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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허태준이 쐐기를 박았다.

“우리 둘이 결혼한 사실은 가족들 말고 다른 그 누구도 모르게 할 거야. 만약 우리 가족들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언제든지 취소해도 좋아.”

심유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좋아요.”

원래대로라면 구청이 문을 닫는 날일 테지만 허태준은 어떻게 사람을 찾았는지 구청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

심유진은 나름 경험이 있었지만 허태준은 하도 긴장해서 표정이 너무 어색해 사진도 한참을 찍었다. 허태준은 같이 찍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쓰다듬어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심유진은 그저 허태준이 신기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뿐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운전할게요. 사진에 푹 빠지신 거 같은데.”

“그래.”

허태준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킨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차에 올라탄 후 사진을 찍어 여형민에게 자랑까지 했다.

“축하해. 소원 이뤘네.”

허태준은 가만히 심유진의 눈치를 보면서 답장했다.

“응.”

“저녁 같이 먹을래?”

여형민이 물었다.

“아니.”

허태준이 휴대폰을 꽉 잡았다. 심장이 너무 뛰어 잠시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일정이 있어.”

여형민이 음흉하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그를 놀렸다. 허태준은 해명하기도 귀찮아 그냥 휴대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심유진은 19층을 누른 다음 허태준을 대신해 20층도 눌렀다. 하지만 허태준이 20층 버튼을 취소해 버렸다. 심유진이 고개를 들어 허태준을 쳐다봤다.

“이사.”

“네? 무슨 이사요?”

허태준이 혼인신고서를 들어 보였다.

“이제 결혼했는데 같이 살아야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자희가 같이 살지 않아도 가족들은 모르잖아요.”

한층에 한집밖에 없었기에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지 않는 이상 심유진이 몇 층에서 내리는지도 모를 것이다.

“심연희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 몰라? 찾아오면 어떡하려고.”

심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골치 아픈 일이긴 했다.

“우리 집으로 이사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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