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1347 챕터

제391화

도예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영상전화를 받았다.“아이고, 예나야, 왜 머리카락이 그렇게 엉망이야? 설마 방금 일어난 건 아니겠지?”휴대폰에서 설민준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병상에 누워 있던 강현석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도예나는 문 옆에 선 채 담담하게 말했다.“누가 너처럼 매일 늦잠이나 자는 줄 알아? 오늘 애들 데리고 병원에 왔으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할 말없으면 끊을게.”“아유, 끊지 마. 수아 좀 보여줘. 우리 딸 본 지 오래됐어.”도예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히 수아를 설민준의 수양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항상 수아를 딸로 삼고 싶어했고, 그녀도 일일이 따지기 귀찮았다.도예나가 손을 흔들어 수아를 부르자, 다가온 수아가 휴대폰을 향해 크게 웃음지었다.“와, 수아야, 너 웃는 거 정말 예뻐. 너무 보고 싶어! 기다려, 조금만 있으면 성남시에 보러 갈게!”그때, 수아의 입술이 갑자기 벌어졌다.“저도 보고 싶어요.”화면 너머의 설민준이 갑자기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어머! 수아야, 너 말 할 줄 알아? 세상에! 언제부터 말 할 줄 알았어? 빨리 한 번 더 말해봐!”그러자 도예나가 휴대폰을 가져왔다.“좀 진정할 수 없니?”“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어! 예나야, 내가 이쪽 일을 다 처리하면 바로 성남시로 날아갈게!”휴대폰 안의 설민준이 쉬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강현석의 안색이 검은빛으로 물들더니 전에 도예나의 집에서 지냈던 남자가 설민준이라는 걸 기억해냈다.“외국에서 삼촌이 도와주신 덕분에 엄마가 저와 동생을 잘 키울 수 있었어요. 좋은 삼촌이니 세윤이도 아마 좋아할 거예요.”이 말을 듣고 강현석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도예나가 아이를 낳았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 또한 4년 동안 잘 돌보았을 것이다.도예나가 마침내 전화를 끊고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일단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줄게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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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4년 전, 네 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난 거죠?”강현석이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4년 전에 본 뉴스에서 그날 밤의 일을 많은 기자들이 생생하게 묘사했지만, 그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 소식도 있을 것이다.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이를 낳은 그날 저녁, 도예나는 병원에 가지 않고 도씨 가문 창고에서 4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한 아이만 낳아도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순조롭게 낳았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날 밤 저택에 불이 났다고 들었는데…….그의 질문을 들은 도예나가 담백한 얼굴로 말했다.“세훈이와 세윤이가 먼저 태어났어요. 태어난 후에도 움직임이 없어서, 이미 죽은 줄 알았어요……. 그리고 도설혜가 두 아이를 데려갔어요. 저도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몰랐지만, 줄곧 그 아이들이 죽었다고 알고 있었어요…….”그녀는 눈꺼풀을 늘어뜨려 눈 밑의 모든 감정을 가렸고, 강현석은 자신이 그녀의 흉터를 잔인하게 찢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미안해요, 모두 내 잘못이에요. 내가 아니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괜찮아요, 다 지난 일이에요.”고개를 든 도예나의 눈 밑은 이미 어둠이 지나가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고통은 이미 과거 일이 되었고, 지금의 그녀는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강현석의 머릿속에 5년 전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얼굴이 천천히 도예나의 얼굴과 겹쳤다. 어쩐지 도설혜에게는 아무런 이성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더라니, 그 여자는 도예나였던 것이다. 이 여자가 자신의 여자이다.그때, 갑자기 휴대폰 소리가 병실의 고요함을 끊었다. 전화를 한 사람이 강 부인이라는 걸 확인한 강현석은 도예나에게 입물 다물라는 손짓을 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 너머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집사가 네가 총상을 입었다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질문을 들은 강현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양집사가 작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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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병실 밖 복도에서, 목마를 타고 있는 수아의 곁을 세 남자아이들이 에워싸고 있다.