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준은 그녀를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경고까지 했다. 더는 그들한테 집적거리지 말라고, 아니면 대구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이다.허태준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형민은 심유진한테 얘기했다.“심연희가 정재하랑 완전히 헤어지지 않는 이상 유진 씨 남편도 그녀를 쉽게 자르진 못할 거예요. 심연희가 아리에 입사해서 한 달 만에 정재하가 아리에게 백만이 넘는 수익을 갖다줬어요. 이대로라면… 쯧쯧쯧, 정재하가 아리의 제일 큰 돈줄이 될 거예요.”심유진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럼 그 둘이 백년해로하기를 바라야죠!”**CY가 자신의 영상제작 회사를 차리려고 한다는 소식은 업계에 퍼졌다.영화제작 업계에 있어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일이었다.CY는 국내 IT업계의 으뜸이었다. 현재는 IT가 부동산을 대체하여 전망이 제일 좋고 돈을 제일 잘 버는 업계였다.다시 말해 CY는 다른 영화제작사가 따라오지 못할 자본을 갖고 있어 더 좋은 시나리오를 살 수 있고 더 좋은 제작팀을 만들 수 있으며 더 좋은 배우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이는 당연히 많은 영화제작사의 공황을 불러일으켰다.자본이 제일인 이 시대에 있어 제아무리 더 많은 인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천금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이 많은 회사 중 제일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라임 엔터다.중요한 부하직원들이 하나하나 CY에 스카우트되어 나가는 걸 보니 정현철의 머리는 금세 하얘졌다.그쪽에서 금방 스카우트를 시작했을 때 정현철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라임 엔터는 업계 내 최상급의 콘텐츠제작팀이 있었고 몇 년간 그의 회사에서 스카우트해 가는 상황도 셀 수 없이 많았다.하지만 정현철은 선견지명이 있었다.회사에서 콘텐츠를 책임지는 모든 스태프는 합법 범위 내에 제일 오랜 계약서를 체결했다. 또한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은 어마어마했다.이런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직하려고 해도 라임 엔터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어느 화사도
정현철은 노기등등하여 집에 돌아왔다.“도련님은?” 그는 하인에게 물었다.하인은 난감한 기색을 하고 있었다.“도련님은… 아침 일찍 나가셔서 아직 안 들어오셨습니다.”정현철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는 식탁 위의 재떨이를 땅에 집어 던졌다.“전화해서 당장 들어오라고 해!”“네, 주인님!” 하인은 재빨리 달아났다.유비가 소리를 듣고 계단에서 내려왔다.“왜 그래요?” 그녀는 정현철을 안고 입을 맞췄다. “누가 또 당신을 화나게 했을까?”“누구겠어!”품에 안긴 여인도 그의 화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그 새끼가 진짜 이번에는 날 망하게 했어!”유비는 기뻤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화내지 마세요. 그러다 몸이 상하면 어떡해요? 조금 있다 연우가 들어오면 잘 얘기해 보세요. 또 싸우지 말고.”“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잘 얘기해?” 정현철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전화를 건 하인이 돌아오자 정현철은 소리 높여 물었다.“언제 온대?”하인이 급하게 대답했다.“도련님 금방 돌아오신다고 합니다.”정현철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유비는 냉큼 정현철에게 붙어서 물었다.“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요? 왜 망하게 생겼나요?”정현철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귀찮은 듯 손을 내저었다. “그 새끼가 돌아오면 말하지!”정연우의 “금방”은 두 시간 후였다.중간에 정현철은 사람을 시켜 전화를 여러 번 했다.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인내심은 곧 바닥이 났다.“왜 이렇게 급하게 부르셨어요?” 정연우는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왔다. 몸에는 술 냄새와 여인의 분 냄새, 향수 냄새가 났다.정현철은 보다 못해 쏜살같이 가서 정연우의 뺨을 후려갈겼다.정연우는 뺨을 잡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정현철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더 무거워 났다.“물어볼 낯짝이 있어?” 장현철은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심유진을 얻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허태준의 심기를 건드렸겠냐? 지금 라임의 직원들이 전부 CY에 스카우트되게 생겼어! 프로
