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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허태준은 항상 그를 차갑게 대했었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먼저 말을 걸었다.

“휴가 때 경주에 가지 않은 건가요?”

정재하는 허태준의 이런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 웃음마저 경직됐다.

“아니요, 일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물었다.

“아리 쪽 두 bj들한테 아진 광고를 따내 줬다면서요.”

정재하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침 아진에서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그 bj들이랑 아는 사이라서 추천해 줬을 뿐이에요. 진짜 될 줄은 몰랐네요.”

허태준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른 말이었다. 허태준이 조사해 본 데 따르면 정재하는 태하 그룹의 상당한 금액의 자금을 계약금으로 지불하여 이 광고를 따냈다.

하지만 허태준은 그의 거짓말을 이 자리에서 공개해 버릴 생각은 없었다. 광고비중에 4할은 회사의 몫이다. 즉 정재하는 지금 자신에게 돈을 부단히 입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태준에게는 굉장한 이득이었다.

“심연희 씨랑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은 두둑하게 낼게요. 감사 인사는 확실히 해야죠.”

허태준이 웃었다. 정재하는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회사 일이 바쁘긴 하겠지만 여자친구랑도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연희 씨 부모님이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대요. 남은 날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재하 씨가 옆에 있어 주길 원할 거예요.”

정재하가 깜짝 놀라 물었다.

“언제 진단을 받으신 거예요?”

그는 종래로 심연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몰랐어요? 연희 씨 아버님께서 이 일로 대구까지 찾아와서 유진 씨를 집으로 데려갔었는데요.”

“맞아요.”

심유진은 허태준의 의도가 뭔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표님이랑 저랑 방금 막 경주에서 돌아오는 길이예요.”

정재하가 굉장히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저도 바로 경주로 가봐야겠어요.”

정재하가 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스포츠카가 소리를 냈다.

“저 차가 재하씨 꺼예요?”

여형민이 물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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