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602 챕터

제1081화 놀러 가볼까?

한편, 하윤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7,8 정도 되는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무사한 하윤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괜찮으세요?”하윤은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 대충 고개를 저었다.“네. 괜찮아요.”“그럼 차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그렇게 차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한민혁은 겨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이내 의자를 뒤로 당겼다.뜬금없는 민혁의 행동에 하윤은 어리둥절했다.“왜 그래요?”“자리 좀 내느라고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혁은 의자와 핸들 사이 공간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하윤을 쳐다봤다.“하윤 씨는 대인배니까 저 용서해 줄 거죠? 아까 있었던 일 절대 도준 형한테 말하지 마요, 안 그러면 저 진짜 죽어요.”“…….”사실 민혁은 아까 내내 하윤을 몰래 따라다녔었다. 하지만 양동준이 하윤에게 치근덕대는 사이 마침 화장실에 다녀와 하윤을 놓쳐 버렸고, 상황을 듣고 난 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이내 경비원을 불러 모아 사람을 찾기 시작한 거다.도준이 저를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적하던 하윤의 기분은 조금 풀렸다.“괜찮아요, 갑자기 벌어진 일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요? 말 안 할게요.”“그런데 양동근이라는 사람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도 마음대로 하는 걸 보면 평소에도 분명 제멋대로 굴겠죠?”의자 위치를 다시 원래대로 조절하던 민혁은 하윤의 말에 이내 대답했다.“맞아요. 집에서 엔터 회사를 운영하거든요. 그래서 평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설치고 다니지 못할 걸요.”도준의 성격으로 비추어 보면 양동준은 죽지 않는 대도 분명 불구가 될 게 뻔하다. 이에 하윤은 덜컥 겁이 났다.“혹시 이러다가 들키는 거 아니에요?”“걱정 마세요. 공은채가 내일 병원에 입원하거든요. 앞으로 밖에 일에 관여하지 못할 거예요.”“병원이요?”“네, 도준 형이 겨우겨우 공은채를 입원시켰거든요. 내일이면 두 사람 더 이상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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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복수

도준은 양동준을 향해 무해한 웃음을 지었다.“왜 그러냐고?”길게 늘어뜨리는 말꼬리가 텅 빈 방안에서 울려 퍼져 유난히 음산하게 들렸다.하지만 양동준이 여전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을 때, 도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뭐 별 일은 아니고. 당신 해원 사람 맞지?”도준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리 없는 양동준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네…….”가득이나 두 팔을 뒤로 묶은 채 바닥에 앉아 있는데, 키 큰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위압감이 몰려왔다.게다가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도준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 움찔거리는 찰나, 도준이 움직이는 그의 다리를 그대로 밟아버렸다.“아!”양동준의 비명 소리에 도준의 입가에는 더 짙은 미소가 걸렸다.“내가 이번에 해원에 재미 좀 보려고 왔는데 해원 사람이니 소개 좀 해주는 게 어때?”양동준은 너무 큰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눈 앞의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없이 고통을 참으며 대답했다.“저희 집에 수영장도 있고 골프장도 있으니 저 집에 보내주시면 제가 민 사장님 잘 모시라고 아랫사람들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고마워하실 거고요!”“골프장? 재밌을 것 같네.”곧이어 도준이 턱을 까딱이자 민혁이 눈치 빠르게 야구 방망이를 건넸다.그 순간 양동준은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었다.“지,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도준은 피식 웃었다.“내가 골프는 오랜만이라 양동준 씨가 나랑 몸 좀 풀어줘야겠어.”말이 끝나자마자 야구 방망이가 바람을 가르며 양동준의 팔을 가격했다.“아!”곧이어 양동준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사람 살려! 나 양동준이야! 다짜고짜 이렇게 나를 때린 걸 우리 아빠가 알면 절대 당신들 가만두지…… 아!”잇따른 가격은 모두 양동준의 오장육부를 터뜨릴 것처럼 힘이 실려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빈 공간에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소리만 울려 퍼졌다.그렇게 한참 뒤, 자리에서 일어난 도준의 턱에는 이미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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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아껴 줄래요

