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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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지금 심유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껏 고개를 돌리며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 입술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이현이 문을 급하게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문 여세요! 아니면 신고할 거예요!”하지만 정현우는 못 들은 척하며 전혀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심유진의 외투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단추들이 다 뜯겨 바닥에 굴러다녔다. 심유진의 가슴이 훤히 노출되었고 정현우는 그 모습을 음흉한 눈길로 바라봤다.“이건 성폭행이에요.”심유진은 떨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를 썼다.“지금 그만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칠게요. 책임을 묻지 않을게요.”“성폭행?”정현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맞받아쳤다.“미래에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이게 왜 성폭행이지?”“전 이미 결혼했어요!”심유진은 결혼반지를 끼고 오지 않은 것이 매우 후회됐다.“전 그쪽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에요. 미래 아내도 아니고요!”정현우는 심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내가 없는데 무슨 결혼을 해?”정현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당황, 두려움...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심유진에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허태준의 차가운 얼굴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심유진은 오늘 이 일을 허태준이 알기라도 할가봐 두려웠다.심유진이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했으나 정현우에게 그 정도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유진은 이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이현은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그때 밖에서 열쇠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우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낮게 거친 말을 내뱉더니 방문의 자물쇠를 잠갔다. 이 기회에 심유진은 힘껏 정현우의 어깨를 깨물었다.정현우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서 물어버리는 심유진 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풀었다. 심유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배 쪽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솜뭉치처럼 정현우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이 일격으로 정현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는 심유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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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시간만 충분히 번다면 이현이 무조건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이다. 과연 몇 분 지나지 않아 이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심 매니저님, 안에 계세요?”이현이 침실의 문을 두드렸다.“저 여기 있어요!”심유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정현우는 구세주의 등장에 당황하다가 결국 먼저 심유진을 덮치기로 결심한 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정현우가 손잡이를 놓는 순간 심유진이 먼저 빠르게 달려들어 방 문을 열었고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신속히 방으로 진입했다.이현은 울면서 심유진을 껴안았다.“매니저님, 괜찮으세요?”심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아직도 자신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정현우를 쳐다봤다. 경호원들이 정현우의 앞길을 막아준덕에 심유진은 재빨리 침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선생님, 잠시 대기해 주시죠.”경호원들이 막고 있는데도 정현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다 비켜!”정현우는 어떻게든 그들을 밀치려 했으나 다들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 이 호텔 vip손님이야! 내가 신고하면 너네 다 사직서 내야 돼!”정현우가 악을 쓰며 말했지만 경호원들은 표정 변화도 없었다. 심유진이 이현에게 물었다.“신고는 했어요?”“네.”이현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제야 이현의 눈에 형편없이 뜯긴 심유진의 옷이 보였다. 이현은 급히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심유진에게 덮어줬다.“매니저님, 빨리 이거 입으세요.”“고마워요.”심유진과 이현이 미처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소란스러움을 느낀 정현철이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 그도 심유진의 모습을 보고 놀란 듯싶었지만 금세 시선을 경호원들에게로 돌렸다.“무슨 일이지?”정현철은 경호원들에게 막혀있는 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아빠, 나 갇혔어. 빨리 얘네 좀 치워줘.”정현철은 본능적으로 자기 아들이 또 사고를 쳤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경호원들에게 호통쳤다.“빨리 비켜! 아니면 당장 지배인 부를 거야!”이런 스위트룸을 예약한 손님들은 보통 신분이 평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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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죄송해요.”심유진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제가 원하는 배상은 아마 해주지 못하실 거예요.”만약 정현우가 술김에 벌인 짓이라면 심유진은 호텔을 위해서 협의하에 이 일을 마무리 지었을지도 모른다. 라임 엔터는 여러 번 호텔과 합작을 했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심유진은 정현우의 거실에서 소형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외형이 평범한 USB와 똑같았기에 다년간 호텔에서 일하며 이런 소형카메라를 많이 접촉해 본 심유진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심유진은 그 카메라를 발견하고 식은땀이 쫙 났다. 