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91 - 챕터 1100

1602 챕터

제1091화 오늘 가지 마요

병원.“상황이 이대로 안정되면 다음주 목요일 바로 수술할 수 있습니다.”검사 보고를 확인하던 원장이 짤막한 결론을 내놓자 도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다음주 목요일로 정해요.”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공은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이내 되물었다.“혹시 지금 수술하면 성공 확률은 얼마인가요?”“90퍼센트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희 병원의 심장내과는 국내 최고 수준이니 저희 말대로 약만 꾸준히 먹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면 성공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원장의 말에도 공은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어찌됐든 현재 겨우 제가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었는데, 이대로 일이 틀어지면 안 됐으니까.원장을 포함한 의료진이 떠나자 공은채는 이내 도준을 바라봤다.“수술할 때 제 곁에 있어줄 거죠?”“응.”도준은 짤막하게 대답했다.요 며칠동안 저를 매일 보러 오는 도준 덕에, 공은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때문에 말투도 많이 가벼워졌다.“그럼 됐어요. 도준 씨가 곁에 있으면 저는 늘 위험에서 벗어났었으니까.”이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도준이 살이 있는 부처처럼 공은채를 항상 지켜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모든 걸 동원해서 그녀를 살려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설령 공은채에게 죽을 고비가 찾아와도 도준은 저승길이라도 찾아와 그녀를 다시 끌어냈다.솔직히 이런 도준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하지만 공은채에게 남은 이런 소녀 같은 마음은 진작 염옥란과 함께 죽었다. 공은채는 남자를 믿지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사랑 따위 믿지 않는다. 그녀가 믿는 건 오직 손에 쥐고 있는 것뿐이다.하지만 지금, 그런 공은채에게도 왠지 다른 마음이 생겨났다.도준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어찌됐든 도준처럼 모든 걸 갖춘 사람과 함께라면 남은평생 편하게 살 수 있기도 하고, 무너진 공씨 가문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으니까.공은채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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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마음이 흔들리다

한편 룸 안.저한테 추근대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내는 투자자를 본 진가을은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빙 둘러봤다.제 앞에 놓인 와인병을 보자 당장이라도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힘껏 내리쳐 구멍을 뚫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왓다.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매니저의 눈치를 보며 눈을 내리깔고 사과하는 것뿐이었다.“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러려던 게 아닙니다.”매니저 지하늘은 일을 그르친 진가을을 째려보더니 이내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투자자를 바라봤다.“주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가을이 성격. 이렇게 화끈한 성격 때문에 더 좋아하셨잖아요.”하지만 주승범은 그런 매니저의 손마저 홱 뿌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듣기 좋은 소리는 그만해! 애초에 이번 드라마 여주인공 자리 내어주면 진가을이 내 말 고분고분 들을 거라며? 그래서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지금 뭐 하자는 건가?”주승범의 말에 놀란 진가을은 고개를 홱 돌려 매니저를 바라봤다.“이번 여주인공은 감독님이 직접 뽑았다면서요?”제 발이 저려 눈을 슬슬 피하던 지하늘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가을아, 너도 이 바닥 입성한지 벌써 2년이 다 돼가잖아. 그런데 어쩜 그렇게 순진해? 얼른 주 대표님 모시고 가서 휴식해.”진가을은 서로 말을 맞춘 두 사람을 원망하듯 바라봤다. 이렇게 늙은 놈과 잠을 잘 바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술 마시고 죽어버리는 게 나았다.이윽고 진가을은 테이블 위에 있는 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이 술 다 마시면 갈 수 있는 거죠?”현재 테이블에는 4병의 와인과 한 병의 도수 높은 양주가 놓여 있었다. 이 술을 모두 마실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만약 마시더라도 바보가 되거나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피둥피둥한 살이 소파와 거의 하나 될 것처럼 축 늘어 앉은 주승범은 얇은 천쪼가리만 달랑 걸친 여자를 제 품안으로 껴안았다.“재주가 있으면 어디 마셔 보던가. 마시지 못하겠으면 순순히 나 따라와야 할 거야.”주승범의 말이 떨어지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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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외박

