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211 - Chapter 220

1009 Chapters

제211화

서재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는 조금 난감한 기색을 내보였다. 사실 그 정도 돈은 정현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영화 한 편에 투자하는 돈의 몇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었기에 쉽게 내놓을 수 있을 만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심유진을 믿을 수 없었다. 정현철은 심유진이 많이 단단해졌다는 걸 느꼈다. 심훈 부부가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슨 일이나 가리지 않고 다 하던 그 멍청하리만큼 착한 심유진은 이제 없었다. 그래서 10억을 줘도 아무 이익도 못 볼 가능성이 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여자에게 자신의 그 멍청한 아들을 장가보내면 이제 아들의 앞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정현철은 심유진과 협상을 해보려고 했다.“아니면 먼저 2억을 받고 나머지는 혼인신고를 한 다음에 받는 건 어떤가?”2억 정도는 손해를 봐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심유진에게 주는 보상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심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싫어요.”그녀는 이미 정현철이 뭘 걱정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절 그렇게 믿지 않으시는 거라면 저도 믿음이 안 가죠. 혼인신고를 마친 후 나머지 돈을 안 주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쪽 집안사람이 되면 이모랑 삼촌도 더는 제 편에 서주지 않으실 텐데요.”심유진은 일부러 이모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말했다. 사영은의 표정이 어두웠다.“그렇게 성의가 없으신 거라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겠네요.”심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정현철이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그쪽 이모랑 한번 상의해 보도록 하지.”“그러세요,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연우야, 같이 나가봐.”정현철이 정연우에게 말했다. 심유진은 여전히 정연우를 아는 체도 하지 않으며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정연우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정말 저한테 시집올 거예요?”“아니면요?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지금?”심유진이 차갑게 웃었다.“이게 당신이 원하던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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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여… 여긴 어떻게…”심유진은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됐다.“전화가 꺼져있더라고. 연락이 안 되니까 너무 걱정됐어. 그러다가 새아버지랑 경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왔어.”심유진은 허태준이 이곳으로 온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가 됐던 그가 왔으니 자신도 벗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심연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급히 올랐다.“대표님, 빨리 여기서 나가세요. 이따가 아빠랑 엄마가 보시면 둘 다 귀찮아지니까.”심연희가 다급히 얘기했지만 허태준은 흔들리지 않았다.“원래 그분들 만나러 온 거야.”심유진과 심연희 모두 이 말에 깜짝 놀랐다.“만나서 뭐 하려고요?”“당연히…”허태준이 뭔가를 얘기하려다가 멈추고 씩 웃었다.“조금 있다가 알게 될 거야.”허태준이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부모님은 어디 계시지?”심연희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심유진이 그 모습을 보며 서재 쪽을 가리켰다.“저랑 같이 가요.”“그래.”허태준의 손이 자연스럽게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서재 쪽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정연우와 몸이 부딪혔다. 허태준이 그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이쪽은?”심유진이 대신 소개해줬다.“정현철 씨 아들 정연우 씨예요. 뉴스에도 여러 번 나오셨는데 본 적 없어요?”“정연우? 내가 전에 만났었던 분이랑 다르게 생기셨는데.”정연우가 당황해서 얼버무렸다.“착각이시겠죠.”“착각인가?”허태준의 예리한 눈빛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 정연우는 시선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라서 어색하게 그 자리에 서있었다.“그런데…”허태준이 아래층을 내려다봤다. 혼자 거실에 앉아있던 정현우도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데 보였다.“제 기억에는 방금 연희 씨랑 같이 있던 정현우 씨가 그때 파티에 정현철 씨와 함께 참석하셨던 친아들이라는 분이랑 더 닮은 것 같던데요.”정연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심유진과 심연희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말했잖아요. 착각하신 거라고.”정연우는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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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정현우는 30년 동안 살면서 허태준만큼 자기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는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 정현우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켜 허태준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바닥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허태준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심유진을 자신의 옆으로 살짝 당겼을 뿐이었다.“잠시 피해 있어.”허태준이 말했다. 전에 퀸 바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기에 심유진은 허태준이 걱정되지 않았다. 심유진은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서서 정연우 뒤에 숨었다.정현우가 허태준을 향해 강하게 팔을 휘둘렀지만 허태준에게 단숨에 잡히고 말았다. 