그 중 수아의 앞에 엎드린 강세윤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수아야, 오빠라고 해 봐, 빨리 오빠라고 불러봐!”그러자 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세윤 오빠.”“아이고, 아니야, 둘째 오빠라고 불러야지! 나는 너의 둘째 오빠야, 둘째 오빠! 빨리 불러 봐.”“둘째 오빠.”그때, 강세훈도 다가왔다.“나는 큰 오빠야. 불러 볼래?”“큰 오빠.”말을 잘 듣는 수아는 시키는 대로 다 말하고 있었다. 한편, 도제훈은 상당히 우울했다. 엄마와 여동생을 다 뺏긴 것 같은 기분에 너무 슬펐던 것이다.“얘는 셋째 오빠야.”강세윤이 도제훈을 가리키며 말하자, 도제훈의 얼굴이 금방 굳어지며 말했다.“내가 너보다 크거든! 왜 네가 둘째 오빠고 내가 셋째 오빠야?”“아빠가 내 나이가 너보다 많다고 하셨어!”강세윤이 득의양양하게 머리를 들며 계속 말했다.“내가 형이고 네가 동생이니까, 나를 둘째 형이라고 불러야지!”몇 년동안 동생으로 지냈던 그는 마침내 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도제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아이큐를 생각해 봐, 형이 될 자격이 있는지!”강세윤도 지지 않고 말했다.“내 아이큐가 뭐가 어때서, 나도 똑똑해!”눈이 커진 두 아이가 싸울 지경이 되자, 강세훈은 머리가 아팠다. 전에는 도제훈이 성숙하고 듬직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유치할까? 세윤이와 바보처럼 싸우다니.강세훈이 두 동생을 떼어 놓는 사이, 목마를 타고 있던 수아가 갑자기 움츠러들어 세 오빠들 뒤에 숨었다. 수아가 포도 같은 맑은 눈동자로 복도 반대편을 경계하며 바라보자, 세 아이들도 동시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복도 저쪽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은색 가며이 씌워져 있었으며, 가면의 차가운 빛이 유난히 무섭고 기괴해 보였다.수아는 물론이고 강세윤도 조금 무서웠지만 대담하게 수아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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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도제훈은 휴대폰을 꺼내 악마의 뒷모습을 향해 사진 한 장을 찍었다.“Shura가 무슨 뜻이야?”정신을 차린 강세윤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자, 강세훈이 힐끗 보며 말했다.“너 영어 제대로 배운 거 맞아? 체육 선생님이 가르쳤니?”강세윤이 억울한 표정으로 턱을 긁적였다.“형은 아무것도 몰라. 영어 수업을 할 때마다 자고 싶다고! 나는 언어에 소질이 없어.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수아야, 그렇지?”그러자 수아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Shura는 악마야, 만화 속 인물이야.”강세윤은 할 말이 없었다. 수아도 이 영어 단어의 뜻을 아는데, 자신만 모르다니…….어쩐지 아버지가 자신에게 희사 일을 맡기지 않더라니, 자신이 너무 형편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강세훈이 도제훈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방금 지나간 남자 알아?”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도제훈이 고개를 저었다.“몰라.”모르는 사람인 건 맞다. 악마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K를 통해서만 들은 적이 있다.악마는 해커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손에 사람 목숨을 쥐고 있는…….바로 이때, 도예나가 병실에서 나와서 한 바퀴 돌고서야 그들이 있는 복도를 찾아냈다. 그녀가 막 다가오자 강세윤이 달려들어 억울하게 말했다.“엄마, 저 멍청한 거 아니죠?”그러자 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세윤이가 제일 똑똑한데, 어떻게 멍청하다고 할 수 있어?”“그런데 도제훈이 저를 둘째 형이라고 부르기 싫어해요! 저보고 멍청하다고 했어요! 제가 똑똑하지 못해서 형이 될 자격이 없대요! 엉엉, 엄마, 제가 정말 그렇게 멍청해요?”“…….”도제훈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말한 건 맞지만, 왜 강세윤의 입에서 나오니까 이상하게 들리는 것일까?“제훈아.”도예나가 도제훈을 끌어와 말했다.“세윤이는 너보다 똑똑하지는 않지만…….”“…….”강세윤도 할 말이 없어졌다. 엄마가 자신이 도제훈보다 똑똑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다니.“하지만 세윤이는 확실히 너보다 먼저 태어났어,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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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병실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고,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의자를 꺼내 앉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왜, 내가 성남시에 돌아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3일 안에 사라지는 게 좋을 거야.”강현석이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아직 어머니도 못 뵈었는데 어떻게 빨리 갈 수 있겠어? 