주승범 일행은 진가을을 아는 체하는 한민혁을 보자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 오해하고 버럭 화를 냈다.“어디서 같잖은게! 당장 나가지 못해?”하지만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민혁은 팔을 걷은 채 와인병을 손에 들었다.“술친구 필요한 거 아니었어? 내가 같이 마셔 줄게.”“이게 누굴 놀리나…….”주승범이 욕지거리를 내 뱉은 순간, 옆에 있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한민혁 사장님 아니세요?”그 말을 내뱉은 사람은 다름아닌 주승범의 비서였다. 일전에 주승범은 민도준이라는 연줄을 잡으려고 비서를 보내 알아보게 한 적이 있었다.그 때문에 주승범도 솔직히 민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방금 알아보지 못한 건 너무 변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민도준의 오른팔인 한민혁을 건드리는 건 민도준을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다…….그걸 인지한 순간, 주승범은 낯빛이 싹 변하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한 사장님이셨군요, 나는 또 누구라고. 어떻게 귀한 분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얼른 앉으세요.”이윽고 테이블에 쓰러지다시피 엎드려 있는 정가을을 힐끗 보더니 이내 다시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가을이도 참, 진작 한 사장님 여자라고 말했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텐데.”평소 주승범 같은 사람을 가장 혐오하는 민혁은 경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누구 여자든 강제로 술 마시게 하는 건 안 되지. 참 뻔뻔하네.”분위기를 풀려고 했던 말을 오히려 사정없이 받아치자 주승범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한 사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제 밑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이러는 건 주가을한테는 영광이죠.”“퍽이나. 술시중 들게 하는 게 영광이라고? 그럼 당신 어머니 모셔와 봐, 내 술시중 들라고 하게.”“뭐?”주승범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퍼부으려는 순간, 비서가 막아 서며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그리고 그 순간, 민혁은 인사불성이 된 진가을을 일으켜 세우더니 주승범을 째려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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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조금만 참자

“띠리링.”한민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진가을을 불렀다.“이봐요, 싸가지, 그쪽 약 가져왔어요.”그러면서 목을 빼들고 안을 살펴봤다.“어? 사람은 어디 갔지?”“아, 바닥에 떨어졌네.”침대 옆으로 걸어간 민혁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는 진가을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참 개구리도 아니고, 이건 무슨 자세야?”진가을을 안아 침대 위로 올려준 민혁은 지하늘이 준 약병을 열었다.“이봐요, 약 먹어요. 그래야 내일 노래할 거 아니에요.”인사불성이 된 진가을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자 민혁은 어쩔 수 없이 친히 약까지 먹여주고는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겨우 끝났네. 난 참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하지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밖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진가을의 물 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래 할 바엔 끝까지 해야지.’민혁은 이내 부엌으로 가 빈 컵에 물을 따라서 진가을의 방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물을 들고 나타났을 때, 진가을은 또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뭐가 불편한지 몸까지 배배 꼬기 시작했다.“하, 왜 또 떨어졌대? 좀 얌전히 자면 안 되나?”심지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지 민혁이 저를 침대위로 끌고 가려고 하자 그를 꼭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계속 혼잣말로 ‘더워’라고 중얼거리면서.이렇게 예쁜 여자가 제 품에 안기자 민혁은 순간 날아갈 듯했다. 하지만 입으로는 거절했다.“이러면 안 돼요. 제가 비겁하게 인사불성인 사람을 덮치는 것 같잖아…… 어!”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진가을이 갑자기 덮쳐 오는 바람에 민혁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그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나기까지 했다.상대의 적극적인 모습에 민혁은 깜짝 놀랐다. 심지어 제 허리 위에 가로 타고 있는 진가을을 보며 경고하기 시작했다.“아니, 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해결해요.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이렇게 충동적으로…… 읍읍…….”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멍해진 민혁은 잠깐 숨돌릴 틈에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말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경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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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마음 속 위치

