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1009 챕터

제221화

”네?”심유진이 놀라서 물었다.“제가 그 집에 왜 가요?”허태준은 질문과 맞지 않는 답을 했다.“내일은 혼인신고 하러 가자.”“네? 뭘 한다고요?”심유진은 그 말에 반응하지 못했다.“혼인신고.”허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나빠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 심유진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한 통 들어왔다. 확인해 보니 40억이 카드에 송금되었다고 은행에서 보낸 메시지였다.심유진은 0이 몇 개나 붙어있는지 한참을 세고 나서야 얼마인지가 계산됐다.“40억...”심유진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 했다.“전 그저 정현철 씨가 포기했으면 해서 40억이라고 한 건데...”심유진은 이 돈을 정말 받을 생각이 없었다. 아니, 사실 허태준과 결혼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돈만 받으면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나?”허태준은 그녀가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했는지, 그녀가 진심이었는지 아니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아니면...”허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목소리를 낮췄다.“정말 정연우에게 시집가고 싶었던 건가?”“아니요!”심유진이 빠르게 부정했다. 정연우와 결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나. 겨우 벗어난 집안을 자기 발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잘 생각해. 정연우가 아니어도 그쪽에서는 다른 사람을 또 찾을 거야. 당신이 결혼을 해야 이 지긋지긋한 굴레가 끝날 거라고.”심유진도 허태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허태준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크지도 않았다. 그저 이런 재벌 집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조금 두려웠을 뿐이었다.사영은이 바로 그 실례이기도 했다. 심유진은 심훈의 부모님이 사영은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던 여신이 집안에서는 하인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어쩌면 그로 인해 사영은도 점점 더 예민해지면서 작은 일에도 크게 화내는 사람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심유진은 사영은처럼 끔찍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결혼은 우리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잖아요.”심유
더 보기

제222화

허태준이 쐐기를 박았다.“우리 둘이 결혼한 사실은 가족들 말고 다른 그 누구도 모르게 할 거야. 만약 우리 가족들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언제든지 취소해도 좋아.”심유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좋아요.”원래대로라면 구청이 문을 닫는 날일 테지만 허태준은 어떻게 사람을 찾았는지 구청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심유진은 나름 경험이 있었지만 허태준은 하도 긴장해서 표정이 너무 어색해 사진도 한참을 찍었다. 허태준은 같이 찍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쓰다듬어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심유진은 그저 허태준이 신기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뿐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제가 운전할게요. 사진에 푹 빠지신 거 같은데.”“그래.”허태준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킨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차에 올라탄 후 사진을 찍어 여형민에게 자랑까지 했다.“축하해. 소원 이뤘네.”허태준은 가만히 심유진의 눈치를 보면서 답장했다.“응.”“저녁 같이 먹을래?”여형민이 물었다.“아니.”허태준이 휴대폰을 꽉 잡았다. 심장이 너무 뛰어 잠시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다른 일정이 있어.”여형민이 음흉하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그를 놀렸다. 허태준은 해명하기도 귀찮아 그냥 휴대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심유진은 19층을 누른 다음 허태준을 대신해 20층도 눌렀다. 하지만 허태준이 20층 버튼을 취소해 버렸다. 심유진이 고개를 들어 허태준을 쳐다봤다.“이사.”“네? 무슨 이사요?”허태준이 혼인신고서를 들어 보였다.“이제 결혼했는데 같이 살아야지.”“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자희가 같이 살지 않아도 가족들은 모르잖아요.”한층에 한집밖에 없었기에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지 않는 이상 심유진이 몇 층에서 내리는지도 모를 것이다.“심연희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 몰라? 찾아오면 어떡하려고.”심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골치 아픈 일이긴 했다.“우리 집으로 이사 오면
더 보기