도준은 침실 안에서 휙 스쳐지나는 그림자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뭐야? 나 못 본 척하는 거야?”이내 들켜버린 하윤은 그제야 마지못해 방에서 걸어 나왔다.“흥, 공은채랑 같이 있느라 제가 눈에 안 보이나 보죠.”“질투하는 거야? 이리 와, 어디 봐 봐.”도준은 쭈뼛거리며 걸어오는 하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인지 속눈썹마저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하지만 도준의 손에 이끌려 고개를 든 하윤은 그의 턱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여, 여기 왜 이래요? 혹시 다쳤어요?”다시 제대로 확인했더니 턱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피가 묻어 있어 흐린 눈으로 보면 꽃무늬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어디 봐 봐요.”하윤은 다급하게 도준의 옷을 벗기며 이리저리 확인했다.그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뭐가 그렇게 급해?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옷부터 벗기고 말이야.”“도준 씨가 다쳤을까 봐 이러는 거잖아요.”다급하게 소리치는 하윤의 손을 도준은 꽉 그러쥐었다.“이리 와, 욕실에서 구석구석 보여 줄게.”그제야 도준이 아무 일도 없다는 걸 발견한 하윤은 이내 그를 밀어냈다.“전 이미 다 씻었으니 도준 씨 혼자 들어가요.”‘욕실에서 또 얼마나 괴롭히려고. 내가 바보인 줄 아나?’하지만 도준은 하윤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왜? 무대 위에서 잘 흔들더니 이제 와서 게으름 피우려고?”제멋대로 말하는 도준의 행동에 하윤은 화가 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거 예술이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그래 나 모르니까, 여보가 가르쳐줘.”낮게 깔린 웃음 소리와 간질거리는 호칭에 하윤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하지만 잠깐 멍 때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몸에 걸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욕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여기서 더 발버둥쳐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뜨거운 수증기가 낀 욕실 안에서 곧이어 남자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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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바보

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마음이 흔들렸다.‘정말 바보네.’사람들은 특권을 손에 쥐면 어떻게 마음껏 휘두를 지 생각할 텐데, 하윤만은 오히려 어렵사리 주어진 특권도 공평하게 나눌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바보 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손을 들어 하윤의 목덜미를 잡은 도준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왜 갑자기 이렇게 착하게 굴어?”“제가 뭐 언제는 이러지 않았나요?”하윤의 뻔뻔한 태도에 도준은 헛웃음이 났지만 일부러 흥을 깨지는 않았다.오히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하윤을 위로부터 쭉 내리 훑었다.“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이렇게 자유롭지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또다시 원래의 처지로 돌아갈 생각을 하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않으면 안 돼요?”제 말 한마디에 이내 다시 겁을 먹은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좀 융통성 있게 지낼 수는 없는 거예요? 저희 연애하는 거지 밧줄 당기기하는 거 아니잖아요. 좀 서로 대화로 풀면서 그때그때 상황 보면서 협상할 수는 없는 거예요?”‘협상’라는 두 글자는 도준에게 참 신선한 단어였다.도준의 세상에는 늘 약육강식만 존재했다. 매번 비즈니스 모임에서도 늘 누가 가진 패가 많은지, 누구 주먹이 더 센지 겨루기만 했으니까.하지만 그 모든 게 하윤의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때려도 울고, 욕해도 울고 결국 귀찮음을 안고 가는 건 늘 도준이었다.도준은 눈을 들어 기대에 찬 하윤의 얼굴을 느긋하게 훑었다.“어떻게 협상하고 싶은데?”“그러니까…….”하윤은 어색한 미소를 싱긋 지었다.“사실 저도 아직 생각해 둔 게 없어요. 그런데 직접 부딪혀 보면 방법이 생기겠죠. 우리 앞으로 시간도 많잖아요, 안 그래요?”도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손아귀에 힘을 준 채 하윤을 제 품으로 끌어 들였다.그 때문에 무방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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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쓰레기 남편

