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에 낀 반지를 뺐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액세서리 상자에 넣었다.도구라 하지만 허태준의 씀씀이를 봤을 때 가격이 상당했을 것이다.그녀는 이런 반지를 끼고 동네방네 다니고 싶지 않았다. 어디 맞힐까 봐 또 누군가 흑심을 품을까 봐.카톡 그룹챗에는 동료들이 오늘 밤 별똥별에 대해 한창 의논하고 있었다.기상청에서 보도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몇 초를 위해 하루 전날 산에 올라가 좋은 자리를 맡았다.“저 지금 바로 산꼭대기에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심유진의 매니저가 산꼭대기의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전부 사람들이었다.“여기는 그나마 나은 거예요. 산 중턱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걸요. 언제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경찰들까지 다 동원됐다니까요. @심유진 매니저님 저 미리 휴가 낼게요. 내일 호텔에서 저를 보지 못하신다면 아직 산꼭대기에 갇혀있는 겁니다.”심유진은 답장했다. “알겠어요. 안전에 조심하세요.”심유진은 휴가도 갑작스레 신청했고 핸드폰도 심훈한테 압수 당하여 두 날 동안 그룹챗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녀의 문자 하나에 그룹챗 안은 금방 활기가 찼다.“실종인 복귀!”“매니저님, 드디어 나타나셨네요!”심유진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틀 전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산골짜기에 있어서 신호가 없었네요.”“매니저님, 오늘 밤 유성을 보셨나요?”“봤습니다.” 그것도 딱 좋은 자리에서요——물론 이 말은 못했다. 아니면 자신과 허태준의 관계가 들통나기 때문이다.“소원은요?”심유진은 이미 이런 전설 같은 얘기를 믿을 나이가 아닌지 오래다. 다만 별똥별을 봤을 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다. 시간이 이 순간에서 멈췄으면 좋겠다.——동화마냥 꿈같은 풍경에 왕자님처럼 잘생기고 따뜻한 남자.하지만 그것은 정녕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계약이 만기 되면 모든 마법은 사라진다. 그녀는 또다시 원래 그 평범하디 평범한 신데렐라로 돌
발걸음을 멈추고 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밤 연락이 안 되던 남자가 지금 소파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그의 외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넥타이는 풀어진 채 목에 걸려있었다.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려 가슴이 드러났다.심유진의 시선은 그 사람 목에 있는 선명한 립스틱 자국에 집중됐다.추궁하고 질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널찍한 소파는 허태준이 눕기에 좁았다. 그는 불편한 듯 몸을 뒤집었고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황급히 문을 나섰다.“쾅”하고 문이 닫혔다.**새해 휴가가 끝나자 투숙하는 고객들도 절반이나 줄어들었다.심유진은 사실 바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본 그 립스틱 자국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녀는 호텔에 두 시간을 더 남아있다가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했다.허태준은 이미 거실에 없었다.하지만 그가 벗어둔 구두는 아직 그대로 현관에 놓여 있었다. 신발장의 슬리퍼는 온데간데없었다——아마 하루 종일 집을 나서지 않은 모양이다.서재 문이 열렸다. 심유진이 2초 기다리자 허태준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가 입은 것은 아침의 셔츠와 정장 바지가 아닌 네이비색 체크 잠옷이었다.심유진은 그의 목을 훑어봤다——립스틱 자국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밥은 먹었어?” 허태준이 먼저 정적을 깼다.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그리고 그한테 물었다. “허태준 씨는요?”“아직.” 허태준은 콧등을 문질렀다. “조금 있다가 나갈 거야. 오늘 안 들어올 거야.”심유진은 한순간 멍했다. 이윽고 “네.”하고 대답했다.**심유진은 방에 숨어있었다. 허태준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허전해졌다.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그녀는 부서 내 여직원이 여러 차례 추천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점심 휴식 시간이 되자 심유진은 여형민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그는 형 형사님과 함께 로열호텔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일행 중 한 명은 중요한 증인 장 씨였다.