현석아, 내가 네 쌍둥이 친형인데, 어떻게 매번 이렇게 적대적인 태도로 대하니? 정말 슬프다.”하지만 강현석은 이를 깨물며 말했다.“너는 내 형이 될 자격이 없어.”손가락을 비비던 은색 가면의 남자의 눈빛이 한 층 차가워졌다.“현석아, 내가 너한테 빛을 진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지 마! 만약 꼭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면, 너희들이 틀린 거야.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지금처럼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모습으로 변했겠어? 너희들이 나한테 빚진 거야!”남자가 거칠게 말하자, 강현석이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다 자업자득이야. 자기 잘못으로 그렇게 된 걸 다른 사람 탓하지 마.”“그래, 자업자득이야! 내가 자업자득이야! 하하하!”은색 가면의 남자가 통제력을 잃고 손 옆에 있는 물컵을 뒤집어 엎자 유리 조각이 바닥에 튀었다. 그는 강현석을 매섭게 한 번 보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병상에 누운 강현석의 눈 밑 깊은 곳에서 폭풍이 용솟음치고 있었다.그도 열다섯 살이 된 후에야 자신에게 쌍둥이 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도예나는 아이들을 데려다 준 후에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요즘 예성과학기술회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지난번 발표회 이후 칩이 다 매진되고 있었다. 회사는 두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모두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도예나가 신경을 많이 쓸 필요는 없었다.“대표님, 여기 옐리토스 그룹의 투자 유치 프로젝트 계획서입니다.”박정연이 자료 한 묶음을 가져오며 계속 말했다.“이 회사는 유럽 쪽 다국적 기업으로, 몇 달 전부터 성남시에서 함께 할 업체를 구하고 있었어요. 전에는 회사가 바빠서 저도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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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오후 2시 반, 박정연이 와서 문을 두드렸고 두 사람은 자료를 가지고 옐리토스 그룹의 성남시 사무실로 가려고 했다.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옆 회사의 곽 대표와 그의 비서를 만났고, 도예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곽 대표님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곽 대표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비서가 기침을 하며 가로막았다.“고객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그들도 이번에 옐리토스 그룹에 가서 입찰을 하려고 했고,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았기에 미리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보다 낙찰된 후에 말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도예나는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마침 일이 있어서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두 무리의 사람들이 사무실 건물 앞에서 각자 두 대의 차를 탔고, 두 차는 동시에 한 목적지를 향했다.30분 후 차가 멈추고 박정연이 차문을 열고 내려왔을 때, 마침 곽 대표와 그의 비서도 차에서 내렸다. 박정연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곽 대표님의 비서님 정말 재밌네요. 분명히 입찰하러 왔는데 굳이 고객을 만나러 간다고 하다니. 왜, 우리랑 경쟁할까 봐 두려워요?”두 회사의 분야가 서로 달랐기에, 그녀는 왜 옆 회사가 항상 자신들을 경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에 곽 대표가 난처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서 비서를 호되게 노려보더니 다가와 허허 웃으며 말했다.“도 대표님, 정말 우연이네요. 갑시다, 같이 들어가시지요.”도예나는 이런 데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회사는 자신만의 기밀을 가지고 있고, 곽 대표가 자신에게 목적지를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도 대표님은 이번에 칩 영역에 경쟁입찰하려고 하세요? 옐리토스 그룹이 성남시에서 30여개 칩 업체를 모집한다고 하니 성공률이 높겠네요.”곽 대표의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도예나가 낙찰된다면 애초에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예나도 이 뜻을 알아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곽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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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이제 막 성남시에 사무실을 임대해 들어온 옐리토스 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도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대형 입찰회 현장에는 수석 프로그래밍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제품 운영, 프로세스 기획팀, 기술 컨설턴트 등등의 직위를 모두 모집하고 있었다.