사진 속 두 남녀의 모습은 꽤 아름다웠다.곧이어 사진을 확대해본 한민혁은 혀를 끌끌 찼다.‘쯧쯧, 도준 형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하윤 씨밖에 없을 거야.’‘어? 잠깐. 그런데 진가을이 나한테 왜 이걸 보냈지?’하지만 민혁이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문자 하나가 곧이어 도착했다.[이건 내가 외출할 때 우연히 본 거예요. 그쪽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니까 미리 일러두는 거예요. 너무 충격 받지는 마요.]문자를 본 민혁은 오히려 더 어리둥절해 조심스럽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이거 지극히 정상적인 거 아니에요? 내가 이걸 보고 왜 충격 받는다는 거예요?]문자를 받은 진가을은 너무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게 정상이라고? 설마 너무 당해서 이미 익숙해졌다는 말인가? 좀 불쌍하네!’그렇게 비교해 보니 식사 자리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 비위를 맞춰주던 제 상황이 오히려 더 괜찮아 보일 지경이었다.하지만 뭐라 위로의 말을 보내려는 순간,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다.[저, 다시 우리 얘기하는 건 어때요? 혹시 언제 시간 돼요? 제가 영화랑 밥 쏠게요. 서로 알아가면 좋잖아요.]그 문자를 보는 순간 민혁에 대한 진가을의 인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뭐야? 부부가 서로 터치 안 한다는 건가? 어이없네! 완전 쓰레기잖아!’저도 모르는 사이에 쓰레기 남편 타이틀을 받은 민혁은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답장에 또다시 ‘자요?’라는 문자 하나를 조심스럽게 보냈다.하지만 그 순간 문자 옆에 빨간 느낌표 하나가 나타났다.‘뭐야? 나 차단했어?’충격을 받은 민혁은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제 얼굴을 확인했다.‘설마 이 머리가 그렇게 양아치 같아 보이나?’……“띵.”이른 아침, 핸드폰 알람음이 침실 안에 이어지던 정적을 깨뜨렸다.애써 눈을 뜬 하윤은 이내 알람을 꺼버리고 엉기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하지만 침대에서 내리려는 순간, 등 뒤에 있던 도준이 하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등이 남자의 가슴팍에 세게 부딪히는 순간, 귓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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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미운 오리새끼

병원 문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이미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각종 방송사 로고를 붙인 마이크를 들고 있는 기자들은 저마다 생방송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심지어 한 여기자는 카메라를 향해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위기의 순간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공은채 씨와 민도준 씨의 사랑 이야기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은채 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민도준 씨가 직접 병원까지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민도준 씨는 며칠 후 수술을 앞둔 공은채 씨를 직접 병원으로 데려오고 있는 중이랍니다…….”옆에 있던 남기자도 질세라 멘트를 이어나갔다.“공씨 가문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은채 씨를 몰락한 재벌녀로 부르고 있는데, 아직 뒤를 봐주는 애인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두 기자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멘트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멀리서 다가오는 차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저기 왔어!”……오전 10시.“선배, 선배, 혹시 오늘 실검 봤어요?”이제 막 리허설을 마친 하윤은 땀을 닦으며 잔뜩 흥분한 수아를 바라봤다.“뭐 또 좋아하는 아이돌이 실검에 오른 거야?”“아니요! 이번 상대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님이거든요!”수아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하윤의 앞으로 쑥 내밀었다.“이거 봐요,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요?”속으로 또 수아가 좋아하는 연예인이겠거니 생각하며 핸드폰을 받은 하윤은 액정에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보는 순간 미소가 굳어버렸다.하지만 그런 하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수아는 여전히 잔뜩 흥분해서 상황을 성명하기 시작했다.“해원에서 유명한 재벌이던 공씨 가문, 선배도 알죠? 전에 공씨 가문이 쫄딱 망했는데, 글쎄, 그 집 아가씨의 약혼남이 경성의 민 사장이래요. 두 사람 너무 어울리지 않아요?”“인터넷을 찾아봤더니 두 사림이 해외에서 일어난 폭동 현장에서 만나 민 사장이 공은채를 구해줬대요. 그런데 공은채가 제 건강이 민 사장한테 누가 될까 봐 몰래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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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또다른 풍파