유비가 답장했다. “말해보세요.”**정현철은 정연우를 데리고 아침 일찍 대구에 왔다. 하지만 보안 직원한테 잡혔다.“죄송합니다만 방문객 신청 없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정현철은 방문객 신청이 뭔지도 몰랐다.그는 화를 가라앉히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보안 직원에게 얘기했다.“허 대표한테 전해주세요. 라임 엔터의 정현철이 만나 뵙겠다고.”보안 직원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우리는 총재처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없습니다. 허 대표님을 만나시려면 직접 얘기하세요.”정현철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보안 직원한테 이런 대접을 받다니.하지만 CY 구역에서 그는 화낼 수 없었다.정연우가 옆에서 핸드폰을 잡고 무엇인지 놀고 있자 정현철은 화가 나 정연우의 뒤통수를 쳤다.정연우는 아파서 소리 질렀다.“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나야말로 묻고 싶다! 내가 여기서 사정을 하는데 너는 핸드폰을 놀고 있어?!”정현철은 그의 핸드폰을 낚아채려 했으나 정연우는 큰 몸집으로 힘겹게 피했다.“핸드폰을 놀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는 강력하게 반박했다. “심연희한테 문자를 하는 중이에요!”“심연희?” 그 이름을 듣자 정현철은 멈췄다. “걔한테 왜 문자를 보내는 거냐? 심씨한테 덜 당한 것 같으냐?”라임 엔터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심씨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심씨 일가는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어 직접 뭐라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모든 불만을 정연우한테 쏟아내는 것이다.“모르셨어요? 심연희도 여기에 다녀요! 방문객 신청을 해달라고 할수 있잖아요!”정연우는 신이 났다.정현철은 심연희가 CY에서 일하는 것을 몰랐다. 정연우의 말을 듣자 그가 반신반의하면서 물었다. “심연희가 여기에서 일을 한다고?”그는 심연희의 학력이나 업무 경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CY와 같은 큰 회사에서는 탑급 인재들만 뽑기 때문에 심연희가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갔다.“아버지, 사람을 너무 얕보지 마세요
허태준은 회의를 마치고 비서한테서 정현철 부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예상 속의 일이다—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며칠이 늦었다.지금 라임 엔터의 중요한 스태프들이 이미 스카우트되어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삼류 영상제작회사 꼴이 날 것이다.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그가 원하는 것은 정씨 집안이 끝장나는 것이다.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앞으로 라임 엔터의 사람들이 오면 보안 직원보고 내쫓으라고 해.”허태준이 싸늘하게 분부했다.비서는 공경하게 “네.”하고 대답했다.**심유진은 호텔 로비에서 정현철과 정현우가 체크인을 하는 것을 봤을 때 잘못 본 줄 알았다.그녀는 그들이 발견하지 못하게 구석에 서서 한참을 관찰했다. 그들이 올라간 후 안내데스크와 확인까지 했다.“아까 그 두 사람… 저희 호텔에 묵는 건가요?”“네. 디럭스방 두 방을 예약하셨어요!” 소미는 쯧쯧거렸다. “방 하나면 둘이 충분히 묵을 수 있다고 했는데 기어코 두 방을 예약하더라고요!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저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알 수 없는걸요.”심유진은 이것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 허태준과 여형민 두 사람도 각각 두 방에 묵었기 때문이다.그녀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었다.“얼마 동안 묵는다던가요?”“이틀이요.”소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방 번호는요?”소미는 연이은 방 번호를 불렀다.심유진은 기억하고 이 두 번호의 방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저녁 여덟 시, 심유진은 정리를 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매니저를 만나야겠다고 했다.어시스턴트가 부른 방 번호는 마침 정 씨 부자가 묵은 그중 한 방이었다.심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전화 너머에 분부했다.“부매니저를 부르세요. 오늘 저녁 당직을 설 거예요. 저는 곧 갈 겁니다.”심연희는 저번에 정씨가에게 심유진의 직업을 소개해 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도 그녀가 로열호텔객실부 매니저