수백 제곱미터나 되는 1번 입찰장이 입찰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기 와서 입찰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업종의 최고 수준이었고, 다들 자신만만해 보였다.마지막 줄에 앉은 도예나의 눈빛은 담백하고 차분했고, 박정연은 약간 두근거렸지만 도예나의 침착한 얼굴을 보고 점차 냉정함을 찾았다.“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회사 대표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쪽에 경쟁입찰하러 왔어요. 그쪽은요?”옆에 앉은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먼저 명함 한 장을 건네자, 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저는 칩 개발 수석 디자이너에 입찰하러 왔어요. 잘 부탁드려요.”그러자 남자가 멍하게 말했다.“당신이 장 여사예요?”도예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말씀하세요?”남자가 안경을 밀며 답했다.“칩 개발 수석 디자이너 자리는 이미 반년 전에 정해졌다고 들었어요. 그 디자이너의 성이 장씨라고…….”“이미 다 정해졌다면, 왜 다시 모집한다고 공지한 거죠?”“그건 모르겠지만…….”남자가 뒤통수를 만지며 도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하지만 장 여사의 칩 설계 능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한 경험도 있다던데요? 이것도 옐리토스 그룹이 장 여사를 선택한 이유라고 하더군요.”도예나는 머릿속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씨 지도교수가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공부했지만 케임브리지와 자주 협력을 했는데, 확실히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남자는 그녀가 어려움을 깨닫고 포기한 줄 알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수석 디자이너의 조수 자리에 입찰해볼 수도 있잖아요, 한번 해 봐요.”“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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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기술팀 지원 요청!”“…….”사무실 안은 난장판이었다.“이 아가씨는 누구야? 누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어?”방금 사회자로 나섰던 직원이 복도에 서 있는 도예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채 다가와 몰아세웠다. 그러나 도예나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는 얼굴의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조금 너그럽게 대하는 편이다. 특히 예쁘게 생긴 여자에게는 더.“여기는 옐리토스 그룹 내부입니다.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으니 나가세요.”그러자 도예나가 눈을 돌리며 말했다.“회사 책임자는 어디에 있죠?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바쁠 때 대표님은 아무도 안 만나실 겁니다. 당신이 누구든,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있든, 내일 다시 오세요.”“지금 해킹을 당했는데 제때 막지 않으면 회사 계좌의 모든 자금을 뺏기고 말 거예요. 제가 해결할 수 있으니 빨리 대표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당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요?”직원들이 충격을 받았다. 여자가 지나치게 아름다우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능력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이 직원도 당연히 그랬다. 그는 눈앞의 이 미녀가 이 일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더 늦으면 저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도예나의 표정은 계속 담담했다. 바로 이 담담한 표정이 직원을 믿게 만들었다.“좋아요, 그럼 따라와요.”직원이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멈춰섰다.“방 대표님은 성격이 별로 안 좋으신데, 이렇게 큰 일이 생겼으니 더 거칠게 대하실 수 있어요. 좀 있다 들어가면 말 조심하세요…… 상황이 안좋아지면 어서 나와야 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해킹 기술은 제훈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업계 내에서도 상위 5%에 속한다. 방금 그 기술자들의 스크린을 한 번 훑어보니 이건 매우 간단한 트로이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상대방이 기세가 등등하게 갑자기 엄습했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혼란스러움에 빠진 것이다.트로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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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도예나는 옐리토스 그룹의 팜플렛 인물 소개란을 떠올렸다. 위에는 이름이 하나밖에 없었다.방찬.지난번에 이 남자는 예성과학기술회사에 와서 자신의 성을 방씨라고 했는데, 그가 바로 옐리토스 그룹의 성남시 책임자였던 것이다.