이 시간에 택시를 잡기 어려운 터라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한 하윤은 잔뜩 토라져 중얼거렸다.“뭐? 카리스마 사장님과 재벌녀의 사랑? 웃기고 있네. 평범한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설겠나?”깊은 생각에 빠진 하윤은 길가에 선 차창이 내려간 것도 눈치채지 못하 채 혼잣말만 중얼댔다.그러던 그때.“쯧쯧.”비아냥 섞인 소리에 정신이 하윤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순간 차 뒷좌석이 앉은 남자가 하윤의 눈에 들어왔다.“타.”하윤은 화를 참은 채 차에 올랐지만 유독 도준에게만 시선을 주지 않았다.잔뜩 토라진 하윤의 목을 돌려 저와 눈을 맞춘 도준은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한참동안 기다렸는데 얼굴도 안 보여주는 거야?”“본인이 운전한 것도 아니면서.”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내 의자 앞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고생했어요……, 민혁 씨?”그러다가 검게 변한 민혁의 머리에 놀란 듯 되물었다.“머리가 왜 이래요?”민혁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빨간 불에 걸린 틈을 타 고개를 돌렸다.“누가 양아치 같다고 해서 까맣게 염색했어요. 하윤 씨가 보기에는 어때요?”민혁은 잘생긴 미남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남성미 있는 스타일이다.하지만 전에 빨간 머리 때문에 겉보기에 불량해 보였는데 검은 색으로 염색하니 오히려 대형견을 연상케 하는 데다 더 활기 찬 모습이었다.“더 멋있어졌는데요. 물론 그 구멍 뚫린 청바지만 갈아 입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네?”민혁은 구멍이 뚫린 무릎 위치를 긁적거렸다.“이게 얼마나 멋있다고 그래요?”“아무리 그래도 모든 바지가 다 구멍 뚫린 거면 조금 심한 거 아니에요?”민혁도 하윤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되물었다.“그럼 구멍 뚫린 청바지가 아니면 뭘 입죠?”“아니면 나중에 저랑 같이 쇼핑할래요? 제가 봐 줄게요.”“그거 좋은데…….”말을 하던 민혁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 이내 입을 다물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머리를 돌렸다.“저녁식사 사간이 되어 가는데, 어디 레스토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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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운동하러 가자

도준은 긴장한 나머지 표정까지 일그러진 하윤을 보자 피식 웃으며 그녀의 볼살을 꼬집었다.“공은채는 제 목숨 끔찍이 아껴, 만약 눈치챘다면 순순히 입원할 리 없지.”확실히 그런 게 맞지만 하윤은 여전히 불안했다.그런데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음식배달을 온 민혁이 초인종을 눌렀다.하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발을 들어 도준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얼른 가서 가져와요.”도준은 그런 하윤의 다리를 한 손으로 잡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이제는 자연스럽게 나를 부려먹네?”다리를 뒤로 뺄 수 없게 되자 하윤은 오히려 발을 구르며 떼를 썼다.“얼른요. 식으면 맛없어요.”민혁은 겉보기에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일처리는 항상 깔끔하다. 갈비를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민혁의 그런 면을 보아낼 수 있었다.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담아온 것도 모자라 식을까 봐 겉에 은박지까지 두른 덕에 갈비 맛은 식당에서 직접 먹는 것과 거의 유사했다.게다가 민혁은 특별히 도준과 하윤의 입맛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더 사오기까지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마치 집에서 직접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맛있는 음식을 먹은 덕분인지 하윤의 기분은 전보다 꽤 좋아졌다.하지만 얼마 먹지 못하고 그릇을 내려놓더니 젓가락을 입에 문 채 도준을 바라봤다.도준은 그런 하윤을 흘깃거리며 되물었다.“고작 그만큼만 먹는 거야? 뭐 고양이도 아니고.”하윤도 솔직히 먹고 싶었지만 아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이번주 금요일 공연이 있거든요. 윤 쌤이 몸매에 대한 요구가 워낙 엄격한 분이라 살찔까 봐 그래요”그 말에 도준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그 가느다란 팔다리를 하고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누구는 힘쓰면 부러질까 봐 걱정돼 미치겠는데. 그게 어딜 봐서 살찐 거야? 얼른 더 먹어.”안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하윤은 도준의 설득에 이내 젓가락을 들고 갈비 하나를 짚으며 중얼거렸다.“그럼 하나만 더 먹을게요.”마지막 한나라고 큰소리까지 떵떵 친 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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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인기스타’ 남편