그녀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정현우가 계획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약점으로 잡고 훗날 무슨 일을 벌렸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정현철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는 상태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는 아마 바로 총지배인을 불렀을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이 호텔에 꽤나 많은 수익을 안겨줬으니 총지배인이라면 그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 일을 덮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정현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심유진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라임 엔터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허태준이었다. 평생을 바쳐서 세운 회사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순 없었다.사고만 치고 속만 썩이는 아들이라도 정현우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어쩌면 자식이 하나라도 더 있었더라면 이렇게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갖은 치욕을 견디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빨리 튀어와!”정현철이 정현우를 향해 소리 질렀다.“아빠...”정현우는 술기운에 어질어질하기는 했어도 이 순간만은 위험을 감지했다. 경호원들은 그제야 자리를 피해 줬다. 정현철이 재빨리 정현우에게 달려가 뺨을 세게 때렸다. 사정없는 손길에 정현우의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진하게 남아버렸다.“누가 네 아빠야. 네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오늘 내가 그 아빠를 대신해서 똑똑히 교육해 주마.”다른 사람 앞에서 정현철은 절대 정현우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밝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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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사과해”정현철이 명령했다. 아까 그 난리를 겪은 정현우는 이미 얼굴이 눈물로 범벅진 상태로 더 이상 반항할 엄두를 못 냈다.“죄송합니다.”심유진은 이 사과에서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심 매니저, 이 자식을 때리던 욕하던 마음대로 해.”정현철이 말했다. 하지만 심유진은 정현철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에 잠깐 만났을 때의 기억에 의하면 정현철은 자신이 잘못해도 전혀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됐어요.”심유진이 거절했다. 정현우 같은 사람은 아무리 욕하고 때려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유진이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뭐 하려고?”정현철이 물었지만 심유진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경호원들에게 부탁했다.“저 두 분 좀 막아주세요. 이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심유진은 방문을 닫고 소형 카메라를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었다. 만약 정현철이거나 정현우가 이 모습을 봤다면 절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카메라를 확보하고 나가봤더니 정현우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고 정현철은 그런 정현우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살려주세요.”정현우가 애걸복걸했지만 정현철은 심유진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더 큰 목소리로 호통쳤다.“나한테 사과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심 매니저가 다쳤잖아! 그냥 감옥에 가서 평생 썩으면서 다시 태어나.”심유진은 정현철의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화를 풀어주기 위한 사탕 발린 소리일 뿐이었다. 심유진은 그들을 못 본 체 하고는 이현을 데리고 방을 나왔다. 정현철이 쫓아갔으나 금세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심유진이 카메라를 경찰에게 넘긴 지 반시간이 지나서야 경찰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카메라는 줄곧 켜져 있는 상태였기에 모든 상황이 녹화가 되어있었다. 사건의 경과는 굳이 심유진이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그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현우가 아무리 범행을 부인하더라도 증거가 확실하니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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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배터리가 빨리 닳은 이유가 허태준이 전화를 하도 많이 한 탓이었나 보다. 허태준은 전화를 자주 하지 않았다. 늦게 들어온다고 문자 한 통 보내는 게 전부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필 오늘...심유진은 뭔가 급한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울리자마자 허태준이 전화를 받았다.“지금 어디야?”허태준의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저 집에 있어요.”허태준은 그 말을 듣고 많이 차분해진 것 같았다.“급히 처리할 일들이 있어. 좀 있다 여형민이 그쪽으로 갈 테니까 잠깐 같이 있어. 어디 나가지 말고.”심유진은 허태준이 자신을 애처럼 대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꺼진 TV모니터에 입꼬리가 올라간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형민이 왔다.“괜찮아요?”여형민은 심유진을 보자마자 걱정부터 했다. 조금 전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어쩌면 허태준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까 전화할 때 얘기한 급한 일이 자신과 관련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유진은 여형민과 같이 있으면 굉장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여형민은 낯선 상황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다.“아니요.”심유진이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조금 놀랐어요. 그리고 이렇게 계획적으로 절 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하니까 무섭기도 하고요.”“계획적이라고요? 무슨 뜻이에요?”심유진은 방안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걸 여형민에게 말했다.“아마 영상을 찍어서 절 협박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유진 씨를 협박하려던 게 아닐 수도 있어요.”