하지만 옐리토스 그룹은 인터넷과 스마트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데, 그때 방씨가 말했던 인체 생물 실험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실제로는 1초도 지나지 않았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도예나를 보더니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름이 아니라, 방 대표는 여자가 다가오는 걸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영문도 모른 채 왔지만, 방 대표의 분노가 조금은 분산될 수 있을 것이다.“도예나 씨?”방찬이 냉기와 분노를 띤 눈빛으로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의자를 돌려 차갑게 도예나를 바라보았다.“전에 말한 건 잘 생각해 보셨는지?”도예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입찰하러 왔는데, 회사 사이트가 해킹당했다는 말을 듣고 뵈러 왔어요.”방찬의 입가에 사악한 웃음이 더 깊어졌다.“도예나 씨가 저를 도와주러 왔다고요?”도예나는 그의 웃음에 온몸의 털이 서는 것처럼 오싹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냉담한 웃음을 띠었다.“보아하니 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네요.”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멈춰요.”그때, 방찬이 갑자기 일어서서 자신의 앞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뒤집어 밀었다.“이게 회사의 호스트 계정이에요. 모든 데이터 메모리가 이 컴퓨터 안에 있어요. 이리 오시죠.”도예나가 몸을 돌려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고, 의자에 앉아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손가락은 키보드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이런 트로이 바이러스는 전에도 본 적이 있었고, 한 번은 제훈이가 궁금해해서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해준 적도 있었다. 그때 제훈이가 이런 트로이 바이러스는 해외의 어떤 해커 조직이 직원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가져온 신형 바이러스라고 말한 게 기억났다.“이건 U-TF 신형 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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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방찬이 검지를 흔들었다.“대충 다 결정된 거죠.”그의 대답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더니 가방에 있던 서류 한 권을 꺼내 말했다.“대충 다 결정되었다는 건, 저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죠. 이건 내가 만든 칩 설계도예요. 참고하세요.”그녀는 서류를 회의 탁자 위에 놓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방찬은 그녀가 복도로 사라지자 책상 위의 서류를 들어올렸다. 그의 피부는 누런 색이었고, 손가락 끝이 어두웠다.그가 서류를 펼치자 안에는 모두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했다. 그는 비록 전문적인 기술자는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를 맡으며 전문 용어를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 설계서는 대략적으로 적힌 거라 내용도 적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그가 여태껏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함을 가지고 있었다.그가 담담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며 말했다.“장 여사의 칩 설계서를 가져와요.”변두리에 서 있던 보좌관이 즉시 답했다.“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장 대표님, 옐리토스 그룹의 방 대표님이 칩 설계도를 보여달라고 하십니다.”비서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대표실에는 약 40대의 중년 여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갈색 웨이브가 있는 머리카락이 우아한 귀부인의 기질을 드러내고 있었다.그녀는 달력을 한 번 보고 오늘이 옐리토스 그룹의 입찰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컴퓨터를 켠 그녀가 갑자기 손을 급하게 움직였다.“누가 내 컴퓨터를 건드린 적 있어요?”그 말을 들은 비서가 놀라서 멍해졌다.“대표님 분부 없이 어떻게 컴퓨터를 건드리겠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내 설계서가 없어졌어요. 어제 저녁에 마지막으로 수정하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는데…….”장 여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비서가 얼른 다가가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장 여사를 한 번 본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장 대표님, 어젯밤 수정하신 후에 제가 사진을 찍어 놓았어요. 일단 사진이라도 먼저 보낼까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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