허태준이 정현우의 손목을 잡고 반대로 꺾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정현우는 내내 비명만 지를 뿐 반항하지 못했다.소란스러운 소리에 서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시야에는 허태준의 뒷모습과 아무 힘없이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는 정현우밖에 보이지 않았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정현철이 다급히 달려가 허태준의 손을 떼어냈다.“어떤 미친놈이 남의 집에 와서 행패야!”정현철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허태준을 노려봤다. 허태준과 눈이 마주치자 정현철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 같은데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정현철이 나타나자 정현우는 조금 우쭐해진 것 같았다.“아빠...”정현우가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데 아빠라는 호칭에 정현철이 매섭게 그를 노려봤다.“아니, 삼촌... 쟤가 아내를 내 아내를 뺏고 때리기까지 했어요.”정현우가 씩씩거리며 허태준을 짚었다. 정현철은 그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당부했었다. 항상 말을 조심하고 티 내지 말라고. 하지만 저 멍청한 것이 또 다 잊어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현우를 탓할 때가 아니었다.“왜 함부로 사람을 때리는 거지?”정현철은 허태준의 신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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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제가 이 여자 약혼자입니다.”허태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그 말에 놀랐지만 심연희만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소리지?”정현철이 심훈과 사영은에게 물었다.“약혼자라고? 심유진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나한테 얘기해 줬던 것 같은데.”이 일에 관해서 심훈은 아는 게 없었기에 그는 그저 사영은이 뭔가 대답을 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사영은은 지금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상태였다. 그녀는 당연히 허태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심연희와 그녀가 함께 설계한 판이었기 때문이다. 목적은 심유진과 허태준이 결혼하기 전에 그 둘을 갈라놓는 것이었다.사영은은 심연희와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계획이 심유진에게 들통나는 한이 있더라도 강제로 정씨네 집에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허태준이 이 현장에 직접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사영은이 억지로 웃으면서 변명거리를 찾느라 머리를 굴렸다.“유진이가 계속 대구에서 지낸 데다가 자기 일을 우리한테 얘기해 주는 애가 아니다 보니까 아직 남자친구가 없는 줄 알았어요.”사영은은 모든 책임을 심유진에게 떠밀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이런 수작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저랑 허태준 씨에 관한 일은 연희가 다 알고 있을 텐데요.”심유진의 시선이 심연희에게로 꽂혔다. 심연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 그게...”심연희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핑곗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전에 거실에서 이미 이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던 터라 사영은이 세운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시치미를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심연희는 눈물로 사람들의 동정을 사기로 결심했다.“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회사가 너무 어려워져서 저희 두 가문이 결혼하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만 생각했지 언니가 원하는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전 엄마아빠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언니도 당연히 이 혼인을 원하는 줄 알았어요...”심연희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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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꼬신다고?”허태준이 실소를 터뜨렸다.“내 약혼녀가 남을 꼬실 필요가 있나?”“진짜예요!”신연희는 허태준이 믿지 않는 모습을 보자 증인을 끌어들였다.“연우 오빠, 오빠가 한번 말해봐. 아까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정연우는 허태준을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의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봤을 때 허태준이 절대 일반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연우는 대답을 망설였다. 허태준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자 더욱 죄책감이 들어 그는 결국 침묵을 택했다.심연희는 정연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심연희가 사영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사영은도 당연히 심연희 편이었다.“유진이가 연우를 먼저 꼬신 게 맞아요.”심유진은 이미 그들에게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터라 이런 거짓말을 들으면서도 전혀 분노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경심이 들 지경이었다. 연기를 전공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혀 티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명은 똑똑히 해야만 했다.“아니에요. 정연우 씨가 절 강제로 끌고 간 거였어요.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언니, 언제까지 대표님을 속일 거야? 연우 오빠가 직접 말했어. 언니가 꼬신 거라고.”“그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말할게. 난 그런 적 없어.”심유진은 흔들리지 않았다.“내 동생이라는 애가 나보다 남을 더 믿는 거야?”심연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꼬신 게 아니라고?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사영은이 심연희를 지켜주기 위해 나섰다.“아까 10억을 요구한 사람이 누군데!”