이른 아침.하윤은 약효 덕에 푹 자고 깨어났지만 머리가 터질 정도로 아팠다.하지만 이제 곧 극단에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기에 간단히 세수만 하고 문을 나섰다.그렇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하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진가을을 보자마자 하윤은 반가운 듯 웃으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 혹시…….”하윤은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으려고 했지만 진가을은 고개를 홱 돌리며 마치 하윤을 보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갑작스럽게 돌변한 태도에 하윤은 의아했지만 하려던 마을 이내 목구멍으로 삼켰다.‘연예인이다 보니 추태 부린 게 쪽팔려서 그러나 보지.’이윽고 가볍게 넘기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그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1층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진가을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초췌한 하윤의 얼굴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혹시 잘 못 잤어요?”하윤은 어제 생각을 하니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네, 속이 안 좋아서요.”하지만 제 감정에만 사로잡혀 어색하게 변한 진가을의 표정을 발견하지 못했다.“어, 남편분이 보살펴주지 않았어요?”민도준의 얘기를 꺼내자 하윤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아니요. 어제 안 들어왔어요. 일이 바쁜가 봐요, 뭐 괜찮아요.”억지 미소를 지으며 애써 자신을 설득하는 하윤을 보자 진가을은 점점 목을 움츠린 채 아무 마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에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달려나갔다.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하윤은 의아하기만 했다.하지만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밀려든 일 때문에 그런 해프닝은 이내 잊어버렸다.오후 1시.하윤은 다른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 뒤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자 한 통 없는 핸드폰을 보자 순간 화가 치밀었다.‘이번에 돌아왔다가 봐, 침대에 절대 못 오르게 할 거야!’하지만 하윤이 한창 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옆에 있던 수아가 핸드폰을 들고 헤실 웃어댔다.“어떡해, 너무 스윗하잖아.”이윽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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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같은 무대

밖으로 걸어 나왔더니 하윤 앞에 보인 건 복도에서 꽃을 든 채 하윤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였다.남자는 잘빠진 체격에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편한 복장 차림인데도 귀족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 옆을 지나가는 무용수들은 저마다 남자를 힐끗힐끗 돌아보기 바빴다.하지만 잔뜩 부풀었던 하윤만은 공태준을 본 순간 이내 평온해졌다.‘하긴, 이제 곧 성공하는데, 이때 나타나서 일을 그르칠 사람이 아니지.’“윤이 씨, 다시 복귀한 거 축하해요.”말을 마친 태준은 하윤에게 꽃다발을 건넸다.꽃은 장미가 아닌 백합이었다. 축하의 의미로 건네는 꽃이라 하윤도 이내 받아 들었다.“고마워.”태준은 무대 화장으로 인해 더 요염해진 하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바쁜데 가서 준비해요. 저는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갈게요.”하윤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무대 뒤로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지 않자 하윤네 순서가 다가왔다.무대 위에 오르기 전 잔뜩 긴장해 있던 하윤은 무대 조명이 켜지고 따뜻한 열기가 얼굴에 느껴지는 순간 다시 저만의 세상을 되찾은 기분이었다.열정, 땀, 음악, 무대, 그리고 박수 소리.물론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무대 위에서 턴을 돌 때마다 하윤은 마음이 가볍고 상쾌했다.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무용수들이 단체로 커튼콜을 할 때, 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좌석은 여전히 꽉 차지는 않았지만 허리 숙여 무대 인사를 할 때, 하윤은 밀려오는 쾌락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하지만 무대 인사를 끝내고 내려가려고 할 때,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극단 멤버들을 불러 세웠다.“잠깐만 기다리세요. 우리 해원 발레단은 성립된 시기로부터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수많은 무대를 선보였는데 항상 자금 문제로 투어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이에 공태준 사장님이 발레단을 위해 예술 재단을 설립해 후원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으로…….”사회자의 말에 극단 식구들은 저마다 기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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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공개고백