제223화

심유진은 결국 허태준의 집으로 이사했다. 원래 짐이 많지 않았기에 금방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허태준도 더 이상 선을 넘지 않고 심유진에게 거실 옆의 빈방을 내어줬다.정리를 마치자마자 심유진은 혼인신고서를 꺼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서재로 가서 허태준을 찾았다.“저랑 사진 한 장만 찍어줄 수 있어요?”허태준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으나 그 말을 듣고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허태준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어떤 사진?”“음...”심유진이 머뭇거렸다.“그러니까... 다정해 보이는 사진?”심유진의 얼굴이 빨개지는 게 보였다.“그래.”허태준이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심유진 옆에 섰다.“얼마나 다정하게?”허태준은 심유진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어...”심유진이 다시 머뭇거렸다. 그녀는 메마른 입술만 만지작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를 맞대는 정도?”“그럼 거실에 나가서 찍자.”허태준이 성큼성큼 거실로 나갔고 심유진이 다급히 그 뒤를 쫓았다.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심유진은 자기가 먼저 머리를 맞대자고 했음에도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심유진이 휴대폰을 들었고 두 사람이 같은 화면에 들어왔다. 심유진과 허태준의 머리가 10만 리는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이게 맞댄 거야?”허태준이 흥미로워하며 말했다. 심유진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아니면 그냥 이렇게 찍을까요?”“이렇게 찍으면 누가 부부라고 믿을 것 같아?”허태준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 심유진은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에요, 안 찍을래요.”심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허태준이 그녀의 허리를 덥석 잡고는 품에 안았다. 허태준이 심유진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뺏어 높이 들었다.허태준이 턱을 심유진의 머리에 올려놓은 채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심유진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그의 심장 소리와 싱그러운 체향을 맡으며 저도 모르게 두근거림을 느꼈다.“웃어.”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그제야
더 보기

제224화

심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뛰었다.“어때? 잘 나왔어?”허태준이 물었다. 사진을 보기 위해 허태준이 얼굴을 가깝게 댔다.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마음이 간질거렸다. 심유진은 다급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심장박동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잘 나왔어요.”심유진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말했다. 허태준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알아채고 작게 웃었다.“그럼 됐어.”심유진은 휴대폰에 주의력을 집중하느라 노력했다. 안 그러면 옆에 있는 허태준이 너무 신경 쓰였다. 심유진은 SNS에 혼인신고서와 방금 같이 찍은 사진을 심연희만 볼 수 있게 설정한 뒤 업로드 했다.허태준은 분명 심유진이 게시물을 올리는 걸 봤는데 자기 휴대폰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난 못 보게 설정한 거야?”“아니에요, 연희만 볼 수 있게 설정해 뒀어요.”허태준은 이 결혼을 가족들 외에 다른 누구도 모르게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한 심정이었다.“지우고 나랑 여형민도 볼 수 있게 다시 올려.”심유진은 힘든 일도 아니니 바로 다시 올렸고 허태준은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눌렀다. 한참 지나서야 심연희에게서 문자가 왔다.“언니, 정말 대표님이랑 결혼한 거야?”“응.”심유진은 일부러 40억이 입금된 내역을 찍어 보냈다.“정씨네보다 훨씬 시원시원하더라고.”심연희는 더 이상 문자가 없었다. 심유진은 조금 실망했다.저녁 6시쯤 되자 허태준이 방문을 두드렸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손질한 모습이었다.“준비하고 나와, 밥 먹으러 가자.”심유진은 이사 오고 나서 냉장고를 살펴봤었다. 물과 맥주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장을 봐올 생각이었으나 하도 바쁘다 보니 잊어버리고 말았다. 심유진은 이 시간에 장을 봐오기엔 늦었으니 나가서 먹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네, 가요.”허태준은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심유진이 보지 못하는 틈
더 보기