이 건의 결과에는 이의가 없어 모든 사람이 편했다.형 형사는 심유진과 장 씨에게 똑똑하게 서술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들이 이해를 했다고 하자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장 씨가 신이 나서 심유진과 얘기했다.“유진아 너랑 태준은 아주 그냥 복덩이가 따로 없다! 저번에 나랑 남편이 널 보러 병원에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월급 인상을 해줬다잖니! 그것도 두 배나! 상사가 몇 년간 회사를 위해 희생해 준 보답이라고 했단다. 그 성적이면 더 높은 자리까지 갈 수 있다고 말이다. 지금은 그이가 지금 자리에 만족해서 그대로 있겠다 했지만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승진할 수 있단다! 그리고 팀에서 더 좋은 작품을 디자인해 낸다면 월급을 또 올려준대!”심유진은 마음속으로부터 그녀를 위해 기뻐했다.하지만 장 씨가 말한 “복덩이”에는 동의를 하지 못했다.진짜로 “복덩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허태준이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장 씨는 몰랐다. 하지만 그는 모를 수가 없었다——이 모든 것은 다 허태준이 계획한 것이다.“축하드려요.” 심유진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이제 남편분도 월급이 올랐으니 아기를 가질 생각이 있으신가요?”아기를 언급하자 장 씨의 눈에서는 빛이 났다. 웃음은 더 짙어졌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사실... 규정을 따른다면 얘기해서는 안 되는데 너한테 좋은 소식을 공유하고 싶어서——나 임신했대, 한 달이 됐대.”심유진의 입은 쩍하고 벌어졌다. 시선은 자연스레 그의 배에 갔다.“너무 축하드려요!” 그는 장 씨를 나무랐다. “왜 더 일찍 말해주지 않았어요? 아기한테 줄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는데!”“에이, 아직 이르잖니!” 장 씨는 그녀를 토닥였다. “아기가 태여나면 그때 가서 준비해도 늦지 않잖아
원래의 짧은 머리는 삭발이 되었고 몸도 두 배 정도 말랐다. 얼굴에는 멍이 들었고 눈은 호두처럼 부어 실눈을 하고 있었다.그의 목과 기타 노출된 피부도 그의 얼굴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보기에 너무 무서웠다.판사나 형 형사가 질문하지 않아도 주대영은 그의 죄를 모두 인정했다.그가 얘기할 때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심유진은 똑똑히 보았다. 원래 누렇고 가지런하지 않던 이빨은 이제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주대영이 감옥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안건의 심사 과정은 심유진의 예상 밖으로 순리롭게 진행되었다. 형 형사가 미리 준비시킨 대사는 쓰이지도 않았다.판사가 최종 선포를 했다. 주대영은 고의적 상해죄가 성립되므로 징역 10년을 받았다.——그가 심유진한테 안긴 상처를 놓고 보면 사실 십 년은 나름 엄중하게 판결된 것이다.심유진은 이 결과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여형민과 형 형사도 마찬가지였다.“밥이나 먹으면서 축하할까요?” 심유진이 제의했다.장 씨가 손을 저었다. “점심에 이미 먹었잖니?” 그러고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남편한테서 카톡이 왔어. 여기 일 마치면 바로 집으로 오라고. 아침에 떠나기 전에 닭곰을 고았거든. 지금 딱 마시면 된대. 임신을 하고 있어서 밖에서 막 먹으면 안 돼. 제집에서 하는 음식이 더 깨끗하기도 하고.”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느껴져 심유진은 부러웠다.장 씨가 심유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얘기했다. “유진아, 애를 가져! 네가 임신하면 태준이도 너를 보배처럼 아낄 거야. 그때 가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이에 심유진은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요.”장 씨는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났다. 형 형사도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 이제 심유진과 여형민 단둘이 남았다.여형민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심유진에게 물었다. “남편을 불러다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요?”“남편”이라는 칭호가 아직 심유진한테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반응했다.“그사람