공태준은 고개를 돌려 하윤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직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성공하면 그때 공유하도록 하죠.”그 순간 무대 아래에서 또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태준을 응원하기까지 했다.새로운 커플에 관심을 가진 듯 하윤을 툭툭 건드리던 수아는, 하윤의 눈빛에 이내 고분고분해졌다.이윽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하윤은 극단 식구들과 함께 무대를 내려갔다.하지만 하윤이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 태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윤이 씨.”하윤의 선배와 후배들은 그 모습에 이내 뭔가 깨달은 듯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하윤은 이런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태준과 할 말이 있었기에 복도를 가리켰다.그렇게 복도에 멈춰선 순간, 하윤이 입을 열기 전에 태준이 한 발 빠르게 말을 꺼냈다.“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요.”갑작스러운 사과에 하려던 마들이 모두 목구멍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몇 초간 침묵을 유지하던 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공태준, 내가 말했잖아. 우리 어울리지 않는다고.”“알아요. 제가 재단 설립한 것도 다른 뜻 없어요. 그저 윤이 씨가 난처한 상황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설립한 거예요. 친구로서 윤이 씨가 안전했으면 좋겠어요.”지난 번 자선 공연 얘기가 나오자 하윤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을 구겼다.그날 하윤은 갑작스럽게 불려간 건데, 그 자리에서 하필 도준과 공은채를 만났다. 게다가 또 하필이면 누군가 추근대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고.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치자 모든 게 일부러 계획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공은채가 일부러 하윤을 불러내 곽도원의 눈에 띄게 했고, 또 저와 도준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그 생각에 하윤은 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러는 거 혹시 공은채의 잘못에 대한 보상이야?”“은채요?”태준은 어리둥절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태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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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충고

공태준은 제가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일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윤영미의 극단은 수입이 적은 데다 지출이 많아 유지되기 매우 힘들었으니까.때문에 뭐가 됐든 재단 설립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텐데, 윤영미는 하필 그 호의를 거절해 버렸다.어릴 때부터 재벌로 살아온 태준은 제 투자를 거절하는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교양 있는 말로 제 목적을 설명했다.“혹시 걱정하시는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재단 설립에 따로 필요한 게 없으니. 오히려 재단이 설립되면 앞으로 관객이나 좌석 상황에 목맬 필요도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습니까?”“그렇다면 더더욱 안 됩니다. 저희가 공연하는 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 그걸 신경 쓰지 말라니요. 만약 그렇게 극단을 유지하면 빈 껍데기나 다른 없습니다. 공태준 사장님의 뜻은 잘 이해했으니, 마음만 받겠습니다.”윤영미의 완강한 뜻에 태준의 미소는 살짝 옅어졌다.“그렇다면 저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이윽고 하윤을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윤영미가 미리 차단했다.“여기서 뭐하고 있어? 얼른 가서 옷 갈아입지 않고!”흠칫 놀란 하윤은 그제야 다급히 대답했다.“어, 네!”하윤이 떠난 뒤 윤영미의 눈빛은 곧바로 형형하게 빛났다.“사적으로 몇 마디 할게요.”“네, 말씀하시죠. 경청하겠습니다.”“그럴 것까진 없네요. 그저 간단한 충고니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공적인 자리에서 이익을 내세워 강요하면 안 되죠. 그건 너무 양아치 같은 짓 아닙니까? 말로는 상대보다 하위에 있다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걸 보니 참 비겁하더군요.”“진심과 목적 있는 호의에 대해 잘 배우기 전에는 저희 극단 찾아오지 마세요.”말을 마친 윤영미는 힘찬 발걸음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홀로 남겨진 태준은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분명 환한 달빛이 고스란히 그에게 떨어졌지만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좀처럼 읽어낼 수 없었다.……극단을 떠난 태준은 차 뒷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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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결렬