도준은 손쉽게 30킬로그램이나 되는 샌드백을 막더니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하윤을 보며 피식 웃었다.“설마 이 샌드백이 자동으로 자기 비켜갈 거라고 생각한 거야?”그제야 조심스럽게 눈 한쪽을 가늘게 뜬 하윤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 걸 확인하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이라서 그런 거잖아요. 다시 해요.”도준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모래 주머니는 다시 하윤 쪽으로 움직였다.아까보다 작은 폭으로 움직이는 샌드백을 보자 하윤은 이내 힘을 다해 쳐냈다.연습하는 동안, 하윤이 받지 못할 것 같을 때면 도준은 대신 모래 주머니를 잡아 주었다가 다시 던져주며 연습을 도왔다.그렇게 약 반시간쯤 연습하고 나니 하윤의 목덜미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생기가 흘러 넘쳤다.도준은 흔들거리는 샌드백을 손으로 잡으며 노골적인 시선으로 하윤을 훑었다.“이제 몸도 풀었으니 진짜 사람과 대결해야지.”아무 생각없이 동의하려던 하윤은 일전에 도준에게 여기저기 얻어터져 불구가 되었던 사람을 떠올리자 이내 겁을 먹었다.“저 맷집이 약하니 사살해야 해요.”하윤의 그런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었다.“그래, 최대한 노력해 볼게.”“그런데 왜 손에 글러브도 안 해요?”도준은 눈썹을 위로 치켜 올렸다.“자기랑 하는 데 글러브가 왜 필요해?”도준이 제 실력을 무시하자 하윤은 욱해서 도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렸다.하지만 그걸 가볍게 피해버린 도준은 하윤의 허리를 느긋하게 문질렀다.“무계 중심이 흔들리잖아. 그래서야 사람을 어떻게 때리려고 그래?”“이건 무효예요. 다시 해요!”하윤은 손을 휘휘 저으며 생떼를 부렸다.하지만 아무리 다른 동작으로 공격해도 결과는 똑같았다.몇 번을 시도해도 도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의 손에 농락당한 하윤은 도준의 손이 제 옷 안을 파고들 때 꽉 붙잡았다.“뭐하는 거예요? 운동한다면서요?”도준은 손쉽게 하윤의 반항을 가볍게 누르며 농담을 내뱉었다.“이것도 운동이잖아, 땀을 이렇게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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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석지환의 결심

석지환이 건넨 가방을 손에 든 하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석지환이 방금 한 말뿐이었다.“경성이요? 거긴 뭐 하러요?”“답 찾으러.”석지환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끝내 대답했다.하지만 그 말에 하윤은 오히려 더 어리둥절했다.“무슨 답이요?”석지환은 더 이상 하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말머리를 돌렸다.“시윤아, 만약 나한테 벌어진 일이 너한테도 벌어지면 넌 어떻게 할래?”오늘 건넨 첫마디부터 애매모호해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무슨 뜻이에요? 혹시 공은채 말하는 거예요?”석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하윤은 미간을 좁히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환 오빠, 도준 씨는 공은채와 달라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결혼도 했고요. 그런 가정도 하기 싫어요.”하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자 석지환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아니다, 못 들은 거로 해. 나 며칠 동안 해원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 나중에 네 공연 보러 올게.”비록 석지환의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그래도 상대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이웃집 오빠인지라 하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혹시 혼자가요? 도준 씨한테 도움 청해볼까요? 그러면 오빠도 더 편할 거고.”“아니야, 내가 경성에 간다는 건 누구한데도 말하지 마. 내 개인적인 일 처리하러 가는 거니까. 다른 사람 알게하고 싶지 않아.”‘하긴, 요즘 지환 오빠 상태도 안 좋은데, 기분전환 하러 가는 건지도 모르지.’하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안전 조심해요.”멀리 떠나가는 석지환의 뒷모습과 텅 빈 팔소매를 번갈아 보며 하윤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재 가는 곳마다 도준과 공은채에 관한 소식이라서 석지환은 아마 하윤보다 더 괴로울 거다.‘아직도 지환 오빠 여자친구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지. 차라리 기분전환 할 겸 외출하는 것도 좋지.’차에 오른 하윤은 뒷좌석에서 도준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도준 씨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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