는 가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하윤은 민혁을 도와 말하기 시작했다.“사실 민혁 씨가 가끔 말은 좀 짓궂게 해도 사람은 진짜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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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그 사람 제 형수님이에요

“그러니까...”민혁은 가을을 보자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특히 이제 막 인터뷰를 마친 탓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가을은 연예인 포스를 물씬 풍겨 눈을 뗄 수 없었다.한창 우물쭈물하던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겹겹이 쌓여 있는 종이 상자를 보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참! 이사한다면서요? 어디로 가요?”그 말을 들은 가을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걸 물어요? 당신 같은 쓰레기만 안 만났어도 이사까지 할 필요 없었잖아요! 마음에 드는 전세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민혁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저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 있는데요? 왜 저 때문에 이사해요?”“이사 안 하면요? 쓰리썸이라도 하려고요? 내가 아무리 내연녀 연기를 했어도 그렇지, 진짜 내연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아니, 이건 그쪽이 그런 능력이 돼도 제 조건이 안 맞는데, 내연녀라니요?”“내연녀가 아니면 뭔데요? 이혼하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예요?”민혁은 가을의 말에 머리가 어지러워 잠깐 휴전하자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잠깐만요. 왜 이렇게 알아듣지 못하겠지? 제가 언제 결혼했는데요?”가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하, 이제 솔로 행세를 하시겠다? 그쪽 와이프가 나를 내연녀로 채용까지 하던데, 결혼한 걸 부정한다고? 이거 완전 양아치네!”이제야 가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을 잡은 민혁은 어이없다는 듯 자기를 가리켰다.“내 와이프?”“아니면요? 제 와이프게요?”민혁은 웃픈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배짱이 없거든요. 그 사람 제 형수님이에요, 도준 형 아내. 저는 잠깐 경호원 겸 기사 노릇 하고 잇는 거고.”한창 설명을 하고 있자니 민혁은 입이 바싹 말랐다. 하지만 가을은 오히려 팔짱을 끼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소설을 써요, 아주!”민혁은 조급해났다.“아니, 소설이라니. 하윤 씨는 정말 도준 형 와이프, 내 형수님이라니까요?”“아하, 위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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