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시뻘겋게 충혈된 한민혁의 눈을 보자 권하윤은 놀란 듯 물었다.“왜 이렇게 됐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웬 싸가지가 침 튀겨서요.”“네?”하윤은 의아한 나머지 도준에게 전화할 때 이 일을 말했다.“하, 너무 건조해서 그랬나 보지 뭐.”“그게 무슨 말이에요? 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들으면 들을수록 하윤은 어리둥절해졌다.“됐어, 다른 사람 얘기는 그만하고 집은 어때? 괜찮아?”소파에 앉아 있던 하윤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곳곳을 훑어보며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그럼 됐어. 당분간은 거기서 지내.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그럼……, 도준 씨가 필요한 것도 말해도 돼요?”곧이어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아직도 배 안 불러?”“누가 그걸 말해요? 제가 말한 건……, 아 됐어요, 말 안 할래요.”말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하윤은 한참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대화하다가 겨우 끊었다.물론 도준이 곁에 없지만 왠지 계속 함께한 기분이었다.……다음날 아침, 하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택시를 타고 익숙한 극단으로 향했다.윤영미는 여전히 몇 년 전부터 춤 연습을 하던 연습실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윤도 빨리 도착했지만 안에는 이미 몇몇 여자애들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옷을 갈아입고 다시 플라스틱으로 된 바닥을 밟는 순간, 하윤은 다시 몇 년 전으로 추억 여행하는 듯싶었다.벌써 2년 동안 춤을 놓고 있어 몸이 뻣뻣하고 말을 안 들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리를 다시 봉 위에 올려 놓는 순간 몸은 연습 루트를 모두 기억하는 듯 제멋에 움직였다.하지만 연습을 마쳤을 때쯤, 뒤에서 누군가 콧방귀를 뀌었다.“흥, 원래보다 많이 죽었네. 지난 2년 동안 연습 한 번도 안 했나 보네.”고개를 돌려 윤영미를 확인한 하윤은 이내 다리를 내리고 얌전한 자세를 취했다.“쌤. 어, 제가 그동안 연습을 못하긴 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연습해서 꼭 따라 잡을게요.”“노력만 하지 말고
Last Updated : 2024-03-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