트집을 잡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어찌 됐든 맞서야 했다.**심유진은 벨을 눌렀다. 문을 연 것은 정현우였다.“어이구. 심 매니저가 오셨네요? 이미 퇴근하지 않으셨나요?”정현우는 술 냄새를 풍겼고 녹두 같은 두 눈에는 음탕한 기색이 엿보였다.아무리 혐오해도 이 시각 그는 호텔에 묵는 고객이었기에 심유진은 직업적인 미소를 띠고 조곤조곤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퇴근을 했지만 호텔의 모토가 ‘고객 지상’이라서요. 정현우 씨가 저를 만나겠다고 하니 돌아와야지요.”“허허.”정현우는 차갑게 웃으면서 갑자기 트림을 했다.삽시간에 술 냄새가 풍겨 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렸다.심유진의 어시스턴트는 참지 못하고 손으로 코를 막았다.“왜, 냄새나?”정현우는 웃음을 거두고 심유진의 어시스턴트를 노려보았다.어시스턴트는 손을 내저으면서 대답했다.“아닙니다!”“이리 와봐!”정현우는 명령했다.어시스턴트는 앞으로 다가갔다.“더 가까이!”“좀 더 가까이!”마침내 정현우의 코앞에 멈춰 섰다.그녀의 몸은 굳어있었으며 공포에 질려 몸이 떨렸다.정현우는 입을 하 벌려 숨을 내쉬었다.어시스턴트는 가만히 있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졌다.심유진은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티 나지 않게 어시스턴트를 뒤로 잡아당기고는 화제를 돌렸다.“정현우 씨. 불만 사항은 이미 접수되었습니다.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해 드릴게요. 하나는 다른 방으로 옮겨드리는 겁니다. 룸 타입은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만족하실 때까지요. 만약 모든 룸에 전부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비용을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맘에 드시는 호텔로 안배를 해드릴 겁니다. 비용 또한 저희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두 가지 방안 다 맘에 안 들어.”정현우는 팔을 들어 팔짱을 끼려 하였으나 배가 크고 몸집이 크며 팔이 짧아 가까스로 손바닥을 가슴에 모았다—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 한 손으로 방문을 짚고 심유진한테 말했다.“심 매니저님, 제 방으로
지금 심유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껏 고개를 돌리며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 입술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이현이 문을 급하게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문 여세요! 아니면 신고할 거예요!”하지만 정현우는 못 들은 척하며 전혀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심유진의 외투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단추들이 다 뜯겨 바닥에 굴러다녔다. 심유진의 가슴이 훤히 노출되었고 정현우는 그 모습을 음흉한 눈길로 바라봤다.“이건 성폭행이에요.”심유진은 떨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를 썼다.“지금 그만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칠게요. 책임을 묻지 않을게요.”“성폭행?”정현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맞받아쳤다.“미래에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이게 왜 성폭행이지?”“전 이미 결혼했어요!”심유진은 결혼반지를 끼고 오지 않은 것이 매우 후회됐다.“전 그쪽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에요. 미래 아내도 아니고요!”정현우는 심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내가 없는데 무슨 결혼을 해?”정현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당황, 두려움...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심유진에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허태준의 차가운 얼굴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심유진은 오늘 이 일을 허태준이 알기라도 할가봐 두려웠다.심유진이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했으나 정현우에게 그 정도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유진은 이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이현은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그때 밖에서 열쇠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우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낮게 거친 말을 내뱉더니 방문의 자물쇠를 잠갔다. 이 기회에 심유진은 힘껏 정현우의 어깨를 깨물었다.정현우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서 물어버리는 심유진 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풀었다. 심유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배 쪽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솜뭉치처럼 정현우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이 일격으로 정현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는 심유진을