심유진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했던 말을 사영은이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다.“10억만 달라고 했어?”그때 허태준이 놀란 얼굴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난 20억 준비했는데 어떡하지?”허태준이 당황해하며 하는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지금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에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더 좋은데요?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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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어차피 누구랑 결혼하던 정씨네 가문과 심씨네 가문의 혼인이 성사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왜 정현우는 이미 자신과 혼인이 결성된 듯 행동하는 것일까? 아까 서재에서 정현철은 분명 정연우와의 결혼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말이다.정현철이 고개를 돌려 정현우를 노려보며 호통쳤다.“닥쳐!”정현철이 허태준에게 말했다.“당연히 연우지. 부모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자식이 몇이나 되겠나. 이미 이 혼사는 나와 유진이네 이모랑 이모부가 다 동의한 일일세. 유진이도 원하고 있고...”“아니요.”심유진이 정현철의 말을 끊었다.“그건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심유진이 웃으며 허태준의 어깨에 기댔다.“태준 씨가 20억이나 준다잖아요? 그쪽에서는 10억도 할부로 주겠다고 하시고...”정현철이 얼굴이 벌게져서는 심훈과 사영은을 재촉했다.“이 일을 어떻게 할 건데!”“연우 씨랑 결혼해야 돼 넌.”사영은이 말했다. 심유진이 정연우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심연희는 허태준을 넘볼 수가 없었다. 사영은은 꼭 심연희의 앞길을 잘 다져주고 싶었다. 반대로 심유진은 어디 가서 죽든말든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심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훈은 사영은과 심연희가 세운 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그도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다. 허태준의 20억은 큰돈이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한 푼도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씨네 집안이 10억을 전부 심유진에게 준다 해도 적어도 결혼 후 두 회사가 합작하는 건 당연한 일일 테니 수입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래요, 그럼.”심유진은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더 큰 요구를 제기했을 뿐이었다.“그럼 20억보다 더 큰돈을 주세요. 일시불로요.”“심유진, 까불지 마.”사영은이 경고했다.“이건 결혼을 하는 거지 몸을 파는 게 아니야.”심유진이 비웃었다.“제가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제로 하는 게 몸을 파는 거 아닌가요?”“어차피 팔리게 될 거라면 공평하게 경쟁하죠? 가격을 높이 부르는 사람한테 가는 걸로.”심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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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정현철은 끝내 더 높은 가격을 부르지 못했다. 그리고 심훈과 사영은이 붙잡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떠나기 전 정현우는 아쉬워하며 심유진을 바라봤다. 집 문을 나서자마자 정현우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40억밖에 안 되잖아요... 저번에 영화 찍을 때 사민영 씨한테는 60억이나 줬으면서...”“60억을 준 만큼 몇십억을 번 사람이야. 심유진은 그게 가능해?”정현철이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이 결혼은 꿈도 꾸지 마. 더 좋은 여자 하나 찾아줄 테니까.”“그런데 전 심유진이 좋아요!”정현우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심유진이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싫어요.”“그럼 네가 직접 40억을 벌어다 주던가! 하여튼 난 1전 한 푼도 그 여자한테 쓰고 싶지 않다.”정현철의 입장이 매우 단호했다.“다른 사람한테 장가가던가 아니면 한평생 가지 말던가 네가 선택해.”“아빠!”정현우가 정현철의 손을 잡고 애원하려 했으나 정현철이 그 손은 뿌리쳤다.“아빠라고 부르지 마! 난 너처럼 못난 아들 둔 적 없다.”정현철은 유비의 부축하에 차에 올라 차 문을 쾅 닫았다. 같이 올라타려던 정현우는 하마터면 문에 부딪힐 뻔했다. 정현우가 비굴한 모습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현우야.”정현철의 부름에 운전을 하고 있던 정연우가 고개를 돌렸다.“네?”“방금 허 씨라고 하던 그 남자에 대해 알아봐. 뭐 하는 사람인지.”정현철의 눈에 독기가 어려있었다.“감히 나한테 맞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그 시각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으며 이만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한 걸음 떼자마자 사영은이 그 앞을 막아섰다.“이 결혼 난 반대야.”사영은의 태도가 결연해 보였다. 허태준은 그런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이건 저랑 유진 씨 사이의 일입니다.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고요.”허태준이 사영은을 피해 지나가려는데 사영은이 또다시 심유진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는 감히 허태준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어 모든 화를 심유진에게 풀었다.“나 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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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마지막 한 계단을 내려왔을 때 위층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엄마!”심연희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언니 빨리 와봐. 엄마가 쓰러졌어.”하지만 이런 말에 당할 심유진이 아니었다.“쓰러졌으면 구급차를 불러야지. 난 왜 불러?”심훈이 1층에 있는 고용인들에게 명령했다.“유진이 못 가게 막아!”여러 명이 심유진에게 달려들었지만 허태준이 다 밀쳐냈다. 다들 벽에 부딪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더 이상 누구도 그들의 앞길을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에스코트하에 안전하게 집을 빠져나왔다.“신분증은 챙겼어?”