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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발걸음을 멈추고 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밤 연락이 안 되던 남자가 지금 소파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의 외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넥타이는 풀어진 채 목에 걸려있었다.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려 가슴이 드러났다.

심유진의 시선은 그 사람 목에 있는 선명한 립스틱 자국에 집중됐다.

추궁하고 질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널찍한 소파는 허태준이 눕기에 좁았다. 그는 불편한 듯 몸을 뒤집었고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황급히 문을 나섰다.

“쾅”하고 문이 닫혔다.

**

새해 휴가가 끝나자 투숙하는 고객들도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심유진은 사실 바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본 그 립스틱 자국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녀는 호텔에 두 시간을 더 남아있다가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했다.

허태준은 이미 거실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벗어둔 구두는 아직 그대로 현관에 놓여 있었다. 신발장의 슬리퍼는 온데간데없었다——아마 하루 종일 집을 나서지 않은 모양이다.

서재 문이 열렸다. 심유진이 2초 기다리자 허태준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입은 것은 아침의 셔츠와 정장 바지가 아닌 네이비색 체크 잠옷이었다.

심유진은 그의 목을 훑어봤다——립스틱 자국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밥은 먹었어?”

허태준이 먼저 정적을 깼다.

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그리고 그한테 물었다.

“허태준 씨는요?”

“아직.”

허태준은 콧등을 문질렀다.

“조금 있다가 나갈 거야. 오늘 안 들어올 거야.”

심유진은 한순간 멍했다. 이윽고 “네.”하고 대답했다.

**

심유진은 방에 숨어있었다. 허태준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허전해졌다.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그녀는 부서 내 여직원이 여러 차례 추천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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