제225화

리친시아 부근에만 해도 꽤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대충 아무 곳이나 골라 저녁을 해결할 줄 알았는데 그는 차를 몰고 번화가를 지나 CY빌딩까지 가서야 멈춰 섰다.“야근이라도 하려는 거예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질문을 못 들은 척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심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심유진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았다. 허태준은 자기 손에 쏙 들어오는 그 자그마한 손을 꽉 잡으며 살짝 미소 지었다.“따라와.”휴가일인 데다가 저녁 6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CY빌딩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보안실에서도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허태준은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70층이요?”심유진은 허태준이 잘못 누른 줄 알았다. 허태준의 사무실은 69층이었기 때문이다. 70층이라면 아마 전망대일 것이다.“응.”심유진은 조금 설레 보였다.“우리 야경 보러 가는 거예요?”이곳에 처음 왔을 때 여형민이 알려준 적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대구 시내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그곳은 고위층 임원들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 그곳에서 찍은 사진은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응.”허태준이 담담히 대답하며 엘리베이터가 몇 층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심유진은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우와!”엘리베이터와 똑같이 전망대도 천장부터 바닥까지 모두 투명한 유리로 제작되어 있었다. 밤하늘에 걸려있는 달과 별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높이였다. 심유진은 바닥을 한번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온몸이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심유진은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저희가 여기 있으면 직원들한테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고개를 들면 저희가 보일 텐데요.”“아니.”허태준이 심유진의 손을 꽉 잡고 천천히 앞으로 걸으며 대답했다.“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 보이게 특수제작한 유리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더 보기

제226화

허태준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그가 손벽을 탁 치자 어디서인지 웨이터 두 명이 나타나 그들에게 음식을 올렸다.메인디쉬는 부드럽게 잘 익은 스테이크였다. 그리고 옆에는 오래된 와인이 있었다.허태준은 잔을 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안에는 밝은 별빛이 담겨있었다.“결혼을 축하해.” 그는 심유진한테 얘기했다.심유진은 그와 잔을 부딪히면서 얘기했다. “결혼 축하해요.”두 사람은 마주보면서 웃고는 반 잔 담긴 와인을 한 번에 다 마셨다. 먼 곳에 있는 네온 등불이 어두움을 뚫고 반짝이고 있었다.심유진은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었다.“여기 진짜 아름답네요.”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감탄했다.“마음에 들면 앞으로 자주 오면 되지.” 허태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투는 저도 모르게 따뜻하게 변했다.심유진은 놀라서 머리를 돌렸다. 그의 뜨거운 시선을 마주치자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울렸다. 얼굴은 점점 뜨거워났다.“좋아요.”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 목소리는 부드러워졌다.이때 음악 소리가 갑자기 끊겼고 등불도 갑자기 꺼졌다.심유진은 놀랐다. “정전인가요?”“위를 봐봐.” 허태준은 말했다.그녀는 머리를 올려 바라보았다. 한 줄기의 빛이 밤하늘을 가로질러 곡선을 남겼다.“별똥별!” 심유진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손에 든 포크랑 나이프를 던지고 핸드폰을 잡았다.허태준은 빠르게 그녀의 왼손을 잡았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네 번째 손가락에 딱딱하고 차가운 무엇인가가 끼워졌다. 달빛 때문에 어둠 속에서 유난히 눈이 부셨다.다이아몬드였다!그것도 엄청 큰 다이아몬드!티비에서나 보던 큰 다이아몬드는 아니었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심유진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별똥별은 금방 사라졌고 하늘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등불은 다시 밝아오고 커튼 뒤의 연주악단은 사라졌다.심유진은 허태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걸 왜 저한테 주는거죠?” 그녀는 물었다.“프러포즈를 보충하는 셈
더 보기