여형민과 심유진은 CY 아래에 도착했다. 허태준한테서 급히 회의가 있으니 먼저 식당에 가 있으라고 연락이 왔다.“마침 오피스에 자료 찾으러 올라갈 일이 있는데 같이 올라가서 기다릴까요?” 여형민이 심유진한테 물었다.“좋아요.” 심유진은 아무래나 상관이 없었다.그들이 탑승한 것은 허태준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여형민은 심유진을 CY 총재 오피스 문 어구에 데려다주고 변호사 사무소 쪽으로 갔다.심유진이 저번에 왔을 때는 총재사무실에서 별꼴을 다 보여줬었다. 전체 부서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와 허태준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녀가 나타나자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열심히 일하는 척함과 동시에 흘끔흘끔 그녀를 훔쳐보았다.심유진은 그 시선들이 다 느껴졌지만 모른척 하였다.그녀는 앞으로 곧게 걸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멈춰서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을 쳐다보았다.총재사무실에 여성 직원은 적지 않았다. 다들 회사 규정에 맞게 정장 차림을 하다 보니 화장에 신경을 쓴듯하였다. 그리고 갖가지 향수 냄새가 어우러져 사무실은 온통 향수 냄새뿐이었다.그중 심유진은 허태준 몸에서 맡은 냄새와 똑같은 향수 냄새를 맡았다.근원이 바로 그녀와 제일 가까이에 앉아있는 그 여성 직원이었다.심유진은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여직원은 긴장해서 머리를 들고 웃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심, 심 아가씨,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심유진은 웃으면서 조곤조곤하게 물었다. “향수 냄새가 좋아서요. 어떤 거 쓰세요?”“네?” 여직원은 멍해 있다가 허겁지겁 서랍을 들추더니 향수병을 꺼냈다. “샤넬 넘버 5요. 요즘 연예인들이 트위터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그 향수요. 맘에 드시면 이거라도 드릴게요.”심유진은 향수를 건네받고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역시 허태준한테서 나던 그 냄새였다.“그러고보니... 아가씨랑 허 대표님의 취향은 참 똑같으시네요.” 여직원은 심유진을 미래 사모님으로 여긴 듯 아냥을 떨었다.
“그럼 휴식 잘하고요. 조금 이따가 먹을 것을 좀 가져다줄게요.”“네.” 심유진은 더 이상 얘기하기 싫어 거절하지 않았다.**심유진은 집에 오자마자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그녀는 서랍 제일 아래에서 결혼 증서를 꺼냈다. 그녀는 결혼 증서에 붙은 사진 속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잖아!그녀는 신경질적으로 결혼 증서를 도로 넣었다.그녀는 허태준과 이혼을 제기하려고 했지만 이 결혼은 아직 그녀한테 이용 가치가 있어 한편으로는 아쉬웠다.심사숙고후 그녀는 한숨을 쉬고 침대에 누웠다.그냥 이대로 살자. 그녀는 생각했다.어차피 그녀와 허태준은 서로 원하는 것을 취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부가 있든 말든 누가 상관이나 한대?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이상하게 여전히 답답했다.**여섯 시가 안 돼서 심유진은 밖에서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다.허태준이 이렇게 일찍 돌아올 리는 없으니 그 사람 외에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여형민뿐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추측은 빗나갔다.심유진은 방문을 나서자마자 급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허태준을 보았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고 입술을 여문 채 손에는 뭐가 담겨있는지 모를 하얀색 봉투를 들고 있었다.“왜 돌아왔어요?” 심유진이 놀라서 물었다.허태준은 그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더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는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정상 체온인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약은 먹었어?” 그가 물었다.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허태준은 그녀의 어깨를 스쳐서 그녀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하얀색 봉투를 책상 위에 놓고 풀어헤쳤다.“와서 밥 먹어.”그가 가져온 음식은 전부 2인분이었다. 심유진이 물었다. “여형민 씨랑 밥을 먹지 않았나요?”“아니.”그녀가 아파서 혼자 집에 있는데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밥이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다행히 그녀는 별 탈이 없었다.심유진은 밥알을 씹으면