여형민이 인상을 찌푸렸다.“요즘 태준이가 라임 엔터의 사람들을 여럿 데려갔어요. 아마 이게 그 복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이건 심유진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오늘 아침에 정씨네 부자가 태준이를 찾으러 갔었는데 태준이가 만나주지 않았대요. 심지어 경호원을 불러서 내쫓았다고 하더라고요.”여형민의 말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심유진은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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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허태준이 시선을 심유진의 손목 쪽으로 돌렸다. 심유진은 그제야 정현우가 잡았던 곳에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는 걸 발견했다. 피부가 하얀 심유진이었기에 그 흔적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허태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가 심유진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그 사람이 이렇게 만든 거야?”“네.”심유진은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허태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아파?”자신을 바라보는 허태준의 그 깊은 눈동자에 빠져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유진은 허태준 앞에서 저도 모르게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깜짝 놀랐다. 그의 앞에서는 조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소파에 앉히고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손목에 연고를 발라줬다. 그리고 그제야 여형민의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정연우가 다른 사람을 불었어. 정현철이 아니야.”“그 사람 말을 믿어?”여형민은 믿지 않았다.“잠시만요.”심유진은 이 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연우요? 정현우가 아니라?”그 두 형제는 차이가 컸기에 그 누구라도 한번 보면 헷갈릴 수가 없었다.“당신이 오늘 만난 사람이 진짜 정연우야. 정현철의 친아들이고.”허태준이 차근차근 설명했다.“정현철은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니까 아들이 너무 멍청하면 비웃음을 당할까 봐 두려웠겠지. 그래서 조카랑 아들의 신분을 바꾼 거야.”심유진은 그제야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집에 갔을 때 정연우, 아니 정현우가 자신에게 자기 집안에는 비밀이 많다고 했었는데 어쩌면 이 사실이 그 비밀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심유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허태준은 여형민의 말에 계속 대답했다.“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딱 보면 알아.”그런 복잡한 가정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태준은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가서 전문가에게 인간의 미세한 표정으로부터 감정을 읽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여형민도 그 사실이 떠올랐다.“그럼 정연우가 밝힌 사람은 누군데?”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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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아리라고 하니 대상이 더욱 명확해졌다. 회사 컴퓨터를 쓴 이유는 아마 발각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아리 회사 내부에서 정연우와 관계가 있는 건 한 사람밖에 없으니 말이다.“경찰들이 심연희를 찾아갔나요?”“찾아갔는데 심연희가 부인했대. 정연우가 자길 음해하는 거라고 하더라고. 그 계정을 심연희가 썼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경찰 측에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심연희의 이번 계획은 매우 철저했다. 정연우는 심연희와의 채팅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려 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말로는 심연희가 보낸 사람에게 카메라를 받은 이후로 한 번도 휴대폰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경찰은 호텔의 모든 cctv를 돌려보며 정연우의 진술에 따라 그 사람을 찾았으나 마스크에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단서는 끊겨버리고 말았다.하지만 유일한 좋은 소식은 정연우의 성폭행미수가 인정되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았다거나 술기운에 그랬다거나 같은 변명으로는 그 죄를 씻을 수 없었다. 정씨네 집안에서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를 찾아도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감형을 받는 것밖에 없었다.이미 밤이 깊은 데다가 심유진은 오늘 있었던 일로 꽤나 놀란 상황이니 여형민이 가고 나서 심유진은 크게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허태준이 따뜻한 우유 한잔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마시고 자.”딱 마시기 좋은 온도의 우유를 건네받으며 심유진은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우유 한컵을 말끔히 비웠다. 허태준이 컵을 가지고 나가고 심유진은 5분도 안 돼서 잠이 들었다. 허태준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심유진이 단잠에 빠진 걸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 우유에 넣은 수면제 반 알이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허태준은 거실에 앉아 여형민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여형민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웃옷은 미처 입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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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척당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들 허태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뭔가를 결심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었다.“그런데 왜 내가 연락해? 전화번호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네 약혼녀잖아. 싫으면 말고, 보름이나 미룰 필요도 없고 좋지 뭐.”여형민이 반응할 틈도 없이 허태준은 전화를 끊었다. 여형민은 화가 났지만 겨우 진정하고 나은희에게 연락했다.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심유진은 총지배인에게 불려 갔다. 