제227화

허태준은 큰 힘을 들여 특별히 낭만적인 만찬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상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먹게 되었다. 웨이터가 와서 접시를 가져갔다. 허태준은 심유진한테 물었다. “좀 더 앉아있을래?”“아니에요.” 심유진은 무미건조하게 웃었다. “졸려서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자신의 말을 인증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입을 막고 하품을 크게 했다.허태준의 핸드폰은 울렸다. 아래에서 찬바람을 한 시간이나 맞으면서 기다린 매니저한테서 카톡이 왔다. “허 대표님 불꽃놀이는 언제 시작할까요?”맞은편의 심유진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태준은 입술을 물고는 빠르게 답장을 했다. “취소해. 물건은 처리하도록 해.”매니저의 메시지는 바로 도착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이렇게 작은 일도 그한테 물어보다니...허태준은 점점 짜증이 났다. 긴 손가락은 몇 번 움직이더니 타자를 마쳤다. “아무래나.”그는 이미 결심했다. 내일이면 바로 이 무능한 매니저를 바꾸리라.돌아가는 길에 심유진은 허태준 주위의 무거운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왜인지를 모르겠다.오늘밤... 그녀는 딱히 그한테 밉보일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집 아래까지 데려다주었다.“친구랑 술 약속이 있어서 혼자 들어가.”저녁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그는 운전하지 않고 기사를 불렀다.심유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딱히 당부할 만한 것이 없어 “네.”라고만 답장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쪽 차창 유리는 빠르게 올라가 허태준의 차가운 얼굴을 가렸다.기사는 허태준한테 물었다. “허 대표님 어디로 갈까요?”허태준은 차창 유리 밖으로 길거리에서 그들을 눈으로 배웅해 주는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대답했다. “회사로 돌아가지.”회사로 돌아가?친구랑 술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회사에서 술을 마신다는 건가?기사는 의문을 삼키고 그의 분부대로 그를 CY 빌딩에 데려다주었다. 대표님이 갑자기 돌아오시자 이미 야근하고 시간이 늦어 떠
더 보기

제228화

“네?” 서양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복잡한 심정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이 오밤중에 허 대표님이 자신을 집에서 불러내온 이유가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고?그는 돌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참았다——그는 지금 직장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이직할 마음이 없었다.그는 차를 24시간 편의점 앞에 세우고 편의점 안에서 한 바퀴 돌았다. “맥주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사갈까요?”“그래.” 허태준이 말했다.서양은 한 박스를 가져왔다.허태준은 두 캔을 집고는 한 캔을 그한테 건넸다.“외로워서 저를 불러 술을 마시는 건가요?” 서양은 장난을 쳤다.허태준은 고리를 떼고 맥주를 한 쪽에 놓았다.서양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안 마시세요?”“먼저 업무 얘기를 하지.” 허태준의 표정은 엄숙했다.서양은 똑바로 앉아 경청했다.“내일 라임 엔터에서 출시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굿티비’에서 철거하도록 해. 앞으로 CY는 영원히 라임 엔터와 그 어떠한 합작도 없을 거야.” 허태준은 명령을 내렸다.서양은 이마를 찌푸렸다. “라임 엔터는 국내에서 제일 큰 제작사 중 하나입니다. 근년에 그들의 작품은 늘 호평을 받고 있죠. 시청률뿐만 아니라 엄청 흥행했습니다. 메인 스트림에서 상도 적지 않게 받았고요. 예전에 단독 입수한 웹드라마>는 한 달 만에 ‘굿티비’ VIP 회원수를 230% 증가시켰습니다. 이로 사십억의 수익을 창출하여 삼 개월 만에 본전을 회수하였습니다. 기타 단독 입수가 아닌 드라마도 인터넷상 재생 횟수가 꽤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굿티비’쪽은 라임 엔터와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하려고 합니다. 그쪽 작품을 패키지로 저희한테 판매하게 할 생각입니다.”허태준은 여전히 견지했다. “내 말대로 해.”“허 대표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주세요.” 서양은 그를 타일렀다. “라임 엔터는 지금 돈줄과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의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쪽 작품 단독 스트리밍권을 얻으려고 합니다. 라임 엔터에서는 이미 저희와 합작할
더 보기