그의 정부가 애까지 있다고?혹시 … 그녀가 연인 사이에 낀 제삼자인가?그렇다면 마침 그가 그 사람이랑 결혼을 하지 않고 그녀를 찾아온 것이 설명이 된다.심유진의 지난 혼인은 제삼자 때문에 엎어진 것이다—그중 조건웅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녀는 제삼자를 증오했다.이 시각 그녀는 허태준을 보는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다. 오랜 기간을 같이 보내면서 쌓아왔던 호감도 없어졌다.허태준은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 변화의 추세는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그녀의 눈빛 속의 증오는 너무 날것 그대로여서 가리려는 의도조차 없음을 알 수 있었다.허태준은 당황했다.그는 그녀를 질투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이번엔 너무 앞서갔다. 그녀로 하여금 그의 인성조차 의심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무슨 생각해?” 그는 태연한 척 물었다. 그가 웃어 보였다. “혹시—” 그는 얼굴을 그녀 앞에 들이밀었다.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였다.“내가 유부녀랑 정분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낮은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심유진은 그가 그녀를 놀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빨개졌다.동시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그녀는 그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쯤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 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매일 같이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심유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마음이 두근거려 눈도 쳐다볼 수 없었다.“우리회사 부총지배인.” 허태준은 바로 앉으면서 말했다.그가 조성한 압박감은 심유진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사라졌다.그녀는 제대로 호흡할 수 있어졌다.“CY그룹은 새 영역을 개척할 예정이야. 요즘 나랑 연속 두 날밤 미팅을 가졌는데 아직 완전히 정해지진 않았어. 그 사람 아들이 열이 나서 와이프 혼자서 감당이 안 된대. 그래서 돌아가라고 했어.”허태준이 설명했다.“네.” 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말한 것은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는 숨긴 것 같았다.
허태준은 그녀를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경고까지 했다. 더는 그들한테 집적거리지 말라고, 아니면 대구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이다.허태준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형민은 심유진한테 얘기했다.“심연희가 정재하랑 완전히 헤어지지 않는 이상 유진 씨 남편도 그녀를 쉽게 자르진 못할 거예요. 심연희가 아리에 입사해서 한 달 만에 정재하가 아리에게 백만이 넘는 수익을 갖다줬어요. 이대로라면… 쯧쯧쯧, 정재하가 아리의 제일 큰 돈줄이 될 거예요.”심유진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럼 그 둘이 백년해로하기를 바라야죠!”**CY가 자신의 영상제작 회사를 차리려고 한다는 소식은 업계에 퍼졌다.영화제작 업계에 있어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일이었다.CY는 국내 IT업계의 으뜸이었다. 현재는 IT가 부동산을 대체하여 전망이 제일 좋고 돈을 제일 잘 버는 업계였다.다시 말해 CY는 다른 영화제작사가 따라오지 못할 자본을 갖고 있어 더 좋은 시나리오를 살 수 있고 더 좋은 제작팀을 만들 수 있으며 더 좋은 배우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이는 당연히 많은 영화제작사의 공황을 불러일으켰다.자본이 제일인 이 시대에 있어 제아무리 더 많은 인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천금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이 많은 회사 중 제일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라임 엔터다.중요한 부하직원들이 하나하나 CY에 스카우트되어 나가는 걸 보니 정현철의 머리는 금세 하얘졌다.그쪽에서 금방 스카우트를 시작했을 때 정현철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라임 엔터는 업계 내 최상급의 콘텐츠제작팀이 있었고 몇 년간 그의 회사에서 스카우트해 가는 상황도 셀 수 없이 많았다.하지만 정현철은 선견지명이 있었다.회사에서 콘텐츠를 책임지는 모든 스태프는 합법 범위 내에 제일 오랜 계약서를 체결했다. 또한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은 어마어마했다.이런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직하려고 해도 라임 엔터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어느 화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