지배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유진은 바짝 긴장해서 사무실에 들어섰다.“어제 일은 들었어요.”지배인이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억울한 일을 당했으니까 보상을 받는 건 맞죠. 저도 지지해요. 그런데...”멈칫하는 모습이 매우 난감해 보였다.“유진 씨도 호텔 매니저인 데다가 제가 다음 지배인으로 배양하고 싶은 후배니까 제 말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전 유진 씨가 호텔 입장도 조금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라임 엔터는 우리 호텔이랑 몇 년간 합작했었고 많은 수익을 안겨줬으니까...”심유진은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하기 싫었다.“그냥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으신지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세요.”지배인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많이 미안한지 눈도 못 마주치는 모습이었다.“정 대표님이 아침부터 찾아오셔서 유진 씨랑 합의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겠대요. 유진 씨가 소송을 취소하면요.”“거액이 얼마 정도인데요?”심유진은 조금 흥미가 생겼다. 저번에 20억은 절대 안 줬었는데 자기 아들 일에는 얼마를 들일 건지 궁금했다.지배인은 이 물음에 조금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전 잘 모르겠어요. 대표님이랑 얘기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심유진은 그 길로 정현철을 찾아갔다.“가격은 마음대로 불러.”정현철이 시원하게 말했다.“100억으로 하죠.”심유진은 여형민에게서 CY 그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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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심유진은 지배인에게 잘릴 각오를 하고 정현철의 방을 떠났다. 그녀는 두려울 게 없었다. 정현철은 심유진이 직장을 잃게 만들 수는 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심유진의 능력으로 이쪽 영역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오후 내내 지배인 쪽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현철이 지배인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지배인이 이 사실을 듣고도 가만히 있기로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뭐가 됐던 심유진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퇴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유진은 제로의 전화를 받았다.“언니, 오늘 시간 있어? 같이 야식 먹을래?”제로가 먼저 밥 먹자고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에 심유진도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래, 주소 찍어줘.”제로가 고른 곳은 한 훠궈집이었다. 국물이 맑은 것이 조금 싱거워 보이기까지 했다.“요즘 여드름이 너무 많이 나서 좀 싱겁게 먹으려고.”제로가 해석했다.“알레르기 때문인가? 병원은 가봤어?”“아니.”제로가 입을 삐죽거렸다.“화가 나는데 풀 방법이 없으니까 여드름이 올라오나 봐.”“무슨 일 있어?”제로는 게임할 때 빼고는 매우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 정도로 화가 나있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다 그 신인 bj 두 명 때문이야. 열받아 진짜.”제로가 소고기를 크게 집어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신인 bj라고 하면 심연희가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었다.“그 둘이 내 실적을 초과한 다음부터 계속 내 앞에서 자랑해대잖아. 아니 그럴 시간 있으면 게임이나 더 연습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못하면서 무슨 낯짝으로 방송을 하는 거지?”심유진이 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화내지 마, 게임방송을 하는데 게임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 심연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애들이야.”“근데 지금 지원을 빵빵하게 받고 있어. 다 뺏어갔다고.”제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게의 열기 때문인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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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아리는 이번 시합을 라이브로 송출하는 회사였기에 만약 주최 측에 부탁한다면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이율 언니가 물어봤는데 참가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가 이미 현장 배치가 끝나서 한 명 더 추가하기는 힘들대.”제로는 한숨을 쉬더니 큼지막한 소고기를 심유진 접시 위에 올려줬다.“언니, 많이 먹어. 배 터지게 먹고 그냥 다 잊어버리자.”심유진은 제로와 두 시간가량 식사를 함께 했다. 나올 때는 너무 배가 불러 걷기도 힘들었다.“심연희 아냐?”제로가 심유진의 옷소매를 잡으며 놀라서 물었다. 제로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심연희가 한 남자와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서 남자 얼굴이 제대로 안보였지만 정재하가 아닌 건 확실했다.“뭔가 낯이 익은데...”제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떠올리려고 애썼다. 심유진의 차에 올라타서야 제로는 허벅지를 치며 흥분해서 말했다.“기억났어! 아쿠아 라이브 사람이야! 예전에 날 스카우트 해가려고 찾아왔었는데 거절했거든.”아쿠아 라이브는 유일하게 아리 라이브와 실력을 겨룰만한 회사였다. 국내의 유명한 bj들은 전부 이 두 회사에 모인 거나 다름없었다. 아쿠아의 직원이 심연희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저쪽에서 먼저 심연희를 데려가려고 하는 건지 심연희가 주동적으로 회사를 옮기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잠시만... 만약 심연희가 회사를 옮기면 그 bj 둘도 따라갈 거잖아.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가는 거라면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야!”제로는 화가 나서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안 되겠어, 이율 언니한테 얘기해서 우에 반영해라고 말해야지.”심유진이 제로를 말렸다.“이율한테 얘기하는 건 상관없는데 일단 회사 고위층 임원들을 찾아가지는 마. 연희는 그냥 밥 한 끼 먹었을 뿐이고 정말 회사를 옮기는지는 알 수 없잖아. 만약 먼저 얘기했는데 회사를 옮긴 게 아니라면 네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그럼 경기는...”제로는 아직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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