제229화

심유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에 낀 반지를 뺐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액세서리 상자에 넣었다.도구라 하지만 허태준의 씀씀이를 봤을 때 가격이 상당했을 것이다.그녀는 이런 반지를 끼고 동네방네 다니고 싶지 않았다. 어디 맞힐까 봐 또 누군가 흑심을 품을까 봐.카톡 그룹챗에는 동료들이 오늘 밤 별똥별에 대해 한창 의논하고 있었다.기상청에서 보도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몇 초를 위해 하루 전날 산에 올라가 좋은 자리를 맡았다.“저 지금 바로 산꼭대기에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심유진의 매니저가 산꼭대기의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전부 사람들이었다.“여기는 그나마 나은 거예요. 산 중턱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걸요. 언제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경찰들까지 다 동원됐다니까요. @심유진 매니저님 저 미리 휴가 낼게요. 내일 호텔에서 저를 보지 못하신다면 아직 산꼭대기에 갇혀있는 겁니다.”심유진은 답장했다. “알겠어요. 안전에 조심하세요.”심유진은 휴가도 갑작스레 신청했고 핸드폰도 심훈한테 압수 당하여 두 날 동안 그룹챗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녀의 문자 하나에 그룹챗 안은 금방 활기가 찼다.“실종인 복귀!”“매니저님, 드디어 나타나셨네요!”심유진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틀 전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산골짜기에 있어서 신호가 없었네요.”“매니저님, 오늘 밤 유성을 보셨나요?”“봤습니다.” 그것도 딱 좋은 자리에서요——물론 이 말은 못했다. 아니면 자신과 허태준의 관계가 들통나기 때문이다.“소원은요?”심유진은 이미 이런 전설 같은 얘기를 믿을 나이가 아닌지 오래다. 다만 별똥별을 봤을 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다. 시간이 이 순간에서 멈췄으면 좋겠다.——동화마냥 꿈같은 풍경에 왕자님처럼 잘생기고 따뜻한 남자.하지만 그것은 정녕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계약이 만기 되면 모든 마법은 사라진다. 그녀는 또다시 원래 그 평범하디 평범한 신데렐라로 돌
더 보기

제230화

발걸음을 멈추고 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밤 연락이 안 되던 남자가 지금 소파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그의 외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넥타이는 풀어진 채 목에 걸려있었다.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려 가슴이 드러났다.심유진의 시선은 그 사람 목에 있는 선명한 립스틱 자국에 집중됐다.추궁하고 질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널찍한 소파는 허태준이 눕기에 좁았다. 그는 불편한 듯 몸을 뒤집었고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황급히 문을 나섰다.“쾅”하고 문이 닫혔다.**새해 휴가가 끝나자 투숙하는 고객들도 절반이나 줄어들었다.심유진은 사실 바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본 그 립스틱 자국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녀는 호텔에 두 시간을 더 남아있다가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했다.허태준은 이미 거실에 없었다.하지만 그가 벗어둔 구두는 아직 그대로 현관에 놓여 있었다. 신발장의 슬리퍼는 온데간데없었다——아마 하루 종일 집을 나서지 않은 모양이다.서재 문이 열렸다. 심유진이 2초 기다리자 허태준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가 입은 것은 아침의 셔츠와 정장 바지가 아닌 네이비색 체크 잠옷이었다.심유진은 그의 목을 훑어봤다——립스틱 자국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밥은 먹었어?” 허태준이 먼저 정적을 깼다.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그리고 그한테 물었다. “허태준 씨는요?”“아직.” 허태준은 콧등을 문질렀다. “조금 있다가 나갈 거야. 오늘 안 들어올 거야.”심유진은 한순간 멍했다. 이윽고 “네.”하고 대답했다.**심유진은 방에 숨어있었다. 허태준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허전해졌다.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그녀는 부서 내 여직원이 여러 차례 추천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더 보기
이전
1
...
2122232425
...
10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