시간만 충분히 번다면 이현이 무조건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이다. 과연 몇 분 지나지 않아 이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심 매니저님, 안에 계세요?”이현이 침실의 문을 두드렸다.“저 여기 있어요!”심유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정현우는 구세주의 등장에 당황하다가 결국 먼저 심유진을 덮치기로 결심한 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정현우가 손잡이를 놓는 순간 심유진이 먼저 빠르게 달려들어 방 문을 열었고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신속히 방으로 진입했다.이현은 울면서 심유진을 껴안았다.“매니저님, 괜찮으세요?”심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아직도 자신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정현우를 쳐다봤다. 경호원들이 정현우의 앞길을 막아준덕에 심유진은 재빨리 침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선생님, 잠시 대기해 주시죠.”경호원들이 막고 있는데도 정현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다 비켜!”정현우는 어떻게든 그들을 밀치려 했으나 다들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 이 호텔 vip손님이야! 내가 신고하면 너네 다 사직서 내야 돼!”정현우가 악을 쓰며 말했지만 경호원들은 표정 변화도 없었다. 심유진이 이현에게 물었다.“신고는 했어요?”“네.”이현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제야 이현의 눈에 형편없이 뜯긴 심유진의 옷이 보였다. 이현은 급히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심유진에게 덮어줬다.“매니저님, 빨리 이거 입으세요.”“고마워요.”심유진과 이현이 미처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소란스러움을 느낀 정현철이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 그도 심유진의 모습을 보고 놀란 듯싶었지만 금세 시선을 경호원들에게로 돌렸다.“무슨 일이지?”정현철은 경호원들에게 막혀있는 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아빠, 나 갇혔어. 빨리 얘네 좀 치워줘.”정현철은 본능적으로 자기 아들이 또 사고를 쳤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경호원들에게 호통쳤다.“빨리 비켜! 아니면 당장 지배인 부를 거야!”이런 스위트룸을 예약한 손님들은 보통 신분이 평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현철
“죄송해요.”심유진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제가 원하는 배상은 아마 해주지 못하실 거예요.”만약 정현우가 술김에 벌인 짓이라면 심유진은 호텔을 위해서 협의하에 이 일을 마무리 지었을지도 모른다. 라임 엔터는 여러 번 호텔과 합작을 했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심유진은 정현우의 거실에서 소형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외형이 평범한 USB와 똑같았기에 다년간 호텔에서 일하며 이런 소형카메라를 많이 접촉해 본 심유진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심유진은 그 카메라를 발견하고 식은땀이 쫙 났다. 그녀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정현우가 계획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약점으로 잡고 훗날 무슨 일을 벌렸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정현철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는 상태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는 아마 바로 총지배인을 불렀을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이 호텔에 꽤나 많은 수익을 안겨줬으니 총지배인이라면 그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 일을 덮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정현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심유진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라임 엔터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허태준이었다. 평생을 바쳐서 세운 회사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순 없었다.사고만 치고 속만 썩이는 아들이라도 정현우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어쩌면 자식이 하나라도 더 있었더라면 이렇게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갖은 치욕을 견디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빨리 튀어와!”정현철이 정현우를 향해 소리 질렀다.“아빠...”정현우는 술기운에 어질어질하기는 했어도 이 순간만은 위험을 감지했다. 경호원들은 그제야 자리를 피해 줬다. 정현철이 재빨리 정현우에게 달려가 뺨을 세게 때렸다. 사정없는 손길에 정현우의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진하게 남아버렸다.“누가 네 아빠야. 네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오늘 내가 그 아빠를 대신해서 똑똑히 교육해 주마.”다른 사람 앞에서 정현철은 절대 정현우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밝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