허태준이 물었다.“네.”심유진이 바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언제든지 도망가기 위해 매번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심유진은 신분증부터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다른 일이 없으면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서 가장 빨리 뜨는 비행기로 대구에 가자.”“좋아요.”심유진이 바라던 바였다. 집을 나서니 이제야 불안에 떨던 마음이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그제야 허태준에게 물었다.“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아까 비록 대답을 듣긴 했지만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허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아까 말한 그대로야.”심유진은 믿지 않았다. 아무리 연락이 안 돼서 걱정된다 하더라도 대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올 필요까지는 없었다. 심유진은 자신들의 관계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안 믿으면 말고.”허태준은 심유진은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그나저나...”허태준이 심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안사람들이랑은 죽어도 연락하지 않겠다더니 경주까지는 왜 왔어?”“새아빠한테 강제로 끌려온 거예요.”심유진은 심훈이 했던 모든 일을 사실대로 허태준에게 털어놓았다.“엄마가 자궁암 말기니까 집에 와보라고 했어요. 근데 다 절 강제로 결혼시키기 위해 설치한 덫인 거 같아요. 아마 저희 엄마는 건강하실걸요.”사영은은 확실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가 저번에 대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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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비행기가 착륙했다. 다시 대구로 돌아오니 심유진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그 복잡한 일들이 다 잊히는 기분이었다.여형민이 차를 몰고 공항에 데리러 왔다. 여형민이 심유진을 보자마자 물었다.“괜찮아요?”“네.”여형민이 한시름 놓은 듯 한숨을 쉬었다.“그럼 됐어요. 이틀 동안 연락도 안 되고 집에 가봐도 없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요. 다행히 태준이가 유진 씨네 호텔 대표님이랑 연락이 돼서 경주로 돌아갔다는 걸 알게 됐어요.”“휴대폰이 꺼져있어서 괴롭힘이라도 당하는 줄 알았네요. 근데 오늘 미팅이 있어서 태준이랑 같이 못 가게 됐어요. 미안하게 됐네요.”심유진이 손을 저었다.“뭐가 미안해요, 괜찮아요.”그저 친구 사이에 이렇게 걱정해 준 것만 해도 심유진은 너무 고마웠다. 심유진은 허태준을 힐끗 쳐다봤다. 아까 했던 얘기들이 다 사실일 줄은 몰랐다.“혹시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심유진이 여형민에게 물었다.“곧 주대영 씨 재판이 열릴 거예요. 그때 가서 미리 월차 쓰세요.”“네.”차량이 시내로 진입했다. 집과 가까운 쇼핑몰 근처를 지날 때 심유진이 갑자기 말했다.“차 좀 세워주세요.”“왜요?”“휴대폰을 새로 사야 돼요.”심유진의 휴대폰은 심훈한테 있었다. 급히 나오다 보니 그걸 찾아오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다행히 휴대폰에 중요한 내용들을 저장해 놓는 편이 아니다 보니 심훈이 비밀번호를 풀어도 얻을 정보가 없을 것이다.“저도 같이 가요. 일이 끝나면 저녁도 먹고요.”여형민이 상가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할 곳을 찾고 있는데 그의 눈에 익숙한 차가 보였다.“어?”하지만 차 번호를 자세히 보고 나서야 여형민은 시선을 돌렸다.“아... 아니네.”“뭐가 아니에요?”심유진이 물었다.“저 스포츠카 말이에요. 전 또 태준이 차인 줄 알았어요.”심유진도 그 차를 바라봤다. 확실히 허태준의 차와 똑같게 생긴 모습이었다. 허태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저 차를 타는 사람이 뭐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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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허태준은 항상 그를 차갑게 대했었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먼저 말을 걸었다.“휴가 때 경주에 가지 않은 건가요?”정재하는 허태준의 이런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 웃음마저 경직됐다.“아니요, 일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물었다.“아리 쪽 두 bj들한테 아진 광고를 따내 줬다면서요.”정재하의 얼굴이 붉어졌다.“마침 아진에서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그 bj들이랑 아는 사이라서 추천해 줬을 뿐이에요. 진짜 될 줄은 몰랐네요.”허태준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른 말이었다. 허태준이 조사해 본 데 따르면 정재하는 태하 그룹의 상당한 금액의 자금을 계약금으로 지불하여 이 광고를 따냈다. 하지만 허태준은 그의 거짓말을 이 자리에서 공개해 버릴 생각은 없었다. 광고비중에 4할은 회사의 몫이다. 즉 정재하는 지금 자신에게 돈을 부단히 입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태준에게는 굉장한 이득이었다.“심연희 씨랑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은 두둑하게 낼게요. 감사 인사는 확실히 해야죠.” 허태준이 웃었다. 정재하는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나저나 회사 일이 바쁘긴 하겠지만 여자친구랑도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연희 씨 부모님이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대요. 남은 날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재하 씨가 옆에 있어 주길 원할 거예요.”정재하가 깜짝 놀라 물었다.“언제 진단을 받으신 거예요?”그는 종래로 심연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몰랐어요? 연희 씨 아버님께서 이 일로 대구까지 찾아와서 유진 씨를 집으로 데려갔었는데요.”“맞아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의도가 뭔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대표님이랑 저랑 방금 막 경주에서 돌아오는 길이예요.”정재하가 굉장히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저도 바로 경주로 가봐야겠어요.”정재하가 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스포츠카가 소리를 냈다.“저 차가 재하씨 꺼예요?”여형민이 물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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