병실에 앉아 있던 공은채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공태준은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자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군이기도 하다. 때문에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공은채는 이내 사과했다.“오빠, 미안해. 그런데 나 좀 믿어 줘. 나 이시윤 다치게 하지 않아. 그저 도준 씨에 대해 단념하고 정당한 이유로 오빠 곁에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 이번에 재단을 설립했으니 오빠도 앞으로 극단에 자주 찾아갈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서로 좋은 거잖아.”공은채가 아무리 멋들어진 말로 회유해도 태준은 제 동생이 저를 이용하려 든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 순간 눈시울을 붉히던 하윤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 가슴이 쓰라렸다.분명 지켜주려던 상대인데, 오히려 상처만 주게 된 꼴이라니.제 욕심 때문에 공은채와 손을 잡아 사랑하는 사람의 혼인을 망치고, 의지할 곳을 빼앗은 데다 온갖 수모를 겪게 한 건 다른 아닌 공태준 자신이었다.그러면서 구원자라도 되는양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단.그 순간 제 투자를 거절한 윤영미의 결정이 이해가 되었고 저 자신이 너무 비열하게 느껴졌다.눈을 질끈 감은 태준은 씁쓸함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은채야, 난 너와 내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 너를 다 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 네 눈에는 진작 가족이 없었네. 그렇다면 가식적인 남매관계도 유지할 필요 없겠어.”공은채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었다.“오빠, 지금 그거 무슨 뜻이야? 설마 남매 관계를 끊자는 거야?”“응.”태준의 답변에 공은채는 헛웃음이 났다.“오빠, 오빠가 이시윤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곁에 두고 지켜주려던 거 아니었어? 이제 곧 성공하는데 왜 또 포기하겠다는 거야? 이러면 그때 별장에서 이시윤 보내줬을 때랑 뭐가 달라?”“3년 전 한번 놓아줬다가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잖아. 그런데 또 똑 같은 일 반복하고 싶어? 이번에 다시 포기하면 앞으로 이런 기회 두 번 다시없을 거야. 오빠 똑똑한 사람이잖아, 어떻게 선택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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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매달릴까 봐 귀찮았나?

“너 공태준 사장과 무슨 사이야?”윤영미는 대기실에서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하윤을 붙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분명 성인인데 선생님이 무섭게 물어보자 마치 선생님한테 연애를 들킨 학생이 된 것처럼 마구 도리질했다.“아무 관계도 아니에요.”“흥, 됐어. 공태준 사장에 관한 얘기는 우선 이쯤에서 그만하고, 아까 말한 민도준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니?”“어…….”하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대답했다.“남편이요.”“너 결혼했어?”윤영미는 의외의 대답에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이에 하윤은 대충 얼버무렸다.“어떻게 이런 일이!”테이블을 탕 내리치는 윤영미의 동작에 깜짝 놀란 하윤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니까 너랑 결혼했으면서 다른 여자랑 부적절한 관계로 얽혀 있다, 이 말이니?”하윤은 당황한 나머지 일부러 모른 체했다.“네? 무슨 여자요?”“지금 내가 늙었다고 인터넷도 못하는 노인인 줄 아는 거야? 민도준과 공은채의 사랑 이야기로 해원 전체가 떠들썩한데 누굴 바보취급 하는 거니?”자기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윤은 마지못해 내연녀에게 남편을 빼앗긴 불쌍한 본처 행세를 하며 윤영미의 꾸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그렇게 한창 하윤을 꾸중하던 윤영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힐끗 째려봤다.“사람이 한평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절대 손해보는 짓 하지 마, 알겠어?”그 말을 듣는 순간 하윤은 코끝이 시큰거렸다.“윤 쌤…….”“울지 마, 얼른 돌아가서 씻고 푹 자. 내일 아침 7시 집합이니까!”말을 마친 윤영미는 이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윤영미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하윤은 여전히 코끝이 시큰거렸다.공태준과 하윤의 관계를 알기 전에 윤영미는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모든 사실을 안 뒤 하윤 때문에 고민도 없이 투자를 거절했다.그건 공태준이 ‘은혜’라는 단어로 하윤을 묶어 두길 원하지 않아서였다.선후배들 모두 옷을 갈아입고 청소까지 말끔히 끝내고 떠난 뒤라 대기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텅 빈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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