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13화

정현우는 30년 동안 살면서 허태준만큼 자기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는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

정현우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켜 허태준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바닥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허태준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심유진을 자신의 옆으로 살짝 당겼을 뿐이었다.

“잠시 피해 있어.”

허태준이 말했다. 전에 퀸 바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기에 심유진은 허태준이 걱정되지 않았다. 심유진은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서서 정연우 뒤에 숨었다.

정현우가 허태준을 향해 강하게 팔을 휘둘렀지만 허태준에게 단숨에 잡히고 말았다. 허태준이 정현우의 손목을 잡고 반대로 꺾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정현우는 내내 비명만 지를 뿐 반항하지 못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서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시야에는 허태준의 뒷모습과 아무 힘없이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는 정현우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정현철이 다급히 달려가 허태준의 손을 떼어냈다.

“어떤 미친놈이 남의 집에 와서 행패야!”

정현철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허태준을 노려봤다. 허태준과 눈이 마주치자 정현철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 같은데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현철이 나타나자 정현우는 조금 우쭐해진 것 같았다.

“아빠...”

정현우가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데 아빠라는 호칭에 정현철이 매섭게 그를 노려봤다.

“아니, 삼촌... 쟤가 아내를 내 아내를 뺏고 때리기까지 했어요.”

정현우가 씩씩거리며 허태준을 짚었다. 정현철은 그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당부했었다. 항상 말을 조심하고 티 내지 말라고. 하지만 저 멍청한 것이 또 다 잊어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현우를 탓할 때가 아니었다.

“왜 함부로 사람을 때리는 거지?”

정현철은 허태준의 신분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